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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지혜로운 아내는 남편을 바꿀 수 있습니다.

On December 16, 2011


Q 저랑 남편은 14살 차이가 나요.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빠처럼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이 좋더라고요. 다정다감하진 않았지만 듬직해서 맘에 들었어요. 

그런데 결혼 5년차인 지금, 마치 영감님하고 사는 느낌입니다. 바로 아래층에 큰아이 친구가 사는데, 육아는 물론 집안일까지 도와주는 그 집 아빠와 너무 비교가 되는 거예요. 

남편은 평소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무슨 일만 있으면 “여보~” 하며 저를 불러요. 남편은 그대로인데 제가 이상형이 바뀌었나 봐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ID 하은맘

이상형이 바뀌셨다니 축하할 만한 일이고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어른들도 죽을 때까지 변화를 거듭하며 성장해야 하니까요. 문제는 이전에는 괜찮던 일이 불편하게 느껴지신다는 거지요. 

그런데 저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네요. 과연 남편이 하은맘 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었을까요? 많은 상담을 해보았지만 진짜 듬직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은 아내의 상황을 그렇게 외면하지 않습니다. 

남보다 좀 둔해서 구체적인 일상사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분은 아닐까요? 또 지금은 가벼운 우울증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남성들은 우울할 때 집에서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남편에 대해 듬직하다거나 영감님 같다고 판단하셨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일종의 투사입니다. 내 마음속의 생각을 상대에게 씌워놓고 상대가 정말 그런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오해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상대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심층적인 심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할게요. 하은맘 님의 표면 의식은 아빠처럼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하지만, 무의식은 지금의 남편처럼 여리고 어린아이 같은 내면을 가진 사람에게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모성애 같은 걸 느끼셨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자, 이제 ‘나 자신’의 문제로 돌아와보죠. 하은맘 님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자신이 생각하듯 부성애가 많이 필요한 나약한 사람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제가 추측하기에 어려움이 많지만 하은맘 님은 아버지의 보호 없이도 건강하게 성장한 강한 분입니다. 

가족 환경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남편 없이 홀로 자식을 기르신 어머니를 보면서 자란 딸이기도 하고요. 결혼 생활 5년 동안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이 생각보다 강인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느낀 적이 있을 거예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겉으로는 아빠 같은 남자와 딸 같은 여자의 결합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아들 같은 남자와 강한 어머니 같은 여자가 공명했을 수 있어요. 시간이 흘러 상황이 변했고 변화한 상황에 맞게 두 분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본성이 드러난 것이고요. 

이제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셔야 합니다. 자신의 기대와 상관없이 그가 지닌 특성과 장점, 단점, 그의 불안과 어려움, 그가 할 수 있는 것과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것들을 말이죠. 

무엇보다 남편이 가진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해 그의 눈높이에서 대화하셔야 합니다. 남편에게 무엇이 힘든지 설명하고 어떻게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지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가르치세요. 

이웃집 남편과 비교하는 일은 역효과가 날 뿐이라는 거 누구보다 잘 아시죠? 아들 같은 남편과 사는 여성들은 남편보다 강하고 지혜롭다는 특성이 있어요. 또 그런 여성들이 안고 가야 하는 짐이 있습니다. 

남편의 변화를 위해서는 많이 가르치며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무력한 아내의 길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힘내시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힘들 땐 공감할 수 있는 여성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세요.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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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이명희 기자
박미라
일러스트
경소영

2011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이명희 기자
박미라
일러스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