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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맘의 생생 육아일기

아들아! 엄마가 더 기다릴게

언젠가 말문이 트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내가 서운한 건 아직도 ‘엄마’라고 정확히 불러주지 않은 것뿐인데…


아이키우면서 절대 조바심 내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요즘 들어 흔들리고 있다. 몇 달 전부터 말문이 트일 것 같던 아이가 여전히 그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벌써 만 19개월이 지나 두 돌이 코앞인데다 다음 달이면 동생이 태어나는데 아직 그 흔한 ‘엄마’ 소리 한 번 똑 부러지게 말한 적이 없다.
불분명하게나마 ‘아~빠’라고 말한 게 벌써 몇 달 전인데 말이다. 이제는 ‘아빠’마저도 잘 안 하려고 든다.

왜 이렇게 비싸게 구는 건지 원, 흥칫뿡! 주변에서 나를 위한다고 한마디씩 거드는 것도 가끔은 스트레스다. “엄마가 말이 없는데 애가 말을 빨리 하겠느냐”, “말 늦는 애들 많이 봤는데, 그런 애들은 어느 날 갑자기 말문이 트이고 바로 문장을 말한다더라” 등등 수많은 조언과 참견.
나는 언젠가 말문이 트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내가 서운한 건 아직도 ‘엄마’라고 정확히 불러주지 않은 것뿐인데… 간섭이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인가?

걱정을 아예 안 하기엔 우리 애가 말이 늦는 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몇 달 빨리 태어난 동네 또래들은 돌 지나면서부터 ‘엄마’, ‘싫어’, ‘우유’ 등등 쉬운 단어를 아주 잘 발음했던 것 같은데 그에 비하면 우리 아들은 거의 ‘신생아’ 수준. 그렇다고 그 애들의 엄마들이 그렇게 수다스러운가? 그렇지도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말 내 양육 방식까지 문제가 있나 의심하게 됐다. 내가 그렇게 말이 없는 편인가. 도대체 얼마나 더 수다스러워져야 하나.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책도 찾아 읽어보고 주변의 조언도 구해봤다. 하지만 결론은 당장 아이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 그냥 엄마는 엄마의 역할을 하고 아이가 스스로 말하고 싶어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그래! 애 키우면서 어디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라도 있었나.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으니 그제야 아이의 작은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아이가 밥 먹다가 뭘 달라는 눈치인데 내가 잘 못 알아챘다.
숟가락도 줘보고, 반찬도 줘봤는데 계속 아니라고 고개를 젓더니 이내 짜증을 내는 게 아닌가.
머리를 콕 쥐어박고 싶은 걸 꾹 참고 식탁에 있는 걸 하나씩 주면서 결국 아이가 원하던 걸 찾아주었는데, 그게 뭐냐 하면 별 대단한 것도 아닌 ‘물’이었다.
그래서 “희원아, 이건 물이야. 앞으로 물 마시고 싶을 때는 ‘물’이라고 얘기하면 엄마가 바로 줄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고 “물!”이라고 세 번 정도 정확하고 크게 말해줬다. 그랬더니 아이가 그다음부터 물을 가리키며 “무!”, “무!”라고 외치는 게 아닌가. 발음은 부정확해도 아이가 ‘물’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려고 노력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어찌나 기쁘던지. 한편 말문이 트이기를 기다리는 엄마보다 말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아이가 더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들은 부지런히 “무”를 외쳐댄다. 의도하지 않게 얼마 전 수족관에 데려갔다가 나도 모르게 ‘물고기’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되었다.
물속에 사는 생명체를 아이에게 물고기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TV에서 물고기가 나와도 “무”라고 외치고, 마트에서 생선을 봐도 “무”라고 외친다. 마시는 ‘물’과 물고기의 ‘물’이 같은 뜻이라는 건 몰라도 아무튼 ‘물’이라는 단어를 아이가 인식하고 말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다.
“말 늦은 애는 봤어도, 말 안 하는 애는 못 봤다” 다른 어떤 조언보다 육아 선배인 내 친구가 해준 이 말이 가장 위안이 된다. 물론 문제가 있으면 엄마가 적절한 대처를 해줘야겠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건 늦된 아이를 조금 느긋하고 넉넉하게 기다려주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그래 아들아, 엄마가 더 기다릴게.
좀 늦으면 어떠니,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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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효진 씨는요…
  • <우먼 센스> 기자 출신으로 돌쟁이 아들 희원이 엄마. 일할 때는 제법 똑똑해(!) 보인다는 평을 들었지만 아이가 돌이 지난 지금도 어리바리 초보맘 딱지를 떼지 못하는 신세다. 올 8월, 둘째 탄생을 앞두고 있다. 


언젠가 말문이 트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내가 서운한 건 아직도 ‘엄마’라고 정확히 불러주지 않은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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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보미
심효진
사진
이주현
소품협찬
세라믹 토이 아트팀 TOiNZ(www.facebook.com/team.toi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