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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공주’였던 과거는 잊고 당당한 어른으로 성장하세요


네 살 딸아이를 키우는 전업맘입니다. 고위공무원으로 퇴직하신 친정아버지 덕분에 큰 고생 모르고 자랐어요. 그러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죠. 

사실 남편 수입만으로 살림을 꾸리는 게 벅찹니다.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친정엄마는 “그러게 누가 그런 남자 고르라고 했느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하세요. 

제가 안쓰러워 그러시는 건 알지만 ‘엄마는 돈 걱정 안 하고 사셨잖아요’라고 한마디 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벌어다준 돈으로 여유 있게 살아오신 친정엄마가 여자로서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에요. ID 로즈마리

 

당연히 부러울 거예요. 요즘 세상에 경제적인 문제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요.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부러운 걸 ‘정말 부럽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용기이고 건강한 마음입니다.
다만 로즈마리 님의 마음속에 ‘평강공주 신드롬’은 없는지 되돌아보세요. 많은 여성들이 결혼생활을 미혼 시절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삶이 누추해졌다고 한탄합니다. ‘나도 한때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귀한 존재였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옛날 할머니들이 부르시던 시집살이 민요에도 하나같이 ‘은가락지 끼던 손에 호미자루가 웬 말인가?’ 한탄하는 가사가 나옵니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들 속에는 결혼 후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너질 대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해보려는 속내가 숨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로즈마리 님, 삶이란 원래 좀 누추하답니다. 내 꿈을 펼치기에는 한계와 어려움이 너무 많고,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은 모두 수고로운 노동을 필요로 하니까요. 그만그만한 살림살이로 그만그만한 의식주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노심초사하며 살아야 하니까요. 

사실 그건 누추한 게 아니고 그저 엄연한 현실일 뿐이지요. 어린 시절부터 끼고 있었던 환상과 낭만의 안경을 벗었을 때 마주하게 되는 진실이기도 하죠. 만약 결혼을 통해 그 사실을 터득하셨다면 로즈마리 님은 놀랄 만큼 성장하신 겁니다. 어쩌면 어려움 모르시는 친정엄마보다 훨씬 더 성숙하셨을 수도 있어요.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를 깨달으셨으니까요.
 

무엇보다 자신이 과거 공주였다는 사실을 잊으셔야 해요. 공주란 왕인 아버지와 왕비인 어머니의 영역에 아직 소속되어 있다는 뜻이니까요. 추측건대 로즈마리 님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모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기 위해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셨을 거예요. 그야말로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말이지요. 

로즈마리 님이 선택한 것은 엄마와 분리된, 엄마와는 다르게 창조하는 삶에 있지, 엄마에 못지않은 경제적인 여유에 있지 않습니다. 더 이상 공주가 아니어도 자존감을 유지하는 방법 또한 터득하셔야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자꾸 엄마와 비교하게 되고, 엄마에게 하소연하게 되고, 엄마의 도움을 바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딸이 살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자꾸 보내면 엄마도 사실 힘드실 거예요. 기왕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면 그 결혼생활을 너끈히 살아내는 강한 딸이 되기를 엄마도 바라실 겁니다.
 

로즈마리 님, 왕비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난 김에 검게 그을린 건강한 평민 여성이 되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강한 생존 능력을 지닌, 세상 두려울 것 없는 그런 여성 말이에요. 아마 평강공주도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잊고 열심히 살았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가 공주였다는 사실을 오래 기억해준 거죠. 힘내세요!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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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미라
일러스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