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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예쁘다>의 저자 김미나 씨를 만나다

On December 22, 2015

오늘도 ‘돌봄 노동자’로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이 땅의 엄마들에게 잔잔한 위로의 말을 건내는 이가 있다. 육아의 블랙홀에 빠진 엄마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엄마는 예쁘다>를 쓴 김미나 작가를 만났다.

 


 

엄마가 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임을 왜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까. 자신의 이름 앞에 ‘엄마’라는 수식이 붙는 순간 ‘나’는 사라지고 ‘엄마’라는 이름만 남는다. 엄마가 되어 행복하지만 그만큼 힘들고 지난한 시간을 오롯이 견뎌야 한다. 그것이 엄마의 삶이다. 지난 5월, 엄마들을 위한 특별한 에세이가 출간됐다. <엄마는 예쁘다>는 알음알음이란 닉네임으로 알려져 있는 김미나 씨가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midoriblue)에 쓴 육아일기를 갈무리해 펴낸 책. 

 

그녀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6년. 사내 연애로 만난 남편과 결혼한 뒤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 9개월간의 세계 여행기를 올린 것이 시작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를 박차고 세계 여행을 떠난 부부를 보고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철이 없어 용감했고 그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경이로운 순간들을 경험했다. 그렇게 보헤미안처럼 살던 그녀의 인생이 바뀐 건 첫아이를 임신한 이후다. 

 

“남편과 꽤 오랜 시간을 둘이서 보냈어요. 사실 여행 가서 아이를 갖게 되면 돌아오려고 마음까지 먹었는데 생기지 않더라고요. 둘만 있어도 된다고 서로를 위로하며 포기한 순간 첫아이가 찾아왔어요.”

 

결혼 4년 만에 생긴 아이는 안타깝게도 알 수 없는 병으로 태내 20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그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 종일 울며 지냈던 슬픔의 시간이 지나고 정확히 1년 뒤 첫째 서은(5세)이가 생겼다. 그만큼 귀한 딸이었다. 아이가 삶에 ‘도착’하기 전까지 몽상가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는 김미나 씨의 일상은 엄마가 되고 나서 새롭게 바뀌었다. 물론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결혼 전 막연히 생각했던 엄마의 삶과 현실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첫아이를 잃고 난 뒤라 불안감이 더욱 컸다. 서은이가 처음 감기에 걸렸을 때 코의 그렁거림과 기침이 극에 달하고 무서울 정도로 토하는 걸 보며 여느 엄마들이 그러듯이 내 탓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다는 김미나 씨. 여름이면 매일 두 번씩 머리를 감을 정도였는데 아기를 낳은 뒤 머리도 못 감고 까치집을 얹은 채로 지내야 했고, 국에 밥 한 술 말아 간신히 끼니를 때우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엄마의 삶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가 유난히 예민한 것도, 스스로 우울감을 느끼는 것도 모두 자기 탓이라 여겼다. 그런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게 5년 전. 서은이 동생인 딸 호원(3세)이를 갖고 난 뒤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둘째 호원이는 순한 아이라 이전보다 육아가 쉬웠지만 훨씬 무거워진 삶의 무게 때문에 한동안 많이 우울하기도 했어요. 그럴때마다 나 스스로를 다독이려 글을 썼는데 오히려 주변 엄마들에게 많은 지지와 위로를 받았어요. 그제야 이러한 감정싸움이 불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힘들었지만 엄마의 나날을 스스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세상의 모든 엄마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힘에 겨워도 아이가 있기 때문에 살아갈 원동력을 얻는다. 완벽하지 못하고 서툰 엄마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고 내일의 살아갈 힘을 얻는 세상의 모든 엄마는 여전히 어여쁘다. 

 

“긴 겨울이 지나고 헐벗은 나무에 새싹이 움트듯 지난한 시간도 언젠가는 흘러가게 마련이에요. 마냥 어리기만 했던 아이가 훌쩍 커 엄마를 위로해주는 순간이 금세 찾아오거든요. 완벽하지 못하고 서툰 엄마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자신의 마음에 들러붙는 불안과 나약함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작은 비로 쓸어내자 다짐한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오늘도 ‘돌봄 노동자’로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이 땅의 엄마들에게 잔잔한 위로의 말을 건내는 이가 있다. 육아의 블랙홀에 빠진 엄마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엄마는 예쁘다>를 쓴 김미나 작가를 만났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사진
한정환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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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황선영 기자
사진
한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