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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 소통 육아’

“그림책은 부모와 아이가 만나는 곳입니다

이 시대의 힘든 부모들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그림책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라는 독특한 프로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그림책 칼럼도 연재하고 SNS 공간에서도 아이들 책을 추천하며 활발한 소통을 해오던 그가 최근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창비)을 펴냈다. 아이와 부모에게 그림책이 어떤 의미인지, 보다 행복하게 그림책을 읽는 방법은 없는지 물었다.


새로 나온 그림책이 없나 궁금해서 한 달에 몇 번씩 서점을 찾는 정신과 전문의는 흔치 않은데요.
어떤 계기로 그림책에 애착을 갖게 되셨나요?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되면서 진료실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치료하느라 같이 놀아야 했죠. 그런데 저 어릴 때 놀았던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책에 있는 전문 지식이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 세계를 보다 잘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림책을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그림책도 보고 동화책도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느껴보려고 했어요. 마침 그즈음 큰애가 태어난 터라 초보 아빠로서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고르며 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줘야 할까요?
저는 어릴 때 그림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하고 자랐어요. 그림책을 처음 접한 게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제목이 ‘칼라TV 세계명작그림책’인가 그런 제목이었어요. 디즈니 만화영화를 책으로 옮긴 거였는데 ‘부잣집에는 이런 책도 있구나’ 생각했죠. 제 어린 시절 분위기는 대개 그랬어요.
그래서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림책이 아이에게 가져다주는 효과에는 동의하지만, 그 효과가 꼭 그림책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그림책보다 더 많은 이미지를 접하고 있어요. 30년 전 아이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양이죠.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뿐 아니라 장난감도 너무 많고, 교통수단 발달로 자주 놀러 가기도 하니까요. 굳이 그림책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자극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림책을 보여주면 대부분 아이들이 빠져들어요. 부모들도 애들하고 노는 건 서툴러 하는데, 그림책을 보여주는 건 부담을 덜 가져요. 아이 키우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하나의 공통된 것에 함께 집중’하는 거예요. 공통된 사물이든 취미든 말이죠. 아이가 어릴 때는 그게 ‘그림책’인 경우가 많아요. 
좀 더 자라면 다른 활동도 필요하죠. 아이와 함께 맛집을 찾아다닐 수도 있고 아이가 게임을 좋아한다면 같이 놀며 소통하는 게 좋아요.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는 그림책이 매개가 돼요. 요즘 부모들은 참 바쁜데, 그래도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만큼은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요.

어떤 기준으로 그림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수없이 많은 그림책을 일일이 살펴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책을 골라주는 전문가가 많아져야 합니다. ‘큐레이션’이라고 하죠,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어떤 책이 좋을지 제안하는 거예요. 저는 그림책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림책을 좋아하는 애호가로서 매달 좋았던 그림책을 추려서 제 트위터 같은데 올리곤 해요. 이런 식으로 그림책 권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어요.
물론 그 전문가와 독서 취향이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맞지 않는다면 또 다른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돼요. 또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추천서를 참고하는 것도 좋고, <열린 어린이>같은 어린이책 서평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거예요. 교보문고 같은 오프라인 서점도 비슷한 역할을 하죠. 아이들은 책 고르는 안목이 상당히 좋거든요. 여러 그림책을 쭉 늘어놓고 골라보라고 하면 결과가 비슷해요. 
물론 처음 고르는 건 눈에 확 띄거나 현재 자기가 흥미를 가진 분야의 책이지만 결국 두 번 세 번 손이 가는 책은 비교적 일정하게 정해져 있어요. 부모님이 아이들의 감식안을 믿어야 해요. 그리고 감식안을 잘 발휘하게 하려면 아이들이 책을 자유롭게 보고 고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요. 바닥에 배 깔고 엎드리거나 편안히 누워서 볼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 같은 곳이면 좋아요.

‘실감 나게 책 읽어주는 게 왠지 쑥스럽다’, ‘우리 아이는 책을 재미없어하는데 내가 제대로 읽어주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며 자괴감에 빠지는 부모들도 꽤 있는데요. 그림책 읽어주는 비법이 있을까요?
구연동화 하듯 읽어줘야 하느냐고 묻는 부모들이 많은데 확실히 효과가 있긴 해요. 아이들은 과장되거나 극적인 것을 선호하니까요. 특히 만 3세 정도 되면 엄마가 표정을 바꿔가며 뮤지컬 발성으로 읽어주면 정말 즐거워해요.
하지만 소질이 없다면 약간 시늉만 내도 괜찮고, 또 어떤 그림책은 굳이 책 내용 모두를 하나하나 구연하듯 읽어주지 않아도 돼요. 특히 두세 살 아이라면 책을 다 읽어주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그냥 엄마 눈길 가는대로 이야기해주세요. 예를 들어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본다고 쳐요. 

“이 꼬마 좀 봐. 늑대 옷을 입고 계단에서 막 뛰어다니네. 이렇게 뛰어다니다 엄마한테 혼나는 거 아냐? 이것 봐. 혼났다. 혼났어. 엄마한테 혼나서 속상한가 봐. 방에 혼자 있네. 어, 그런데 방에 나무도 생기고, 꽃도 생기고 방이 막 변하네?” 하면서 그냥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주는 거예요. 
문장을 줄줄이 읽지 않아도 돼요. 또한 아이가 어떤 페이지를 재밌어하면 거기서 멈추고 대화를 나눠보는 거예요. 이렇게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물론 어떤 그림책은 운율이 잘 맞아서 글자 그대로 읽는 게 재미난 책도 있지만, 표현이 딱딱하고 글이 많은 책이라면 입말로 편안하게 읽어주세요. 좀 더 익숙해지면 “이번에는 엄마가 책에 쓰인 대로 읽어줄게” 하면 되고요.



정신과 전문의면서 그림책 마니아,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이기에 그림책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을 펴낸 계기가 궁금합니다.
큰 이유가 있진 않고요. 사실 그간 써두었던 원고가 모여서 펴내게 되었어요.(웃음) 그런데 이렇게 책으로 엮어 나온 걸 보니 두 가지 의미가 있더라고요. 우선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볼 때 아이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아이랑 그림책을 보면서도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보는지, 내가 보기엔 별 거 아닌 것 같은 부분에서 왜 이렇게 즐거워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그림책에 자주 나타나는 여러 상징을 살펴보고, 또 특정 발달 시기에 아이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책들과 그 이유에 대해 정리해봤어요. 이런 것들을 알고 책을 보면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생기고, 그림책 보는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거예요.

또 한 가지 이유는 제가 그림책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림책을 쓰고 작업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예요. ‘그림책 독자’인 아이들의 마음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그림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해요. 그래야 그림책이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작가분들이 아이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보다 자기 마음에 담긴 말, ‘내 마음속의 아이’한테 더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은 잠자리 그림책을 좋아하잖아요. 또 남자아이들은 중장비 등 교통수단에 관심이 많고요.
이런 소재들로 책을 만들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아직 국내 그림책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당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에 대한 연구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어서 오래된 그림책 독자로서 아이들 마음을 살펴보고자 했어요. 이렇게 아이들 세계, 부모의 세계를 연구하다 보면 더욱 다양한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최근 펴낸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을 보면 그림책에 자주 등장하는 여러 상징과 은유에 대한 분석이 이색적이예요. ‘똥’이 아이들의 소중한 분신이라거나, ‘곰’이 포근함과 야생성을 상징하고, 그림책 속 ‘기차’가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의 마음이라는 비유 말이죠. 이런 상징들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상징, 은유는 배워서 익혀지는 건 아니고 아마도 유전자에 얼마만큼 새겨져 있을 거고, 또 우리 문화에도 은은하게 배어 있기 때문에 저절로 느껴지게 마련이죠. 심리학에서는 ‘집단무의식’이라고 하거든요. 아이들 데리고 놀이치료 할 때 모래판에 다양한 물체를 가져다놓으며 놀이를 만들어내는데 이게 굉장히 상징적이에요. 
어떤 특정 문제가 있으면 그 상징을 계속 이용해요. 누가 강조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아이들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죠. 또 상징을 사용하면 언어를 축약할 수 있어요. 숨어있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그림책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의미 있는 그림책은 무엇인가요?
많지만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꼽습니다. 그림책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에요. ‘이런 책이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1963년에 출간된 책인데 제가 본 건 2003년 무렵이었어요. 40년이 지난 책인데도 색채 디자인적으로 굉장히 세련되어 최근에 나온 책인가 싶었어요.
그리고 이 책 한 권 안에 내가 배운 심리학 지식이 다 들어 있구나 싶어서 놀랐습니다. 몇 해 전 개봉한 영화도 보고 집에 기념 피겨도 가지고 있어요.

여전히 ‘그림책 읽어주기’는 아빠들보다 엄마들의 몫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녀지간 혹은 부자지간에 나란히 앉아 책 보는 모습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는데, 우리 남편을 ‘그림책 읽어주는 아빠’로 만들기 위한 팁이 있을까요?
우선은 본인 스스로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야 해요. 억지로인지, 정말 읽어주고 싶은 건지 아이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0.1초도 안 되어 알 수 있거든요. 이왕 아이랑 책을 보기로 한 거라면 진심을 다해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줘야 합니다. 한 권을 읽어주더라도 흥미진진하게요.
억지로 읽어주면 아이도 다 느끼고 거절당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다행인 것은 그림책 읽어주기가 아빠들한테 꽤 유리하다는 점이에요. 엄마의 목소리는 아이들이 이미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거든요. 그런데 아빠가 책 속 주인공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읽어주면 굉장히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그 새로운 느낌 때문에 아이들이 아빠가 책 읽어주는 걸 더 좋아해요.
남편이 책 읽어주는 아빠가 되길 바란다면 칭찬과 격려가 필요해요. 무조건 잘 읽는다고 칭찬해주세요. 그림책을 읽어줄 때뿐만이 아니라 남편한데 무언가 시킬 때는 미흡한 점이 보이더라도 무조건 잘한다고 격려해 주세요. 기저귀를 엉망으로 갈아도 “처음인데 그 정도가 어디야. 정말 잘한다”라고 하세요.
남자들은 조금만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뒤로 물러나고 ‘이건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버려요. 그러니까 무조건 잘한다고 해서 계속 하게 만들어야 하죠. ‘잘했어~’ 한마디 하는 영혼 없는 칭찬 말고, 잘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어준다면 좀 더 효과적이에요. “역시 당신이 기저귀를 가니까 아기 엉덩이가 확실히 들리네. 나는 엉덩이 드는 게 잘 안 되더라” 식으로요.

오랜 시간 그림책을 가까이 하면서 ‘내 인생에 이런 변화가 왔다’라고 생각되는 게 있나요?
그림책을 읽으면서 공감 능력이 확실히 좋아졌어요.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추게 되었고요. 그림책은 어른들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도와주거든요. 아이 키우는 게 좀 쉬워지려면 동심 속으로 빨리 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아이와 한마음이 되면 육아가 한결 쉬워지니까요. 
그리고 아이와 교감하는 순간 육아가 ‘일’로 느껴지지 않고 즐거움이 됩니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다 보면 동심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릴 거예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글·그림, 시공주니어


FAQ. 그림책이 궁금해요! 그림책에 대한 엄마들의 궁금증

Q 아이가 25개월인데 빨간 모자가 늑대한테 잡아먹히는 부분을 너무 무서워해요. 그런데 울먹울먹하면서도 자꾸 읽어달라고 해요.
아이들은 두려운 것에 반복적으로 도전하면서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이를 프로이트는 ‘반복 강박’이라고 했어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때 그 느낌을 넘어서고 싶고, 그걸 극복하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은 거죠. 귀신 이야기도 마찬가지예요.

무서워하면서도 계속 해달라고 조르잖아요. 혼자서 그 생각을 하면 너무 무서워요. 하지만 엄마가 옆에서 얘기해줄 때는 마음이 좀 편안해지거든요. 그래서 엄마한테 그 이야기 들으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이 아이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너무 빨리 읽어준 겁니다.

울먹거리며 듣는다는 건 아직은 극복하지 못한 어려운 감정 앞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거든요. ‘아직은 아이가 소화하기 좀 어렵구나’ 생각하고 당분간 안 읽어주는 게 좋아요.


Q 아이가 한글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림책의 글자를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어가며 읽어요. 과연 좋은 방법인지 궁금합니다.
‘그림책과 만나는 시간’, ‘한글을 교육하는 시간’은 별개로 생각하는 게 좋아요. 그림책은 아이와 나의 영혼이 만나는 시간, 감정이 교류되는 시간이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이 한글을 너무 빨리 익히면 그림책을 깊게 느끼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어요. 

글자를 모를 때 그림책을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물론 만 5세쯤 되면 유치원에서도 한글을 배우게 되겠죠. 이때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으로 한글을 익힌다면 즐겁게 배울 수도 있지만 한글을 배우기에 그림책이 ‘썩 좋은 도구’는 아니란 점은 아셔야 해요.

왜냐하면 한글은 글자의 원리를 알고 익히는 게 좋은 언어예요.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많이 접하는 방식으로 배우는 게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이건 한글을 교육하시는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예요. 한글은 음운이 서로 합성되어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잖아요. 

곰에서 ‘ㄱ’을 다른 자음으로 바꾸면 ‘놈, 봄, 몸’ 등이 되죠. 그리고 ‘빔, 빕, 빌’ 이렇게 바뀌는 모양을 보여주면서 가르치는 게 한글을 제일 빠르게 익히는 방법이에요. 자석판 같은 걸 이용해서 초성·중성·종성을 바꿔가면서 원리를 익히는 게 좋지요. 

반면에 플래시카드를 한 장씩 넘겨가며 글자를 읽게 하는 건 가장 하수의 방법이기 때문에 그림책 속 글자를 보면서 한글을 배우는 건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Q 돌이 된 딸아이가 그림책 보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책 한 권을 보다가 다른 책, 또 다른 책을 가져오곤 하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한 권을 끝까지 읽히려고 애쓰면 책을 싫어하게 될 수 있어요. 다만 끝까지 읽는 걸 가르치고 싶다면 부모가 끝까지 앉아서 보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이는 ‘엄마는 뭐가 재밌어서 계속 읽는 걸까’ 하고 생각할 거예요. 엄마가 계속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결국 따라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건 만 3세 정도는 되어서예요. 이보다 어린 아이들은 내러티브를 따라가지 못하고 중간 중간 재미난 장면이나 에피소드, 눈길을 끄는 사물에만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합니다. 만 3세 정도까지는 그냥 책장을 넘기며 장면 장면 보여줘도 괜찮아요.


Q 아이가 책을 너무 좋아해서 밤새도록 읽어달라고 해요. 어떻게 설득하고 조절해야 할까요?
규칙이란 건 때로는 아이 입장에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거예요.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요.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부모는 한계선을 정해줘야 해요. 아이가 자꾸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더라도 “밤 9시가 되면 자는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해주세요.

대신 그 전에 몇 권까지 읽을 수 있는지 아이와 약속하고 지켜야 합니다. 이때 3권을 읽기로 약속했다면 엄마는 속으로 ‘플러스 원’을 해야죠.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한 권 더 읽어줄게” 하면 아이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겁니다. 그다음에는 같이 불 끄고 누워서 더 이상은 읽어주지 않는 걸로 해야 해요.


이 시대의 힘든 부모들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그림책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라는 독특한 프로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그림책 칼럼도 연재하고 SNS 공간에서도 아이들 책을 추천하며 활발한 소통을 해오던 그가 최근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창비)을 펴냈다. 아이와 부모에게 그림책이 어떤 의미인지, 보다 행복하게 그림책을 읽는 방법은 없는지 물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사진
이성우
참고도서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서천석 지음,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