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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남아

On June 29, 2011

동양인 모델에게 가하는 패션계의 파시즘에 관한 이야기는 굳이 필요 없다. 지금 잘나가는 이 두 명의 남자 모델이 한국인이라는 것은 명백하니까.


아직 독자들에게는 당신들이 낯설다. 소개를 부탁한다.
Noma han(이하 NH) 내 이름은 노마 한이다. 올해 20세이고 한국 이름은 한웅. 뉴욕, 밀라노, 파리, 도쿄의 각기 다른 에이전시에 속해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는 에이전시가 없다. 현재 캐스팅을 위해 파리에 와 있는 상태고 밀라노 컬렉션을 끝내면 다시 파리로 돌아올 예정이다.
Jae Yoo(이하 JY) 내 이름은 제이 유, 한국 이름으론 유혁재다. 12세 때 미국으로 건너왔고, 현재 뉴저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뉴욕, 밀라노, 파리, 시카고의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으며, 지금은 파리와 밀라노의 남성 컬렉션 준비에 한창이다.


어떻게 모델이 되었나?
NH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순수 한국인이다.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 모델이 되려고 갖은 수를 써봤다. 하지만 잘 안 되더라. 그러던 중 뉴욕 여행을 가게 되었고 이스트 빌리지에서 현재 나의 에이전시인 레드 매니저에게 픽업되었다. 정말 기적적으로 이루어졌다!
JY 작년 여름이었다. 여름 학기를 위해 뉴욕에 왔다가 소호 근처로 점심 식사를 하러 가던 중 포토그래퍼인 어머니의 에이전트 샤미에 칸을 만났다. 그가 갑자기 나에게 모델 일을 제안했는데 처음엔 장난인 줄만 알았다. 가끔 친구들이 반 농담으로 모델을 해보라고는 했지만 한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고, 2011년 봄 시즌 뉴욕 컬렉션에서 데뷔했다. 굉장히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지금 이 일을 즐기는 나 자신이 너무 신기하다.


동양인 모델이라면 겪는 불편한 상황들, 당신들은 어땠나?
NH 어느 정도 인종차별은 존재한다. 하지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동양인 이전에 모델이다.
JY 동양인 모델로서 느꼈던 가장 큰 콤플렉스는 잡지나 광고에서 흔히 보던 모델들과는 다른 나의 외모였다. 하지만 요즘 디자이너들은 다양성, 이를테면 조금 더 다른 얼굴과 분위기를 추구하는 것 같더라. 덕분에 기회가 많아져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시아 모델 최초로 캘빈 클라인 쇼에 섰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다.


글로벌한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의 차이점은?
NH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모델과 나는 전혀 다르다. 일단 이곳 촬영장에서는 모델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게 내버려둔다. 이에 반해 한국에선 계산된 상황 설정과 특정한 포즈에 대한 요구로 모델들이 압박감에 가까운 불편함에 시달린다고나 할까. 모델은 사람이지 신이 아니다.
JY 그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는 단 한번도 ‘훈련’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모델처럼 워킹이나 포즈 등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는 말이다. 이곳에서는 모델들에게 포즈를 취하거나 뭔가를 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델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표출하기를 도울 뿐이다.


같이 일해보고 싶은 스태프나 캠페인 모델이 되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 그리고 기억에 남는 작업은?
NH 스티븐 마이젤. 그의 사진은 정말 굉장하다. 기회가 된다면 탑맨과 디올 옴므의 캠페인 모델이 되고 싶다. 일본에서 진행한 리복의 캠페인은 정말 기억에 남는다. 그들은 나를 왕자처럼 대우해주었다!
JY 모델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대신 기억에 남는 작업에 대해 얘기하자면 아메리칸 이글 광고 캠페인과 스티브 클라인과 작업한 <보그 옴므> 재팬의 화보다.


모델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NH 아마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공부하는 것은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배우는 것은 좋아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정말 그렇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즐기지만, 공부를 하는 것은 정말 싫다.
JY 현재 미시간 주립대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있다. 모델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마 올해 5월 대학을 졸업했을 것이다. 그리고 치대에 가기 위해 DAT 공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어디에 빠져 있나?
NH 타투와 그림. 나는 종종 그림을 그린다. 사람들, 건물들, 식물들, 해골 등을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스케치한다. 그리고 그림이 마음에 들면 몸에 타투로 남긴다.
JY 요즘 나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책들을 읽고 있다. 최근에 <닉 부이치치의 허그(한계를 껴안다)>와 프리드리히 니체의 전집을 읽었는데 이 책들이 나의 정신 상태를 재정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당신의 평소 스타일은 어떤가?
NH 디자이너 제품들을 사랑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비싼 것들에 투자하지 않는다. 대개 저렴한 옷을 구입해서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가끔 찢어서 입기도 한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JY 유니클로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들의 옷은 심플하면서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다. 나는 사실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입었던 거라곤 농구팀 유니폼과 XXL 사이즈의 후드 티셔츠밖에 없었다. 가끔 디자이너 제품에 현혹되긴 하지만, 옷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


한국에서 활동 계획이 있나?
NH 한국에서 정말 일을 하고 싶다. 언젠가는 <아레나>와도 작업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시작하는 모델들에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Don’t do Drugs.’
JY 아직 예정은 없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당신이 여자였다면

스타일리스트 채한석이 또 책을 냈다. 이번엔 여자 옷에 관한 거다. 그가 책을 통해 말한다. 내가 여자였다면 꼭 이렇게 입을 거라고. 분명 잘 입을 자신 있다고. 그렇다면 이 책은 여자친구에게 스타일링 지침서로 선물하든가 스스로 읽고 여자들의 옷에 일침을 가할 때 써먹으면 되겠다.

여자로 태어나 딱 한 가지 옷만 입을 수 있다면 뭐가 제일 매력적일 것 같나?
하나만 고르긴 너무 어렵다. 빨간색 줄무늬 티셔츠에 허리선이 높은 남색 팬츠를 입는다. 여기에 진주 목걸이를 늘어뜨리고… 아, 여기에 반드시 남성용 스틸 밴드 시계를 차야 한다. 롤렉스 남성용 시계면 딱 어울리겠다. 이렇게 입으면 근사한 데이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캐주얼하지만 우아하고 여성스럽지만 또 약간은 매니시한 아주 교묘한 스타일링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본 여자 중 누가 가장 아름다웠나?
어머니. 10년의 긴 투병 생활에도 손톱 가꾸는 걸 게을리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를 열심히 했던 분이다. 난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발가락을 잘라내야 해서 결국 그 좋아하던 구두를 신을 수 없게 되었을 땐 정말 마음이 아팠다. 하늘나라에선 고운 발을 다시 찾아 좋아하던 하이힐을 신고 행복해하시길 바란다.
여자에게 선물하기란 징그럽게 어려운 일이다. 뭘 추천하겠는가?
에르메스 켈리 백이나 크리스찬 루부탱의 펌프스를 사주고 싶지만 지갑이 여의치 않다면 발찌나 향이 좋은 세안 제품을 추천한다.
당신이 질색하는 여자는(스타일링만으로)?
리본 머리띠에 리본 벨트 한 여자, 로고 플레이가 잔뜩 된 옷과 가방에 열 내는 여자, 컬러 액세서리 너무 많이 한 여자.
남자에게 셔츠가 기본 아이템이라면 여자에겐 무엇일까?
단연 블랙 미니 원피스!


동양인 모델에게 가하는 패션계의 파시즘에 관한 이야기는 굳이 필요 없다. 지금 잘나가는 이 두 명의 남자 모델이 한국인이라는 것은 명백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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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고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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