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연재기사

박미라의 엄마가 심리학에게 묻다

먼저 자신을 위로하고 이해해야 변할 수 있습니다



5세, 6개월 된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제 고민은 큰아들이 저를 너무 닮았다는 거예요. 특히 제 단점을요. 저는 적극적이지도 못하고 매사 부정적인 편인데 그런 싫은 모습을 아들을 통해서 보는 게 너무나 괴롭습니다. 

어디를 가든, 뭘 시키든 ‘싫어’, ‘못해’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데 이대로 자라면 분명히 저처럼 될 것 같아 걱정이에요. 저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까지 드네요. ID 린다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나 고민하는 탄식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군요. 아이의 문제를 떠나서 그동안 린다 님이 자신의 성격 때문에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느껴집니다. 짐작컨대 평생 힘겨웠을 겁니다. 

싫은 것, 못하는 것이 주어질 때마다 두렵고 버거웠겠지요. 사람들은 “왜 못해!”, “뭐가 싫어!”, “넌 도대체 왜 그러니?”라고 반응했을 테니 주위로부터 이해받지도 못하셨을 겁니다. 

긍정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부러우셨을 거예요. 세상은 그런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니까요. 그들처럼 해보려고 애썼을 거고 좌절도 많이 맛보셨겠지요. ‘못해’, ‘싫어’라고 말하는 게 이기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이처럼 인생에서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그 피로감이 상당하지요. 그러니 자책일랑 그만두시고 자신을 위로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세월, 너 정말 힘들었겠구나. 얼마나 우울했니?’라고요.

그런데요, 어린아이 때부터 ‘못해’, ‘싫어’라고 했다면 아마도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그저 성격이 부정적이라 그렇다고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닌 듯합니다. 왜 아이는 ‘싫어, 못해’라고 도리질하는 걸까요? 아이가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만약 싫고 못하는 게 많은 세상이라면 아이에게 세상은 얼마나 부담스럽고 무서울까요? 

저는 린다 님이 아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의 얘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가만히 안고 등을 토닥이며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못하겠구나…. 그래, 못할 수도 있지. 근데 왜 그런 생각을 했어?”라고요. 우리는 감정과 느낌을 곧잘 무시하지만, 감정과 느낌에는 모두 절실한 이유가 있답니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왜 거부하나? 그럴 때 내 느낌과 생각은 어떤가? 내 몸은 어떻게 반응하나? 나는 언제부터 그랬을까? 어린 시절 나는 왜 그랬을까? 찬찬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럴 때 린다 님의 성격과 비슷한 아들이 참으로 훌륭한 마음의 동행이 되어줄 거예요. 아이에게 묻고 또 자신에게 비춰 보세요. 그러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런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나면 아이도 내 마음도 달라질 거예요. 

누구든, 그 어떤 존재든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받고 나면 스스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이해받기 위해서 여태껏 두 주먹을 꼭 쥐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리고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릴게요. 자신이 싫어하는 게 뭔지, 못하는 게 어떤 건지 아는 건 사실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를 통해 자아의 경계선을 분명히 할 수 있으니까요. 많

은 심리적인 장애가 자신과 대상,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분명히 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성인이 돼서도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며 매사에 좌충우돌 도전해 실패를 반복한다면 유아기의 ‘전능감’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보지요. 

이럴 때 자신이 싫어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No!’라고 말하게 돕는 일은 아주 중요해요. 사실 이 세상에는 ‘못해!’, ‘싫어!’라는 말이 필요한 사람, 그렇게 외치고 싶은 사람이 참 많답니다. 그러니 지나친 자책감에서 이제 그만 빠져나오세요.

 

BB COUNSELLING

‘사랑스러 운 아이를 낳았는데, 왜 우울한 걸까?’, ‘혹시 나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아닐까?’ 아이의 엄마이자 여자로서 마음이 고단하다면 <베스트베이비> 편집부로 메일(bestbaby11@naver.com)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작가가 선배 엄마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해드립니다. 

  •  

  • 박미라씨는요…  
  •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한겨레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 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미라
일러스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