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페어런팅

참 좋은 우리 아이의 ‘상상 친구’

아이에게 ‘상상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답게도 귀여운 생각을 하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언제까지 저럴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염려하지 말자. 상상 친구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통과의례다.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세계가 있다

만 3~5세 무렵이 되면 아이들에게 ‘상상의 시기’가 도래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하게 존재하는 시기로 이 때를 ‘환상(fantasy)의 나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때 아이들이 처음 하는 상상놀이는 주로 먹고 마시고 전화하는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이다. 단순한 흉내에서 시작해 차츰 상상의 정도가 발전하게 되어 엄마가 청소기를 돌리며 집 안 곳곳을 치우는 모습을 따라하겠다고 기다란 막대를 들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기도 한다. 엄마처럼 밥상을 차리고 다림질하는 모습도 흉내 낸다.

이 시기 상상놀이는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과이며, 또 이러한 놀이를 통해 아이는 세상과 그 안에 속한 자신의 모습을 하나 둘 그려나가곤 한다.

상상놀이가 시작될 무렵 아이에게 등장하는 존재가 또 있으니 바로 ‘상상 친구(imaginary friend)’다. 상상 친구는 아이의 상상놀이가 잦아지고 어른들로부터 점점 독립되며 자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데, 현실이 아닌 오로지 아이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주로 현실과 상상을 명확하게 구분 짓지 못하는 연령대(취학 전~초등 저학년)에서 나타난다.

아이에게 상상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아이에게 상상 친구는 진짜 친구와 다름없다. 특정한 모습을 띠고 나타나며 대화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 또한 상상 친구에게 수시로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구체적이다. 악몽을 꾸면 옆에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외롭거나 심심할 때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다정한 벗이 되어준다. 괴롭힘을 당하거나 힘든 순간에는 만화영화 속 히어로처럼 나타나는 전지전능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상상 친구는 내가 저지른 잘못을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도 도맡는다. 특히 모범생 아이에게 ‘말썽꾸러기’ 상상 친구는 자신이 직접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주며 대리만족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아이들 65%는 상상 친구가 있다

미국 오리건대학의 마조리 테일러(Marjorie Taylor) 교수에 따르면, 만 3~10세 아이들의 약 65%가 상상 친구(무형·유형의 상상친구)를 가지고 있다. 간혹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만 12세 무렵 혹은 그보다 이른 시기에 자연스럽게 상상 친구와 작별한다.

상상 친구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는 학교 들어가기 전인 만 5~6세경이다.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보다 맏이나 외둥인 아이들에게 상상 친구가 더 많이 존재하며, 유아의 경우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7세 정도에 이르면 남녀 비율이 비슷해진다. 상상 친구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나와 같은 아이의 모습에서부터 장난감이나 인형 등 사물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토끼·다람쥐를 비롯해 내 몸 보다 훨씬 큰 존재로 탄생하기도 하는데, 전부 아이의 상상력에 달려있다.

TIP 상상 친구 유형으로 짐작해 본 아이 마음

어떤 모습의 상상 친구냐에 따라 아이의 성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로봇이나 히어로 형태의 상상 친구를 만들어 냈다면, 곁에 강하고 힘이 센 친구를 두고 싶다는 뜻이다. 힘이 센 상상 친구처럼 자기도 강해지고 싶고, 혹은 자신이 약하다는 생각에 ‘나를 보호해 줄’ 힘 센 친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반대로 상상 친구가 작은 동물의 모습이라면 외로움을 달래 줄 친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굳이 사람이 아니라 작고 귀여운 ‘동물’을 등장시킨 걸로 미루어 볼 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향의 아이일 수 있다.

대체로 자신보다 작고 연약한 상상 친구를 가진 아이는 누군가를 ‘보호하고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과 ‘지배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것. 위로 형제·자매가 있을 때, 그로 인한 스트레스 풀어내고자 하는 동기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상상 친구의 모습 속에 아이의 심리가 담겨 있기 때문에, 아이의 상상 친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의 마음을 읽어내는데도 도움이 된다.

상상 친구와 노는 우리 아이, 괜찮을까?

상상 친구는 아이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상상 친구는 대부분 친밀하고 다정하며 아이의 불안과 걱정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지만 아이에게는 분명 친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한 엄마에게 이런 황당한 일이 있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엄마는 당연히 그 친구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 아이랑 무얼 하고 놀았는지 종종 물어보곤 했다.

그런데 유치원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아이가 없었다. 엄마로서는 ‘헉! 이건 식스센스급 반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아이의 상상 친구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혹시 상상 친구를 만들어낸 이유가 외롭거나 사회성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 친구가 아니라 굳이 ‘가공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 현실 속에서는 적절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지 못해서라는 생각에 이르자 급기야 아이가 짠해졌다. 하지만 아이에게 ‘왜 있지도 않은 친구 이야기를 지어냈느냐’고 추궁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상상 친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발달의 한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학계 보고에 따르면 상상 친구를 만들어내는 아이들이 오히려 공감능력이 뛰어나며 사물을 보는 시각 또한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능 역시 평균 이상이며 창의력도 풍부하다. 아이가 상상 친구를 앞세워 거짓말을 하는 것도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스럽다. “아이가 우유를 엎질러놓고 상상 친구가 그랬다고 변명을 해요”라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사실 이는 아이가 잘잘못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자기가 판단하기에도 우유를 엎지른 것은 잘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실수를 ‘나의 베프’ 상상 친구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즉, 아이의 정서와 내면이 그만큼 발달하고 있음을 뜻하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거나 엄마한테 거짓말한다며 아이를 나무라지는 말자. 아이의 상상 영역을 존중해주되, ‘상상 친구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선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반대로 오버해서 지나치게 상상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거나 개입하고 참여할 필요도 없다. 다만 실제 또래 친구들과 만날 기회를 자주 만들어줌으로써 현실 친구와의 관계 역시 즐겁고 재미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 스스로 느끼게 해주자. 상상 친구와 ‘행복한 이별’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제 친구가 필요한 법이다.

책과 영화 속에 그려진 ‘상상 친구’

아이의 상상 친구는 영화나 책의 소재로도 종종 사용된다. 어린이의 불안한 내면세계에 대해 탁월한 묘사를 해온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잘 가, 나의 비밀친구>(웅진주니어)도 아이의 상상 친구를 다루고 있다. 말을 하지 않는 에릭을 친구들은 ‘벙어리 에릭’이라 부르며 놀린다. 하지만 에릭에게는 언제든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특별한 ‘비밀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가면과 마술사 모자를 쓰고 망토를 걸친 모습이다.

에릭이 완두콩을 먹기 싫을 때, 목욕하기 싫을 때 비밀 친구가 나타나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대신 설명해준다. 잠자기 전에 읽을 책도 골라주고, 꿈에 무서운 도마뱀이 나타나면 위풍당당하게도 쫓아낸다. 그러던 어느 날 비밀친구와 함께 공원에 나간 에릭은 연을 날리고 있던 마샤라는 아이를 만난다. 마샤는 에릭에게 억지로 말을 시키지도 않고 놀리지도 않는다. 마샤와 에릭은 사과나무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타고 놀며 연을 함께 날린다. 그날 밤 에릭은 완두콩을 먹고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도마뱀 꿈도 꾸지 않는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보니 늘 곁에 있던 비밀 친구는 사라지고 없다. 내향적이던 한 소년이 진짜 친구를 사귐으로써 상상 친구와 작별하는 모습을 찬찬히 그려낸 책이다. 존 버닝햄의 대표작 <알도>(시공주니어)에도 상상 친구가 등장한다. 주인공 여자아이는 딱 봐도 힘이 없어 보인다. 삐쭉삐쭉 윤기 없는 더벅머리에 비쩍 마른 팔과 다리를 지닌 볼품없는 외모다. 소녀는 놀이터에서 노는 친구들을 멀찍이서 바라만 볼 뿐 같이 놀 친구가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만 보이는 ‘특별한 친구’ 알도가 있어서 괜찮다. 초록색 머플러를 두른 토끼 알도와 있을 때 아이는 더없이 평온하고 행복하다.

최근 많은 이들에게 호평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도 상상 친구가 등장한다. 기쁨, 슬픔, 행복 등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는 다섯 감정 외에 주인공 소녀 라일리의 어린 시절 상상 친구인 ‘빙봉’이 등장한다. 빙봉은 유난히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기 캐릭터로 꼽히는데, 아마도 누구나 빙봉 같은 상상 속 친구에 애정을 쏟았던 유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빙봉은 어린 시절 상상의 세계에서 라일리와 함께했던 추억을 버팀목 삼아 살아간다. 하지만 추억을 함께 한 친구를 위해 결국 자신이 잊히는 것을 받아들인다. 라일리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며, 앞으로 더 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별은 상상 친구들이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라지만 그래도 그들의 존재가 의미 있는 이유는 유년 시절 항상 내 편이 되어주고 나를 알아주고 지지해주던 둘도 없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상상 친구를 소재로 한 또 다른 그림책

<비클의 모험> 바다 건너 무지개 끝에 상상 친구들이 모여 사는 상상의 나라가 있다. 이곳 친구들은 아이들이 상상해줘야만 현실 세상으로 갈 수 있다. 어느 날 ‘새롭게’ 태어난 상상 친구는 어서 세상 아이들이 자신을 상상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름조차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아무도 자기를 불러주지 않자 직접 아이들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상상 친구가 직접 세상의 아이들을 찾아 나선다는 설정이 재미나다.

2015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다. 댄 샌탯 글·그림, 아르볼, 1만2000원 <내 비밀 친구 토미> 막스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몹시 불안하다. 이제껏 친구라고는 토미뿐이기 때문이다. 토미는 상상 속의 비밀 친구인데 창문에 산다. 창문은 방에도 있고, 거실에도 있고, 자동차에도 있기에 막스는 언제나 토미와 함께할 수 있다. 토미는 막스가 세상으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 코리 브룩 굴, 수 드젠나로 그림, 풀빛, 1만원

세상의 모든 상상 친구는 ‘이별’의 숙명을 타고난다

상상 친구는 아이의 관계 확장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또 아이가 자신만의 상상 세계에서 나와 현실 세계에서 실제 친구를 사귈 때, 보다 원만하고 능숙한 대인 관계를 끌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태어나 겪는 대부분은 ‘생애 첫 번째 경험’이다. 어른들도 새로운 것을 접할 때면 조바심이 나고 긴장이 되듯 아이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 때 상상 친구가 ‘심리적 완충장치’가 돼준다. 모든 게 서툰 유아기 아이들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상상 친구를 통해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익힌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사회성이 발달함에 따라 상상 친구는 ‘아이의 세계’에서 천천히 사라진다. 결국 모든 상상 친구는 ‘이별’의 숙명을 타고난다. 상상 친구와의 헤어짐은 성장의 자연스러운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상상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답게도 귀여운 생각을 하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언제까지 저럴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염려하지 말자. 상상 친구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통과의례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이주현
모델
이윤하(4세), 이아린(6세)
도움말
김이경(아름심리발달연구소 연구실장)
스타일리스트
김유미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탈크(02-546-7764), 알로봇(02-2104-0707)
일러스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