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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여자들의 ‘수다 떨기’, 본질은 스트레스 해소랍니다


5세 딸을 유치원에 보내는데요. 유치원이 집에서 가까워 아침에 데려다주고 끝날 때 데리러 가면서 자주 마주치는 엄마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처음에는 차 한잔 마시면서 가볍게 아이들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간이 지나니 남편과 시댁 험담, 다른 엄마 뒷담화로 주제가 옮겨가더군요. 

그런데 제가 이상한 걸까요? 남의 가정사나 개인적인 것까지 꼭 알아야 되나 싶고 집에 돌아오면 기분이 별로예요. 적당한 선에서 거리를 두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ID 러블리썬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나누다가 남편과 시댁 험담, 다른 엄마의 뒷담화로 이야기의 주제가 넘어간다니 전형적인 여성들의 수다네요. 수다가 그렇답니다. 일상적이고 사적이며 구체적인 이야기이고, 인간관계의 갈등에 관한 심리적인 이야기들이죠.
이러한 수다를 통상 여성들의 문화라고 하지요. 흥미로운 점은 그 옛날 여인네들도 지금의 수다와 비슷한 것을 노래로 불렀다는 겁니다. 열여섯에 시집와 아무것도 모르던 자신을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 등이 얼마나 혹독하게 시집살이시켰는지, 그 과정에서 남편은 또 얼마나 도움이 안 됐는지 조목조목 열거하지요. 

이렇게 괴롭힌다면 머리 깎고 산으로 들어가 버리겠다는 얘기도 있고,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호랑이굴로 보내버리자는 우스개도 있습니다. 이러한 노래는 여성들이 길쌈이나 밭일을 하면서 함께 부르며 눈물짓고 혹은 까르르 웃으면서 불렀던 것들입니다. 


최근 서구의 심리학도 여성 심리와 남성 심리의 다른 점에 주목하는 추세입니다. 남성들이 공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고 객관적인 것을 설명하고 묘사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여성들은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것,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해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적이고 구체적인 것들, 심리적인 것들은 남성들의 관심사에 비해 저평가되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여성적인 것,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추세입니다. 일상의 구체적이고 사적인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이야기이며 공적이고 추상적인 것들의 뿌리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러블리썬 님, 마음을 조금 느긋하게 먹고 모임을 지켜보시는 건 어떨까요. 솔직히 말해 개인적인 이야기, 남의 흉, 뒷담화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랍니다. 돌직구를 날리지 못하는 마음 약한 여성들이 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니까요. 

사실은 남편이나 시부모와 잘 지내고 싶어서 나름 흉보는 것으로 마음의 조율을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남의 가정사를 들먹이는 일도 그렇습니다. 남의 문제에 유난히 관심을 갖는 것은 비슷한 문제가 내 마음속이나 우리 집에도 있기 때문이에요. 밖에서 아무리 큰 문제가 생겨도 나와 전혀 관련이 없다면 우리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답니다. 

그러니 남의 문제를 소재로 삼아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도 유익한 일이지요. 어찌 됐든 그런 이야기에 끼고 싶지 않다면 그냥 지켜보시기만 해도 됩니다. 여성들은 해결책을 찾아주거나 이런저런 판단을 하는 사람보다는 말없이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이야기가 너무 샛길로 빠진다 싶거나 하품 나올 정도로 지루하다면 스스럼없이 이제 그만합시다, 하세요. 눈치 보거나 너무 조심스러워하시지 말고요. 그럼 다들 금방 알아채고 웃어넘길 거예요. 수다 떨기 좋아하는 그들도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어른들이니까요.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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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미라
사진
추경미
장소협찬
카페 열두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