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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시어머니에게 많은 걸 기대하지 마세요


임신 3개월 된 예비맘이에요.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하고도 워낙 임신 초기라 좀 불안해서 말 안 하다가 엊그제 산부인과 가서 아기 심장 소리 듣고 시댁에 손주 생겼다고 알려드렸죠. 

당연히 저는 ‘축하한다’는 반응을 기대했는데 시어머니가 대뜸 “그럼 지금 직장은 어떡하니? 애 낳으면 직장은 계속 못 다니지?” 하시는 거예요. 그 말씀이 돈 벌면서 고생할 남편 걱정만 하시는 것 같아서 역시 시월드는 어쩔 수 없구나 싶네요. 아직도 서운한 마음이 풀리지 않고 이후로 시어머니 대하기가 영 껄끄러워요 ID 미샤

 

사실 시부모는 손주가 낯설답니다. 첫 손주라면 더더욱 그렇죠. 손주는 여성과 남성을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만드는 존재잖아요. 나이 드신 분들이 늘 그러시지요. ‘마음만은 이팔청춘’이라고요. 나는 아직도 청춘인 것 같은데 자식이 어느새 연애를 해서 결혼을 하더니 아이까지 낳는 거예요. 

자식의 생애 주기에 따라 부모가 되고 장인장모나 시부모가 되고, 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건 매번 낯설고 어색한 일이랍니다. 우리가 어느 집의 딸이었다가 며느리로, 아이 엄마로 변화하는 일이 쉽지 않듯이 말이죠.
게다가 부모는 젊은 자식들이 부럽답니다. 꽃다운 며느리, 젊은 아기엄마, 늠름한 사위의 모습은 한때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는데 어느새 당신들은 주인공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나는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나이 든다는 건 그런 부러움과 서운함을 속으로 삼키고 승화시켜서 기꺼이 침묵하는 조연이 되는 일입니다. 사회적으로 노인을 쓸모없는 존재 취급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지요.

미샤 님의 시어머니가 ‘축하한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고요? 아마도 며느리의 임신 소식에 만감이 교차되어 시어머니로서 ‘가면’을 쓰고 예의를 차리는 걸 깜빡하셨나 보네요. 

시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인간적으로 그럴 수 있는 일이에요. 그 자리에서 며느리의 직장에 대해 질문을 하셨다는데 그게 꼭 아들 걱정 때문이었을까요? 그저 출산 후 아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이 궁금했을 수도 있고, 손주의 순산을 바라서였을 수도 있고, 또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답니다.
미샤 님이 시어머니의 그 말 한마디에 서운하셨다면 이전에도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서운한 일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아니면 시어머니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시어머니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건 시어머니에게서 친정어머니의 사랑을 기대한다는 건데, 시어머니는 그저 남편의 어머니일 뿐입니다. 남편과 나도 독립된 인격체로 분리되는데 하물며 남편의 어머니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시어머니가 이기적이거나 당신 아들만 챙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미샤 님, 이제 예비맘이 되셨으니 시어머니가 알아서 해주겠지 기대하지 마시고 자신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어른스럽게 챙기는 훈련을 해보세요. “어머니, 손주 생기는 거 기쁘지 않으세요? 어머니가 축하해주실 줄 알았는데 서운했어요”라고 이야기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어떤 추측이나 편견도 버리고 물어보세요. “어머니, 왜 제 직장일이 궁금하셨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울까봐 걱정하신 거예요?”라고요. 그러면 시어머니가 당황해서 어떤 대답을 하시겠지요. 그러면서 시어머니도 또 한 단계 성장하실 거고, 미샤 님도 시어머니를 새로운 눈으로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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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라씨는요…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미라
일러서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