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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자신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배려하세요!


Q 생후 6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남편은 오후에 출근해서 이른 새벽에 들어오는 일을 하고요. 저와 딸은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때 남편은 잠자리에 듭니다. 
얼마 전부터 아이를 재우고 난 뒤 하루의 피로감과 혼자라는 외로움에 저도 모르게 한두 잔씩 마시던 술이 어느덧 소주 1병까지 늘었어요. 쓰러져 자는 남편 얼굴이 안쓰럽고 ‘오늘은 또 어떻게 고단한 하루를 버틸까’ 한숨부터 나옵니다. ID 원더맘스


남편은 직장일로 바쁘고 아기는 너무 어리군요. 가장 힘들 때죠.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와 하루 종일 씨름하는 건 또 얼마나 답답한지…. 원더맘스 님이 가까이 있다면 꼭 안고 등을 토닥여주고 싶네요. 한잔 술로 그 어려운 시기를 하루하루 넘기고 있다니 아마도 우울증을 겪는 것 같아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됩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는 우울한 것 이외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왜 그러고 있느냐?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뭐라도 시도해봐라. 주위에선 쉽게 말하지만 극복할 의지가 생기고 뭔가 할 수 있다면 그건 우울증이 아니지요. 

저는 우울증을 겪는 분들에게 그 상황도 충분히 겪어보라고 충고하지만, 아기 엄마들의 경우엔 마냥 맥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저는 님의 내면에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먼저 아이를 대하는 마음이 너무 긴장되어 있지 않나요? 보통 초보 엄마들이 아기 돌보는 일을 지나치게 힘들어하는 것은 긴장감이나 완벽주의와 관련 있습니다. 조심스러운 마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엄마를 쩔쩔매게 만들고 지치게 만들지요. 

이렇게 온종일 전전긍긍하다 보면 아기와 즐길 새도 없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쳐버리지요. 그런데 첫아이를 길러내고 둘째 아기를 낳은 엄마들은 알게 됩니다. 아기의 생명력은 의외로 강인하다는 것을, 아기는 만지면 부서지는 종이인형이 아니라는 것을, 아프다가도 며칠 뒤엔 언제 그랬나 싶게 치유되어 부쩍 자라 있다는 것을요.

다른 또 하나의 질문은 원더맘스 님이 남편만큼 자신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배려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새벽에 들어와 오후에 출근하는 남편은 집에서 깨어 있는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아기 돌보기와 집안일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나요? 

제가 보기엔 남편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에 24시간 이루어지는 아기 돌보기를 님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님의 이성이 ‘그래도 나는 남편보다 편할 거야. 피곤한 남편에게 집안일까지 시킬 순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님의 마음과 몸은 고독감과 피로감에 지쳐 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원더맘스 님 명심하세요. 그런 배려는 님 자신을 소외시키는 것임과 동시에 아빠를 육아에서 배제시키는 것이기도 하답니다.

낮 동안 깨어 있는 남편에게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아이를 맡겨보세요. 주변에 문화센터가 있다면 일주일에 한두 번 1~2시간쯤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생각해보시고요.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삶이 획기적으로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동 양육자인 남편과 상의하면서 바쁜 삶의 구석구석에 작은 여유와 행복을 들여와 삶을 견딜 만하게 조금씩 바꿔볼 수는 있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 엄마는 한층 강해지고 아이는 점점 더 독립적으로 성장하겠지요. 그 시간이 생각보다 무척 빨리 온답니다. 힘내세요!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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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미라
사진
이혜원
촬영협조
고로고로샵(www.gorogorosh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