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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어주기의 기술 (1)

그림책 어떻게 읽어줄까?

그림책은 아이 혼자 보기보다 어른이 ‘읽어줘야 하는 책’이다. 눈으로 그림을 보고 귀로 이야기를 들을 때 비로소 완벽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게 바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어떤 그림책을 사줄지, 또 얼마나 많이 읽어줄지 고민하기 전에 ‘어떻게 읽어주느냐’부터 생각해보자.


그림책은 ‘읽어주는’ 책이다
그림책을 사는 사람은 어른이지만 그 책을 보는 건 아이다. 이는 그림책이 아이 스스로 읽기보다는 어른이 읽어주는 책이라는 의미. 설령 어른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소리내어 책을 읽어준다면 그 경험이 얼마나 새로운지 알게 될 것이다. 
평소 눈으로 속독했던 글귀를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면 머릿속에서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는 것처럼 풍부한 공감각적 이미지가 떠오르며 내용을 음미하게 된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귀는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에 온전하게 집중하게 되고, 눈은 책 속 그림을 따라가게 된다. 즉, 청각을 통한 말의 세계와 눈으로 읽어낸 그림의 세계가 아이 속에서 하나로 버무려져 ‘그림책 보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는 아이 혼자 책을 볼 때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혼자 책을 볼 때는 눈으로는 글자를 좇아가고 다시 그림을 보기 때문에 이 둘 사이에 시간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시간차를 하나로 일치시키기가 아이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엄마가 책을 읽어줄 때는 두 세계가 완전하게 합일된다. 청각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가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여기에 아이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야기 세계가 펼쳐진다. 이것이 바로 ‘그림책 읽어주기’의 힘이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대화는 있지만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적인 이야기는 주로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음을 통해 접하고 있는 것.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줘야 하는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그것도 가장 친밀하면서도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엄마의 음성을 통해 듣는다는 것은 아이에게 매우 특별한 체험이자 꼭 필요한 경험이다. 엄마 아빠가 그림책을 반드시 읽어줘야 하는 이유다.

Step 1 일단 무조건 읽어줘라
글자를 알든 모르든 읽어준다 
그림책은 한글을 깨친 다음에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한글을 모른다고 보지 못할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 한글을 익히기 위해 보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그림책을 본다는 것은 한글을 깨쳤느냐와 상관이 없다. 
간혹 그림책이 글을 익히는데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짚어가며 읽어주기도 하는데 이는 절대 삼가야 할 행동. 아이에게 책은 순수하게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이지 글자를 배우기 위해 보는 게 아니다. 그러니 아이가 글자를 알든 모르든 편안하게 읽어주자. 엄마의 ‘사심’이 없어야 아이도 엄마도 그림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TV, DVD 속 동화가 엄마를 대신할 순 없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전문적인 성우의 내레이션이 더 좋을 거란 생각에 CD나 DVD를 통해 이야기 동화를 들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스마트폰으로 플래시 동화 같은 영상물을 틀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안에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의 관계맺음이 빠져 있다. 아이가 TV나 컴퓨터 등 멀티미디어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보았을 때와 엄마가 옆에서 직접 책을 읽어줄 때 반응하는 뇌 활동은 전혀 다르다. 
미디어를 통한 활동은 스토리에 따라 화면이 흘러가는 것을 그냥 지켜보게 된다. 그저 빠른 속도로 이미지와 소리가 흘러갈 뿐이고 아이의 뇌는 이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상상의 힘이 작용할 여지가 없다. 
흔히 소설을 영화화했을 때 ‘책만 못하다’라는 평을 듣는 이유도 어떤 면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 세계가 훨씬 창의적이고 임팩트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 Plus Info. 구연동화 하듯 읽어주기 VS 차분하게 읽어주기
  • 3세 이전 아이라면 ‘패런티즈’가 적합하다
  • 아이에게 말을 걸 때나 책을 읽어줄 때 “어머, 우리 아기가 그~랬구나~!”, “커~어다란~ 사과가 ‘쿵’ 떨어졌네!”, “아~주 아~주 자그마한(점점 작은 목소리로) 토끼가 살았대요!” 식으로 구연동화 하듯 들려준다면 ‘패런티즈’를 잘하는 엄마라 할 수 있다. 
  • 패런티즈(parentese)란 엄마가 아이와 대화를 하거나 얼러줄 때 평상시 목소리보다 높은 톤으로 단어를 길게 늘이며 말하는 방법을 일컫는 전문용어. 일반적으로 아빠에 비해 엄마가 이러한 언어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마더리즈(mohterese)’라 부르기도 한다.
  • 발달심리 전문가들은 과장해서 연기하는 패런티즈를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며 언어 발달 및 촉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2~3세 미만의 어린 아이일수록 엄마가 패런티즈로 말할 때 훨씬 더 집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도 일반적인 성인의 말투보다 패런티즈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 패런티즈는 일상 언어생활뿐 아니라 그림책을 읽어줄 때도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우리말은 영어나 중국어에 비해 음의 고저나 음폭이 제한적이라 음운이 낮고 단조로우니 3세 미만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최대한 리듬감을 살려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것이 책에 집중시키는 방법이다. 의성어, 의태어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바꾸어 읽어주면 그림책에 보다 흥미를 느낄 것이다. 

  • 3세 이후에는 ‘과장’ 대신, 차분하게 읽어주는 것도 좋다
  • 앞서 이야기했듯 그림책은 어느 정도 감정을 살려 읽어주는 것이 좋다. 느낌을 살려 읽어주다 보면 엄마도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고 듣는 아이 역시 더욱 흥미로워한다. 
  • 하지만 매번 읽어줄 때마다 무조건 구연동화 하듯 극화하고 지나칠 정도로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칫 엄마의 감정에 치우쳐 내용이 잘못 전달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이해하기 시작한 만 2~3세 이후의 아이라면 이제는 좀더 차분한 낭독법을 시도해야 한다. 
  • 특히 3세 이후 아이라면 차분한 낭독법이 오히려 아이 스스로 상상하며 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물 흐르는 듯한 느낌으로 극적인 표현 없이 책을 읽어주자. 
  • 차분한 분위기가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고 단조로운 낭송이 아이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목소리의 톤을 과장되게 높이기보다는 아이의 반응이나 줄거리의 흐름에 맞춰 읽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상황에 맞게 효과를 넣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림책은 아이 혼자 보기보다 어른이 ‘읽어줘야 하는 책’이다. 눈으로 그림을 보고 귀로 이야기를 들을 때 비로소 완벽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게 바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어떤 그림책을 사줄지, 또 얼마나 많이 읽어줄지 고민하기 전에 ‘어떻게 읽어주느냐’부터 생각해보자.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사진
박용관
모델
차서안(3세)
도움말
박여정(삼성사과나무 소아청소년상담센터 연구원)
장소협조
시소스튜디오(www.seesawstudi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