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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일상을 담은 ‘생활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 (1)

아이의 일상 담은 '생활 그림책'의 매력

On August 22, 2014

상상력 넘치는 판타지 그림책도 매력적이지만 때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보다 내 주변의 이야기가 더 공감되고 맛깔스러운 법이다. 이것이 바로 아이의 일상을 담아낸 생활 그림책이 주는 묘미. 생활 그림책의 효과, 그리고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생활 그림책 리스트를 정리했다.


생활 그림책의 특별한 매력
아이 방 책장을 살펴보자. 세계명작, 옛이야기, 자연관찰 책…. 꽂혀 있는 책을 보면 엄마가 선호하는 장르와 작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아마 책장 가득 꽂힌 책 중 가장 부족한 것은 국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어머, 주인공 아이 하는 짓이 우리 애랑 똑같네’ 하는 생각이 들거나, 아이가 먼저 ‘얘는 내 친구 OO 같아’라고 말하는 그림책은 드물 것이다. 
유명한 해외 작가의 베스트셀러, 명망 높은 상을 받은 그림책, 구수한 전래동화, 기발한 내용의 판타지 그림책 모두 나름의 재미와 개성이 있지만, ‘나의 일상,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풍경’을 담고 있는 그림책을 볼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내 이야기’를 담은 생활 그림책은 공감하기 쉽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겪은 경험과 연관된 책을 볼 때면 스스로를 주인공과 쉽게 동일시한다. 주인공이 좋지 않은 일을 당했을 때 함께 속상해하고,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 자기 일인냥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마련이다. 
국내 작가의 생활 그림책에는 갈색 머리, 푸른 눈동자가 아닌 ‘나’랑 닮은 아이가 등장한다. 주인공 이름도 지원이, 현우, 민지…. 내 친구들 이름과 비슷하기 때문에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쉽다. 웰메이드 미드도 재미있지만,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이 더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지듯 아이도 친근한 등장인물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더욱 재미있어하고 몰입한다. 
정리정돈 안 하는 찬수의 이야기를 담은 <로봇 팔을 찾아주세요>(아이세움)를 읽으며 아이는 어지럽혀진 방에서 잃어버린 로봇 팔을 찾느라 애쓰는 찬수의 마음에 공감하고, 병원 가기 싫은 준혁이가 자꾸 핑계를 둘러대는 <앗 따끔>(시공주니어)을 보며, 결국에는 준혁이가 그랬듯 용기내어 씩씩하게 주사를 맞을 수 있게 된다.

생활 그림책은 소재가 친근하다
흔히 일어날 법한 일상의 사건, 친숙한 인물과 익숙한 공간은 아무런 부담 없이 그림책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우리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인 만큼 대부분의 소재는 실제로 아이가 겪을 만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아빠! 머리 묶어주세요>(한울림 어린이)는 아기 낳으러 간 엄마 대신 딸아이 머리를 묶어주느라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엉망인 가르마를 한 채 유치원에 간 아이의 속상함, 아빠가 사온 예쁜 머리띠에 이내 기분이 풀어지는 은수의 모습은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일상의 사건이다. 
<오늘은 우리 집 김장하는 날>(보림)나 <솔이의 추석 이야기>(길벗어린이)는 또 어떤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인 김장이나 명절을 주제로 그림책을 지을 수 있는 이는 우리나라 작가들이며 친근한 소재는 이야기의 흡인력을 높인다.

우리나라 ‘생활 그림책’의 발자취…
이전에는 해적판으로 출간되던 해외 그림책들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으며 봇물 터지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술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이 책들은 그림책의 실구매자인 부모들의 마음을 얻기 충분했다.
유년 시절, 동화책은 읽었어도 이렇다 할 그림책을 보진 못했던 부모 세대는 이 아름답고 멋진 책을 내 아이에게 읽혀야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힌다. 이 시기 영미권 그림책은 물론 우리나라보다 그림책 역사가 한참 깊은 일본 그림책이 대거 번역 출간되기 시작했다.

<달님, 안녕>, <순이와 어린 동생>, <이슬이의 첫 심부름>으로 잘 알려진 하야시 아키코의 책이 대표적인 예. 다른 해외 그림책과 달리 하야시 아키코의 책은 같은 동양권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다, ‘유치원에 처음 간 날’, ‘아이의 첫 심부름’, ‘엄마 대신 동생 돌보기’ 같은 아이들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며 부모는 물론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게다가 예쁘고 환상적인 그림이 주를 이루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을 아이 눈높이에서 섬세하게 그려내 더욱 정겹고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이렇듯 해외 유수의 그림책이 쏟아지던 당시, 우리나라 그림책 업계에서는 ‘왜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림책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아이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우리 모습’이 담긴 책을 보여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긴 것.

이 무렵 길벗어린이에서 발행한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첫 편인 <지하철을 타고서>는 우리나라 그림책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자리를 차지한다. 이렇다 할 수상 타이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출간 당시만 하더라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책은 아이들의 열렬한 지지와 엄마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지금까지도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틈틈이 메모해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엮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는 대표적인 생활 그림책으로 손꼽힌다. 이 책은 서울의 평범한 아파트 단지, 학교 앞 문방구, 떡볶이집, 단지 내 놀이터, 마트 등 우리 주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파트 키즈’임에도 사실 국내 창작 그림책에서조차 아파트 풍경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마당 딸린 단독주택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이는데, 이는 작가들이 자신의 유년 시절을 추억하며 재현해낸 것일는지 모른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학교가 파하면 태권도장에 가고, 주말이면 가족이 함께 산에 오르고, 지하철 차창 밖으로 흐르는 서울 풍경을 담아내고 있는 이 이야기는 독자의 큰 공감을 끌어내기 충분하다. 책을 본 독자들 대부분이 ‘어쩜 우리 애랑 똑같냐’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거다.

몇 해 전부터 재능 있는 신진 작가들의 창작 그림책 출간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해외 번역 그림책에 비해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다행인 점은 재미마주, 초방책방처럼 퀄리티 높은 한국 창작 그림책을 꾸준히 출간하는 출판사도 꽤 있고, 최근 몇 년 사이 재능 넘치는 젊은 작가들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실제로 아이를 키우며 양육을 담당하는 엄마·아빠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겪은 초보 엄마의 경험담을 유쾌하게 풀어낸 염혜원 작가의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비룡소)도 대표적인 경우. 
이밖에 갖고 싶은 물건을 주인 몰래 가져온 아이의 모습을 그린 <악어 연필깎이가 갖고 싶어>(아이세움), 아기 동생 때문에 귀찮은 맏이의 마음을 리얼하게 풀어낸 <내 동생 싸게 팔아요>(아이세움), 퇴근길에 아이스크림을 사오기로 한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의 설렘을 담은 <아빠는 어디쯤 왔을까>(문학동네)도 우리 아이들의 생활상, 동시대성, 한국적 공간을 잘 드러낸 생활 그림책으로 손꼽힌다.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유치원에 갈 준비 과정부터 유치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기까지 산이와 엄마의 간결한 대화를 통해 아이와 엄마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씩씩하고 자신만만한 산이와 걱정 많고 소심한 엄마의 모습을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통해 유쾌하게 끌어가고 있다. 
<어젯밤에 뭐 했니>로 2009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을 수상한 작가 염혜원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겪은 초보 엄마로서의 경험을 담았다. 
염혜원 글·그림, 비룡소, 1만원


<학교 가는 날>
1960년대 아이 구동준과 2000년대 아이 김지윤의 이야기를 나란히 실은 일기 형식의 그림책.
취학 통지서를 받은 두 아이는 입학 준비를 하고, 예비 소집일을 맞이하며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마지막에 1960년대 아이 구동준이 지윤이의 선생님이라는 사실은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을 끌어낸다. 50여 년 전과 지금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송언 글, 김동수 그림, 보림, 1만1000원


<로봇 팔을 찾아 주세요>
어수선한 방에서 물건 찾느라 애쓰는 찬수에게 엄마가 정리하는 법을 알려준다. 로봇 팔이 없어진 걸 알게 된 찬수는 엄마에게 배운대로 방을 치운다. 어지럽게 널려진 장난감이 차츰 정돈되는 모습이 재밌다. 
이상교 글·윤정주 그림, 아이세움, 7500원


<둥글댕글 아빠표 주먹밥>
엄마가 없는 사이,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게 된 아빠의 이야기. 아이들은 엄마 없는 틈을 타 피자와 치킨을 먹고 싶어 하지만, 아빠는 아이들을 달래고 얼러 조몰락조몰락 맛있는 주먹밥을 만든다. 
투실투실한 몸매의 곱슬머리 아빠, 맛없는 밥을 차려 주려는 아빠한테 삐친 딸. 처음에는 토라져 있지만 결국 아빠의 보조 주방장이 되는 모습이 재밌다. 
이상교 글, 신민재 그림, 시공주니어, 9000원 

상상력 넘치는 판타지 그림책도 매력적이지만 때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보다 내 주변의 이야기가 더 공감되고 맛깔스러운 법이다. 이것이 바로 아이의 일상을 담아낸 생활 그림책이 주는 묘미. 생활 그림책의 효과, 그리고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생활 그림책 리스트를 정리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사진
인지은
도움말
김혜경(독서지도사, 유아·초등독서 전문가), 여정은(길벗어린이 픽션팀 팀장)

2014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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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김혜경(독서지도사, 유아·초등독서 전문가), 여정은(길벗어린이 픽션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