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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씨의 그림책을 통해 본 아이 심리

좋은 잠자리 그림책의 조건



좋은 잠자리 그림책의 조건 

그림책 중에는 아이를 흥분시키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책도 적지 않다. 이런 책은 아이의 편안한 잠자리를 방해한다. 한 권 더, 또는 한 번만 더 읽어달라는 아이의 요구도 만만치 않다. 고상하게 책 읽어주기를 시도했으나 결국 큰 소리를 쳐서 아이를 억지로 재웠다는 부모의 슬픈 고백을 들은 적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잠들기 전에 읽어주는 그림책은 어느 정도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복잡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어 아이가 잠드는 것을 돕는 책이 좋다. 또 다양한 책보다는 익숙한 책 몇 권을 돌려가며 읽어주는 편이 낫다. 

과연 어떤 책이 좋을까? 아이의 발달 수준이나 부모의 취향에 따라 차이는 있다. 하지만 6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한 권의 책이 있다.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이 글을 쓰고 클레먼트 허드가 그림을 그린 <잘 자요 달님>이 그 주인공이다.
잠자리에 든 아이는 잠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침대에 눕는다. 아이에게 잠은 미지의 세계다. 잠든 뒤에 반드시 깨어난다는 확신이 아이에겐 아직 없다. 아직 죽음이란 개념은 없지만 자기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순간, 내 옆에 나를 도와줄 어떤 사람도 느껴지지 않는, 자야 할 순간은 알고 있다. 그래서 부모와 같이 잠자리에 들려하고 소중한 인형을 곁에 둔다.

일상에서 만나는 물건에 ‘잘 자요’ 인사하는 아이의 마음은 절실하다. ‘잘 자요 스탠드, 잘 자요 빨간 풍선, 잘 자요 작은 곰들, 잘 자요 의자, 잘 자요 먼지, 잘 자요 소리들….’ 반복이 가져오는 최면 효과만이 전부가 아니다. 
미지의 세계로 가기 전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물을 확인한다. 이들을 잠과 함께 다가오는 모험을 준비한다. 익숙함은 두려운 여행을 떠나는 아이의 유일한 동반자다. 아이는 잠이 들고 싶지 않아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다. 두려운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하나씩 마음속에 새기면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 위해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들과의 좋은 관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은 아이는 잠들기가 더 어렵다. 

이 책은 잠자리 그림책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운율이 아름답다. 잠자리에서 아이는 자장가를 듣듯 부모가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초록과 빨강 같은 강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중간 중간 회색조를 넣어 아이의 감각을 무디게 이끌어간다. 
작가는 비슷해 보이는 그림에 작은 변화를 여러 군데 숨겨두었다. 아이가 낮에 이 책을 보면 비슷해 보이는 그림에 숨은 작은 차이에 즐거움을 얻고, 이는 밤에 눈을 감고 엄마의 낭독을 들을 때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케이트 뱅크스의 <눈을 감아봐>의 주제도 동일하다. 아기 호랑이는 잠이 들면 온갖 두려운 일이 생길까 겁을 먹고 있다. 엄마 호랑이는 두려운 아이를 몰아세우지 않는다. 아이의 말을 받아주며 아이를 달랜다. 
여기서 그림책의 주인공이 호랑이란 점은 중요하다. 아이는 ‘호랑이도 무서워하니 나도 무서울 수 있는 거야’ 하며 위안을 얻고 두려움을 더 빨리 넘어설 수 있다. 

언급했다시피 잠자리 그림책은 운율이 생명이다. 의미만큼이나 아이 귀에 들리는 소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어지간한 그림책보다 자장가나 노랫말에 그림을 채워 넣은 책이 더 낫다. 
백창우의 <낮에는 해아기, 밤에는 달아기>는 돌이 안 된 아기를 키우는 부모에게 늘 추천하는 책이다. 칼데콧상 수상작인 <한밤에 우리 집은>은 <잘 자요 달님> 이후 정말 오랜만에 나온 아름다운 운율을 지닌 잠자리 그림책. 단, 한국어판에선 번역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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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천석씨는요…  
  •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이자 그림책 읽기를 취미라고 이야기하는 소아정신과 의사. 실제로 몇 권의 그림책을 쓰기도 했다. 방송 출연과 신문 기고 등의 활동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와 부모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 트위터(@suhcs)를 통해 부모들이 꼭 새겨야할 육아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서천석(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자료제공
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