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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가 겪었어

내 아이의 첫 번째 사회생활 ‘문센 탐방기’

 

아기를 낳은 후부터 우리 부부의 외출은 극도로 제한됐다. 말이 외출이지 한 번 나가려면 기저귀부터 물티슈, 물병 등 챙겨야 할 짐이 산더미 같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어디 좀 가보려 욕심을 부리다간 고생만 하고 돌아오게 되는 시기라 나간다 해도 동네 마트나 병원, 집 앞 공원 정도가 다였다. 

그런 우리 부부에게 문화센터는 아기와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음 편한 외출 공간 중 하나. 민솔이가 처음 문센에 간 건 첫돌 무렵이다. 다른 집 아이들이 모두 문화센터에 다닌다기에 우리도 뒤질세라 집 근처에 있는 문화센터의 ‘노리야’ 수업을 신청했다. 

과연 돌쟁이가 잘 따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민솔이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친구들을 밀치고 제일 앞으로 기어가 선생님의 관심을 독점했고, 선생님의 몸짓과 말투 하나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민솔이를 1년 동안이나 키웠지만 난생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지금껏 엄마 껌딱지인 데다 낯선 것을 불편해하는 예민한 아기인 줄만 알았는데 선생님 앞에서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아이를 보며 그간 내가 본 게 아이의 전부가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문화센터에 다니는 동안 아기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눗방울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도 그곳에서 알았다. 수업의 피날레는 늘 비눗방울이었는데 둘리 노래에 맞춰 어찌나 행복해하는지 바라보는 나마저 기분이 둥둥 떠오르는 것 같았다.



결국 비눗방울 한 통을 사와 민솔이가 울적해 할 때마다 불어주었다. 어린 시절 주방세제에 물을 타서 불던 비눗방울을 20년이 넘어 아이 때문에 다시 불게 된 것이다. 사실 돌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무슨 교육을 시키겠는가. 교육적 측면보다는 문화센터에 온 아기들과 비교해 내 아이의 성장 속도를 가늠하거나 또래 부모들과 육아 정보를 나눈다는 데 더 의미를 뒀다.  

또 아이와 부모가 주인공이라는 점도 마음 편한 요인 중 하나다. 수업 도중에 아이가 울어도, 밖으로 데려가 기저귀를 갈아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아이가 보채거나 칭얼대면 주변 엄마 아빠들이 도와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선생님이 잠시나마 아이의 관심을 딴 데로 돌려주니 부모는 여유롭게 아이를 관찰할 수 있다. 민솔이의 첫 사회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 김진형 씨는요… 
  • 올해 다섯 살이 된 민솔이의 아빠로 광고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더없이 사랑하는 딸과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딸바보가 그렸어>라는 육아 에세이를 출간했다. 현재도 계속해서 온라인 채널에서 가족과 딸의 추억을 그려나가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글·그림
김진형(아트디렉터, <딸바보가 그렸어> 웹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