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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밥 먹어야 하는 이유 (1)

엄마가 알아야 할 식탁의 효과

바쁜 일상 탓에 간단한 상차림으로 아이 식사만 따로 챙겨주는 집이 늘고 있다. TV를 틀어둔 채 엄마는 집안일을 하고 있고, 아이 혼자 밥 먹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하지만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다는 건 단지 배를 채운다는 의미는 아니다.


함께 먹는 밥상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의 인류학 교수인 로빈 폭스는 ‘가족 식사가 단지 음식을 먹는 행위일 뿐이라면 튜브로 입속에 음식을 밀어 넣으면 된다’고 역설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폭스 교수가 강조했듯 가족이 함께 식사하며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훨씬 이상이다.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 공급의 차원을 넘어 올바른 식습관을 몸에 익히고, 가족 간의 친밀감을 돈독히 쌓으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등 매우 사적이면서도 열린 공간을 누린다는 뜻. 
하지만 최근 들어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 같이 밥을 먹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각자의 편의에 맞춰 그때그때 간단하게 상을 차리는 일이 많아졌다. 도시 가족들의 저녁 시간이라는 게 대부분 뒤로 늦춰진 터라, 아이의 저녁식사는 아이 생활 흐름에 맞춰 일찌감치 따로 차려주는 집도 많다. 
또 모처럼 가족이 모여 한 상에서 식사하게 되더라도 아이 특유의 산만함과 호기심 때문에 애당초 아이와의 겸상은 포기하는 경우도 흔하다. 아이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한 숟가락씩 떠먹이거나 아예 TV 앞에 밥상을 놓고 아이 혼자 밥 먹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 되어버린 것. 
이처럼 핵가족 위주의 바쁜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가족 식탁’이 사라져가고 있다.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어야만 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식사 시간은 제각각 바쁘게 보낸 가족 구성원들이 모처럼 자신의 하루 일과를 풀어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소중한 자리.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가다 보면 가족의 결속력은 더욱 탄탄해지고 정서는 풍요로워진다. 
가족 식탁의 중요성은 단지 정서적 이유에만 머무르지 않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식탁이야말로 다양한 주제의 고급 대화가 오가는 자리이기 때문에 한창 자라는 아이의 인지 발달에 놀랄 만한 자극제가 된다는 것.
이밖에도 우리가 알아야 할 가족 식탁의 중요성은 한둘이 아니다. 그간 잊고 있던 ‘가족 식탁’의 의미, 그리고 ‘식구(食口)’라는 말이 지닌 뜻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PART 1. 엄마가 알아야 할 ‘식탁 효과’
함께하는 식탁에서 ‘심리적 포만감’을 얻는다
일본 NHK 방송에서 아이들의 식탁과 건강 실태를 분석하고자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조사의 과정으로 아이들에게 집에서 밥 먹는 모습을 그려보라 했는데, 평소 혼자 밥을 먹는 아이들이 그린 식탁 그림은 조금 남달랐다. 
식탁에 다른 가족의 자리는 아예 없었으며, 밥 먹는 그림 속 아이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고 심지어 눈과 코가 없는 그림도 있었다. 조사 결과 가족 식사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영양 결핍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일본 아키타 현의 식생활 연구에 따르면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많은 아이일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데다 학업 성취도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사랑이 넘치는 식탁은 아이의 정서를 안정되게 해준다. 
솔솔 피어오르는 갓 지은 밥 냄새, 간장에 졸인 맛깔난 반찬, 동네 구석구석에 퍼지는 생선구이 냄새를 맡으며 식사를 하다보면 바빴던 하루 일과의 피로가 싹 풀린다.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모이는 저녁식사 시간은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배부름은 물론 심리적 포만감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 것. 가족 식탁이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온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식사 할 때면 뇌에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안정감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부모형제를 비롯해 친근한 사람과 밥을 먹을 때면 옥시토신 분비가 왕성해지며 정신적 만족감과 편안함을 주는 역할을 한다.

함께 먹으면 편식이 줄어든다
2010년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가족들과 식사 횟수가 많을수록 과일 및 채소, 칼슘이 풍부한 음식, 섬유소 등 성장에 필요한 주요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하고 탄산음료나 음료수는 더 적게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 소아학회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않는 아이들이 영양도 불균형하고 체력이 떨어지며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고 발표했다. 신체 증상과 관련된 스트레스 지수 또한 높게 나타났다. 
즉,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으면 편식도 줄고 영양도 고르게 섭취할 수 있다는 것. 유년기의 밥상이 아이의 평생 입맛과 식습관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부분이다. 어릴 때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개개인의 입맛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아기 식생활이 정말 중요하다는 뜻이다.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식사하면 아이의 식습관을 꼼꼼하게 체크해볼 수 있고 언니, 오빠, 엄마, 아빠가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라 먹게 되어 편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식탁은 교육의 장이자 가족문화가 전수되는 자리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행위는 가족이라는 개념과 그 유산, 그리고 신뢰로 맺어진 공동체를 인식한다는 의미도 있다. 가족 식사를 통해서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를 관찰함으로써 가정의 전통을 알게 되고, 영양가 있는 식품을 접하며 좋은 식습관을 익히게 된다.

또,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대개 식탁에서 관련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족 특유의 시각으로 걸러지고 정리되며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아이는 어른들의 대화를 들으며 문제의 해결 방식을 배운다. 식탁이 일종의 교육의 장이 되는 것이다.

아이는 식탁에서 폭발적인 어휘를 획득한다
하버드대에서 장기간에 걸쳐 미취학 아동의 언어 습득 능력에 관련해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진은 평소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놀이 시간을 많이 갖는 고소득층 부모를 둔 아이들이 당연히 언어 능력 또한 높을 거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실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아이의 언어 능력 및 학습능력은 경제능력, 교재교구의 활용도, 독서 환경에 따른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식사의 횟수에 비례해 높아졌던 것. 학습적 자극이 많지 않은 환경에 놓인 아이라 할지라도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많은 아이는 중산층 혹은 학습 자극이 풍부한 아이들의 언어 능력을 능가했다. 좀더 세밀하게 분석해본 결과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할 때면 다른 어떤 상황 보다 수준 높고 다양한 어휘가 오가고 있었다.
이는 부모들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 평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공부를 가르칠 때에는 부모부터 의식적으로 아이 수준에 맞는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식탁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족의 대화’가 진행된다. 

2년간의 연구 결과 놀랍게도 아이들이 사용하는 2000여 개의 단어 중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나왔던 단어는 140여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족 식사 중 나온 단어는 무려 1000여 개에 달했다. 

식탁에서의 대화 소재가 풍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기 다른 연령대의 식구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식탁은 언제나 이야깃거리로 풍성하다. 달걀을 먹으며 닭이 어떻게 알을 낳는지 이야기할 수 있고, 생선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바다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식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오만 가지 대화도 오가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꽤 어려운 ‘어른들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 매 식사 시간마다 또래에게선 듣지 못하는 단어와 언어 표현에 노출되니 언어 능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전제는 가족 식탁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 또한 함께 밥 먹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보다 10배에 가까운 어휘를 가족과의 식사 중에 배운다는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가 납득되는 대목이다.

  • 가족 식사를 통해 부모가 얻는 것
  • 대화 많은 가정 
  • 식사 시간에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간다. 특별한 목적을 위해 인위적인 대화 시간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 아이의 생각을 수시로 들어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확보되는 것. 

  • 가족 간 위계질서 
  • 가족식사라는 테두리 속에서 위계질서 및 예절을 배울 수 있다. 더불어 식사 시간을 통해 부모님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 트러블 발생 시 수월한 대처 
  • 매일같이 일정하게 진행되는 틀 안에 있다 보면 하루 동안 있던 일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게 된다. 아이의 일상생활을 잘 이해하게 되므로, 특별한 일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 진다.

바쁜 일상 탓에 간단한 상차림으로 아이 식사만 따로 챙겨주는 집이 늘고 있다. TV를 틀어둔 채 엄마는 집안일을 하고 있고, 아이 혼자 밥 먹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하지만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다는 건 단지 배를 채운다는 의미는 아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사진
이성우,이성근
모델
배규나(5세)
도움말
한춘근(한국아동발달센터 목동점 소장), 박여정(삼성사과나무 소아청소년과 상담연구원)
일러스트
최서인(6세)
장소협조
비플러스엠(www.bpl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