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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부모님에게 당신은 여전히 어린 딸이랍니다


Q 얼마 전 다섯 살배기 아이와 친정집에 갔을 때 일이에요. 자기를 예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앞이어서 그런지 아이가 식탁에서 버릇없이 굴기에 방에 데려가 따끔하게 야단을 쳤습니다. 

아이가 울었지만 그냥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30분 정도 있다 나왔는데 친정 부모님께서 저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는 거예요. ‘별것도 아닌데 애 잡는다’고요. 아이 앞인데 민망하기도 하고, 제 육아 원칙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이상한 걸까요? ID 민천사

 

아이는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엄마는 또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으셨네요. 부모로서 권위를 가지고 아이한테 따끔하게 한마디 했는데 부모님이 엄마인 민천사 님의 권위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셈이고요.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예의를 갖추라고 야단친 건 어머니와 아버지를 존중해드리고 싶은 민천사 님의 마음 때문이었을 거고, 또 부모님한테 자식 잘 기른다는 칭찬을 받고 싶었을 텐데 부모님이 그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셨네요. 억울하고 자존심 상하고 참으로 무색하셨을 것 같아요. 님이 느끼는 감정 충분히 이해됩니다.
 

부모님이 그렇게 하신 데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겁니다. 나이가 들어 성격이 변했을 수도 있고, 과거에 자식들에게 그렇게까지 엄격할 필요가 없었는데… 하면서 후회하고 계실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문제는 부모님이 엄마가 된 자신의 딸을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당신들의 의견이야 어찌 됐든 일단은 엄마가 된 딸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아이가 없을 때 넌지시 충고하셨어도 될 텐데 말이에요.
인간관계란 것이 참으로 묘해서 상대하는 사람이 누구냐, 또는 그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내 생각과 태도도 변한답니다. 관계의 상대성이란 거죠. 누군가를 만날 때는 편하고 자연스러운데 또 다른 사람 앞에서는 위축되고, 어떤 사람은 나를 과장되게 만들며 누군가와 있으면 내가 문제 많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부모는 나를 늘 어린애처럼 만드는 존재입니다. 

물론 부모님이 더 오래 사셨으니 더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체험하고 깨달은 것에 대해 너무 과신하면서 자식 세대에게 자신들의 정답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자식을 미숙한 존재로 대하는 태도는 더더욱 문제입니다. 자식은 미숙한 존재가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입니다. 나와 다른 여러 조건들에 의해 지금의 특성을 갖게 된 것이지요. 민천사 님 또한 아이를 대하실 때 그런 마음이겠지요?
 

부모님으로부터 존중받으시려면 어느 정도 거리 두기와 선 긋기가 필요합니다. 자식이 어른이 되었으니 부모님과 새롭게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젠 부모님 앞에서 풀어진 행동은 좀더 삼가시고, 새삼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존댓말이나 존칭을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부모자식 관계가 조금 서먹해지더라도 예의를 갖추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다. 성인이 된 자식을 여전히 아이처럼 대하는 부모님의 태도 때문에 새로운 상처를 갖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뭐라 하시더라도 굴하지 마세요. 물론 인생 선배나 전문가의 조언처럼 부모님의 말씀을 참고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생각과 결정이 중요합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지겠다는 각오로 자신의 판단대로 행동하세요. 부모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젊은 부모들도 온몸으로 실천하고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지혜를 터득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거니까요.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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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미라
사진
추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