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HOME > REPORTS

유미의 사연

On May 03, 2013

정유미는 여배우도 계약직이라고 말했다. <직장의 신>의 계약직 여사원 정주리는 사연이 있는 여자다. 정유미의 사연이다.

블랙 오프 숄더 드레스는 퍼블리카 제품.

인터뷰를 할 때 형식적으로 어느 매체의 누구라고 밝힌다. 이름을 정확히 묻는 배우는 드물다. 그러니까 대부분 인격이 미숙한 자이거나, 인터뷰를 많이 해서 에디터나 기자가 자신의 삶에 유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자다. 앞의 이유든 뒤의 이유든 그들은 존중받을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그런 인터뷰이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터뷰가 끝나면 ‘안녕’이다. 그리고 인정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형식적으로만 신분을 밝히는 건 인터뷰어가 그들 못지않게 후진 존재라는 걸 증명한 셈이다.
배우를 인터뷰하러 갈 때 작품을 모두 찾아보려고 애쓰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봤을 테니까.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관심 없는 작품을 찾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데 못 본 작품이어도 마찬가지다. 유난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보지 않는다. 시간을 그렇게 보내지 않아도 충분히 바쁘다.

인터뷰는 기계적인 과정이다. 묻고 답한다. 그게 전부다. 좋게 말하면, 이름이 알려진 배우는 인터뷰를 무척 많이 해서 어떤 질문에도 적당히 대답한다. 진심이 오간다고 믿는 건 순진한 발상이다. 어느 정도 재밌게 만들면 되고, 그건 쉽다. 이런 판단이 인터뷰어의 미숙함이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배우는 문제가 없고 내가 멍청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무지를 깨닫게 하는 건 번번이 인터뷰이들이다.
다행히 세상엔 특별한 인터뷰이가 있다. 그들은 멍청한 인터뷰어를 부끄럽게 만든다. 정유미는 명함을 달라고 했다. 배우와 인터뷰를 하러 갈 때 명함을 챙겨야 한다고 믿었던 건 오래전이다. 이게 부끄러워할 일이었나, 라고 생각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한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을 예로 들며 봤냐고 물었다. 안 본 게 있었다. 그녀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나 역시 그랬다. 계속 부끄러웠다. 그녀가 바로 앉아 내 눈을 마주 보았기 때문에. 인터뷰를 진지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몸이 그렇게 마르면 걷다 부러지지 않아요?
며칠 사이 더 빠졌어요. 밤샘 촬영을 해서.

정유미를 인터뷰하러 간다고 하니까, 생각 있는 배우 만나네? 하고 누가 말하던데요. 그래서 되물었어요.
생각 있는 배우는 뭔데?

생각이 없진 않죠. 하하, 다 생각하고 살잖아요?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없진 않잖아요. 생각 있는 배우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요. 그냥 그런가? 어떤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 뭐 이 정도?

근데 이런 얘기가 왜 나온 거지?
사람들은 나누는 걸 좋아하잖아요. 나는 여기에 속해 있구나, 라는 생각은 해요.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많이 찍으면….
그렇죠? 그러면 생각 있는 사람같이 보이죠.

홍상수 감독님은 천재잖아요. 천재가 좋아하는 배우는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다들 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좋겠네.
좋아요. 천재가 알아봐줘서.

사실 저도 천재예요. 진작 정유미를 알아봤어요.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요. <직장의 신> 내레이션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누구나 한때는 자기가 크리스마스트리인 줄 안다고. 근데 곧 그 트리의 수많은 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고.

저 ‘디스’하는 거예요?
아니요. 그거 들으면서 나도 한 방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말 끊어서 미안한데 전 정유미라는 사람이 무지 재미없을 줄 알았어요.
나? 왜요?

진지해 보여서요.
특별한 상황 아니고선 안 진지해요.

이야기 나눠보니까 알겠어요.
그냥 이렇게 살고 있어요.

스포트라이트 비추는 곳, 예를 들어 행사장이나 쇼 프로그램 같은 데 나간 걸 본 적이 없어요.
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죠. 야심가구나!
야심가와는 정말 거리가 멀죠.

진짜?
네.

잘못 짚었네.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근데 나는 되는 대로 살고 있어요.

근데 그런 거 있지 않아요? 배우니까 소위 저잣거리에 나가고 싶은 마음? 사람이 많은 곳에 나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그런 거?

그렇죠. 그동안 그런 것과 무관하게 살았잖아요.
그렇죠. 원하지 않았어요. 사실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검은색 플라워 디테일 시스루 드레스는 모스키노
블랙 링은 미네타니 제품.

그런 게 싫어요?
아니. 싫은 것보다는… 모르겠어요. 배우들은 현장에서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요즘 <직장의 신>을 촬영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저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몰려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거예요. 굳이 다른 곳까지 가서 그걸 받을 생각은, 싫어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개념이 없는 거 같아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하나밖에 없어요. 연기할 때 카메라 앞에서 잘하는 거.

그래서 인터뷰한 거 찾아보면 ‘정유미는 연기밖에 모른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나 봐요.
그렇다고 연기밖에 모르는 것도 아니에요. 당연한 거잖아요. 연기할 때는 어떤 배우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것만 알아야 하고, 그 순간엔 온전히 거기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연기자는 다 연기밖에 몰라요.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사람 많은 데 자꾸 나가야 돈을 많이 버는 거 아니에요?
돈을 벌 때도 있고, 못 벌 때도 있고. 돈만 생각하면 어떻게 일을 하겠어요. 먹고살자고 하는 것이긴 한데. 그렇게 되면 너무 재미없을 거 같아요. 돈을 벌긴 벌어야 하지만….

원래 손톱을 안 길러요?
네. 시도를 해봤는데 안 돼요.

왜요?
답답해서.

손톱이 이렇게 평범한 여배우가….
드물죠. 요즘엔 계약직 사원으로 살고 있어서 더 신경을 안 써요. 계약직이나 비정규직도 손톱을 꾸밀 수 있지만, 제가 잡은 콘셉트는 그런 게 아니에요. 촬영 안 할 때는 가끔 손질 받아요. 케어 같은 거요.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정유미에 대한 기사를 찾아봤어요. 댓글이 좋은 말만 있더라고요. 댓글은 원래 욕하려고 적는 거잖아요.
그러게요. 좋은 말이 많더라고요.

댓글 보고 이미지 관리 잘했네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만나니까 이미지를 관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 같아요.
그런데 회사에서 다는 댓글도 있지 않나요? 조작 같은 거 하지 않아요?

(“우리가 적지 않냐고?” 옆에서 홍보 담당자가 물었다.)
응.

(“요즘엔 안 돼. 아이피 주소 때문에 추적하면 나오거든.”)
아. 그런데 그분들이 어떻게 알까요? 나에 대해서. 나를 어떻게 알지?

어쨌든 성공!
성공?

했든 안 했든 이미지가 잘 관리된 거니까.
관리는 무슨. 내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했어요. 그걸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고마운 거고요. 제가 연기를 잘해야겠죠. 잘 못하면… 저는 사실 작품 외에는 보여드린 게 별로 없어요. 저를 모르는 분들도 아직 많고. 모르겠어요. 이미지에 대해 잘 몰라요. 어떻게 그걸 관리를 해요? 그러면 다 그렇게 될 수 있게요?

이런 댓글도 있어요. ‘생각보다 안 뜨네’ 봤어요?
네.

어떤 생각했어요?
볼 줄 아는 구나. 하하하. 기다려봐요. 뭐 짠하고 빵하고 뜨는 건가? 그냥 계속 할 수 있으면 좋은 거지. 빵하고 갑자기 뜨는 것은 물론 노력해서 거기까지 간 사람도 있겠지만, 하늘에서 선물을 주는 거 같아요. 자, 이번에 네 차례다, 획!

근데 막하는 말이지만, 예능 프로 몇 번 나가고, 카메라 많은 데 몇 번 나가고, 그런 걸 반복하면 빵하고 뜰 확률이 높잖아요? 알죠?
알아요.

그래서 물어본 거예요. 모르진 않지만, 그런 게 별로 재미가 없어요. 그냥 모르겠어요. 이러다가 나갈 수도 있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면. 뜨고 싶어서가 아니라. 근데 뭐 지금도 촬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작품에 대해 생각하며 지내요. 최근 몇 년간은 꾸준히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쉬는 기간이 길 때도 있었지만.

엄마나 아빠가 이렇게 말 안 해요? 너도 저런 데 좀 나가봐라.
그냥 내가 이거 하면, 얘가 이번엔 이거 하는구나, 이 정도예요. 요즘은 드라마 찍으니까, 오랜만에 TV에서 봐서 좋다, 이 정도 말씀하세요.

자꾸 모르겠다고 대답하는데 별로 모르지 않는 거 같아요. 생각 안 해봤다고 하지만 생각도 많이 하는 거 같고요.
그런데 생각이 많은 배우로 산다고 치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해요? 그거 좀 웃긴 말인 거 같아요.

맞아요! 홍상수 감독님은 영화 찍을 때 뼈대만 있는 상황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배우 입장에선 그게 쉬운 작업이 아닐 텐데, 홍상수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고 봐야겠죠?
그렇죠. 시나리오가 아침에 나와요. 처음에는 그렇게 촬영하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한 번 하고 나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힘들고 어렵지만 딴 데서는 경험할 수 없는 거잖아요. 나에게 가끔 그런 기회가 오는 게 너무 좋아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마음 맞고 시간도 맞는, 좋은 사람들끼리 하루하루를 사는 기분이에요.

좋겠다. 정말 좋겠어요.
감독님 작품을 몇 편 하다 보니 스태프들도 다 그대로예요. 얼마 많지 않거든요. 지난가을에도 감독님이랑 영화를 찍었는데, 가을 어느 날 그냥 또 우리가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보고 그렇게 6일을 같이 지냈네, 그런 기분이었어요. 연기할 때는 너무 치열하죠.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가는 시간도 너무 좋고. 아쉬운 건 기간이 짧다는 거. 한 달 정도 찍으면 좋을 거 같은데 며칠 안 찍으니까. 물론 이렇게 짧게 작업한 게 한 편의 영화로 나오니까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들기는 해요. 너무 감사하죠.

영화 만드는 걸 이렇게 따뜻하게 말할 수도 있구나.
머리를 안 쓰는 것도 너무 좋아요. 재는 게 없는 것도 너무 좋고요. 일을 하면서 여러 관계에 대해 계산할 수밖에 없는데. 선균 오빠도 그렇고, 감독님 영화에 계속 출연하는 분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홍상수 감독님의 간택을 받는 배우들이 있잖아요. 간택? 아무튼 무슨 매력이 홍 감독님의 마음에 든 걸까요? 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냥 제가 생각해볼게요.
차례대로 다 만나보세요. 다들 비슷한 생각할 거 같아요. <다른 나라에서>는 부안에 내려가서 2주일간 촬영했어요.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영화에 제가 많이 안 나온 것도 좋았어요. 펜션 두 동 빌려서 스태프들이랑 배우들이랑 다 같이 묵고. 항상 아침 9시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대기를 해요. 감독님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시나리오 쓰시고.

아침에 쓴다고요? 시나리오를? 매일 아침 그렇게. 감독님 방은 2층이었어요. 여름이니까 마당에서 시나리오 언제 나오나 기다려요. 그러면 연출부가 집필 끝났다고 말해줘요. 그걸 우리는 복사본으로 안 받아요. 다 프린터로 뽑아줘요. 방에 가서 내가 뭐해야 하는지부터 체크하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다들 모여서 리딩하고 촬영 시작해요. 촬영 준비하면서 막 돌아다녔어요, 부안을. 저는 펜션지기였잖아요. 보셨어요? 영화?

아니요.
너무하시네. 보세요.

흰색 민소매 톱은 드민,흰색 스커트는 앤디앤뎁 세레모니,실버 플랫폼 펌프스는 슈즈원 제품.

거짓말로 봤다고 하려고 했는데 안 그런 거예요.
저는 펜션에만 있는 역할이에요. 아침에 그 분량을 먼저 찍어요. 다른 장면은 돌아다니면서 찍거든요. 그럼 저는 잠깐잠깐 촬영하는 곳에 놀러 갔다가, 혼자 돌아오고. 사람들 기다리고. 그러다 보니 촬영 나간 팀들이 가족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밥 먹을 때 만나고. 그렇게 여름이 지났고. 그런 거예요. 촬영하는 게.

재밌었겠네요?
재밌었어요. 영화 찍으면서 휴가도 보내고.

[직장의 신]이 오늘 시청률 10%를 넘길 거 같지 않아요?
네. 그래야죠. 이번 주에 시청률을 확보해야 해요. 다음 주가 너무 재밌거든요. 그러면 우리는 갑니다. 쭉.

이번 주에 [구가의 서]랑 [장옥정, 사랑에 살다]도 시작하더라고요.
이번 주에 지난주만큼 반응이 나오면 자신 있습니다.

극중에서 비정규직이잖아요. 혹시 느끼셨어요? 내가 어찌됐건 한 세대를 대변하겠구나.
아니요.

전혀?
네. 대변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냥 내 어떤 마음이 캐릭터에 묻어나서 공감을 이루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 드라마가 현실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마냥 현실적으로 풀면 지루하고 힘들 것 같단 말이에요. 어떤 코믹한 것들, 재기 발랄한 것들? 그것을 마냥 가볍게 볼 수 있지만 저는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게 웃기다고 생각하면 웃긴데 그 안에 대사를 하나하나 하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거랑 다를 게 없어요. 배우들도 비정규직이잖아요. 공감이 되는 대사가 많았어요. 그 마음을 허투루 흘려버리지 않고, 잘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인 거죠.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보셨어요?

아니요.
어떡하나. 인터뷰 못하겠네. 이름이 이우성이죠? 이우성 기자님! 너무하시네. [내 깡패 같은 애인]도 안 보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내 깡패 같은 애인]이라는 영화에서 제가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졌는데, 그게 참 고맙기도 하면서, 죄책감을 느꼈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깊이 고민하고 연기한 게 아니거든요. 저는 시나리오만 보고 그냥 연기를 했을 뿐인데, 아까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생각 있는 배우가 된 거예요.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안 한 건 아니지만, 노력에 비해 너무 큰 걸 얻은 기분이 들었어요. 근데 [직장의 신] 대본을 받았더니 그거랑 비슷한 역할인 거예요. 배우는 똑같은 거 하기 싫어해요. 누군가는 했던 거 하네,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때 제대로 못했던 걸 여기서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거예요. 그때는 1백20분 안에 다 담으려고 하니 그냥, 얘는 그런 애야, 라는 대사로만 캐릭터가 만들어졌지만, 드라마는 뛰어다니면서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비슷한 이미지가 생길지언정 빚 갚는 마음으로.

생각이 있으시네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어요. 계약직의 서러움과 핍박을 받아가면서.

얘기를 들으니까 [내 깡패 같은 애인]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직장의 신]에서와 어떻게 다른지도 느끼고 싶고요.
두 극 속의 제가 다르면 좋겠는데, 다르지 않게 보일 수도 있어요. 연기니까.

사람들은 결국 화면에 비친 모습만 보지만, 배우에게는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을 오가는 사이에 많은 사유들이 있잖아요. 그게 정말 중요한 거죠. 본질적인 거니까.
네, 그러면 꼭 보세요. [내 깡패 같은 애인]도 보고 [직장의 신]은 ‘본방 사수’하고. 그런데 어떻게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안 볼 수가 있어요?

저도 취향이 있잖아요! 로맨틱 코미디는 안 봐요.
그러니까 제목에 대한 편견이네.

볼게요.
저에 대한 어떤 편견이었을 수도….

편견이라기보다, 전 글래머러스한 여자를 좋아합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 나온 정유미만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어. 자꾸 홍 감독님 영화 이야기만 하는 것 보니까.

아닌데요. 제가 좋아하는 건 [도가니]였거든요. 그 영화 보고 정유미는 눈이 1백억짜리라고 생각했어요. [도가니]에서 어린아이를 안고, 시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 그 눈이 제일 좋아요. 사실 그것 때문에 괴리감을 느꼈어요. 발랄한 연기하는 거 보고 낯설었어요.
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직장의 신]에 훌륭한 배우가 나오잖아요. 김혜수라고 불리는 분. 김혜수를 보고 정유미의 미래를 생각했어요. 진부한 질문이지만 롤모델이 있어요? 물론 없다고 대답할 걸 알아요.
없죠. 그런데 너무나 신선한 조합 아니에요? 김혜수, 오지호, 이희준, 정유미, 전혜빈, 조권. 다 많이 다르잖아요. 다 다른데 우리가 한 공간에 있어요. 근데 그게 어울려요. 생각지도 못했던 배우들이 만나서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고 무척 좋아요. 저는 김혜수 언니가 안 하면 안 할 생각이었거든요. 이 역할은 김혜수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이제 신인은 아니잖아요. 몇 년 해왔고,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다른 배우도 아니고 김혜수라는 배우를 만나서 같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진짜 다른 욕심은 없어요. 이 드라마를 우리가 재밌게 만들고 사람들도 재밌게 봐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야심가라니까요.
제가요?

네.
왜요?

좋은 의미에서. 직감을 믿으세요?
믿는 편이긴 한데 나한테 직감이 왔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직장의 신] 전에 어떤 대본을 받았어요. 이건 내가 해야지 드라마가 살겠다, 싶은 대본이 있었어요.

그건 기준이 뭐예요? 대사가 착착 감기는 거예요. 그런 게 처음이었거든요.

뭔데요?
말 안 할래요. 아무튼 그랬어요. 진짜 잘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런데 기회가 결국 안 왔죠. 그러니까 딱 꺾이는 거예요. 하고 싶었는데 안 되니까. 오랜만에 그런 기분을 느꼈는데. 사실 저 같은 사람은 자신감을 갖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고 나서 [직장의 신] 대본을 받았어요. 읽었더니….

읽었더니?
위로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이걸 잘하면 다른 사람들도 위로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밤에 본방 사수할게요. 시간이 없어서 TV는 늘 다운받아서 봤지만.
어쩔 수 없죠. 그냥 그런 거예요. 보는 건 사람들 몫이지만 일단 만드는 우리는 잘하고 나서 바라는 거죠, 봐주기를.

수고하셨어요.
이렇게 끝나요?

네.
갑자기 이렇게?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장원석
STYLIST: 채한석
HAIR: 백흥원
MAKE-UP: 박준성
ASSISTANT: 김혜인

정유미는 여배우도 계약직이라고 말했다. &lt;직장의 신&gt;의 계약직 여사원 정주리는 사연이 있는 여자다. 정유미의 사연이다.

Credit Info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장원석
Stylist
채한석
Hair
백흥원
Make-up
박준성
Assistant
김혜인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