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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아요


아이와 놀아주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아요


17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세 살까진 무조건 엄마가 끼고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친구 만날 시간도 없이 아이와 단둘이만 지내다 보니 최선을 다해 놀아줘야지 하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힘드네요. 소리 지르며 혼내고 가끔 아이 엉덩이를 한두 대 때리기도 하고요. 다른 엄마들은 밀가루놀이, 촉감놀이 등등 다양하게 아이와 교감하며 지루할 틈 없이 놀아주는 것 같던데 우리 애는 요즘 뒹굴뒹굴 심심해하는 게 눈에 보여요. 사랑한다 매일 몇 번씩 말해주고 안아주고 뽀뽀해줘도 늘 못해주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불안하고요. 아이를 울려놓고 1초도 안 돼서 후회하곤 합니다. - 꼬마미소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시려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부모가 든든하게 아이 곁을 지켜준다면 아이로서는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 놓치신 게 있어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인데요. 육아에 대해 그런 결심을 하실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봤어야 했다는 겁니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두문불출하는 몇 년의 시간을 과연 내가, 그리고 내 몸이 버텨줄 수 있는가 말이지요.

신체심리학은 인간이 정신과 몸, 또는 정신, 마음, 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이 차원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종종 부조화를 겪기도 하는데요. 이를테면 정신이 자기 확신에 빠져 너무 앞서 가게 되면 마음과 몸이 뒤처지거나 더 심한 경우에는 반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나 분노가 생기기도 하지요. 보통 정신은 거창한 것, 미래의 것, 의미가 있고 멋진 것을 구상하기 좋아합니다. 그에 비하면 마음은 소소한 일상의 것들을 생각하고, 몸은 정신과 마음에서 일어난 것을 실천에 옮기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멋지고 의미 있는 것을 꿈꾸는 정신이 옳고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마음과 몸이 잘못된 거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정신이 비현실적인 셈입니다. 현실적으로 구체화시킬 수 없다면 그 멋진 생각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정신과 마음, 몸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가정이나 직장의 인간관계를 예로 들 수 있어요. 매번 지시하고 다그치기만 하는 부모나 상사들에 관한 얘기를 종종 들으시죠? 그들은 아랫사람의 성향, 능력, 취향 등은 고려하지 않고 다만 자기 생각의 속도에 맞춰 아랫사람들이 움직여주기를 강요하지요. 
이런 어른들이 중심이 된 조직은 비능률적이면서 조직원들에게 고통만 안겨줍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정신은 대부분 이런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부모, 그리고 직장 상사와 닮아 있기 때문에 매사에 조심해야 한답니다. 
꼬마미소 님, 오로지 아이에게만 전념해야지 하는 생각이 자신을, 그리고 아이를 힘들게 할 수 있으니 지금쯤 돌아보셔야 합니다.

먼저 부모와 아이가 관계를 맺을 때 일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오로지 아이를 위해서’라는 생각은 사실 비현실적입니다. 어떻게 ‘나’ 자신이 고려되지 않는 ‘너’와의 관계가 있을 수 있나요. 나도 상대를 위해 양보해야 하고, 또한 상대도 나를 위해 참아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조금 심심해해도 괜찮습니다. 아이는 무료해하면서 혼자 놀 수 있는 뭔가를 생각해낼 거고, 나는 그 사이 육아에서 잠시 놓여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다음 내 기분, 내 참을성, 내 성향, 내 건강 등이 고려된 계획이었는지도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혹시 내 마음과 몸에게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말이지요.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정신과 몸이 조화로운 상태가 가장 성숙한 단계라는 걸 잊지 마세요. 엄마가 이처럼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여러 조건을 두루 살펴서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조절하고 협상할 수 있게 된다면 아이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을 겁니다.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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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김형선 기자
박미라
사진
이성우
인형제작
조솔잎(밀크하우스 www.milkhous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