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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 오소희의 생각

엄마와 아이가 행복해지는 주문 ‘하쿠나마타타!’

세 살 아이와 떠난 터키 배낭여행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로 수많은 엄마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여행작가 오소희 씨. 라오스, 아프리카에 이어 이번에는 남미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아이와 여행을 다녔던 지난 10년,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와의 여행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아요. 주변의 많은 가정들을 보면 엄마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늘 분주하고, 아이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학습지를 풀죠. 
그렇게 생활했던 두 사람이 떠난 여행에서 얼마나 ‘소통’을 할 수 있겠어요. 더구나 매일 경험하는 일상이 아닌 낯선 곳이니 서로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게 당연하죠. 
여행지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 사이의 ‘길 내기’가 더 중요해요. 그래서 한 번이 아니라 가보고 또 가보고 자꾸 부딪쳐보라고 조언해드려요. 분명 그 다음번 여행은 전보다는 ‘잘 통한다’고 느낄 테니까요. 내가 몰랐던 내 아이의 모습을 여행을 통해 발견하고 인정하는 거죠.


얼마 전 자신의 네 번째 여행서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그럼으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 두 권을 발표한 여행작가 오소희(43세) 씨. 2010년 여름, 아들 중빈이와 함께 석 달 동안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 남아메리카의 6개국을 여행한 나날을 그녀 특유의 섬세하고 깊은 울림으로 담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년쯤 책을 준비했어요. 전에 갔던 라오스, 터키, 아프리카보다 마주친 인연도 많고,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해놓은 아들 중빈이와 주고받은 대화도 많아서 단행본 두 권 분량이 돼버렸어요. 남미 여행할 때 열 살이었던 아이가 벌써 열세 살이 됐네요.”
책을 쓰는 틈틈이 ‘하쿠나마타타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하쿠나마타타’는 아프리카어로 ‘걱정거리가 없다’는 뜻. 우리말로 옮기자면 ‘근심 걱정 모두 떨쳐버려’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2

008년부터 그녀는 자신의 아프리카 여행기 <하쿠나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의 인세 절반과 나눔에 동참하는 이웃들의 힘을 합쳐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지어주고 있다. 우간다, 라오스, 에티오피아에 이어 얼마 전 볼리비아에 4번째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오소희’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기저귀를 갓 뗀 어린아이와 떠난 터키 배낭여행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라는 에세이. 이 책 한 권으로 그녀는 많은 엄마들의 로망이 되었고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됐다. 그

녀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세 살 아이와 배낭여행을 떠날 결심을 했느냐’는 것. 평범한 엄마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감히 욕심낼 수 없는 사치, 어찌 보면 좀 미친(!) 짓 같기도 한 그 첫 번째 여행은 ‘지금 나에게 새로운 게 필요하다’를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실천한 것이었다. 


“아이가 세 살이 되니 제 인생이 좀 되돌아봐지더라고요. 아이가 뒤집고, 앉고, 서고, 걷고, 이유식을 먹고, 기저귀를 떼고, 말을 배우고…. 하나의 발달 과업이 끝나면 다음, 또 그다음이 끊임없이 이어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세 살쯤 되니 큰 숙제 하나를 끝낸 것 같고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결혼 전부터 워낙 여행을 좋아했던 터라 어디든 가야겠다는 결심은 했는데 한창 엄마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두고 갈 수는 없으니 자연스럽게 ‘ 같이 가자’는 결론을 낸 거죠.”
어떤 사람은 ‘엄마와 함께 배낭여행을 하기에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았느냐’고 말하지만 도대체 아이와 여행을 하기에 적당한 나이는 몇 살일까? 보기에 따라 여섯 살, 아홉 살도 배낭여행을 나서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다. 

론 아이가 클수록 여행의 속도가 붙고, 여정은 수월해지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행복은 유예할 수 없으니까. 엄마인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키우는 아이도 결코 행복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씩씩하게 배낭을 꾸릴 수 있었다. 


오늘치의 행복은 ‘오늘’만 유효하다
“중빈이가 여섯 살 때 라오스로 여행을 갔어요. GNP(국민총생산)는 세계 최저지만 행복지수만큼은 세계 1위인 곳인데, 그곳 엄마들의 ‘나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육아의 행복 또한 경제적 상황과 비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더군요.”
라오스에서 만난 한 가족은 평생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각종 짐더미로 발 디딜 틈 없는 버스 바닥, 운전사 외에 차장 두 명이 있었는데 부부 사이였고 돌이 안 된 사내아이가 있었다. 아빠는 차를 고치거나 짐을 싣는 일을 하고 엄마는 차비를 걷었다. 엄마는 돈을 세면서 동시에 아기를 어르고 과자를 주거나 노래를 불러주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아기가 크게 울어대니 이번에는 아빠가 아기를 번쩍 안았다. 그렇게 버스가 달리는 3~4시간 동안 아이는 쉬지 않고 칭얼거리다가 울어댔다. ‘이 정도 울었으면 이제 그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자신이 엄마라면 충분이 이성을 잃을 만큼 긴 시간이었지만 그들 부부는 시종일관 다정한 표정과 목소리로 흔쾌히 아이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스무 살 언저리에 결혼하는 앳된 엄마들, 한 권의 육아서도 읽은 적 없었을 이들이 그 어떤 아동학자들보다 여유롭게 아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엄마들에게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콜롬비아에서 만났던 엄마들의 행복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해질 무렵,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온 엄마들은 하나 둘 동네 놀이터에 모였다. 놀이터 가운데 움푹 파인 모래밭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고 남편을 기다렸다. 

그리고 주변 시선에 상관없이 퇴근해 돌아온 남편과 놀이터에서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었다. 이 여인들의 인생 목표는 딱 하나, ‘오늘치의 행복을 오늘 느끼는 것’.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유예하지 않는다.
남미 여자들은 아이를 낳았다고 행복의 기준이 바뀌는 게 아님을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아이에게 당당히 너를 위해 나를 희생하지 않는다, 내 행복을 통해 너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게 그녀들의 태도다. 그녀들은 아이만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기꺼이 노력한다. 

오소희 씨가 후배 엄마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또한 ‘누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말고 엄마가 행복해지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아이가 행복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행복감에 젖어 자주 웃고 다정한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가 행복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다면 엄마의 행복은 무얼까?


“얼마 전 방송국 PD로 일하다 출산휴가에 들어간 후배에게 전화가 왔어요. 백화점 수유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너무 놀랐다는 거예요. 그곳에 있는 모든 엄마들이 퉁퉁 부은 커다란 젖가슴을 아이에게 물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귀하고 아름답기보다는 오직 ‘아이의 밥’을 위한 존재처럼만 느껴진 거죠. 

자기 역시 이 엄마들의 처지와 다른지 않음을 깨닫고 절망했대요. 당당한 여자이자 능력 있는 사회인이었던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없어진 것 같아서요. 다른 엄마들은 저렇게 의연하게 해내는데 왜 나만 이런 건지, 모성이 없는 건지 죄책감도 들었다고 털어놓더군요.”


그녀 역시 오래전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터라 그런 후배의 마음이 온전히 이해가 됐다. 살다 보면 육아의 어떤 순간은 분명 ‘엄마의 역할’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하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 시간이 그리 긴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잠깐 무게중심을 옮겨놓고 살다가 다시 밸런스를 맞추면 된다. 

아이가 엄마의 손을 벗어나는 만큼 조금씩 엄마가 아닌 다른 역할, 독립된 개인으로서 자신을 찾아오면 되는 것. 그러니 아이를 키우는 그 시기에, 엄마의 가슴이 수유의 역할에 집중되는 것에 그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또한 자신의 여성성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 오지를 여행하는 오소희 씨가 언제나 긴 머리를 고수하는 것도 그녀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신’이 있기 때문.
이메일이나 블로그를 통해 많은 엄마들이 그녀에게 직장과 육아 사이의 갈등, 자신의 모성에 대한 의문 등 고민을 토로한다. 가령 ‘아이가 백일인데 일이 너무 하고 싶다’는 엄마의 고민이 올라오더라도 그녀는 해줄 말이 별로 없다. 그런 고민을 해본 적도, 비슷한 갈등 상황에 놓여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읽고 같은 고민을 해본 선배 엄마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할 때 얻을 수 있는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조언해준다. 그녀의 블로그는 그런 고민과 위로를 나누고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가 선택하는 순간’을 방해하지 마라 

여행지에서는 아이를 내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기 좀더 수월해지더라는 게 그녀의 경험이다. 우리는 아이와 매일 붙어 지내면서 같은 일상을 반복하기 때문에 아이와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늘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것을 요구하고 그 어긋남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다치곤 한다. 

사실 우리나라 엄마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아이와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습관’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그 분리가 잘 이뤄지게 도와준다.
어차피 모든 아이들은 부모와 다른 시간 속에서 부모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부모의 복사본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부모는 이 당연한 사실을 곧잘 망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의 미래가 나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봐 조바심을 낸다. 

사실 조금만 돌아보면 알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당연히 완벽한 지혜도 가지고 있지 않다. 아이에게 내 방식을 따르라고 하는 것보다 아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겪고 스스로 미래를 맞이할 기회를 주는 편이 훨씬 현명한 이유다. 부모는 그저 ‘아이가 선택하는 순간’을 방해하지 말고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하고 격려해 주면 된다.
아이와의 여행을 꿈꾸는 엄마들에게 그녀는 ‘꼭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우리 어디로 여행 갈까?’와 ‘오늘은 뭐 하고 놀까?’에 대한 목표는 같기 때문이다. 세상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이와 함께 ‘엄마도 행복하고 싶은 것’이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공원에서, 시장에서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길거리 떡볶이를 사 먹으며 낄낄대며, 함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든 순간 또한 우리의 여행이고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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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발전을 이뤘습니다. 오늘도 그 속도에 맞춰 전진할 것을 강요받습니다. 
  •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는 그것이 무엇이든지, ‘인간적인 속도’가 아닙니다. 

  • 더 큰 만족을 위해 지금의 욕구를 참아내는 능력을 만족지연능력이라 합니다.심리학자들은 만약 우리나라 아이들, 공부, 공부, 공부에 유아기부터 다른 모든 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우리 아이들, 그들의 만족지연능력을 측정해본다면 OECD 회원국 중 최고일 거라고 말합니다. 
  • 일, 일, 일, 아니 돈, 돈, 돈에 다른 모든 것이 밀려나는 어른들. 그들의 만족지연능력도 아마 못지않을 겁니다.

  • 여기, 
  • 우리와 정반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남미의 라티노들, 
  • 그들에게서 받은 경박함을 드립니다. 
  • 내일이나 모레를 짊어지는 건 너무 무겁다고, 
  • 오늘은 오늘만 생각하자고,
  • 일단 물고,
  • 일단 빨고,
  • 일단 사랑하고 보는
  • 그들의 열정을 드립니다.

  • 오소희 저,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프롤로그 중에서

 


아이들에게 여행만큼 ‘응축적인 배움’은 없다. 새로운 음식을 먹거나 피부색이 다른 손을 잡거나 말이 통하지 않아 보디랭귀지에 골몰해 보거나 버스를 놓치고 애가 닳아 다음 버스 노선을 살피면서도 얻은 배움의 가치가 학원 의자에 앉아 연필을 잡고 배우는 것보다 작지 않다고 믿는다.

 

 

세 살 아이와 떠난 터키 배낭여행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로 수많은 엄마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여행작가 오소희 씨. 라오스, 아프리카에 이어 이번에는 남미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아이와 여행을 다녔던 지난 10년,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사진
이주현
촬영협조
카페 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