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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빠육아 보고서

아빠는 왜 육아가 힘들까?

On November 13, 2015


 

"아기가 태어났다. 그 순간 엄마가 태어났고 아빠도 태어났다. 이제 막 ‘부모’라는 이름을 얻은 엄마와 아빠는 모든 게 생경하고 낯설기만 하다. 품에 안겨 꼬물거리는 아기를 볼 때면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이런 게 가족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왠지 모를 행복감도 든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는 말자. 이 작고 천사 같은 아이에게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다짐이면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내 딴엔 노력하는데도 육아는 항상 어렵다”
노력했는데도 핀잔을 들으면 아이 돌본 보람이 사라지고 만다. 분유를 탈 때 흔들어서 녹이면 공기방울이 생긴다는 걸 아무도 안 가르쳐줬는데 어찌 알겠는가. 기저귀를 채워도 아내처럼 맵시 있게 잘되지 않는다. 나름 한다고 하는데 아내가 ‘매의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이내 주눅이 들곤 한다.

Solution 

아빠들이 달라졌다. 퇴근 후에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주말에도 기꺼이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려 한다. 엄부자모는 옛말. 무섭고 엄격한 아빠보다는 자상하고 다정한 ‘프렌디’가 대세인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빠들에게 육아는 난코스다. 잘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고, 한다고 하는데도 아내는 눈을 흘긴다. 애들은 엄마가 더 좋단다. 언제나 육아에 더 서툰 쪽은 아빠였다. 여자도 애 키우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하지만 그래도 아빠 눈에 비친 아내는 능력자.
우는 아이 어르고 달래는 것도 한 수 위고, 아이와의 애착도 돈독해 보인다. 하다못해 기저귀 가는 손길도 남다르다. 뱃속에서부터 시작해 아이와 보낸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차이가 심하다. 

그래서 아빠는 육아에 점점 자신을 잃는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유교문화가 깔려 있는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여자는 집안일이나 육아와 관련해 가정 내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분위기. 

전문가들은 엄마가 아빠보다 육아에 능숙한 것은 사회적으로 꾸준히 학습되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빠들은 자신이 육아에 서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하고, 엄마들 역시 그 부분을 이해하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줘야 한다. 육아도 잘한다고 칭찬받고 격려받을 때 자신감이 붙는 법이다.

“회사일 마치고 집에 오면 정말 피곤하다”
회사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내 집에서만큼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물론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도 아내는 집에서 쉬기도 하고, 외출도 마음대로 하지 않는가. 가끔 일하다 아이가 궁금해 전화를 걸면 아내는 밖에 있을 때가 많다. 동네 아줌마들과 유모차 끌고 커피숍에 가 있거나 마트 나들이 중이기도 하다. 답답해서 그러겠지 하다가도 전화할 때마다 밖에 있는 걸 보면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너무 밖에만 있는 것 아니냐고, 참다가 한마디 하면 “집에서 아이랑 단둘이 지지고 볶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며 버럭 화를 낸다. 이렇게 육아 문제로 서로 잔소리를 하다 보니 부부 사이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Solution

예전처럼 공동체 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아니고서야 집에서 혼자 아이를 돌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딱 하루만 엄마 없이 아이와 보내본 아빠라면 육아가 육체노동인 동시에 감정노동이란 사실을 알 것이다. 

가사와 육아 분담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보자. 만약 맞벌이 부부라면 퇴근 후 육아와 집안일은 당연히 동등하게 맡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맞벌이 부부의 가사·육아 분담은 여전히 여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서울시 2040 워킹대디 일·가족 양립 실태 및 정책 수요 조사’에 따르면 남편이 육아와 가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평균 2시간 6분인 반면 아내는 3시간 44분에 달한다. 거의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여전히 많은 아빠들이 육아와 집안일을 ‘내 일’로 여기기보다 거들어주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반면 엄마들은 똑같이 힘들어도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이라는 책임감을 갖는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지만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아빠들이 더 나서서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육아를 거들어줄 지원군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이따금 먼저 나서서 “오늘은 우리 둘 다 지쳤는데 모처럼 외식할까?”라며 분위기 전환을 제안하는 것도 좋다. 

전업맘의 경우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야말로 오히려 휴식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종일 집안일과 아이 돌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워킹맘은 ‘나도 밖에서 일하는데 왜 육아는 늘 내 몫이냐’며 항변이라도 하지만, 전업맘은 일하는 남편이 안쓰러워 육아 분담을 강하게 어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아내의 이런 마음을 배려라 생각지 않고 당연하게 여길 때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남편도 아내도 만족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정말 아기 우는 소리가 안 들렸는데…”
얼핏 잠이 들었다.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깨어보니 아내는 이미 싸한 분위기로 수유 중이다. 애가 그렇게 울어대는데 아빠란 사람이 어쩜 그렇게 잘 자느냐며 까칠하게 말한다. 정말 안 들렸다. 물론 매번 안 들리는 건 아니다. 어쩔 때는 어렴풋이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일어나보면 이미 아내가 달래고 있고 상황은 종료다. 

언제나 그랬다. 아기가 젖 달라고 울 때도, 기저귀가 젖었을 때도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늘 아내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언제나 먼저 알아채고, 먼저 반응한다. 내가 억울한 건 애가 울고 도움이 필요하면 날 깨우면 되지 왜 그냥 자게 내버려두었다가 나중에야 불같이 화를 내느냐 하는 거다.
 

Solution

아빠들은 정말 아기 울음소리를 못 듣는 걸까, 아니면 듣고도 모른 척하는 걸까? 영국의 정신 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의 이론이 아빠들에게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갓 출산한 엄마는 아이의 작은 반응에도 매우 민감한 상태가 된다. 자다가도 아기가 뒤척거리거나 칭얼대면 이내 깨어나고, 제법 멀리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도 신기하리만치 알아챈다. 

오로지 아이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외부 세계에는 무관심해진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만 후 몇 주간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 위니콧은 이를 두고 ‘일차적 모성적 몰입상태(primary maternal preoccupation)’라 했다. 어쩌면 이 이론이 엄마가 아빠보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이유이자 아빠들을 위한 변명이 되어줄지 모른다.
하지만 고된 육아가 지속되면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이는 부부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해법은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해지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거다. 

아빠가 할 수 있는 육아는 전적으로 아빠가 도맡아야 한다. 잔뜩 쌓인 젖병 세척과 소독, 만들어둔 이유식 먹이기 정도는 육아에 서툰 아빠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면 다른 건 몰라도 ‘아기 목욕은 내가 전담하겠다’는 각오를 가져보자. 그리고 아내도 남편도 힘들 때에는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여보, 오늘은 내가 너무 지쳤어. 오늘은 좀 부탁할게”라고 말했을 때 매몰차게 “나도 힘들거든”이라고 말하는 배우자는 드물다. 물론 평소에 웬만큼 육아를 해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회식도 사회생활의 연장 아닌가?”
퇴근하고 술 한잔 하다 보면 밤 10시 넘는 건 순식간이다. 1차에서 끝내고 싶지만 나만 빠지면 분위기를 망칠 것 같은 때가 있다. 좀 늦을 것 같다고 눈치 보며 아내의 윤허를 받아내는 게 구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회식도 일의 연장인 면이 없지 않은데 지쳐서 귀가하면 아내의 짜증이 시작된다. 오늘 얼마나 힘들었는지 일장연설 시작. 그럴 때면 차라리 야근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Solution

아이의 유년은 생각보다 짧다. 더군다나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서 보내는 아빠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나중에 사춘기가 된 아이와도 서슴없이 대화를 나누는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면 어릴 때 어떤 모습의 아빠로 기억되어야 할지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최소한 저녁마다 술 냄새 풍기는 아빠의 모습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밖에선 일하고, 집에선 아이와 놀아주는 게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육아는 양보다 ‘질’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것. 단 10분, 30분이라도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해보자. 되도록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해가 진 저녁,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아이와 함께 놀이터로 나가도 좋고 자전거를 타도 좋다. 아이는 아빠와 단둘이 보낸 시간을 소중하고 특별한 기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황선영·이원지 기자
사진
이주현
모델
문지성(15개월), 최민혁
의상협찬
모이몰른(www.moimoln.co.kr), 빅토리아슈즈(070-7824-5923)
취재협조
여성가족부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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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