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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오 그리고 싱가포르

On May 31, 2012

디자이너 송지오가 싱가포르 맨즈 패션 위크의 오프닝 갈라 쇼를 진행했다. 타국에서 한국 남성 패션이 지닌 힘을 소란스럽지 않게 설파하는 그를 가까이 만났다.




 습기 가득하고 화려했던 밤,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 베이 샌즈의 컨벤션 홀에서 싱가포르 맨즈 패션 위크가 열렸다. 패션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싱가포르의 환경상, 본토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아닌 전 세계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을 초청해 진행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다이어트 부처 슬림 스킨, 알렉시스 마빌, 케이슬리 헤이포드, 리처드 채 등의 디자이너가 쇼를 열었고, ‘한국 디자이너의 날’인 둘째 날은 최범석, 강동준, 이주영, 양희민, 고태용이 초청되어 아시아에서 한국 남성 디자이너들의 위치를 실감케 했다. 특히 송지오는 싱가포르 맨즈 패션 위크의 오프닝 갈라 쇼를 진행해 아시아 각국의 프레스와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7백 명이 들어찬 쇼장, 지난 1월 파리에서 선보였던 2012 F/W 컬렉션을 아시아풍으로 재해석해 선보인 쇼는 ‘염원’에 대해 얘기했다. 고난과 역경을 거치며 결국 뜻을 이루는 송지오의 상상 속 남자가 주인공이다. 콘셉트의 근간을 이루는 몇 가지 재료들은 송지오만의 감성으로 걸러냈다. 스탠드 칼라는 빈티지 워싱한 양가죽으로 제작했고, 재킷과 코트의 표면은 양각 처리한 미니멀한 직선으로 표현했으며, 송지오 특유의 낙낙한 실루엣은 헴라인에 숨긴 버튼이나 벨트를 이용해 드라마틱한 변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겁고 두터운 울, 트위드와 대비되는 실키한 저지 소재의 이너로 강약을 주었고, 그가 즐겨 만드는 통 넓은 바지와 턱이 굵게 잡힌 바지는 울과 가죽으로 만들어 여전히 컬렉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색의 사용도 유연했다. 보라색, 베이지색, 갈색, 잉크 블루 등의 색들은 어둡고 차가운 검은색과 어우러져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던하고 동양적인 실루엣, 신비로운 색감, 컬렉션을 통틀어 얘기하자면 ‘오리엔탈 레트로’를 송지오식으로 세련되게 풀어낸 것이다. 
그리고 쇼가 끝났다. 언제나 그렇듯 흰색 셔츠와 군더더기 없는 재킷, 풍성한 바지, 납작한 운동화를 신은 송지오가 단단한 얼굴을 하고 인사를 했다. 싱가포르에 있었던 3일 동안 그와 짤막한 대화를 간헐적으로 나눴다. 성공적인 쇼, 그를 둘러싼 좋은 평판, 현실적 고난, 포부 그리고 자신감이 그의 당당한 어투에서 복합적으로 읽혔다. 패션을 둘러싼 한국 남성들의 수준은 날로 높아져간다. 그럴수록 한국 남성 패션의 터전을 일궈놨던 선배 디자이너들의 움직임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우리들의 취향이 날로 고매해져간다 한들 눈은 밖을 내다볼 뿐이다. 어쩌면 송지오를 비롯한 몇몇 디자이너들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전진하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우군이 되어주는 것. 이건 강압적 내셔널리즘이 아닌 경외와 존경에 관한 것이다.

발문 
 쇼는 ‘염원’에 대해 얘기했다. 고난과 역경을 거치며 결국 뜻을 이루는
 송지오의 상상 속 남자가 주인공으로, 모던하고 동양적인 실루엣,
 신비로운 색감을 통해 세련된 ‘오리엔탈 레트로’를 완성했다.


송지오 in 싱가포르
싱가포르 맨즈 패션 위크의 위원장 프랭크 신따마니는 송지오를 응원하기 위해 패션 위크의 오프닝 쇼를 부탁했고, 일본의 영화배우 다니하라 쇼스케는 송지오의 팬임을 밝히며 모델을 자청했다. 그리고 그의 쇼 티켓은 4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에피소드들은 디자이너로서 송지오가 지닌 파급력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찰나를 다투는 백스테이지
쇼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리허설이 한창이다. 모델들은 긴박하게 채비를 마치고 호흡을 가다듬고, 디자이너는 런웨이의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 촉을 곤두세운다. 오랜 해외 컬렉션 경험 덕분일까? 분주한 백스테이지에서도 그는 능수능란하고 여유로웠으며 침착했다.

1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셀러브리티와 싱가포르 맨즈 패션 위크에 참석한 디자이너들의 사진이 걸린 포토월.
2 컬렉션 의상을 면밀하게 점검하는 송지오.
3 모델 허민호가 입은 구조적인 실루엣의 파란색 코트는 시즌 콘셉트를 명쾌하게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4 밀려드는 싱가포르 매체와의 인터뷰는 현지에서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5 마지막 점검의 시간, 모든 착장은 송지오의 세심한 스타일링을 거쳐 완벽하게 준비된다.
6 유려한 곡선의 어깨 라인과 직선적인 헴라인이 조화된 코트를 입은 모델 이태환.
7 미묘하게 표현된 보라색과 베이지색 의상들.
8 송지오의 뛰어난 테일러링은 코트를 비롯한 아우터에서도 빛을 발한다.

쇼가 끝나고
20분 남짓한 시간, 관중
7백여 명의 눈은 오직 한곳을 향한다. 송지오가 지난 20여 년간 구축한 농밀한 아카이브는 동시대적인 감성과 트렌드를 거쳐 관중 앞에 선다. 모두 갈채를 보내고 디자이너는 굳건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여기에 한국 남자 모델들의 든든한 지원 또한 쇼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

1 빈티지한 가공을 거친 가죽 의상을 입은 모델 이수혁과 김한수.
2 울 소재의 중절모를 쓰고 피날레를 기다리는 모델들.
3 송지오는 입체적인 패턴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블루종을 만들어냈다.
4 한국적인 것에서 모티브를 얻은 신발은 해외 프레스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5 체크 재킷, 풍부한 질감의 가죽 재킷, 여유로운 실루엣의 롱 코트를 입은 모델들.
6 작년 ‘The Face of Songzio’라는 선발 캐스팅을 통해 발탁된 모델 김한수.
7 쇼를 끝낸 백스테이지에서 여유로운 웃음을 띠고 있는 송지오.
8 동양적인 동시에 모던한 실루엣이 돋보였던 코트.
9 복잡하지만 정제된 디테일, 새로운 형태의 의상들, 재해석된 오리엔탈리즘, 송지오의 2012년 F/W 의상을 선보이는 마지막 쇼가 막을 내렸다.

 

 

디자이너 송지오가 싱가포르 맨즈 패션 위크의 오프닝 갈라 쇼를 진행했다. 타국에서 한국 남성 패션이 지닌 힘을 소란스럽지 않게 설파하는 그를 가까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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