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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가 겪었어

기저귀 떼기 좋은 계절

하나의 문을 열고 나면 또 다른 문을 여는 것, 육아가 그런 게 아니겠는가.

여름엔 하기 좋은 것들이 많다. 물놀이, 캠핑, 저녁 산책, 야외 치맥 그리고 기저귀 떼기다. 민솔이는 30개월이 넘어서도 기저귀를 떼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기다리라는 육아서의 가르침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보았지만 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심 마음 조렸던 게 사실.

때마침 여름이 되었고 이때다 싶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유아용 변기를 구입하라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알록달록한 변기를 장만해 거실 한복판에 두었지만 민솔이는 영~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쉬가 마려우면 ‘쉬~’라고 말해야 해”라고 일러두었더니 ‘쉬~’라는 말과 동시에 오줌을 싸버렸다. 반면에 응가는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얘기를 하면 유아용 변기에 앉힐 수 있었지만, 민솔이는 기저귀를 더 편하게 느꼈는지 응가가 나오는 걸 절대로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어딘가에 혼자 숨어서 기저귀에 응가를 하고 ‘짠’ 나타났다.

마음이 급해진 우리 부부는 기저귀 떼는 다른 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유아용 변기에 눈·코·입을 그려주고, 이름을 지어주고, 응가 싸는 노래까지 들려주었지만 모두 실패! 가장 효과를 본 방법은 엄마 아빠가 변기에 용변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었다.

언니가 되면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고 변기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니 아이가 슬슬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욕실 변기에 작은 커버를 끼운 뒤 민솔이를 앉혔더니 마치 엄마 아빠 같은 어른이 된 듯이 느꼈는지 굉장히 뿌듯해했다.

심지어 응가가 마렵지 않을 때도 ‘응가!’라고 말하고 앉아 있거나 어른 변기에 앉아 응가를 성공하고 나면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대기까지 했다. 결국 34개월이 되던 그해 여름, 민솔이는 기저귀 떼기에 성공했다. 본격적인 배변훈련을 시작하고 나서 2주 만에 이룬 쾌거였다.

물론 피곤할 때는 가끔 바지에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대소변이 마렵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표현할 만큼 자랐다는 게 우리 부부는 무척 대견하면서도 신기했다. 물론 외출할 때마다 화장실을 찾아다니는 일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나의 문을 열고 나면 또 다른 문을 여는 것, 육아가 그런 게 아니겠는가.

  • 김진형 씨는요… 
  • 올해 다섯 살이 된 민솔이의 아빠로 광고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더없이 사랑하는 딸과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딸바보가 그렸어>라는 육아 에세이를 출간했다. 현재도 계속해서 온라인 채널에서 가족과 딸의 추억을 그려나가고 있다.

하나의 문을 열고 나면 또 다른 문을 여는 것, 육아가 그런 게 아니겠는가.

Credit Info

2015년 07월호


기획
황선영
글*그림
김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