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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깜빡! 습관성 주부 건망증 엄마들을 위한 메모 기술

아이 낳고 나서 건망증이 부쩍 심해졌다는 엄마들이 많다. 결혼 전에는 제법 똑똑하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이러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치매라도 오는 게 아닌지 두렵다고 하소연한다. 나,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당신도 습관성 주부 건망증입니까?
외출할 때마다 휴대전화, 지갑을 두고 나오는 일은 애교다. 뭘 사러 마트에 왔는지 까먹기 일쑤인데다, 주차해놓은 차를 찾지 못해 주차장을 서너 바퀴 돌아본 경험이 있다면 습관성 주부건망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건망증(Amnesia)은 단기기억 장애 혹은 뇌의 일시적 검색능력 장애로 볼 수 있는데 흔히 ‘습관성 주부 건망증’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출산 후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호소한다.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첫 째로 호르몬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출산 직후에는 뇌세포를 보호하는 에스트로겐의 양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뇌 기능에 일시적인 혼란을 주는 것. 
집안일에 아이까지 키우다 보니 자연히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 뇌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한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 분비되어 뇌세포를 죽이고 기억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몸의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섬유질이 부패해 하루 3%씩 작아지는데 이는 뇌도 마찬가지다. 자극이 없으면 시간이 지나갈수록 뇌세포 내에 정보를 수용하는 능력이 감소하게 되는 것.
우울증도 습관성 주부 건망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심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주변 일들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쓰지 않게 되어 겉에서 보기에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전화번호나 사람의 이름을 외우거나 계산하는 일이 적어져 더더욱 건망증이 자주 나타나게 된다. 출산 후 겪는 일시적인 건망증은 생활습관만 바꿔도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진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계속해서 심해진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뇌와 기억력의 상관관계
필요한 정보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은 뇌의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 덕택이다. 하지만 이들이 불러오는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하고 단기간에 걸쳐 기억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저장할지 말지 판단을 내리는 곳은 바로 해마다. 
워낙 많은 양의 정보가 들어오다 보니 정보를 취사, 선택해야 하는데 이때 짧은 간격으로 같은 정보를 자꾸 반복할수록 이 정보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라 판단한다. 또한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이 동원되는 정보를 쉽게 기억한다. 건망증 치료로 메모한 것을 소리 내 읽게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잠자는 뇌를 깨우자! 기억력 높이는 생활법
충분히 쉬어라 
2009년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기억력의 비밀>에서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미로를 찾는 등 새로운 경험을 시킨 쥐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쥐의 뇌를 촬영한 결과, 휴식을 취할 때 장기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편히 쉴 때 뇌에서는 알파파를 내보내는데, 알파파는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뇌는 자극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곤하면 피곤할수록 정보를 잊어버리므로 적어도 1시간에 5~10분 정도는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행동과 기억을 연결시켜라 
행동과 기억을 연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열쇠나 휴대전화를 놓아둘 때 1~2초 정도 시간을 할애해 물건이 있는 위치를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이곳에 휴대전화를 놓았어’라고 속으로 한번 되뇌는 식이다. 이렇게 확인하면 아무리 습관적인 행동이라도 뇌에 입력되어 잘 잊히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습관을 들여라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기억력이 더욱 감퇴되고 있다는 주장도 많다. 말 그대로 ‘디지털 치매’인 셈이다.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의식적으로라도 전화번호, 사람의 이름 등을 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메모 습관을 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일기로 적는 것도 효과적이다.

더 많이 걸어라 
미국의 컬럼비아대학교에서 3개월 동안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걷기 운동 등 유산소운동을 시킨 뒤 뇌 상태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기억력이 향상된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30분 이상 꾸준히 하면 집중력, 사고력, 기억력 등이 증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는 유산소운동을 하는 동안 뇌에 산소와 영양소가 평소 10배 이상 공급되기 때문이다.

정리 정돈에 신경 써라 
정리정돈은 가장 쉽고 효과적인 기억력 훈련 중 하나로 기억력, 관찰력, 분석력 등을 관할하는 뇌 부위를 활성화시킨다. 실제로 정리 정돈을 못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주의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기억력 2배로 높이는 메모의 기술
자주 깜빡깜빡한다면 꼭 해야 할 일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자. 부족한 기억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메모 행위 자체가 기억력을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손에 잡히는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자

제대로만 쓰면 ‘스마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수첩이나 노트를 들고 다니며 메모하기 번거롭다면 스마트폰의 메모장과 캘린더 기능을 활용할 것. 전날 저녁 아침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메모장에 순서대로 적는 식인데, 휴대전화마다 액션메모, 캡처, 스티커 등 각기 다른 기능이 있으니 살펴보자. 연간 행사는 캘린더의 알람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연초에 캘린더에 가족들의 생일이나 제사를 한꺼번에 체크해두고 3~4일 전 알람이 울리도록 맞추면 된다.

메모할 때는 질문을 하면서 적는다
예전에 써놓은 메모를 보면 왜 이런 메모를 했는지, 도대체 무슨 내용을 적어놓은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메모를 할 때는 ‘메모의 이유’를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약간의 장치가 필요한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메모하면 그런 효과를 볼 수 있다. 
가령 누군가에게 무엇을 설명하듯 “전화번호가 뭐였지? 국번이 0000이지? 이걸 어떻게 외울까? 3 곱하기 9는 27이잖아. 여기에 1을 더한 수는 28이니 이렇게 기억하면 쉽겠지?”라고 기억하는 식이다.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어느 정도 다룬다면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순한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이나 사진을 메모할 수 있는 ‘ever note’, 국민 메모장으로 통하는 ‘솜노트’ 등이 대표적.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데, ‘네이버 캘린더’는 일정, 기념일, 관리뿐 아니라 시간표 기능, 다이어트, 운동 등 목표를 설정해 체크하는 기능이 있다. ‘네이버 메모’ 또한 각각의 메모를 폴더별로 분류할 수 있고, 색상을 지정하고 스티커 등으로 꾸밀 수 있어 워킹맘들 사이에 인기다.

메모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인다
초보자라면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메모하는 것이 좋다. 잠자기 전이나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이 적당하다. 수시로 메모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한데, 메모만 해두고 보지 않으면 낙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억은 언제든 원할 때 꺼내 정보로 사용할 수 있지만, 메모는 직접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너무 바빠 불가능하다면 하루에 한 번이라도 메모를 쭉 읽어보는 시간을 가질 것.

조리할 때는 쿠킹 타이머를 활용한다
가스레인지 불을 켜두고 깜빡했다가 냄비를 까맣게 태운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터. 자칫하다가는 큰 불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요리를 할 때는 기억하고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다. 빨래나 청소를 함께 해야 한다면 아예 조리 시간을 맞추는 쿠킹 타이머를 활용하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2만~3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는데, 시간이 되면 타이머가 울려 도움이 된다. 싱크대나 냉장고 옆에 부착해 사용하는 제품도 많이 나와 있으니 꼼꼼히 따져볼 것.

핵심 단어, 이니셜을 활용한다
메모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전하거나 기억을 돕기 위해 짤막하게 적어두는 글’이다. 무엇보다 메모의 포인트는 ‘짧고, 명료하게’다. 구구절절 길게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대화나 문장 등을 기억해야 한다면 그중 핵심 단어를 뽑아야 한다. 핵심 단어를 꼽았다면 단어를 순서대로 적어둘 것. 핵심 단어가 너무 많다면 이니셜로 표기해도 좋은데, 이렇게 하면 메모의 양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외출 전 체크해야 할 것은 메모판에 적어둔다
냉장고 문이나 현관문에 작은 메모판을 마련하는 것도 아이디어. 쉽게 지울 수 있고 먼지가 날리지 않은 화이트보드가 좋은데, 가스 밸브 잠그기, 콘센트 빼기, 보일러 끄기 등 외출하기 전 잊기 쉬운 목록을 적어두면 유용하다. 냉장고 옆에 메모장을 설치하고 생각나는 것을 바로 적어 붙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4~5개 덩어리로 묶어 적는다
핵심 단어와 이니셜이라도 무한정 나열만 하면 기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메모를 보면 “아~” 하고 생각이 나야지, 메모를 다시 공부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메모 자체도 기억을 돕는 형태로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메모해야 할 정보가 많을 때는 나열을 하기보다 4~5개 정도의 덩어리로 묶어 적자. 이때 띄어쓰기와 여백을 최대한 활용해 한눈에 4~5개 덩어리로 보이도록 메모할 것. 무조건 묶는 것보다는 정보를 조직화해 주제별, 상위 개념, 하위 개념 등으로 묶는다.

기호와 도형을 활용한다
메모할 때 글씨를 잘 쓸 필요는 없다. 메모의 목적은 기억을 도와주기 위함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글자 말고 알파벳, 이모티콘 등 도형을 써도 좋다. 
남들이 볼 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본인만 보기 편하면 된다. 특히 그림으로 메모를 하면 정보가 시각적으로 가공되어 더 쉽게 기억된다. 이런 메모는 보는 순간 기억해뒀던 상황이 영화나 사진처럼 떠오르는 효과가 있다.

육하원칙, 숫자, 고유명사 위주로 메모한다
꼭 기억해두어야 할 중요한 내용이라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는다. 포괄적인 단어보다는 핵심 단어나 이름, 명칭을 위주로 적는데, 육하원칙에 따라 적는 것이 좋다. 또한 날짜도 적어두자. 날짜는 ‘140520(2014년 5월 20일)’ 식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표기한다.
  • 건망증과 치매 어떻게 다를까?
  • 건망증이 오래 지속된다고 해서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되어 생기는 일종의 뇌 질환으로 뇌에 새로운 정보 자체가 입력되지 않는 상태로 보면 된다. 심지어 본인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 조차 잊게 된다. 반면 건망증은 병이 아니라 일종의 증상이다. 
  • 흔하게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원인질환 중 하나로 플라크와 탱글이라는 변칙 단백질들이 뇌세포와 결합해서 뇌세포를 파괴하는 질병. 기억을 저장시키는 해마를 공격해서 기억하는 작용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데, 언어, 감정,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 순으로 이동하면서 점차 뇌세포를 파괴하고, 결국에는 모든 기억을 사라지게 만든다. 
  • 이에 비해 건망증은 조금만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해 내거나 생활 습관 변화로 충분히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

아이 낳고 나서 건망증이 부쩍 심해졌다는 엄마들이 많다. 결혼 전에는 제법 똑똑하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이러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치매라도 오는 게 아닌지 두렵다고 하소연한다. 나,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사진
조병선
도움말
손석한(연세소아정신과 원장)
참고서적
<기억력의 비밀>(ebs 제작진, 북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