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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엄마를 힘들게 하는 피로 키워드 21 (1)

열심히 아이 키우고 엄마 역할 충실히 하려고 하루하루 애쓸 뿐인데 왜 이리 힘이 들까. 대한민국 엄마를 피곤하게 만드는 21가지 리스트를 정리했다. 우루사보다 확실한 처방도 함께 담았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피곤하다. 아이 키우는 일이 원래 힘들지만 요즘 엄마들은 마음마저 참 팍팍하고 힘들다. 10여 년 전만 해도 엄마들의 피곤함에는 ‘물리적 피곤함’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자녀 수도 많았고 남편도 나 몰라라 하고 가사 일을 하는 환경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으니까. 확실히 그런 점에서는 크게 나아졌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친정엄마가 ‘우리 때는~’을 읊기 시작하면 속에서 화르르 불꽃이 일어난다. 
‘엄마도 피곤하게 살았겠지만, 나도 나대로 지금 정말 힘들고 피곤하다고요’ 하면서 말이다. 그 옛날보다 물리적인 피로감은 덜해졌지만 엄마로서, 아내로서, 사회인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인 피로감은 엄청나게 늘었다.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척척 잘해내는데 나만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끙끙 앓기도 한다.
엄마의 피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외부적 요인. 실제로 엄마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많다. 게다가 요구 수준도 너무 높아서 물리적으로 피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달라졌다고는 해도 며느리의 역할은 늘 피곤하다. 
워킹맘의 애로 사항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발 동동 구르며 회사와 가정, 어린이집을 오가는 워킹맘이 늘고 있는 것. 심지어 요즘은 엄마에게 교사의 역할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늘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도 엄마의 피로도를 더욱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다른 하나는 심리적 피로감이다. 요즘 엄마들이 느끼는 피로감의 주요 원인이기도 한데 그 이면에는 경쟁과 비교, 불안이 자라잡고 있다. 아이에게 좋은 거라니까, 다른 엄마들이 다 하니까, 나만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으니까…. 
아이가 태어나면 완모에 목숨을 걸고 명품 유모차를 끌고 얼마 뒤 돌잔치 예약에 돌입한다. 이유식을 해 먹일 때가 되면 유기농 매장을 들락거리고,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기 전에는 인터넷 카페에 들러 ‘국민 ○○’로 불리는 유아용품들을 섭렵한다. 모르면 불안하고 알게되면 집착하는 묘한 심리가 작용하는 것.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피곤해진다. 처음에는 분명 아이를, 또 가정을 위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대체 뭘 위해 이렇게 애를 쓰는지 헷갈린다. 피곤하고 예민해지면서 육아가 더 힘들게 느껴지고, 심해지면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일도 잦아진다. 대체 무엇이 엄마들의 ‘피로 사회’를 이끌고 있는 걸까? 그 요인을 조목조목 들여다보자.

1. 0~3세 애착 불패론
모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육아 이론이 있으니, 36개월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부모자식 사이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된다고 말한다. 발달 전문가도, 소아정신과 전문의도, 국민 멘토 법륜 스님도 같은 이야길 한다. 
애착 이론의 핵심은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달려가 아이의 욕구에 충실히 반응해주라는 것. 되도록 울리지 말고, 자주 안아주고, 살뜰하게 보살피며 유아기 아이의 정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애착을 다지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아무리 애착 이론을 알고 있다 한들 상황이 허락지 않아 돌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대리 양육자의 손에 맡겨야 하는 엄마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36개월 이전에 애를 남의 손에 맡겨 혹시라도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밀려든다. 
아이가 밤에 자다 깨어 울기만 해도 ‘혹시 어린이집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나?’, ‘애착 형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 나름의 이유로 3세 이전에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하는 엄마들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0~3세 애착 불패론’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불편하다.

SOLUTION 든든한 애착과 사랑이 있다면 시기는 극복 가능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다지 힘들지 않고 육아가 천직인 엄마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육아는 일정 부분 힘겨운 노동이다. 이럴 경우 365일 육아 모드로만 지내기보다는 아이의 보육을 대리 양육자나 어린이집 등에 맡겨 적정선에서 육아의 부담을 더는 것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바람직하다. 
건강한 애착은 아이가 울면 무조건 달려가거나 24시간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하고 싶을 때 ‘응애’ 하고 울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육아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워킹맘이든, 전업주부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한다면 그 시간이 길든 짧든 엄마와의 애착을 충분히 다질 수 있으니 0~3세 육아를 전적으로 엄마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좀 자유로워지자. 오히려 위험한 것은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한다는 미안함과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아이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2. 스토케 유모차
명품 유모차는 엄마들의 로망이다. 간지 나는 삼륜 스토케에 아이폰 거치대 설치하고 한 손에 아메리카노 한 잔 든 채 유모차 미는 내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스럽다. 미란다 커가 뭐 별건가. 유모차는 그래도 꽤 오래 사용하는 육아용품인 만큼 스토케나 오르빗, 퀴니, 부가부 정도는 몰아야 하지 않나. 
또래 모임에 나갔을 때 우리 애 유모차만 중저가 브랜드 제품이면 자존심이 상한다. 유모차는 말 그대로 아이의 ‘차’인 동시에 엄마의 ‘명품 백’ 같은 거다. 승차감, 디자인, 거기에다 주변의 시선까지 고려한다면 아무 거나 살 수 없다.

SOLUTION 제품의 가격과 성능이 비례하는 건 아니다
외국 브랜드 수입품의 폭리가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심하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명품에 집착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노린 것. 실제로 작년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수입 유모차의 국내 판매 가격이 외국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의 가격이 반드시 성능과 정비례한다는 보장도 없다.
물론 유모차 선택의 자유는 개인에 달렸다. 다만 엄마와 아이의 필수품인 만큼 차 트렁크에 쉽게 넣었다 뺄 수 있는지, 계단을 만났을 때 엄마 혼자서 접고 펴기 용이한지, 실제 사용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집의 라이프 패턴과 환경, 주된 사용 목적, 유모차의 무게 등도 종합적으로 따져 가장 적당한 유모차를 소신있게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제 너도나도 밀고 다니는 고가 유모차로 으쓱하는 건 촌스럽다.

3. 전집 족보
대한민국에서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는 밥 먹이고 씻기는 등의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과 함께 엄마가 꼭 해줘야 할 일 중 하나다. 이는 교육 전문가들이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줘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고 그래야만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 ‘겁 아닌 겁’을 준 영향이 크다. 
베갯머리에서 아이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주다가 목에서 피가 날 뻔했다는 엄마도 있고, 블로그에 ‘리딩트리’라는 폴더를 만들어 아이가 그날 읽은 책의 제목을 일일이 기록하는 엄마도 있다. 교육 카페에 ‘전집’에 관한 글이 넘쳐나는 것도 이런 이유. 책을 많이 읽어주라는데 단행본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전집 스케줄표’가 떠돈다. 창작으로 시작해 영어와 자연관찰을 거쳐 수학, 과학, 위인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스케줄표 안에는 세부적으로 아이 연령에 맞춰 ‘갈아타야 할’ 구체적인 전집 이름들이 자리하고 있다. 다 읽히는 책 우리 아이만 안 읽히면 뒤처질 것 같아 고가의 전집을 지르면(!) 남편 눈치가 보이고, 그렇게 사준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를 보면 속이 탄다.

4. 맘스홀릭 카페
육아라는 공통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는 엄마들의 성지(聖地) 맘스홀릭 카페. 정보도 많고 또래 엄마들이 밀집해 모인 곳이라 순식간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하지만 이 카페를 자주 드나드는 엄마들이 종종 하는 얘기가 있으니, ‘맘스홀릭 드나들다 보면 걱정거리만 더 늘고 스트레스 받는 거 같다’는 것. 
평소 소신 있는 엄마라 할지라도 귀 얇아지는 것은 순간이고, 본의 아니게 내 아이와 남의 집 아이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 뜬다는 블록 완구, 이웃집엔 다 있다는 영어 그림책, 책 읽는 습관 들이는 데 효과 있다는 OO 책장 등 사고 싶은 머스트 해브 아이템을 위시리스트에 꼭꼭 담아두며 지름신 강림을 유발하고야 만다. 이곳에 들어갔다 나오면 왠지 기 빨리고 낚인(!) 듯한 기분이 들 때도 많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SOLUTION 오프라인의 멘토를 만들어보자
예전에는 동네 어른, 집안 어른들이 아이 키우는 모습을 보며 롤모델을 삼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주위에 물어볼 사람이 없다. 도움을 받을 지인을 찾는 것보다 당장 인터넷에 접속해 이웃들의 댓글을 보는 것이 더 빠른 결과물을 안겨준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며 정보를 나누는 것 까지는 좋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와 함께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그들도 어쩌면 나와 같은 ‘초짜맘’일지 모른다는 것. 서로를 모른 채 귀 얇은 초보끼리 모여 ‘카더라’ 통신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혹시 아닐까. 이보다는 좀더 노련한 오프라인상의 멘토를 찾아보면 어떨까.



5. ‘국민 OO’ 육아용품
국민 아기띠, 국민 문짝, 국민 체육관, 국민 바운서, 심지어 국민 치발기까지 ‘국민’ 자 붙은 육아용품이 단 하나도 없는 집이 있을까? 엄마들이 국민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단 ‘가격 대비 성능 굿’이라는 보증수표이기 때문. 
하지만 맘스홀릭 족보에 있는 국민용품의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 발달에 맞춰 쇼핑하는 것도 마냥 쉽지만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그럼에도 남들이 다 사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오늘도 최저가를 찾아 오픈마켓을 헤매고 있진 않은지.

SOLUTION ‘반드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버리자
곰곰이 생각해보면 ‘국민’ 시리즈 육아용품이 언제부터 있었나 싶다. 리스트를 살펴보면 육아 필수품이라 할 만한 아이템이 간혹 껴 있지만, 대개는 예전에는 없어도 아무 문제 없었던 보조용품에 지나지 않는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논리이듯, 육아용품도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욕망을 부추기는 상품일 뿐이다. 
이웃 엄마들의 상품 리뷰를 보고 있으면 ‘나도 이 물건이 갖고 싶다! 내 아이에게도 이 물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찬찬히 생각해보자. 아이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 아늑한 보금자리, 엄마의 사랑 말고 없으면 절대 안 되는 게 더 있을까?



6. 프리미엄 분유
아이들의 의식주 중에서 엄마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것을 고른다면 단연 먹거리다. 내 아이 입으로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분유만큼은 프리미엄급을 찾게 된다. 저가 분유를 먹인다는 것은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에 모유수유를 못한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프리미엄급, 혹은 고가의 산양 분유를 찾는 것. 만만찮은 금액이 부담이지만 이 정도는 감수해야 아이에게 덜 미안하다. 

SOLUTION 보통 분유도 프리미엄 분유도 성분은 비슷하다
소의 젖인 우유를 아기가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가공한 것이 조제분유다. 여기에 철분이나 칼슘 등 부족한 영양소를 첨가해 모유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첨가물의 성분과 비율이 회사나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아기에게 필요한 기본 성분은 거의 비슷하게 들어 있다. 
따라서 어느 회사의 제품을 먹이든 아기의 성장을 크게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분유마다 성분이나 조성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아기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을 수는 있다. 물론 선택은 부모의 몫.

7. D라인 임신부
배만 예쁘게 볼록 나온 사랑스러운 D라인 임신부가 되는 것은 모든 예비맘의 바람. 나도 패셔너블한 임부복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연예인처럼 자랑스럽게 배 내밀고 다니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턱 밑에도, 허벅지에도, 겨드랑이에도 두툼하게 살이 붙은 내 모습. 왜 대한민국은 임신부에게도 날씬할 것을 요구하는가. 

SOLUTION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를 받아들이자
연예인들은 어떤 연유로 예쁜 D라인을 갖게 된 걸까. 정답은 ‘복근’에 있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복근이 단련되어야만 배가 예쁘게 볼록 솟는다. 반면에 복근이 발달하지 않은 탄력 없는 배는 점점 아래로 처질 수밖에 없다. 즉, 예쁜 D라인은 평소의 생활 습관, 운동 습관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무턱대고 연예인 같은 D라인을 갖고 싶다고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음식 섭취에 제한을 두면 건강에 해롭고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 생명을 위해 호르몬이 변하고 살이 붙는 모습은 자연의 이치이니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물론 건강을 위해 임신부 수영이나 요가 같은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열심히 아이 키우고 엄마 역할 충실히 하려고 하루하루 애쓸 뿐인데 왜 이리 힘이 들까. 대한민국 엄마를 피곤하게 만드는 21가지 리스트를 정리했다. 우루사보다 확실한 처방도 함께 담았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시전
일러스트
경소영
도움말
이성아(자람패밀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