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유투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연재기사

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자신의 모성을 의심하는 엄마들

On April 29, 2011


20여 년이 지난 얘기입니다. 나를 비롯해 곧 초보 엄마가 될 여성들이 몇 차례 모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임신, 출산, 육아 경험을 책으로 내보자고 의견을 모은 임신부 대여섯 명의 모임이었습니다. 
아직 티가 나지 않는 임신 초기 여성부터 만삭이 된 이들까지 예닐곱 명의 친구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때 우리는 광고나 TV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행복한 임신부가 아니었습니다. 기억하건대 대부분 걱정과 근심에 휩싸인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면 완전히 아이에 묶여서 활동이 너무 불편하겠지? 아, 괴롭다….”
“도대체 아이들을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왜 임신을 했을까?”
“부모로서 책임 져야 한다는 사실이 참 힘들어.”

사실 당연한 걱정입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최선을 다하도록 교육받은 세대였고, 누구의 엄마로 살기보다는 개인적 성취를 더 중요시하는 부모의 기대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래저래 부모가 된다는 게 부담스러웠으니까요. 
물론 그 부담감의 이면에는 부모로서 자격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부족감 같은 게 숨어 있었지요. 지금도 많은 여성이 그런 불안을 느낍니다.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고 생각될 때마다, 때로 아이가 귀찮게 느껴질 때마다 내게 모성이 부족한 건 아닐까,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나는 그런 엄마들에게 오히려 이런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모성에 대해 회의할 줄 알다니, 당신은 정말 완벽한 엄마입니다!
자신의 모성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할 수 있다면 우선 자기 조절이 가능한 엄마가 될 게 분명합니다. 자기를 되돌아볼 수 있다면 극단으로 가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뿐인가요. 
자신의 부족한 모성을 통해서 인간이 가진 빛과 그림자에 대해서도 고민한 엄마일 것입니다. 그런 엄마라면 아이를 이해하는 폭도 그만큼 크겠지요. 그러니 얼마나 다행이고 훌륭한가요. 

자, 이제 모성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성도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헌신적이고 희생적이며 어머니의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성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어머니만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아니고요. 고대 신화에서 보면 어머니신은 창조의 신이면서 죽음의 신입니다. 자비와 자애의 신이면서 동시에 분노와 전쟁의 신입니다. 희생과 헌신의 신이면서 반대로 질투와 변덕의 신이기도 합니다. 그
러나 이런 상반된 신의 성격은 모순이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완전함의 요소입니다. 창조가 있다면 소멸도 있어야 하고, 자비와 자애가 있다면 그런 큰 사랑을 지키고 보호할 단호함과 분노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지키려는 이기심 없이 어떻게 아이를 키울 힘을 가질 수 있을까요. 희생과 헌신만 존재하는 어머니로부터 자식은 과연 독립이 가능할까요.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아이가 한 개체로, 성인으로 성장해나가는 데 있어서 ‘나쁜 엄마’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전 어머니들도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자식을 너무 공들여 키우면 안 된다”고요. 
그러니 조금은 부족한 엄마가 되세요. 위대하고 완전한 엄마이기보다는 소박하고 인간적인 엄마가 되어 아이와 마주서세요. 영원한 엄마가 되기보다는 가끔 인간 대 인간으로 아이와 관계를 맺으세요. 그래야 아이가 엄마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되고 결국 엄마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게 된답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이 벌써 그런 상태라면 여러분은 이미 훌륭한 엄마입니다. 조금 부족한 모성, 부족한 엄마가 가장 훌륭한 엄마니까요. 그러니 가슴을 활짝 펴세요. 훌륭한 엄마의 또 다른 요건이 있다면 바로 당당함이니까요.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박미라

2011년 04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박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