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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킴의 자존감 높이는 육아법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좋은 습관을 들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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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좋은 습관을 들이는 일입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우리 부모님은 유치원을 운영하셨다. 그래서 우리 집 뒷마당에는 놀이기구 많았다. 주로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신나게 놀았지만, 가끔 등교 전에 들르기도 했다. 

하루는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뒷마당에 들렀다가 한눈을 파는 바람에 놀이기구 모서리에 눈두덩을 찧고 말았다. 연약한 눈두덩은 삽시간에 부어올라 엄청 아팠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그 순간 ‘아, 이렇게 다쳤으니 오늘 학교 안 가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상황은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 상처를 찬찬히 들여다보신 엄마는 “많이 아프지? 하마터면 눈을 다칠 뻔했구나. 앞으로는 좀더 조심해서 다니렴” 하고 다독일 뿐 학교를 가지 말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엄마는 뾰로통해 있는 나를 꼭 안아주면서 달걀 한 개를 내미셨다. “곧 괜찮아질 거야. 달걀로 눈두덩을 문지르면서 가면 학교에 도착할 즈음엔 다 가라앉을 거야. 그럼 오늘도 학교 잘 다녀와라.”
그날 나는 눈두덩의 통증과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겹쳐 울면서 학교에 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학교에 도착해 친구들을 만난 순간 엄마에 대한 서운함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부어올랐던 눈두덩도 학교 수업을 받는 동안 스르르 가라앉았다. 


단 내 경우뿐만 아니라 오빠와 남동생도 당장 입원할 정도로 아픈 게 아니고서는 절대로 학교를 거르는 법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형제는 학교를 결석하면 큰일이 나는 것으로 여겼다. 

어른이 되어 가끔 그때 상황을 떠올려볼 때가 있다. 만일 엄마가 다친 나를 보며 학교를 빠지게 했다면 아마도 나는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학교에 가지 않을 궁리부터 했을 것이다.

사실 하루쯤 학교에 안 간다고 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문제는 한 번 학교에 가지 않은 경험이 가져올 후폭풍에 있다.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학교를 빠져본 아이는 비슷한 상황에 닥치면 이번에도 학교에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에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에서도 결석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모든 습관에는 ‘처음’이 존재한다. 그 처음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나쁜 습관이 되기고 하고 좋은 습관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은 습관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습관부터 씻는 습관, 옷 갈아입는 습관, 화초에 물 주는 습관, 밥 먹는 습관, 잠자는 습관 등등 같은 일의 반복으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습관은 그 사람의 삶을 완성하는 낱낱의 퍼즐인 셈이다.
엄마는 아이가 스스로 좋은 습관을 들일 능력이 생길 때까지 아이의 삶에 좋은 습관의 퍼즐이 맞춰질 수 있도록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모르는 사이 몸에 밴 나쁜 습관은 길들여진 속도에 비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를 올바로 키운다는 건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엄마’, ‘맘마’ 같은 말을 익히게 하고 걸음마를 연습시킬 때처럼 어떤 ‘처음’이든 이것이 내 아이의 평생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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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세핀 킴은요… 
  • 하버드대 하버드대 교육대학 원 교수. 지난 15년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다니며 자녀교육으로 고민하는 부모와 아이들을 상담해왔으며, 육아서<우리 아이 자존감의 비밀> 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지난 10월 첫 아이를 출산했다.

Credit Info

기획
김형선
조세핀 킴(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일러스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