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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무관심한 남편의 육아 참여, 인내가 필요해요

Q 24개월 된 딸과 백일 앞둔 아들을 키우는 30대 초반 워킹맘이에요. 첫째 때는 일하면서도 어떻게든 저 혼자 감당이 됐는데, 아직 목도 못 가누는 둘째까지 있으니 너무 힘에 부치네요. 

남편은 제가 애원하지 않으면 애들 목욕 한번 해주지 않아요. 오히려 전업주부인 회사 동료의 아내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불평만 늘어놓습니다. 애들 앞에서 싸우기 싫어서 좋은 말로 도와달라 얘기해봐도 너무 피곤하다는 말뿐이에요. 똑같이 직장 생활하는 저 또한 피곤한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ID MJ

 

MJ 님, 정말 힘드시겠네요. 사실 아빠의 육아 참여는 절실히 필요하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남편은 많지 않지요. 다 자란 성인 남성을 아이 돌보는 일에 끌어들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그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해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첫째, 남편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을 테니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1~2년 안에 변한다면 환상적인 일이고, 어쩌면 10년, 20년이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때라도 변화가 있다면 반가운 일이지요.

그 후로도 몇십 년을 함께 살아야 하는 관계니까요. 그러니 단기간에 변화할 것을 기대하면서 조바심내거나 너무 강하게 몰아붙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감정 소모가 심해지면 지레 지쳐 포기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정 힘드시다면 가사도우미나 육아도우미의 힘을 빌리는 것도 방법이에요.
 

두 번째, 제가 이 칼럼에서 몇 번 강조했지만 남성들은 여성들의 감정적인 공격을 무척 싫어합니다. 원론적이고 논리적인 말투로 따지는 것도 질색하지요. 그냥 막연하게 나 좀 도와주지, 힘들어 죽겠단 말이야, 아이하고 놀아줘, 하시면 남성들은 공연히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도망치고 싶어 합니다. 

러니 가능한 한 쿨하게 시작과 끝이 명확한 구체적인 요청을 하세요. 오늘 저녁 설거지 좀 부탁해, 거실 청소 좀 해주면 좋겠네, 방에 가서 아이한테 동화책 한 권만 읽어줘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다음엔 ‘습관 들이기’를 시도해보세요. 이 또한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매일 또는 일주일에 2~3번 아이와 30분 책 읽어주기, 공원 데려가기, 일주일에 한두 번 혼자 아이 봐주기 등을 유도하는 겁니다. 남편이 이런 일들을 마치고 나면 칭찬이나 감사의 표현을 잊지 마세요. 남편의 협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얘기해주면서요. 

 

세 번째, 이런 요구가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려면 무엇보다 남편에 대해 잘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편의 생활은 요즘 어떤지, 힘든 일은 없는지 대화를 통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아내에게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어떤 식으로든 보답하게 마련이니까요.
또 남편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어떤 방식의 의사소통이 가장 효과적인지, 어떤 일을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답니다.
 

MJ 님, 이외에도 가능한 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세요. 개인에 따라 특기가 다르겠지만 설득, 설명, 애원, 애교, 투정, 눈물, 침묵 등 무엇이어도 좋습니다. 아이들을 동원해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방법도 좋아요. 감

정적인 싸움을 피하라 했지만 정말 절박할 때는 분통을 터뜨리셔도 괜찮습니다. MJ 님이 가진 삶의 지혜를 모두 동원해 끈기 있게 남편을 설득하고 투쟁하고 변화시키세요.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군…’ 하며 고개를 저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삶이란 원래 쉬운 일이 별로 없는 법이잖아요. 서로 갈등하고 화해하고 노력하고 공을 들이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예의와 속 깊은 애정이 생긴답니다. 그 의미 있는 결과를 포기하지 마세요!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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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미라
일러스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