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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맘의 생생 육아일기

매일 아침 ‘놀이터 출장’을 가는 이유

On July 10, 2015


"어디야?" 전화로 남편이 다짜고짜 물었다. “집이지.” “아, 그래? 오늘은 어디 나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 지금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임신부 메르스야. 어떤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됐대. 임신부는 특히 더 위험하다니까 앞으로 웬만하면 사람 많은 데 가지 말고 집에서 지내.”
그놈의 메르스. 중동에서 날아온 바이러스 때문에 임신부인 나와 18개월 아들은 집에만 콕 처박혀 있으란다. 벌써 며칠째인지. 방역체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기에 임신부까지 감염되게 만든 걸까. 한숨이 나온다. 처음에는 확진자 발병 지역이 우리 집과 거리가 있어 남의 일이거니 하고 지냈다.

오늘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구청장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가면 그날그날의 메르스 상황을 알려주는데 몸 상태가 안 좋아 검체를 질병관리본부에 보냈다는 자택격리 주민이 우리 동네에 거주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 아, 우리 동네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내가 대범한 건지 무관심한 건지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도 가고 백화점도 가고, 버스 타고 공원 나들이도 다녀왔다. 어느 날은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영화도 한 편 보고 그랬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을 뿐, 메르스의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갇혀버렸다. 집 근처 어린이집, 유치원이 휴업에 들어가고,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나와 아이의 자유는 정말 완전히 박탈당했다.
남편부터 시작해 양가 부모님의 걱정이 하늘을 찌르면서 우리 모자는 꼼짝없이 집에 갇혀 지내게 된 것. 집에서 아이와 하루 종일 지내는 게 얼마나 고되던지. 게다가 이제 18개월, 집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뽀로로를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장난감 가지고 노는 것도, 마당에서 물놀이하는 것도 한두 시간이지…. 시시때때로 원하는 게 바뀌는 아드님 시중들다가 내가 먼저 쓰러질 지경이었다. 가끔은 밥하기 싫을 때 밖에 나가서 아이와 둘이 외식도 하고 그랬건만 매일 집에서 세끼를 다 해결하려니 어찌나 귀찮고 싫던지! 하루가 48시간 같다.
남편은 집에 돌아오면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 착용해라, 웬만하면 밖에 나가서 놀지 말고 집에서 놀아라, 우리 중에 한 명이라도 메르스에 감염되면 정말 큰일 난다, 이런 시기에 영화관 가는 임신부는 너밖에 없을 거다 등등….

결국 메르스 때문에 이번 학기 문화센터 등록도 포기했다. 나 역시 아이를 데리고 사람 많은 곳에 매주 가는 게 영 찝찝했기 때문. 문화센터를 안 다니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칭찬(?)까지 해주었다. 집에서만 며칠 놀다 보니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었나 보다. 아이의 짜증이 부쩍 늘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가 집에만 갇혀 놀아야 하니 얼마나 갑갑할까. 궁여지책으로 얼마 전부터 아침마다 친정으로 출근한다. 남편이 회사 가는 길에 나와 아이를 태워 친정에 내려주면 우리는 하루 종일 친정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친정은 메르스 발병 지역이 아니어서 그나마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에서 놀 수 있다.
그 동네 아이들도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지 않으니 함께 놀 친구도 많다. 한마디로 메르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매일 아침 놀이터 출장을 떠난다. 오늘로 놀이터 출장 나흘째, 앞으로 얼마나 더 출장을 다녀야 할까.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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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효진 씨는요…
  • <우먼센스> 기자 출신으로 돌쟁이 아들 희원이 엄마. 일할 때는 제법 똑똑해(!) 보인다는 평을 들었지만 아이가 돌이 지난 지금도 어리바리 초보맘 딱지를 떼지 못하는 신세다. 올 8월, 둘째 탄생을 앞두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심효진
사진
이성우
소품협찬
낮잠디자인(zzzdesign.com)

2015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한보미
심효진
사진
이성우
소품협찬
낮잠디자인(zzzdesi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