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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좌절의 경험이 필요한 이유

On June 19, 2013

사랑만 받은 아이는 연약하다. 좌절도 해보고 실패도 겪어봐야 차돌처럼 단단한 아이로 자란다. 아이에게 결핍과 좌절의 경험이 꼭 필요한 이유, 그리고 유년기의 결핍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위한 조건은?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든지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의 욕망은 끊임없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능력에 한계를 느낀 당신은
결국엔 아이의 요구를 거절해야 하는 시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거절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채우지 못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거절당했다는 것에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당신이 신이 아닌 이상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겠는가.

- 장 자크 루소의 <에밀> 중에서

프랑스의 천재 사상가 루소의 말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무리 갖고 싶은 것이 있다 한들 모든 걸 가질 수는 없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뜻하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는 이치를 깨닫는 데서
행복은 출발한다. 행복은 결국 만족에서 오는 법이다.




결핍과 좌절이 낯선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하나같이 넘치는 풍요 속에 자란다.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고, 갖고 싶은 것은 웬만하면 손에 쥐어주는 분위기다. 아이를 중심으로 집안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은 더 이상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좋은 음식은 집안의 어른이 아니라 아이 입으로 들어간다. 가족이 한데 모이는 거실은 아이 장난감이 장악한 지 오래다.
언제든지 원하는 걸 얻고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아이들은 부족함을 느낄 틈이 없다. 요즘 아이들이 거절에 익숙하지 못한 것, ‘안 돼’라는 말 한마디에 쉽게 눈물을 보이고, 작은 좌절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부족함도 경험하고 적당한 좌절과 시련도 겪어봐야 여물어지게 마련인데 애초에 그럴 기회가 별로 없으니 가벼운 꾸짖음에도 쉽게 상처받고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한다.
프랑스의 임상심리학자 디디에 플뢰(Didier Pleux)는 ‘인간의 욕구 조절과 성숙 관계’를 연구하면서 유독 21세기 아이들이 자아가 과도하게 발달한 나머지 참을성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이들의 심신이 약해지고 있다는 뉴스가 새삼스럽지 않은 것도, 청소년 폭력이나 자살이 사회문제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도, 어린 시절 ‘올바른 좌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반증은 아닐까?

결핍이 있어야 동기가 생긴다
모든 것이 갖춰진 환경 안에 놓인 아이는 스스로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동기 부여가 없기 때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아침 풍경을 예로 들어보자. 바쁜 아침 시간, 아이가 알아서 세수 하고 옷 입고 유치원 갈 준비를 하면 좋겠지만, 아이는 엄마의 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릿느릿 움직인다. 결국 마음 급한 엄마가 밥 떠먹이고 옷 입히고 신발 신기며 아이의 수족 노릇을 한다. 
유치원에서는 밥도, 양치질도, 옷 입는 것도 곧잘 하면서 집에서는 왜 이런 이중생활을 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답은 금세 나온다. ‘엄마가 없을 때는 알아서 잘한다’는 것. 다시 말하면 모든 걸 하나하나 챙겨주는 ‘엄마의 행동’이 없어지면 아이는 알아서 움직이게 되어 있다. 
배가 고플 때까지 내버려두면 알아서 숟가락을 들 것이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게 마련이다. 심심하면 알아서 놀이를 찾을 테고, 갖고 놀 장난감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놀게 되어 있다. 
물질적인 풍요와 엄마의 밀착육아가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진 않은지 고민해보자. 양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립’에 있다. 아이가 부모 없이 혼자서도 세상을 향해 걸어갈 수 있게 하려면 아이를 위해 ‘무얼 해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 해줄지’를 고민해야 한다. 유아기 ‘적절한 결핍’은 반드시 필요하다.

작은 좌절이 모여 마음 근육을 단련시킨다
앞서 언급한 심리학자 디디에 플뢰는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적당한 좌절을 주는 것’이라 했다. 아이도 분노, 짜증, 실망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실패도 경험해봐야 한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포기해 봐야 세상에는 즐거움, 기쁨, 행복만이 전부가 아니며, 또 세상일이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츰 받아들이게 된다. 
프랑스의 아동 정신분석가 프랑수아즈 돌토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한다. 그는 저서 <아동기의 주요 단계>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 일찍 자율을 주는 일이다. 
아이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는다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공간 안에서 자립심을 키우며 매일매일 자신만의 세계를 탐험하고 또래 관계를 경험해야 보다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다. 
소중한 아이일수록 시련을 겪게 하고, 하기 싫어하는 일을 반드시 시켜라.’ 요즘 부모라면 반드시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다. 크고 작은 좌절을 여러 차례 경험해본다는 것은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다. 자주 넘어져봐야 ‘마음 근육’이 탄탄하게 단련되는 법이다.

‘좋은 결핍’, ‘좋은 좌절’이란…
더러 결핍이나 좌절이 유년기 아이의 예민한 감성에 박탈감을 주지는 않을지, 행여 트라우마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 좌절의 경험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으려면 아이가 좌절했을 때 엄마의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유독 아이의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의 예민한 반응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상처가 되어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트린다. 이를테면 “그것 봐. 엄마가 안 된다고 했지?”라든지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없네” 식의 비아냥거림은 아이에게 아픔이 된다. 
사실 좌절을 겪은 순간 가장 실망하는 이는 당사자인 아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오히려 “누구든 실패할 수 있어. 속상하지?”, “다음에 또 해보자. 물론 다음에 또 실패할 수 있지만 다시 도전하면 돼”, “그땐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라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아이가 다시 해 볼 수 있도록 자신감과 용기를 준다. 가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와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믿음만 있다면 일시적으로는 좌절하더라도 아이는 건강하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아이에게 ‘좋은 결핍과 좌절’을 주는 9가지 방법

1. ‘안 돼’라는 말은 꼭 필요하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게 쉽지, 사실 거절이 더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스맨’인 부모가 좋기만 한 걸까? 아이의 모든 욕구를 좌절시켜서는 안 되겠지만 적절한 거절과 훈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이도 알아야 하기에 ‘단호한 훈육’은 꼭 필요하다. 
잘못을 꾸짖지 않으면 아이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회의 통상적인 관습이나 규범에서도 혼란을 겪는다. 아이의 기를 살리고 자유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때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자유와 함께 책임감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

2. 장난감 사주는 대신 아이가 심심해할 때까지 내버려둬라
교육열 높고 자상하고 친절한 엄마들의 특징 중 하나가 아이와 밀착되어 적극적으로 놀아준다는 사실. 그러나 ‘진짜 놀이’는 심심해야 시작되는 법이다.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자. 한 번쯤 아이가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를 정도로 내버려두는 거다.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게 되어있다. 버려진 신문지 뭉치가 수 십개의 눈덩이가 되고, 택배 박스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우주선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의 놀이가 가장 풍성해지는 장소는 전쟁 뒤의 폐허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결핍의 환경이 아이를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한다.

3. 물질적 결핍도 필요하다
무언가 살 때는 좀더 촘촘한 잣대를 세운다. 요즘 아이들은 부족함 없이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게다가 갖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소비에 대한 유혹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족하다고 누릴 수 있는 게 그만큼 더 많아질까? 
아이들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것 같지만 금세 잊어버리는 성향이 있다. 또한 쉽게 손에 넣은 것은 그만큼 쉽게 흥미를 잃기도 한다. 만약 정말 무언가 하나를 사줄 수밖에 없다면 여러 번 확인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구입하자. 갖고 싶은 것을 전부 가질 수 없고, 지니고 있는 것들 안에서 만족하는 법을 아는 아이가 행복하다.

4. 일부러 안 들어주기 육아

아이가 무언가 요구할 때, 아이 스스로도 해볼 수준이라면 ‘일부러 안 들어주는’ 육아를 해보자. 아이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몸에 익혀야 한다. 그러니 혼자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자주 만들어줄 것. 
아이가 정말 원하는 거라면 스스로 시도하게 마련이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지금 꼭 필요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일부러 안 들어주기 육아법’은 아이의 자발성을 길러주는 훌륭한 양육의 기술이다.

5. 떼쓸 때는 과감히 무시해라
뜻대로 안 된다고 징징거릴 때 대부분 부모는 아이를 혼내는 대신 달래준다. 또 아이는 ‘울었더니 결국 들어준다’는 생각에 반복적으로 조른다. 이제껏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줬다면 이제 한 번의 고비가 필요하다. 
울며 떼써도 못 본 척 시선을 피하고 과감히 무시하는 것.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이도 더 이상 떼 리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가 떼 쓰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잘 조절하면 칭찬해줘 옳은 행동을 강화시킨다. 쉽지 않지만 반복되면 아이의 마음 근육도 단련된다.

6. 부모의 권위를 가져라
요즘 부모들은 대부분 ‘친구 같은 부모’유형이다. 격의 없고 자상한 친구 같은 부모는 바람직한 부모상이다. 그러나 친근한 부모가 되는 건 좋지만, 진짜 아이의 ‘친구’가 되어선 곤란하다. 
부모라면 당연히 권위가 있어야 한다. ‘권위적인’ 부모와 ‘권위 있는’ 부모는 분명 다르다. 아이가 잘못했는데 잘못을 꾸짖지 않으면 아이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부모는 ‘권위 있는 부모의 얼굴’로 아이에게 옳은 행동의 큰 울타리를 알려주고, 또 ‘친구 같은 부모의 얼굴’로 아이의 감정에 호응해 주며 적당한 경계를 지어 건강한 훈육을 해주어야 한다.

7.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할 일’이 있음을 알려준다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지난 시즌 SBS의 서바이벌 오디션 우승자 악동뮤지션의 부모가 인터뷰에서 한 말로 아이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 한동안 회자되던 명언이다. 이 말은 어린아이에게도 적용된다. 
모래놀이를 하고 싶다면 놀이 후에는 반드시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괜찮지만 양치질은 꼭 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면 반드시 공중도덕을 지켜야 한다. 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하고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 ‘아직 어린아이인데…’라든지, ‘애가 뭘 안다고’라는 생각은 결국 변명 아닐까.

8. 실패할 기회를 충분히 줘라
아이가 서툴 때는 스스로 어디가, 왜 틀렸는지 고민할 시간을 주자. 실패를 통해서도 얻는 배움이 있다. 처음부터 숟가락질, 젓가락질 잘하는 아이는 없다. 식탁 위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얼굴이 음식 범벅이 되는 것도 알고 보면 독립심의 발현이다. 
연습하다 보면 아이도 결국에는 혼자 잘할 수 있는 때가 온다. “더러워져. 이리 내!” 하며 아이의 수저를 빼들고 엄마가 떠먹인다면 당장 얼굴은 깨끗하겠지만, 아이 스스로 숟가락질 할 수 있는 날은 점점 멀어질 뿐이다.

9. 실패에 당당하게 맞서게 해라
“나는 농구 인생을 통틀어 9000개 이상의 슛에 실패했고, 3000번의 경기에서 패배했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한 것이 바로 내가 성공할 수 있던 이유다.” 농구 천재 마이클 조던의 말이다. 조던처럼 한 분야에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 전에 쓰라린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다. 
중요한 건 실패했을 때 낙오자로 낙인찍지 않고 좌절을 하나의 과정으로 여겼다는 점. 아이가 좌절할 때 엄마가 해줄 말은 “괜찮아. 다음에는 잘할 수 있어”면 충분하다. 엄마의 열린 자세와 격려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사랑만 받은 아이는 연약하다. 좌절도 해보고 실패도 겪어봐야 차돌처럼 단단한 아이로 자란다. 아이에게 결핍과 좌절의 경험이 꼭 필요한 이유, 그리고 유년기의 결핍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위한 조건은?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추경미
모델
이윤하(2세), 이아린(4세)
도움말
정상미(이음심리발달연구소 소장)
스타일리스트
김유미
헤어ㆍ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당당아이(www.dangdangi.co.kr), 앙뉴(02-511-7898), 봉쁘앙(02-3444-3356)

201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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