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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씨의 그림책을 통해 본 아이 심리

‘그림자’는 나와 싸우는 또 하나의 나

On October 07, 2011


‘그림자’는 나와 싸우는 또 하나의 나 

아이들은 언제부터 ‘그림자’를 알게 될까? 어떤 연구에 따르면 생후 30개월 무렵이 되면 그림자를 안다고 한다. 자신이 모양을 바꾸면 그림자도 모양을 바꾸고, 자기가 움직이면 그림자가 따라 움직이는 걸 알아채는 것.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인지하는 시기와 비슷하다.
그림자는 거울만큼 선명하지 않지만 그보다 더 신난다. 색도 변하고, 크기도 변하고, 개수까지 변한다. 선명하지 않아 오히려 더 재밌게 놀 수 있다. 아빠의 손이 새가 되기도 하고 멍멍이도 된다. 또 옆으로 기는 게가 되기도 하고 닭이나 뱀도 된다. 

박정선이 글을 쓰고 이수지가 그림을 그린 <그림자는 내 친구>는 그림자의 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종이를 오려서 모양을 만들고 실제로 빛을 비춰 그림자를 만든 아이디어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와 함께 종이를 오려 그림자놀이를 해보면 금세 그림자 박사가 될 것이다.
최숙희 작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누구 그림자일까?>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우산과 안경, 장화와 털모자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사물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림자일 뿐 실제로는 박쥐와 뱀, 불도그와 뱀이 귀여운 얼굴로 나타나는 반전을 선사한다. 특히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 갈 무렵 아이들의 상상력에 불을 붙인다.

누구에게나 잘난 부분과 못난 부분이 있다. 못난 부분도 분명 ‘나’이지만 이를 ‘쿨하게’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과 괴리감은 어쩔 수 없는 것. 이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면 급기야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아예 몸에서 쫓아버리려 한다.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것’ 그림자와 꼭 닮아 있다. 
<내 그림자에 오줌 싸지 마>는 이러한 그림자의 심리적 의미를 탐색한 귀한 그림책이다. 주인공 발렝탕은 그림자가 신기하다. 크기도 색깔도 달라지지만 자기를 늘 따라하며 자기와 함께하는 그림자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길에 오줌을 싼 이후 그림자는 발렝탕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쫓아오며 화를 내고 발렝탕이 하는 행동을 정반대로 한다. 발렝탕이 팔을 들면 그림자는 물구나무를 선다. 
겁이 나고 화도 난 발렝탕은 여자친구와 그림자를 바꾸지만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마음에도 들지 않는다. 발렝탕이 발로 뻥 차서 산산조각이 난 그림자는 제멋대로 변한다. 자전거가 되었다가 하늘을 나는 돼지도 되고, 못난이 마녀가 되어 발렝탕을 빗자루에 태우고 하늘을 날다가 땅에 떨어져 발렝탕을 다치게 한다. 
결국 발렝탕은 바닥을 구르며 그림자와 다툰다. 자신의 약한 부분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용기를 발휘하는 발렝탕은 어쩌면 어른보다 성숙한지도 모른다. 그림자가 나의 것이듯 내 약한 모습도 소중한 내 일부다. 

이수지의 <그림자놀이>를 읽다 보면 머릿속 깊은 곳에 작고 어두운 아이의 방이 생기고 그곳에 불이 켜진다. 그 방은 빛이 있고, 잡동사니가 있고, 아이가 있다. 아이는 어쩌면 엄마에게 야단맞아서 그곳에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는 멈추지 않는다. 놀이를 한다. 상상을 한다. 상상 속에서 두려움을 이기려 노력한다. 세상을 자기 품에 넣으려고 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란다. 어쩌면 자라지 못하는 것은 어른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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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천석씨는요…  
  •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이자 그림책 읽기를 취미라고 이야기하는 소아정신과 의사. 실제로 몇 권의 그림책을 쓰기도 했다. 방송 출연과 신문 기고 등의 활동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와 부모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 트위터(@suhcs)를 통해 부모들이 꼭 새겨야할 육아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서천석(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제공
보림

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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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보미 기자
서천석(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제공
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