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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아이를 키우는 일, 엄마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On December 15, 2011


Q 저는 결혼 전 유능한 헤어디자이너였어요. 결혼하고 임신을 하면서 일을 그만뒀죠. 제법 큰 헤어숍에서 일했고 연봉도 높았던 터라 아이를 낳고도 얼마든지 다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취업이 되질 않네요. 얼마 전 디자이너 후배에게 들으니 아이가 있으면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안 뽑는다는 거예요. 

이력서에 미혼이라고 쓰고 연봉도 낮추라고 하더군요. 이게 현실이라네요. 주위에서 요즘 트렌드를 따라잡기도 벅찰 거라고 말하는데 자존심도 상하고 이게 다 결혼과 임신, 출산 때문인 것 같아서 속상해요. 일을 쉰 지 4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저 혼자 퇴보한 느낌입니다. ID 별이엄마

이번엔 심리 상담이 아니라 인생 상담을 해야 할 듯합니다. 저도 별이엄마 님과 똑같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훨씬 더 성숙하고 강해졌는데 세상은 그런 나를 알아봐주지 않고 경력 단절이라는 딱지만 붙여주더군요. 

몇 년 뒤처진 기술을 따라잡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그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 인성이 더 중요한데 말이죠. 먼저 별이엄마 님에게 위로의 말부터 건네고 싶네요. 그리고 아이를 키운 뒤 다시 사회로 나가 일하고자 하는 생각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런데 별이엄마 님, 어쩌죠? 우리의 직장 문화가 주부나 아이 엄마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고, 그 문화가 너무 강고해서 쉽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속상하긴 하지만 지금 당장 그 문화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 지혜로운 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사회가 강요하는 핸디캡, 한계를 인정하는 겁니다. 아이 때문에 직장 일을 소홀히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라는 한계 말이지요. 물론 심리적으로 열등감이나 위축감 같은 걸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들이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지? 그래, 좋아. 바로 그 상황에서 시작하겠어.’ 이런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면 그다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 어떤 선택이든 일단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겠지요. 물론 욕심을 모두 접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혜로운 협상을 하라는 것이고, 또 상황을 수용하면 의외의 행운이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별이엄마 님, 인생을 길게 보면 아시게 될 겁니다. 지금의 손해가 영원한 손해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요. 지금은 남들보다 억울한 듯한 시작일지라도 몇 년 지나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어요. 그날의 손해가 오히려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날이 올 겁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렇습니다. 한 생명의 탄생과 양육이라는 더없이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을 하는 데는 그만한 희생이 따른답니다. 개인이나 인류가 성장하는 데는 언제나 또 다른 측면의 희생이 요구되었으니까요. 

그건 여성과 남성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런 희생을 의연하게 감수하는 것도 참으로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의 손해, 지금 느끼는 억울함에 너무 오래 머물며 전전긍긍하지는 마세요. 

그럴 시간에 한발 앞으로 나아가세요. 그 첫 발자국이 미미할지라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저력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후배 엄마들이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선배가 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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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이명희 기자
박미라
일러스트
경소영

2011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이명희 기자
박미라
일러스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