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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의 여행 육아

엄마, 그대가 가장 소중하다

On November 20, 2017

 


강의 첫 시간에 나는 엄마들에게 한 줄 프로필을 말하게 한다. ‘나는 ○○이다’의 형태로. 나는 엄마다. 나는 교사다. 이런 건 안 된다.

 

먼저 내가 예를 든다. “나는 바람이다.” 그러면 엄마들은 금방 감 잡고 자신만의 프로필을 다양하게 들려준다. “나는 깨달음이다.” “나는 뜬구름이다.” “나는 나를 찾는 사람이다.”

 

최근 시작한 강의에 손녀를 키우는 할머니가 오셨다. 키즈맘을 위한 강의라는 걸 아시면서도, 그래서 젊은 엄마들이 남편과 시댁 흉을 볼 때 불편하실 수 있다는 사전 설명을 들으시고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듣고 싶다. 나도 손녀를 잘 키우려면 요즘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알아야 한다. 배우는 자세로 앉아 있겠다.”

 

그분은 첫 강의 시작 전 가장 먼저 오셔서 가장 가운데 자리를 잡으셨다. 한 줄 프로필의 순간이 왔다. 젊은 엄마 중에는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어려워 주저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은 오히려 토해내듯 말씀하셨다.

 

“나는 후회의 연속이다.” 아, 한 줄 프로필로 누군가의 가슴을 후벼파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그 프로필이 그랬다. 정직하고, 육중하고, 안타까웠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젊은 엄마들에게 육아와 여행에 대한 글을 전했다. 그러나 육아와 여행은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매개어였을 뿐, 내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자식 매니저로만 살지 마라. 남들 하는 거 기웃대지 마라. 네 인생은 소중하다. 단 한 번뿐이다.

 

네게 기회를 주어라. 돈을, 시간을, 열의를, 너를 성장시키는 데 써라. 운동이든, 독서든, 꾸준히. 너를 든든히 지켜줄 너만의 세계를 가꿔라. 네가 네 세계에 들인 돈과 시간과 열의가 10년 뒤 그 몇 배가 되어 네 가정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기름진 나무에 기름진 열매가 맺히는 법. 네가 네 인생을 소중히 하면 아이도 곁에서 제 인생을 소중히 하며 살아갈 것이다.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어” 말하면서.

 

또 다른 강의에서 한 젊은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는 모든 엄마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사이 남편도 나도 생기를 잃고 무덤덤해졌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남편이 눈에 띄게 생기발랄해졌어요.

 

뭔가 이상해서 알아봤더니 젊은 여직원과 매일 아침 카풀을 시작한 거였어요.” 그녀는 이 단계에서 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돌아봤다. “내게 생기를 주었던 건 뭐지? 여행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포기했던 거죠. 그러다 소희 님 책을 봤어요. 

 

애를 데리고 갈 수도 있구나. 꼭 돈이 많이 드는 여행만 있는 건 아니구나. 나라고 못할 거 없다!” 그녀는 ‘준비’했다. “나라에서 주는 양육비를 여행 자금으로 차곡차곡 모았어요. 

 

충분히 모았을 때 남편에게 다녀오겠다고 선언했죠.” 돈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남편에게 돈을 보여주었다. 찍소리 못했다. 나머지 방해물들은 싹 무시했다. 일단 떠났다.

 

여행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와 자신 사이에 적정한 거리를 두는 법을 터득한 뒤부터 쉬워졌다. 그녀는 ‘지속’했다. “이제는 매년 여행을 떠나요. 다녀오고 나면 훨씬 잘 살아져요.”

 

언급했듯, 여기서도 ‘여행’은 매개어일 뿐이다. 다른 주제어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바로 그것이 주제어가 된다.

 

부디 진취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엄마들이 바뀌면 아이들도 바뀐다. 대한민국도 바뀐다. 엄마, 그대가 가장 소중하다.

 

 >  오소희 씨는요…

  >   오소희 씨는요…

 

여행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13년 전 당시 세 살이던 아들 중빈이를 데리고 터키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라오스,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다. 학교에서 체득한 지식보다 길을 걷고, 보고, 체감하는 여행의 힘을 믿는다. 블로그(blog.naver.com/endofpacific)에서 그녀의 여행기를 만날 수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오소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2016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황선영 기자
오소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