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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싸움 잘 말리는 고수맘의 기술

On February 04, 2014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형제·자매·남매 간의 타이틀매치는 엄마의 몸과 마음을 녹다운시킨다. 형과 동생, 누구도 상처주지 않고 싸움 잘 말리는 기술.



힘든 세상 서로 의지하며 지내라고 힘들여 둘이나 낳았더니 아이들은 눈만 마주치면 싸우기 바쁘다. 미국의 게젤 아동발달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나이 차이가 적고 같은 성별일 때 갈등이 많은데, 만 2~4세 아이들은 형제끼리 10분에 한 번꼴로 싸우고, 만 3~10세는 1시간에 3.5회 충돌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야말로 ‘밥 먹듯’ 싸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부딪힐 때마다 엄마는 심신이 피로하다.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도, 무조건 서로 잘못했다며 몰아붙이기도 찜찜하다. 장난감, 크레파스, 옷, 신발 등 싸움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형제간 싸움의 본질은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거나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발달 과정이다. 아이들 싸움이 엄마나 아빠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만 일어나는 이유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부모에게 자기편을 들어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들의 작전에 말려들어 형제 중 한 명을 편들거나 일방적으로 혼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 아이가 달려와 형제를 일러바치며 혼내주길 바란다면 거기에 응해서 아이가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지 말라는 얘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싸움에는 늘 각자의 주장이 있게 마련이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 주장이 정당하다.
부모가 누구 편을 들어주면 상대편 아이는 억울함은 물론 자신이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형제간 싸움에서 부모는 ‘심판’이 아니라 몸싸움이나 욕설 등으로 싸움이 과격해지는 것을 막고 두 아이의 말을 공평하게 들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형제간 싸움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싸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제해결력이나 양보 등을 배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첫째는 동생과 다투면서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더 인기 있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며, 동생에게는 형과의 경쟁과 싸움이 사회성은 물론 어휘력과 감정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렇듯 형제 간 다툼은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거나 폭력적이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무리 기질이 순한 아이들을 키우더라도 횟수나 강도의 차이일 뿐 형제간의 싸움은 피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들의 싸움을 ‘어떻게 잘 말리느냐’다.

형제간 다툼 줄이는 방법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형제간의 다툼은 자연스러운 현상. 따라서 부모는 “엄마 아빠는 너도 사랑하고 동생(또는 형)도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보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사랑을 표현할 것. 부모가 너무 바쁘거나 아이에게 애정 표현이 인색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형제와 나눠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더욱 자주 싸우게 된다. 
여건이 된다면 각각의 아이와 따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 하루 30분이라도 형이나 동생 없이 엄마와 단둘의 시간을 가진다면, 부모의 관심이나 사랑을 받으려고 벌어지는 아이들의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

형제가 싸울 때 해서는 안되는 말
“누가 먼저 그랬어?
이 말은 아이들에게 서로의 잘못을 ‘고자질’하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 상대편이 더 큰 잘못을 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아이들을 그 짧은 순간 머리를 쥐어짜게 될 것이다. 엄마가 형제간 싸움의 판정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먼저 그랬어?”,

“왜 그랬어!” 
잘못을 따지다 보면 형과 동생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결과만 낳는다.

“서로 화해해” 
엄마의 강요로 인한 화해는 또 다른 싸움의 불씨가 될 뿐이다. 입으로 ‘미안하다’고 말해도 진심이 담겨 있지 않으면 소용없다. 아이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둘 다 맞아볼래?” 
아이들 싸움을 폭력이나 체벌로 다스리는 것은 최악의 수. 갈등 상황을 부모의 권위나 힘으로 제압하는 상황은 아이들에게 비뚤어진 힘의 논리를 심어줄 수 있다.

“형이니까 참아”, “동생이 왜 형한테 대들어!” 
엄마들이 형제의 싸움을 말리면서 가장 하기 쉬운 비난.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내 마음이 어떠한지’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싸움의 원인이나 경과, 마음과 관계없이 덮어놓고 “형이니까 참아. 동생은 어리잖아”, “건방지게 왜 형한테 대들어” 식으로 서열이나 역할을 강조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말들이야 말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낮추고 쓸데없는 경쟁심을 부추겨 형제간의 갈등을 더욱 깊어지게 할 수도 있다.
  • TIP.아빠와 아이의 갈등 상황은 이렇게
  • 다 큰 어른과 아이가 무슨 싸움이냐고 하겠지만 의외로 아이와 아빠의 갈등 상황이 자주 빚어진다. 아무래도 주양육자가 엄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같이 있는 시간이 적은 아빠의 말이나 행동 방식이 익숙지 않아 아이가 반발하기 쉽다. 
  • 아빠가 무엇을 제안해도 ‘싫어’, ‘안 해’ 등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심한 경우 아빠를 때리기도 한다. 엄마 입장에서야 남편이 어른답게 웃어넘기길 바라지만 온종일 밖에서 시달리다 온 남편으로서는 집 안에서까지 환영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울컥해서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버럭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 둘의 갈등을 해결하려면 분리된 공간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힌트’를 주는 거다. 남편한테는 “아이가 그래서 속상했지? 오늘 유치원에서 친구랑 싸워서 컨디션이 안 좋아 괜히 심술 부리는 거야”라고 말하고, 아이한테는 “아빠가 회사에서 일하느라 너무 피곤하시대”라는 식으로 설명해주면 된다. 이렇게 각각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에 와플이나 떡볶이 같은 간식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아빠와 아이가 화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상황 종료.




형제 싸움 제대로 말리는 6단계
싸움의 원인이 무엇이든 엄마는 한쪽만 편들지도, 꾸중하지도 말아야 한다. 두 아이 모두에게 상처주지 않고 ‘공정하게’ 싸움을 말리는 정석 프로세스.

1단계 일단 지켜본다

형제끼리 갈등은 아이들끼리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 따라서 아이들이 싸울 때는 별 관심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싸움은 아이들 스스로 억울하다고 느낄 때 일어난다. 그래서 상대의 잘못을 엄마 아빠에게 번갈아 오가며 고자질하고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려 한다.

2단계 큰 소리로 기선을 제압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아이들 싸움은 제3자의 개입 없이 아이들끼리 해결책을 찾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몸싸움이 과격해지거나 둘 중 한사람이 거실 바닥을 뒹군다면 부모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이때는 뒤엉켜 있는 아이들을 떼어놓는 게 급선무. 엄마는 ‘그만’, ‘멈춰’ 같은 크고 분명한 명령어로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3단계 아이들을 분리한다 

엄마의 외침으로 일단 아이들의 몸싸움은 중단됐을 것이다. 그다음이 중요한데 많은 엄마들이 “사이좋게 놀아야지 왜 싸워?”, “너희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 “넌 형이 돼가지고 동생한테 양보도 못해?” 식으로 말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때는 둘을 분리해 각각 다른 공간에서 엄마와 1:1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누가 먼저 이야기할래?”라고 묻고 원하는 아이를 안방이나 거실 등 다른 장소로 데려가 대화를 나누자. 만약 형이 먼저 엄마와 이야기를 한다면 남은 동생에게는 “엄마가 형 이야기를 먼저 들은 후에 네 이야기도 들을 거야”라고 안심시킬 것. 

만약 둘이 동시에 엄마와 먼저 이야기하겠다고 나서면 가위바위보를 하게 한다. 같이 있는 상황에서 동시에 아이들을 야단치면 서로 불공평하게 여기지만 아이들을 떨어트려놓고 각각 공감해주면 각기 엄마가 자기편이라고 생각해 너그러워진다.

4단계 아이의 입장을 듣고 공감한다 

이제는 분리된 공간에서 한 명씩 이야기를 들어줄 차례다. “왜 이렇게 화가 났니?”라고 묻기만 해도 아이는 자기 나름의 억울함을 거침없이 토로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중간에 말을 끊거나 “그건 네가 잘못한 거야” 식으로 충고하지 않는 것. 지금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동생에게 혹은 형에게 또봇을 뺏긴 게 아니라 자신의 말도 못할 억울함을 엄마가 귀기울여 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아이의 말을 다 들은 후에는 “그래서 그랬구나. 엄마라도 화가 났을 것 같아. 네가 화를 낸 건 분명히 이유가 있었어”라며 마음을 읽어주자. 한 아이와 대화를 마치면 기다리고 있던 아이를 방으로 데려가 마찬가지로 말을 들어준다. 

아이의 하소연이 끝나면 요지를 잘 정리해서 엄마가 모든 상황을 이해했음을 확인시켜줄 것. 싸움은 대개 쌍방 과실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한쪽이 명백하게 잘못했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네가 잘못했다’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이번 일은 네가 실수했구나”,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네” 식으로 넌지시 일러주도록 하자.

5단계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아이들이 다투고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진다는 의미다. 아이들의 싸움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 엄마의 시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화해를 종용하는 것은 아이들이 성장할 기회를 뺏는 셈이다. 분리된 공간에서 대화할 때의 마무리는 “할 말 충분히 다 했니?”, “마음은 다 진정됐지?”라는 말이 바람직하다.

6단계 다시 지켜본다 

엄마와 각각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한자리에서 만난 아이들은 서로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역시 엄마가 개입하는 것은 금물. 그냥 지켜봐주면 된다. 두 아이 모두 엄마에게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해서 마음이 편안한 상태라 ‘미안해’, ‘잘못했어’라는 말 없이도 다시 잘 어울려 놀게 된다.



형제간 싸움 유형별 대처 요령 Q&A
아이들의 성별, 나이차에 따라 싸움의 원인과 진행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형제, 자매, 연년생 다툼의 대표 원인과 솔루션.

Q 형제라 그런지 꼭 몸싸움까지 가야 끝나요.
자매의 경우는 덜하지만 남자 형제들의 경우는 단순한 다툼도 주먹다짐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간혹 ‘사내아이들이니까’ 하고 내버려두는 부모도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말로는 싸울 수 있어도 폭력은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장난감이나 학용품 등 특정 물건 때문에 몸싸움이 벌어졌다면 그 물건을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선반 같은 곳에 올려놓고 아이들을 먼저 진정시킨다.

Q 잘 지내다가 인형놀이 할 때는 꼭 싸워요.
자매는 형제나 남매에 비해 다툼이 적고 몸싸움까지 가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예쁜 인형이나 학용품, 책이나 옷 등이 ‘하나만’ 있는 경우 여지없이 싸우게 된다. 특히 여동생은 어릴 때는 언니 것을 물려받는 것에 대해 별다른 서운함을 느끼지 않지만 3~4세만 돼도 ‘새 것’이나 ‘예쁜 것’에 대한 개념이 생겨 언니와 갈등을 빚는다. 

비싸지 않은 물건이라면 똑같은 것을 사주는 게 싸움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값비싼 물건이라면 구입 전 아이들에게 ‘누가 먼저, 얼마나 가지고 놀 것인지’ 상의해 알려달라고 하는 게 좋다.

Q 엄마와 아빠 서로 편을 나눠요.
나이차가 적은 연년생이나 쌍둥이의 경우 한 명은 엄마, 다른 한 명은 아빠에게 매달려 유독 애정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서로간의 경쟁심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싸울 때면 어김없이 엄마 또는 아빠에게 매달려 편을 들어달라고 떼를 쓴다. 이때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당장 아이들 싸움을 멈추게 하려고 각각 한 명씩 맡아서 편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두 아이 모두에게 상처가 된다. 엄마(혹은 아빠)는 자신보다 형이나 동생을 더 좋아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엄마와 아빠는 누구의 편도 아니며, 두 아이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현명하다.

  • TIP. <스펀지 ZERO>의 ‘형제싸움’ 편 참고하세요!
  • 2012년 9월 KBS <스펀지 ZERO> 445회에는 위에 제시한 6단계의 ‘싸움 말리는 기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알려주는 실험 내용이 방송됐다. 5~11세 형제자매를 키우는 세 집에 각각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아이들의 싸움과 화해의 과정을 보여준 것. 
  • 공주 스케치북, 사탕, 블록 등 아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각기 한 명씩 분리된 공간에서 엄마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자 스스로 화해했다. 끊이지 않는 형제간 싸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코칭 교본으로 삼을 만한 영상 자료. 
  • KBS의 홈페이지(www.kbs.co.kr/end_program/2tv/enter/sponge)에서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형제·자매·남매 간의 타이틀매치는 엄마의 몸과 마음을 녹다운시킨다. 형과 동생, 누구도 상처주지 않고 싸움 잘 말리는 기술.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사진
이성우
도움말
이임숙(부모코칭 전문가, <아이들은 커 가는데 부모들은 똑같은 말만 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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