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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엄마를 힘들게 하는 피로 키워드 21 (2)

8. 아이허브
바야흐로 ‘직구’ 시대다. 몇 년 전만 해도 영어깨나 하다는 엄마들이 미국의 갭이나 폴로 사이트에서 아이 옷 몇 벌을 주문하는 게 고작. 하지만 직구 사이트가 ‘네이버’보다 만만해졌다. 
한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는 개미지옥, 한국어 서비스까지 하는 ‘아이허브’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 어렵다던 배송대행을 통하지 않고 바로 주문할 수 있고 우체국 택배로 3일이면 보내주니 어찌 반하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마냥 신기하고 돈 아낀 것 같아 뿌듯했다. 아직도 매장에서 수입 과자나 세제, 영양제를 제값 주고 구입하는 엄마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월별 프로모션을 확인하고 다른 엄마들이 뭘 더 싸게 샀나 눈에 불을 켜고 블로그를 검색하며 날밤을 샌다. 직구를 하지 않는 엄마들도 직구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 옆에서는 ‘싸게 샀다’ 자랑하는데 제 돈 다 주고 사면 왠지 억울하고 바보가 된 것 같다.

SOLUTION 한 달만 아이허브를 끊어보자
처음에는 아이를 위한 유기농 간식, 친환경 세제로 시작했다가 배송비가 아까워서 어차피 살 건데 미리 당겨서 몇 번 질러보는 게 아이허브의 시작이다. 함정은 주문한 물건 중 상당수가 꼭 필요했던 게 아니라는 점. 하지만 실패해도 크게 비싼 물건도 아니고 다른 것들을 싸게 샀으니 낭비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쉽게 너그러워진다.
실시간 이슈 창에 뜬 ‘0월 아이허브 프로모션’ 검색어가 흥분되면서도 피곤하다면 한 달만이라도 잠시 ‘비(非)직구인’의 삶으로 되돌아가보자. 아이허브가 없다고 아이 간식을 못 먹이거나 빨래를 못하는 건 아니다. 꼭 필요한 게 있다면 옆집 엄마나 친한 블로그 이웃의 직구에 슬쩍 묻어가는 방법도 고려해보자.

9. 돌잔치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는 말을 듣고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코웃음을 쳤던 사람이라도 막상 엄마가 되면 조급증에 시달리고야 만다. 
아이가 백일만 지나면 엄마 머릿속은 돌잔치 플랜으로 무겁게 마련. 몇날 며칠을 온갖 카페와 사이트에 올라온 후기를 보고, 장소 선정은 물론 돌상, 이벤트, 돌복, 답례품까지 꼼꼼하게 따져본다. 돌잔치에도 예외 없이 불어 닥친 ‘엄마표’ 열풍으로 동영상을 편집하고 초대장을 만드느라 한두 달을 꼬박 매달리는 엄마들도 많다. 하지만 돌잔치에 대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머리는 더욱 아파온다. 고작 3시간을 위해 엄마가 결정하고 해야 할 일은 왜 이렇게 많은가.

10. 예방접종 스케줄
빼곡히 쓰여 있는 예방접종 스케줄표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온다. 맞혀야 할 접종도, 챙겨야 할 날짜도 왜 이리 복잡한지 모르겠다. 간혹 깜빡하고 날짜를 놓치면 엄마 노릇 못한 것 같아 아이한테 미안해진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예방접종 스케줄만큼은 반드시 사수해야겠지?

SOLUTION 조금 늦춰져도 아무 문제 없다
예방접종은 조금 늦춰져도 괜찮다. 육아수첩에 적힌 그 날짜 그대로 접종해야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며칠 늦어진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다. 만약 접종 시기를 꽤 많이 놓친 상태라면 빠른 시일 안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당한 스케줄을 다시 잡으면 된다. 단, BCG 만큼은 반드시 4주 이내에 접종하는 것이 원칙이니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

11. 엄마표 놀이
인터넷 서점에 ‘홈스쿨링’, 혹은 ‘엄마표’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수 백여 권의 관련 도서가 뜬다. 엄마표 놀이, 엄마표 홈스쿨링은 엄마들 사이에 꾸준한 관심사. 아이 키우는 엄마치고 엄마표 놀이교육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하는 것이니 우리 애만 손 놓고 있다가는 한참 뒤처지지 않을까 불안감이 몰려오는 것도 당연하다.

SOLUTION 놀이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있어야 한다
엄마가 적극적으로 놀이를 주도하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할까? ‘엄마표 놀이’, 혹은 ‘놀이하듯 재미나게 배운다’는 취지하에 아이의 놀이에 지나치게 ‘엄마의 입김’이 들어가 있지는 않을까? 전문가들은 아이 스스로의 주도성을 잃은 놀이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고 조언한다. 
진짜 놀이는 그 자체로 즐기면 그뿐이지 목적이 담겨서는 안 된다는 것. 간혹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는 듯 보이지만 정작 엄마 혼자 주인공이 되어 놀이를 이끄는 경우도 많다. 적절한 놀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놀이의 주인은 반드시 아이여야 한다. 이 점을 잊지 않아야만 엄마표 놀이도, 홈스쿨링도 그 빛을 발할 것이다.



12.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방송 초기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울고 떼쓰고 뒤집어지는 소위 문제 아이들이 전문가의 진단과 어드바이스를 받아 극적 변화를 보이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대부분 부모의 잘못된 양육 방식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전문가의 말처럼 부모의 말과 태도가 바뀌니 정말 ‘마법처럼’ 아이가 변화했고 이를 지켜본 엄마들은 ‘그래, 결국 부모가 문제였군’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 그렇게 결론을 내리니 ‘혹시 내가 아이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전문가의 조언대로 했는데 ‘왜 우리 아이는 방송에 나온 아이처럼 안 변할까?’ 하는 무력감이 든다. 영상으로 보는 ‘리얼 육아’는 확실히 육아서보다 힘이 세다.

SOLUTION ‘악마의 편집’에 속지 말자
‘육아’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유익한 점이 많다. 전문가들의 조언이 육아서보다 빠르게 이해되고, 생생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볼 때는 늘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방송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빼앗기 위해 짧은 시간에 극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이에 잘 부합하는 부모나 아이들을 섭외하고, 그 변화가 더디게 일어났더라도 결론을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편집 기술이 가미되는 것을 감안하고 시청해야 한다는 의미다. 
악마의 편집은 ‘슈스케’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배울 건 배우고 우리 아이에게 무리겠다 싶은 건 과감히 ‘패스’하자. 사실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육아법이란 없다는 사실 말이다.



13. 영유
초등 입학을 앞둔 7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영유 보낼까, 일유 보낼까?’이다. 너무 어려서부터 외국어 학습을 하면 부작용이 따른다는 전문가의 경고 따위는 영유에 다니는 옆집 아이가 ‘블라블라’ 영어로 말하는 모습에 안드로메다로 사라져버린다. 
‘어릴 때 영어를 가르쳐서 나 같은 고생은 안 시켜야지’에서 시작된 엄마들의 영어교육 열망은 깊고도 견고하다. 중고등학교에서 10년 가까이 영어를 배웠건만 네이티브를 만나면 인사말조차 못 건네는 것도 모두 어릴 때 못 배워서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100만원에 달하는 영유비를 내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영유에서 시작되는 ‘그들만의 리그’에 끼기 위해 또 다른 차원의 ‘피로’를 감내해야 한다.

14. 베이비 페어
육아박람회는 그야말로 ‘욕망의 백화점’이다. 세일도 많이 하니 이왕 사야 할 제품이 있다면 구경도 하고 저렴하게 득템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 그리고 나름의 트렌드를 좇아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샘플 좀 얻고 꼭 필요한 몇 가지 용품만 사겠다는 애초의 계획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아이는 들쳐 안고, 아이가 있어야 할 유모차의 빈자리엔 짐이 한가득. 내가 또 왜 이랬단 말인가. 

SOLUTION 정말 필요한 물건일까?
대한민국 대표 육아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볼거리가 풍성한 육아박람회는 한 번쯤 구경할 만한 행사다. 다만 견물생심인지라 구경하고 돌아다니다 보면 필요 없던 물건도 막 필요성이 생기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해
외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박람회는 B2B. 비즈니스맨들의 계약이 성사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박람회는 유독 소비자들이 직접 와 물건을 보고 구입하는 ‘시장’이 되어버렸다. 중요한 것은 육아박람회 안 가도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 세일 폭이 큰 것처럼 느껴지지만 최저가 온라인 쇼핑몰을 찾아보면 큰 가격 차이는 없는 제품도 많다. 
만일 간다면 꼭 필요한 리스트를 적고 사전 조사를 해서 가격 비교를 하자.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 시끄럽고 사람 많이 모이고 공기 탁하고 건조한 박람회 공간은 아이들에게는 절대 쾌적할 수 없는 곳이다.

15. 체험전 열풍
한글 공부, 영어 공부도 중요하지만 요즘 엄마들이 인지학습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것이 있으니 바로 유아기의 다양한 문화 체험. 그래서 아이가 서너 살만 되어도 다양한 어린이물 공연도 보여주고, 각종 전시회도 데리고 다닌다. 마침 이러한 엄마들의 욕구를 반영하듯 요즘은 체험전이 대세다. 
물론 여기서 필요한 적지 않은 비용과 발품 팔기는 역시 엄마의 몫으로 돌아온다. 전시 퀄리티가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할 때도 있고, 애써 찾은 체험전인데 아이가 관심이 없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내 아이의 문화 스펙 쌓는 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SOLUTION 안목을 갖고 옥석을 가려 선택한다
TV나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체험전은 아이에게 생생한 경험과 지식으로 남는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체험전도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아직 때가 아닌 법. 기껏 데려갔는데 어두운 공연장을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고 매번 새로운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어떤 아이들에겐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많고 많은 체험전이 모두 완성도가 높지는 않아 기껏 찾아갔는데 실망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왕 갈 체험전이라면 안목을 갖고 충분히 알아보고 선택하자. 내 아이의 관심사와 잘 맞는지도 살피고, 체험 후에는 보고 느낀 것을 아이와 충분히 공유하며 체험전의 효과를 제대로 누려보면 어떨까.

16. 완모수유
모유수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유수유’가 ‘분유수유’보다 좋은 이유를 10가지쯤은 거뜬히 말할 수 있다. 언론에서는 분유 먹이는 엄마는 노력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것처럼 말한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완모’는 은근한 자랑거리다.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 스스로도 아이가 감기만 자주 걸려도 ‘분유를 먹여서 면역력이 없나’라고 자책한다. 그래서 젖이 나오지 않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도, 직장에 수유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유축을 하더라도 결코 ‘완모’를 포기할 수 없다. 피곤하지만 ‘나쁜 엄마’는 될 수 없는 노릇이다.

SOLUTION 완모와 모성은 관련이 없다
영양학적으로나 아이의 정서 발달상 분유수유보다 모유수유가 좋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젖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직장생활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인 엄마들까지 모두 완모를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완모를 안 하면 모성이 부족한 엄마인 양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 그래서 퉁퉁 불은 젖을 화장실에서 짜고 유방의 염증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완모를 고집하는 엄마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알아두자. 완전모유수유는 해주면 좋은 것이지 집착하거나 못 해준다고 죄책감을 가질 일이 아니다.

17. 발달 그래프
결혼 전에는 오로지 내 몸무게에만 연연했다면,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는 아이의 키와 몸무게, 발달 상황에 온통 관심을 쏟는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조금 늦게 기거나 걸으면 뭔가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소아청소년과에 가서 키와 몸무게를 잴 때도 벽에 붙어 있는 평균 수치를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행여 평균보다 1cm라도 크면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되고, 평균보다 조금 떨어지면 어린이 홍삼이라도 먹여야겠다며 결의를 다진다.

SOLUTION 평균 수치에 연연해 하지 말자
또래보다 조금만 작아도 걱정이 되는 건 부모라면 당연한 마음. 하지만 강박적으로 일일이 체크한다고 아이가 갑자기 크는 것도, 몸무게가 쑥 느는 것도 아니다. 발달 평균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다. 일정한 범주 안에만 든다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3세 이상의 소아가 1년에 4~5cm 미만으로 자라거나 몸무게가 현저히 미달되는 등 일정한 기준에 해당될 때만 저성장이라는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게 된다. 엄마가 조바심내지 않아도 아이는 때가 되면 기고 걷고 말을 한다. 올된 아이가 있으면 늦된 아이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18. 캠핑 광풍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이 주말이면 캠핑을 간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불과 몇 년 새 캠핑이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 레저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아직 캠핑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은 집이라면 ‘우리도 한번 가긴 가야 하는데’ 하며 미뤄놓은 숙제처럼 여긴다. 하지만 많고 많은 준비물은 그렇다 쳐도 캠핑장 예약하는 것도, 짐 싸는 것도 녹록지 않다. 
매월 1일이면 각종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캠핑장·휴양림의 홈페이지 열어놓고 결전을 치르는 것도 피곤하고, 각종 나들이 준비물에 삼시 세끼 먹을 음식이며 선풍기에 전기장판까지 챙기는 자신을 보노라면 이렇게 다 싸갈 거 뭣 하러 집 떠나 고생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웃도어 장비 마련도 부담스럽다. 
기본 아이템인 텐트만 하더라도 요즘 대세인 전실과 이너텐트를 갖춘 것으로 고르면 최하 50만원대. 또 야외 취침 자체가 주는 피로감도 만만치 않다. 아이의 기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바뀐 잠자리 탓에 잠투정하는 아이들도 꽤 많아 즐거워야 할 캠핑이 고행길이 되기도 한다. 

SOLUTION 가난한 캠핑이 더 재밌을 수 있다는 사실
캠핑이 모든 사람에게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캠핑에서 얻으려 하는 것은 캠핑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얻을 수 있다. 캠핑이 좋아서 떠나는 것과 왠지 해야 할 것 같아서 따라하는 것은 시작부터 다르다. 의무감을 갖고 떠나는 캠핑에서 해방감, 여유로움을 찾기란 어렵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 산으로, 바다로 가야만 캠핑인가? 풀세트 장비를 갖춰야만 갈 수 있나? 하다못해 거실에 텐트 치고 코펠에 라면만 끓여 먹어도 아이들은 엄청 좋아한다. 우리 집 방식대로 색다른 하루를 누려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캠핑이 된다.

19. 파블 이웃
21세기 대한민국의 新권력층으로 등장한 ‘파워블로거’. 이들이 올리는 포스팅은 ‘어메이징’하다. 나는 아이 키우는 것만으로도 허덕이는데 똑같이 엄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그녀들은 우아하게 브런치를 즐기고 행사장을 찾고 제품 리뷰를 올린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그다음에는 부러워서 그녀들의 블로그를 몇 번 들락날락거리다 보면 왠지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서로 이웃은 친해진 후에 받습니다’라는 대문 인사말의 위엄에 부지런히 댓글을 달고 그녀의 이웃이 되니 내가 좀 특별한 사람이 된 것도 같다. 

SOLUTION 보이는 모습이 다는 아니다
같은 사이버 공간이지만 파워블로거들이 주는 피로감은 육아 카페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파워블로거의 선정 기준이 요리, 인테리어, 여행 등 특정 분야에서 돋보이는 포스팅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의 포스팅은 ‘후덜덜’한 수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들이 취사선택해서 올리는 포스팅만으로는 그들의 나머지 일상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블로그만 보자면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그녀도 나와 같은 엄마이고 아내다. 재미와 호기심까지라면 괜찮지만 ‘동경’은 위험하다.



20. 카스
일명 ‘카스’로 불리는 카카오스토리는 엄마들의 스마트폰에는 반드시 있는 필수불가결한 앱. 아이의 사진을 올리면 ‘너무 귀여워요’라고 달아주는 댓글에 힘이 나기도 하고, 다른 엄마들이 아이 키우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다음 누가 댓글을 달았는지, ‘좋아요’를 눌렀는지 30분에 한 번꼴로 들어가 확인하는 나를 발견한다. 댓글이 많으면 괜히 신이 나지만, 하나도 없으면 풀이 죽고 기운이 빠진다. 나는 열심히 댓글을 달아줬는데 내가 올린 사진에 ‘쌩’한 반응을 보이는 카스 이웃들이 서운하다. 
아이가 울면 달래주기 전에 우는 모습을 찍어 올릴 때도 있다. ‘여기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리겠지’ 예상하고 사진을 올릴 때도 있다. 언제 댓글 알림이 울릴지 몰라 아이 뒤치다꺼리 하느라 바빠도 스마트폰만은 손에서 놓지 못한다. 

SOLUTION ‘좋아요’의 개수가 내 인생의 점수는 아니다
껌딱지 아이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는 없지만 ‘카스’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면 ok. 비록 몸은 아이에 매어 꼼짝달싹 못하지만 내 일상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들에게 카스는 최적의 SNS 매체다. 다른 엄마들의 사진에 댓글을 주고받으며 제법 ‘소통’하는 듯한 기분도 든다. 
문제는 거기에 필요 이상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 카스 친구들에게 기대한 반응을 얻지 못하면 자신이 보잘것없어진 것 같다는 ‘SNS우울증’을 호소하는 엄마들마저 있다. 다른 집 아이가 뭐 하는지 아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실제 관계에서 채우지 못하는 심리적 허기를 인스턴트로 채우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왜 내가 SNS에 사진을 올리는지, 그렇게 해서 얻는 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좋아요’나 ‘댓글’ 개수가 내 생활의 평가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웃자고 시작한 일에 죽자고 덤비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 그래도 자꾸만 카스를 들여다보게 된다면 아예 앱을 지우고 한두 달 ‘카스 휴식기’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21. 똑똑한 육아서
가정생활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른 육아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을 가진 엄마들이 많다. 육아 바이블로 통하는 <삐뽀삐뽀119>는 최소 두세 번은 완독해야 혹시라도 아이가 아플 때 적절한 페이지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사생활>도 알아야겠고 <감정코칭>도 해줘야겠고, 요즘 뜬다는 다른 나라의 양육법도 궁금하다. 책에 나온 것처럼 아이를 훈육할 때,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우아한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왜 책처럼 안 된단 말인가. 육아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엄마가 되기는커녕 피로감만 더해질 뿐이다. 모두가 책대로 실천한다면, 역설적으로 왜 그토록 많은 육아서가 쏟아져 나오는 걸까. 

SOLUTION 육아서는 육아서일 뿐이다
대부분의 육아서가 좋은 엄마가 되라고 말하며 다양한 ‘양육기술’을 제안한다. 아이를 혼낼 때는 감정이 앞서서는 안 되며, 혹여 화가 난 상태라면 마음속으로 열을 센 다음 목소리를 가다듬고 ‘우리 OO이 화가 많이 났구나. 엄마가 네 마음을 몰라줘서 속상했지’ 하며 ‘그랬구나’ 공감 매뉴얼을 따르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놈의 자식이~’ 하면서 등짝을 때려주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행복한아이연구소의 서천석 소장은 저서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비비북스)에서 육아서는 하루에 서너 장만 읽으라고 말한다. 대신 읽은 내용을 찬찬히 생각해볼 시간을 반드시 가지라고 권한다. 육아서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다룰까 배우는 책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거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육아서 대신, 엄마 등 토닥이는 힐링 육아서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선생이 트위터에 올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육아 단상을 모아 엮은 책이다. 어려운 지침이 아닌,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을 적절히 제안한다. 아이를 키우는 최고의 방법은 없으며 부모 각자의 방식이 있을 뿐이라고 이 시대 부모들에게 잔잔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최근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를 출간하기도 했다. 서천석 지음, 비비북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여성학자 박혜란이 젊은 부모들에게 주는 마음 편한 육아 이야기. 비장한 자세 잡지 말고, 신경 곤두세우지 말고, 마음 편하게, 쉽게, 재미나게 육아를 즐길 수 있는 행복 육아 지침을 전한다. 저자는 할머니가 되어 여섯 손자를 보고 나니 아이 키우는 시간은 잠깐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토록 재미나고 보람찬 시간은 또다시 오지 않을 거라며, 그러니 아이의 미래를 불안해하느라 오늘을 허비하지 말고, 신나고 재밌게 육아를 즐기라고 말한다. 박혜란 지음, 나무를 심는 사람들


<작가 오소희의 여행기 시리즈>
아장아장 걷는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나선 당찬 엄마 오소희 작가의 여행기는 유독 애엄마들 사이에 많이 읽히는 힐링 에세이다. 그녀의 여행은 틀에 박힌 체험 여행이 아니다. 발걸음은 느리지만, 시선은 따스하고 깊다.
때로는 타인의 삶을 가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법. 대표 저서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등이 있다. 오소희 지음, 북하우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시전
일러스트
경소영
도움말
이성아(자람패밀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