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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미리 알기만 해도 육아가 한결 수월해져요”

지나간 일은 즐겁고 행복한 기억보다 후회와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엄마 노릇’도 그렇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번쯤은 아이를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다시 아이를 낳는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첫아이를 키우는 초보맘이든 아이를 둘 셋씩 키워낸 고수맘이든 ‘아이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는 하소연은 똑같다. 만약 엄마들에게 선택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다시 엄마가 되길 원할까? 다시금 힘든 엄마 노릇을 하고 싶어 할까? 정답은 예스! 간혹 한두 명쯤은 엄마가 되길 원치 않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다시 내 아이의 엄마로 태어나겠노라 말한단다. 
육아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소중한 감정에 비할 바는 못 되기 때문. 일상에서 수많은 기쁨과 감격의 순간을 만난다 해도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를 소리 내어 말했을 때의 환희, 제 스스로 걸음을 뗐을 때의 대견함 등과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육아는 행복과 가슴 벅찬 감동 못지않게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육아가 이럴 줄 몰랐다’는 푸념을 낳는다.

부모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맑은숲독서치료연구소의 이임숙(52세) 소장은 얼마전 자신의 경험과 그동안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엄마가 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펴냈다.

“흔히 ‘진작 알았더라면 이렇게 안 했어’라는 말 자주 하잖아요. 육아도 예외일 수 없죠. 엄마 노릇이 뭔지,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지 미리 알고 있기만 했어도 육아가 지금처럼 버겁거나 아이와 사이가 틀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렇다고 결코 늦은 건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엄마들이 육아서를 읽고 상담실을 찾아요. 그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에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처럼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이면 충분해요.”

육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이임숙 소장이 말하는 첫 번째 엄마 노릇은 육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육아의 골든타임이다. 
아이는 배가 고파도 울고, 기저귀가 젖었을 때도 우는 등 태어나면서부터 온몸으로 엄마에게 그 순간을 표현한다. 이때 중요한 건 제대로 즉각적인 반응을 해주는 것. 영아 발달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엄마의 즉각적인 대응이 아이의 무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배고플 때 엄마가 젖을 빨리 물렸는지, 젖은 기저귀를 제때 갈아줬는지, 졸릴 때 잠을 재웠는지 여부로 아이의 기본 정서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아이는 엄마라는 존재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그래서 자신이 태어난 이 세상이 믿을 만한 곳인지 무의식중에 느낀다. 
아이가 어릴 때는 이처럼 먹이고 재우는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타이밍이 절대적이지만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게 된 이후에는 아이의 정서적 욕구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 엄마들이 ‘잠깐만’이나 ‘나중에’라고 미루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가 진짜로 바빠서 한 말이라도 아이에게 잠깐과 나중은 지금 당장이 아니거든요. 엄
마가 그런 말을 했을 때 아이는 ‘도대체 나중이 언제냐’고 묻기도 했을 걸요. 아이는 유치원에서 만든 작품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을 수도 있고, 집에 오는 길에 본 나무와 꽃에 대해 엄마와 얘기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아이와 정서적으로 유대를 맺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빨래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리는 일 때문에 잠깐과 나중으로 미뤄버리고 싶은 엄마는 아마 없을 거예요.”

그래서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류할 타이밍을 인지했을 때는 대부분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이후다. 이 소장은 뒤늦게라도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충분히 위로해주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는 위로와 사과에 인색해진다. 아이가 어릴 때는 조금만 늦게 젖을 물려도 “우리 아기 배고팠지, 엄마가 미안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아이와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해진 이후에는 눈에 보이는 잘못을 해놓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생략하고 만다. 
상담실을 찾은 엄마들에게 몇 가지 대화법을 알려주면 마치 외국어를 배우듯 낯설어한단다. 아이를 돌보며 이미 입 밖에 여러 번 내어본 말인데도 처음인 양 어색해한다는 것.

“‘엄마가 네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우리 00, 지금 00하고 싶구나’처럼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말은 ‘베이비 언어’가 아니에요. 엄마가 아이에게 해줘야 할 평생의 언어죠. 그것만 잘해줘도 아이가 상처받을 일은 훨씬 줄어들 거예요.”

이 소장은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할 때는 아이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사소한 일로 아이를 타박하거나 말실수를 한 경우라면 “엄마가 그때는 화가 많이 나서 그랬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라는 말만으로도 얼어붙은 아이의 마음을 녹일 수 있다.

Profile. 이임숙 소장은요…
아동·청소년 심리치료사이자 의사소통 전문가로 <아이는 커 가는데 부모는 똑같은 말만 한다>, <상처 주는 것도 습관이다> 등의 책을 썼다. 현재 맑은숲독서치료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부모 교육을 비롯해 아동 심리치료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엄마가 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출간했다.

여유를 갖고 아이를 지켜보는 게 엄마의 몫
이 소장은 두 번째 엄마 노릇은 아이의 발달 속도를 여유롭게 지켜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상처 대부분은 엄마의 욕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엄마들은 보통 아이가 4세 정도 지나면 ‘다 큰 아이’ 취급을 한다. 주위 엄마들에게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말귀를 잘 알아듣고, 하고 싶은 말은 징징거리지 않고 똑바로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논 뒤에는 정리하고, 밥은 자리에 앉아서 깔끔하게 먹는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아이는 세상에 거의 없다. 아니, 어른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가 마음속으로 아이를 이미 ‘다 큰 애’로 설정해버리면 아이의 모든 행동이 눈에 차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사실은 별것 아닌 일도 엄마들이 문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6세 아이는 한글을 떠듬떠듬 읽는 게 보통이에요. 그런데 엄마들 눈에는 자기 아이가 유독 늦된 걸로 보여요. 주변에 야무지고 똑 소리 나는 아이가 있다면 더더욱 아이를 다그치게 되고요. 이때는 엄마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떠올려보세요. 

발달 속도가 빨라서 또래보다 뛰어난 애들도 정상 분포 곡선을 기준으로 보면 비정상이에요. 그런데 엄마들은 정상 범주에 기준을 두는 것이 아니라 뛰어나서 비정상인 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자꾸 아이가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죠. 

꽃만 해도 피는 계절이 저마다 다른데 가을에 피는 꽃을 봄에 피게 하겠다는 건 억지예요. 그런 조급증이 아이를 더 문제 상황으로 내몰게 되고요. 엄마가 보이지 않을 때 문제 행동을 일삼거나 굉장히 똑똑한데 틱 장애를 앓는 등의 경우가 그래요. 욕심과 불안을 버리고 아이의 발달 속도를 지켜봐주는 여유를 가지세요.”



욕심과 불안이 엄마를 힘들게 한다
마지막으로는 과도한 엄마 노릇에서 벗어나는 게 진짜 엄마 노릇이라고 말한다. 사실 엄마의 욕심과 불안은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시작된다. 

같은 날 태어난 다른 아이는 젖도 힘차게 빨고 먹는 대로 똥도 잘 싸는 데 비해 내 아이는 먹는 것도, 우는 모습도 영 시원찮아 보인다면 엄마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혹시 우리 애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덜컥 가슴이 내려앉기도 한다. 그렇게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비교 습관은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더 커지고 결국 엄마와 아이 모두를 힘들게 한다. 그래서 이 소장은 엄마가 되기 전에 미리 욕심을 덜어내는 연습부터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만약을 가정해보는 거예요. 외모를 예로 들어 볼게요. 엄마 본인의 외모가 어떻든 상관없이 자신의 아이는 눈도 크고 코도 오뚝할 거라고 믿어요. 또 남들과는 달리 뭔가 특별할 것 같고, 다른 애들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날 거라고 믿죠. 아이를 가진 순간부터 무의식중에 말이에요. 그

러나 정작 태어난 아이는 못생겼을 수 있고, 뚱뚱하게 자랄 수도 있어요. 기질적으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일 수도 있고, 공부를 못할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그런 걸 미리 염두에 두라고 권해요. 

아이를 가졌을 때는 물론 좋은 생각만 하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야 하지만, 한 번쯤은 아이가 약하게 태어날 수도 있고, 못생겼을 수도 있다고 가정해보세요. 

혹여 아이가 못생기거나 다른 아이보다 조금 병약하다고 해서 아이를 덜 사랑할 건가요? 아이가 생긴 순간부터 갖게 되는 무의식적인 기대치부터 낮추고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할 준비를 하라는 거죠.”

이러한 ‘가정’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동안에도 필요하다. 기저귀를 늦게 뗄 수도 있고, 말이 늦게 트일 수도 있다고 미리 생각해보는 등 아이의 성장 발달 단계 전반에 여유를 가지라는 것. 

무턱대고 아이가 잘나기만 바라지 않아도 아이를 향한 욕심을 덜어낼 수 있다. 그러면 육아에 대한 엄마의 부담도 한결 줄어든다. 다시 아이를 낳아 제대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아이와 눈을 맞추고 더 많이 웃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내 아이가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마음이 충만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영어 공부를 시키고 학원을 하나라도 더 보내겠다는 욕심은 아니지 않은가.

엄마라면 누구나 똑 소리 나게 엄마 역할을 해내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야무지게 아이를 키운다는 얘기도 듣고 싶고, 아이와 친구처럼 잘 지내고 싶다. 

그러나 한 번쯤은 엄마의 욕심이 과도한 엄마 노릇을 자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소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슈퍼맘을 꿈꾸며 하루하루 아이에게 헌신하고 마음 졸이고, 제대로 아이를 키우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육아가 버겁고 힘든 이유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금방 깨닫게 될 거란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여성도 엄마로서 다시 태어난다. 첫아이라면 엄마도 난생처음으로 엄마 노릇을 해보게 되는 거다. 

아이가 한 살이면 엄마도 한 살이므로 엄마 노릇이 서툴고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아이가 걸음마를 떼고 한글을 익히듯이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엄마도 엄마로서 성장한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마음만 달리 먹어도 엄마로 사는 게 훨씬 가볍게 느껴질 테니 말이다.
 

지나간 일은 즐겁고 행복한 기억보다 후회와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엄마 노릇’도 그렇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번쯤은 아이를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다시 아이를 낳는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Credit Info

기획
남현욱 기자
사진
성나영(이미지), 이주현(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