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연재기사

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아이 인생을 쉽게 추측하고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일곱 살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지금껏 큰 소리 한 번 안 내고 키웠을 정도로 순한 아이예요.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이 한 학기밖에 남지 않은 지금은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제 아들은 거친 남자 친구들이 때리거나 툭툭 쳐도 가만있고 제 것도 친구들이 달라고 하면 대부분 그냥 주거든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저러다 남한테 다 퍼주지 않을까’ 속이 끓어요. 늘 바빠서 신경 많이 못 써주는 엄마 사랑을 받으려고 아이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걸린 건 아닐까요? ID 지니램프

 

저 역시 그랬지만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를 너무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자녀를 애틋하고 안쓰럽고 짠하다고 얘기합니다. 추측컨대 엄마가 어린 시절을 슬픈 정서 속에서 보낸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아니면 내면의 어떤 측면이 여전히 어리고 슬프고 외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속의 슬픔을 자식에게 비추어 그 아이가 외롭고 슬플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심리학적으로 ‘투사’라고 해요. 사실 우리 인간은 투사를 무척 많이 하면서 살아갑니다. 우리가 남편, 부모, 자식, 이웃 사람에 대해 하는 추측이 많은 부분 투사이고 선입견이며, 지레짐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남이며, 그래서 대화 없이는 상대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매일 새롭게, 조심스럽게 상대를 대한다면 많은 오해와 갈등이 해결되겠지요. 


모든 투사가 인간 관계의 왜곡을 불러오지만 특히 자식에 대해 투사를 계속하다 보면 아이 인생에 부모가 반복해서 잘못된 개입을 하는 꼴이 됩니다. 부모가 자기 식대로 판단해서 과보호하거나 반대로 방치하게 되는 것이죠. 

아이의 자아상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아이를 늘 안쓰럽고 애처롭게 바라보면서 저러다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아이 역시 우울한 자아상을 갖게 될 겁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긍정적인 기대도 아이에게 짐이 될 수 있어요. 그 역시 자기 본연의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지니램프 님, 현재 일어나지 않는 일로 지레 걱정하지는 마세요. 내일의 문제는 내일 해결하면 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미숙함 때문에, 또는 아이 자신의 문제로 간혹 어려움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털고 일어납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의외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부모는 그 과정을 끈기 있게 지켜봐주고 박수쳐주면 됩니다. 왕따 문제나 성적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그게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이 겪어야 할 인생의 고난입니다. 

우리가 가난, 폭력, 부모의 무지 등으로 힘들었고 거기서 인생을 배웠듯이 말이죠. 다만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는 주의깊게 지켜봐야 해요. 더불어 엄마의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고, 엄마는 너를 위해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격려해줄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고난 앞에서 좀더 느긋해지겠지요.


아이와 밀착된 엄마가 아이와 거리두기 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세상이 엄마의 실천을 얼마나 요구하는지요. 하지만 저는 엄마들에게 이런 부탁을 하곤 합니다. 

자기 안에서 쉴새없이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을 단호하게 접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할 것, 속을 태우면서도 그냥 지켜볼 것, 아이가 걸려 넘어지더라도 미리 막아서지 말 것, 제 스스로 변화할 때까지 몇 년이고 기다려줄 것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한 엄마들은 알게 될 거예요. 내가 낳은 아이라 해도 내가 함부로 판단하고 좌우할 수 없는 타인이며,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꽃으로 피어나는지 말입니다.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미라
일러스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