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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울 많은 형제ㆍ자매를 위한 육아의 기술 (1)

터울에 대한 엄마와 맏이의 입장

외동아이 키우다 한참 후에야 둘째를 낳는 집이 늘고 있다. 터울이 제법 있으니 동생 잘 돌보며 형아 노릇 잘할 거라 기대했건만 이게 웬걸! 예상치 못했던 첫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터울 많은 형제ㆍ자매 키우려면 마음의 준비도, 육아의 기술도 필수다.


동생을 보는 데 이상적인 시기란 없다. 적어도 아이에게는 그렇다. 어떤 부모는 경제적인 요건, 육아 집중기의 적절한 배분 등을 고려해 세 살 이상의 터울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또 어떤 부모는 키울 때 한 번에 해치우는 게 낫다며 한두 살 터울을 고집한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없었던 동생이 ‘뚝’ 태어난 것은 매한가지다. 나이가 많든 적든, 큰아이에게 동생은 같이 놀 친구나 동반자라기보다는 불청객으로 보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섯 살 이상 훌쩍 차이 나는, 소위 터울 많은 ‘늦둥이’를 보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려 했는데 큰애가 웬만큼 자라고 나니 다시 육아를 해도 괜찮겠다는 자신감도 들고, 더 늦기 전에 큰애에게 동생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의지가 생긴 것. 하지만 너무 차이 나는 ‘터울’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은 간과하기 일쑤다. 터울 많은 형제ㆍ자매를 위한 육아 비법은?

‘터울’에 대한 엄마와 맏이의 서로 다른 입장

맏이의 입장
“동생을 질투하는 게 죄책감이 든다” 
대여섯 살 정도 되면 도덕심도 생기고, 어느 정도 사리 분별도 할 수 있는 나이다. 동생을 예뻐해주고 돌봐주는 멋진 형아가 되어야 한다는 것쯤은 스스로도 알만한 나이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진심으로 동생이 예쁘단 생각이 안 든다. 그런데 어른들은 하나같이 “동생 좀 봐, 정말 예쁘지 않니?”, “동생은 아가니까 잘 돌봐줘야 해”라고 말한다.
터울이 작은 맏이라면 미운 동생을 때리기도 하고 갑자기 어리광도 부리며 아우 본 태를 낸다지만, 터울 많은 큰아이는 옳고 그름을 어느 정도 판단하는 상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동생을 질투한다는 사실에 알게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낯선 녀석이 감히 내 세상을 침범했다” 
첫째에게 동생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일 뿐이다. 저 작은 꼬맹이로 인해 ‘내 세상’이 송두리째 변했기 때문이다. 아기 가구 들이느라 집 안 배치가 바뀌고, 엄마는 동생을 위해 뽀송뽀송한 솜이불이며 침대, 젖병과 옷가지를 장만한다. 이전에는 본 적 없는 낯선 풍경이 ‘내’가 아닌 ‘동생’을 위한 것임을 알아채는 순간 첫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빠져든다. 
동생이 자라서도 문제는 이어진다. 기고 걷기 시작한 동생은 아무렇지 않게 첫째의 영역을 침범한다. 유치원에서 멋지게 그려온 그림에 침을 흘리고 낙서를 한다. 블록을 한순간에 무너트리고선 자긴 아무 짓도 안 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평온하고 아늑했던 첫째의 왕국은 터울 많은 둘째로 인해 가차 없이 무너졌다.

“나도 전처럼 외출하고 싶다” 
아기가 태어난 후로는 어린 동생 감기 걸린다고 집에만 콕 박혀 있게 되었다. 엄마는 놀이터도 안 데려가주고 외출도 잘 안 한다. 엄마 아빠 손잡고 공연장 가고 맛난 거 먹으러 다니던 건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엄마의 입장
“갑자기 첫째가 ‘다 큰 애’로 보인다” 
간만에 집안에 아기 울음소리가 난다. 큰애도 사랑스럽지만 절대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둘째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큰애가 작은 아기 옆에 있으니 갑자기 훌쩍 커 보인다. 
터울이 작으면 ‘둘 다 아기’라는 생각에 그러려니 할 텐데, 차이가 확 나니까 무의식중에 맏이에게 언니ㆍ오빠 노릇을 기대하게 된다. 게다가 몇 년 만에 육아모드로 진입했더니 피로감이 몰려온다.

“‘다 함께 육아’가 불가능하다” 
형제ㆍ자매 간에도 세대 차는 있는 법. 터울이 다섯 살 이상 나면 아무리 같은 아이라 할지라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가 없다. 여기에 성별까지 다르면 그 정도는 심해진다. 
가령 첫째가 초등학생인데 동생은 이제 막 서너 살 된 유아라면 생활 패턴도, 놀이 패턴도 어느 것 하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 하다못해 체험전도 같이 가기 힘들다. 24개월 미만 아이는 아예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이차가 한두 살이면 노는 것도, 교육도 한 번에 해결될 텐데 터울 많은 형제ㆍ자매를 함께 키우기, 쉽지 않다.

“육아비가 배로 든다” 
둘째를 언제 가질지 고민할 때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키울 때 한 번에 키우는 게 낫다’는 거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겼지만 경제적인 면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터울 차가 크면 결국 외동아이 둘을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큰아이가 쓰던 옷가지나 장난감, 책 등을 5~6년씩 보관하는 집은 드물다.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장만해야 한다.

“그래도 한 아이씩 집중해서 키울 수 있다” 
터울이 많이 나면 한 아이, 한 아이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아이들이 연년생이거나 터울이 너무 적으면 엄마는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피로할 수밖에 없다. 적은 터울의 아이들은 둘 다 엄마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시기인데다, 형제자매 간 다툼이 생길 확률도 높다. 하지만 터울이 다섯 살 이상 차이 나면 첫째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간 사이 둘째는 쉬엄쉬엄 돌볼 수 있다.

“맏이가 육아 지원군이 되어준다” 
아이들이 둘 다 어릴 때는 맏이가 육아에 특별한 도움이 되어주진 못한다. 하지만 초등학생만 되도 상황이 달라진다. 의젓하게 동생을 돌보며 엄마의 육아 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것. 같이 놀아도 주고, 공부도 가르쳐주고, 심지어 동생 씻기기까지 도맡는 어른스런 첫째도 참 많다. 첫째가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생 형·누나가 되면 더욱 살뜰하게 동생을 돌봐줄 거란 생각에 벌써부터 흐뭇해진다.

외동아이 키우다 한참 후에야 둘째를 낳는 집이 늘고 있다. 터울이 제법 있으니 동생 잘 돌보며 형아 노릇 잘할 거라 기대했건만 이게 웬걸! 예상치 못했던 첫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터울 많은 형제ㆍ자매 키우려면 마음의 준비도, 육아의 기술도 필수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사진
추경미
도움말
한춘근(한국아동발달센터 목동점 원장)
소품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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