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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씨의 그림책을 통해 본 아이 심리

바다 그림책의 신비한 매력



바다 그림책의 신비한 매력

어린아이에게 ‘바다’는 이해하기 버거운 대상이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깊이와 무한함을 알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폭신하게 느껴지는 모래, 찰랑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물결만으로도 바다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숨쉬는 듯 들락거리는 파도의 리듬을 보면서 묘한 안정감을 얻는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지만 깊이는 알 수 없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한없이 신비로운 공간, 빠져들기 두렵지만 또 한 번쯤은 들어가 보고도 싶은 곳. ‘바다’는 늘 아이를 설레게 만든다.

아이들이 바다에 열광하는 첫 번째 이유는 ‘물’이다. 아이들은 물을 좋아한다. 몸에 닿는 물의 느낌이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나에게 파고들지 않는 물. 우리가 진정 원하는 관계도 그러하다. 나를 감싸주길 원하지만 내 안으로 들어오는 건 싫다. 
‘모래’는 아이가 바다를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다. 모래는 아이들의 영원한 장난감이다.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고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마리알린 비뱅이 그림을 그리고 콜렛 엘링스가 글을 쓴 <모래성을 쌓았어요>는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하는 놀이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파도를 따라 달려갔다가 도망치고 모래사장을 달리고 모래성을 쌓는다. 바다에 놀러 가본 아이라면 이 그림책을 보며 물과 모래와 더불어 놀았던 추억을 떠올리기 좋다.

샬롯 조로토의 <바다를 담은 그림책>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산골에 살아서 바닷가에 가보지 못한 아이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다. 아이는 바다를 본 적 없지만 엄마의 이야기로 바다를 만난다. 
황금빛 모래톱, 반짝이는 파도, 갈매기와 조개껍데기가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의 머릿속에 그려진다. 바다는 흔히 모든 삶의 근원, 모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엄마의 목소리로 듣는 바다는 좀더 공명이 크다. 바다는 엄마처럼 우리를 쉬게 하게 하고 무언가를 창조하도록 유도한다. 

이수지의 <파도>는 아이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아이는 처음에는 바다를 신기해한다. 새침해하다가 다가오는 물결에 놀란다. 
‘너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짐짓 센 척 호기도 부린다. 그러나 물과 떨어져 노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바닷물에 발을 내딛고 신나게 물장구를 친다. 그러다 높은 파도가 다가오자 겁을 먹는다. 
도망도 가지만 이내 약이 올라 맞서 대들다가 내리치는 파도에 된통 당한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파도는 아이 옆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주었다. 푸른 바다가 남기고 간 푸른 조개껍데기. 
고통은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고통이 무서워도 도망치지 않는다면 무언가 나에게 선물을 남긴다. 아이는 바다의 선물을 갖고 신나게 논다. 이제 잔잔한 바다와 하나가 된다. 
엄마가 불러 바다를 떠나야 할 시간이지만 아이의 옷은 바다의 색깔로 물들어 있다. 아이는 떠나지만 자신의 분신인 새는 바다에 남겨둔다. 바다는 계속 푸르다. 

바다는 감정을 상징한다. 잔뜩 갈등을 품고 있는 무의식을 의미한다.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할까 두렵지만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해선 피할 수만은 없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물에 들어가 세례를 받듯 어른이 되기 위해선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가야 한다. 
감정과 세상은 아이를 흔들지만 온전히 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이는 거기서 배우고 또 한 걸음 나아간다. 아이를 지켜보며 아이의 모습에서 배우는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은 겸손하기에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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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천석씨는요…  
  •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이자 그림책 읽기를 취미라고 이야기하는 소아정신과 의사. 실제로 몇 권의 그림책을 쓰기도 했다. 방송 출연과 신문 기고 등의 활동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와 부모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 트위터(@suhcs)를 통해 부모들이 꼭 새겨야할 육아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서천석(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자료제공
비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