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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On January 02, 2013

아이비가 선다. 카메라를 바라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흩날리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웃는다.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앙고라 니트 톱은 에잇세컨즈, 볼드한 크리스털 목걸이는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 제품.


바람이 분다. 한겨울 살을 저미는 칼바람이 아니다. 겨울 끝자락에 부는 따스한 바람이다. 세포가 하나하나 반응할 만큼 부드러운 바람. 달콤한 냄새까지 나는 바람. 지금 아이비는 그 바람을 음미하고 있다. 감미로우리라. 추위에 경직된 몸일수록 따스함은 더 잘 퍼지니까. 아이비는 그럴 만하다. 한마디로 곡절이 많았다. 이럴 수 있을까 싶었다. 데뷔 이후 고난 스무고개였으니까. 활동한 시기보다 멈춰 있던 시기가 길었다. 뛰어놀아야 할 때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아이는 어땠을까? 그렇게 계절이 바뀌어갔다. 그 사이 아이는 껑충, 키가 자랐다. 성장이라는 건, 아이비에게 단지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람을 음미하던 아이비가 말한다. “밝은 느낌이 다 활동이랑 연결된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너무 편하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풀이하자면 이런 얘기다. 과거에는 일이 인생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일은 일이라는 거다. 일이 꼬여도 인생까지 꼬인 건 아니라는 진실. 가치관의 변화다. 단지 생각의 차이지만,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마음속에선 혹한이 이어졌을 게다. 그 시기를 지나, 이젠 바람을 느낄 여유가 생긴 거다. 마음이 중요하다. 세상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색의 필터를 쓰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듯이. 아이비가 새겨나갈 사진은, 이제 빛이 부족하지 않다. 더 다양한 활동, 더 다양한 모습. 그 사이에 그녀가 접한 다른 길이다. 뮤지컬에 출연하고, 발라드 앨범을 냈으며,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이 됐다. 지금의 아이비는 그전 섹시 가수 아이비와 뭐가 다를까? 사실 아이비에 대해 오해한 게 있다. 그녀는 생각보다 ‘섹시’하지 않다. 그녀가 한 말이다. 또 몇 분만 말을 섞으면 알 만한 사실이다. 그녀는 섹시하기보다 시원하고, 사납기보다 털털하다. 그동안 오해할 만했다. 과거의 아이비는 경직돼 있었으니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따스한 바람으로 몸이 풀렸다고. 해서 아이비를 다시 봐야 할 때라고. 아이비의 바람이 분다. 한겨울, 봄날 풀 냄새가 스튜디오에 퍼진다. 아이비 덕분이다.


또 다른 길
“뮤지컬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 거 같다.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매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진짜 쉽지 않다. 그런 자제력을 보며 뮤지컬 배우를 본받게 됐다. 또 배우라는 직업이 가수와 달리 생명력이 길어서 좋다. 뮤지컬이 내 인생의 또 다른 길을 제시해준 거다. 그게 너무 행복했다. 신인상을 받으면서 그 생활을 해도 된다고 합격 도장 받은 기분이었다.”

주얼리 장식 튜브톱 원피스는 오브제 제품.
(오른쪽 페이지) 검은색 스팽글 니트 톱은 모스키노, 아이보리색 하이 웨이스트 쇼츠는 프리마돈나, 패턴 재킷 곽현주 컬렉션, 검은색 시퀸 펌프스는 지미추 제품.

예능과 무대
“요즘 예능 프로에도 출연하는데 경험이 너무 없어서 사실 부담된다. 하지만 늦게 교육받는 거라고 편하게 생각한다. 확실히 내가 예능감이 별로 없구나, 하면서. 어쨌든 제일 잘하는 건 무대에 서는 거다. 그래서 이번에 출연한 <불후의 명곡>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확실히 노래하는 것 외에는 별로 자신이 없다. 이런 걸 하면서 난 그냥 천생
가수구나 느낀다.”

섹시한 여자
“나이에 맞게 좋은 경험을 하면서 우아하게 늙고 싶은 꿈이 있다.
이젠 우아한 게 섹시한 거 같다.
꼭 옷을 붙게, 야하게 입어야 섹시한 게 아니라, 여자가 나이 들며 쌓은 경험에서 나오는 오라가 섹시하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선배님처럼
자기 자신을 굉장히 사랑하는 데서 나오는 섹시함을 나도 체화하고 싶다.
자기 노래와 눈빛에 세월을 담을 수 있는 섹시함 말이다.”

주얼리 장식 검은색 반소매 톱은 랄프 로렌 컬렉션, 검은색 뷔스티에는 럭키슈에뜨, 검은색 레더 쇼츠는 노케제이, 크리스털 귀고리는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 검은색 펌프스는 지니킴 제품.
(오른쪽 페이지) 레이스 장식의 노란색 네오프렌 원피스는 곽현주 컬렉션, 크리스털 반지는 스와로브스키 제품.

 

소소한 일
“옷을 디자인하고 싶다. 얼마 전에 코트를 하나 만들어서 입었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물론 내가 직접 만들지는 못한다. 원단 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디자인을 주고 맡긴 거다. 박시한 남자 스타일 코트다. 직접 입고 다니니 남자도 여자도 다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캐시미어 울 소재로 만들었는데 안감이랑 다 해서 비용이 6만~7만원? 전업으론 힘들지만, 점차 이 일도 해보고 싶다.”

 

 

 

아이비가 선다. 카메라를 바라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흩날리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웃는다.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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