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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남들은 남편에게 투정도 부린다는데, 저는 자꾸만 남편 눈치를 봐요


두 살, 세 살 연년생 아이를 키우는 전업맘입니다. 요즘 들어 육아에 힘이 부치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남들은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서 그러겠거니 하지만 제 경우는 아이들보다 남편이 더 스트레스예요. 

회사에서 일하고 들어오는 남편이 오늘 하루는 잘 보냈는지, 싫은 소리를 듣는 건 아닌지 마음이 두근두근합니다. 남편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임신해서도 입덧하는 것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고, 아이가 태어나서 밤에 울면 남편이 못 잘까 봐 따로 떨어져서 지내고, 아이가 아파도 남편한테는 큰 내색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닥친 것 같습니다. 남들은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남편한테 투정도 부리고 큰 소리도 낸다는데 전 그저 부럽기만 하네요. 남편이 저에게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저는 이게 잘 안 될까요?
ID 바이올렛


이런, 힘드시겠네요. 바이올렛 님이 왜 남편 앞에서 쩔쩔매게 됐는지 저 역시 궁금합니다. 남편과의 관계가 처음부터 그랬나요?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혹시 과거의 어떤 관계와 유사하다고 느끼시지는 않나요? 특히 남자 가족원인 친정아버지나 오빠, 남동생과의 관계는 어떠셨나요?
잘 알려져 있듯이 여성들은 어린 시절 자기 아버지에 대해 느꼈던 감정을 남편에게서 다시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걸 심리학에서는 ‘전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경험한 관계를 현재의 관계에서 다시 경험하게 되는 거지요. 

 

아버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성장 과정에서 그 감정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주변의 남자 어른, 예를 들어 직장상사, 시아버지, 그리고 남편에게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거나 비슷한 태도를 보이며 힘들어하게 됩니다.
부모의 부부 관계를 똑같이 반복하는 딸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남성상, 태도 등을 딸이 자신의 남편에게 적용하는 겁니다. 어머니와의 경계선이 미약해서 어머니와 쉽게 동일시하는 딸들이 주로 이런 유형에 속하지요. 어머니를 미워하고 원망했던 딸들도 내면에서는 어머니와 강하게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융심리학은 전이의 경험을 조금 다르게 설명합니다. 우리 내면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원형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인간은 그걸 상대에게 투사함으로써 일정한 패턴에 번번이 말려든다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전지전능하고 친절한 왕자님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여성은 남편에게 그걸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분노하게 되지요. 또 어떤 여성은 냉혹하고 엄격한 부성상 혹은 냉철하고 지성적인 남성상을 가지고 있어서 남자 어른을 보면 두려워하거나 위축되고 또 늘 자기비판을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강한 연민을 느끼게 하는 남성상을 가지고 있다면 현실의 남성을 안쓰럽고 불안하게 바라보겠지요. 사실은 그 원형적인 이미지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에게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아버지와 어머니조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나의 색안경, 나의 상상의 틀 속에서 가공된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상대에게 과도한 기대와 애착, 또는 원망과 두려움을 느끼며 사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제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는 나의 색안경과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답답해할 거고, 나 또한 잘못된 현실 인식으로 고통을 겪게 되니까요.

바이올렛 님, 남편에게 조금씩 다른 접근을 해보세요. 내가 만든 두려움 때문에 침묵하지 마시고, 그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지금 어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어? 나를 좀 도와줄 수 있어?”라고요. 남편이 당신의 상상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될 때 비로소 남편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이 시작될 겁니다.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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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김형선 기자
박미라
사진
이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