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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주십시오

그러니까 정확히 2006년 2월 18일 정오, <아레나> 창간호가 전국 각지의 서점에 배달된 바로 다음 날. 베개 밑에 깔고 잔 나의 모토로라 블랙 레이저가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UpdatedOn March 22, 2006

그러니까 정확히 2006년 2월 18일 정오, <아레나> 창간호가 전국 각지의 서점에 배달된 바로 다음 날. 베개 밑에 깔고 잔 나의 모토로라 블랙 레이저가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두개골의 압력을 이용해 힘껏 압박해보았으나, 결국 나의 안면 근육만 심하게 떨릴 뿐. 물에 빠지는 기분으로 베개 밑으로 손을 ‘풍덩’ 담가 휴대폰을 꺼내 든 순간, 목줄기 근육이 팽팽해지며 민첩하게 몸을 곧추세웠다. 사각 액정 속에 박힌 ‘조대웅’이란 세 글자가 선명하다. 그는 나의 보스이며 <아레나>의 발행인이다. 그날의 대화를 옮겨보겠다.

-음, 나 조 대표인데 <아레나>가 잘 팔리고 있다니, 매진 광고를 준비하는 게 좋겠고, 그리고 재판(再版) 준비도 해야 하지 않을까?

-아, 그게… 책이 서점에 깔린 게 겨우 하루밖에 안 되어서… 아직 좀 이르기도 하고… 여하튼 지금 대형 서점에 나가서 판매율도 좀 체크해보고….

보스의 목소리가 ‘3악장 포르테시모’의 운을 띠고 점차 강력해질수록 나는 도통 공감할 수가 없었다. 아니 책은 바로 어제 배본되지 않았던가? 게다가 서점마다 강력한 ‘<아레나>구독 바이러스’를 살포한 것도 아닌데, 어찌 하루 만에 매진 운운한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틀렸다. 잘생긴 표지 모델 주드 로 때문인지, 잘빠진 넥타이 때문인지(물론 잘 만든 콘텐츠 때문이라 믿고 싶다) <아레나> 창간호는 배본 일주일 만에 매진되고야 만 거다. 그후 일주일은 내 생애 가장 다이내믹한 시간이었다. 쏟아지는 축하 메시지에 너울대면서 재판(再版)과 그에 곁들인 선물 아이템을 구비하느라 혼이 쏙 빠질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실로 감격스럽기 짝이 없는 시간이었다. 칭찬과 격려의 말들이 귓불에 주렁주렁 매달리는(감사하다. 하마터면 귓불이 다 늘어지는 줄 알았다) 한편, 앞으로 매달 혹은 수년 간 곱씹어야 할 말들 역시 혓바늘처럼 돋아났다. 그 작은 돌기들의 핵은 주로 이런 것이다.

“우리 브랜드의 제품이 빠졌습니다.” 광고주 曰
“고가의 제품이 너무 많습니다.” 독자 曰
“앞으로 쭈욱~ 판매율 고수하고 부수를 더!더!더! 늘립시다.” 본사 曰

 이 모든 진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이거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물리적으로 한 달 만에 <아레나>의 편집 의도를 모두 다 독자에게 피력할 수 없는 일이고, 짧은 지면에 모든 브랜드의 신제품을 테마 없이 일렬횡대로 정렬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매달 독자들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판촉 활동을 벌일 수도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내일, 모레, 글피의 <아레나>를 조금만 더 지켜본다면 그래서 ‘조금만 기다려준다면’ 그 누구보다 넉넉하고 유연한 자세로 브랜드의 의견을 존중하며, 고가의 제품이지만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임을 독자들에게 몸소 납득시키며, 독자층이 켜켜히 쌓여 판매든 부수든 그 성장이 눈부실 것이다. 거듭 강조하자면 ‘세포 하나하나까지 자랑스런 <아레나>’의 편집장인 나와 편집부원들은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다는 말이다. 아니, 백만 분의 일, 천만 분의 일도 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레나>는 세월의 힘을 믿는다. 이 책을 지켜볼 많은 이들은 한 권이 아니라 두 권, 세 권… 열두 권, 스무 권이 쌓일 때 비로소 앞서 말한 <아레나>의 진정과 자신감의 실체를 정확히 깨닫게 될 것이므로.  

그래서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수년 후의 <아레나> 편집장으로서의 내 모습, 지난 세월 동안의 <아레나> 콘텐츠라는 최고급 칩을 훈장처럼 달고 다닐 나를 상상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즐겁다. 여러분도 나도 앞으로 <아레나>가 얼마나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지를 진득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어야 할 것이다.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고 말이다. 그만한 능력과 성의가 <아레나>에겐 분명히 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더욱 가열히 <아레나>에 대한 기대와 신뢰의 페달을 돌려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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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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