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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식 치국평천하

정준호는 금메달을 목표로 한 선수처럼 항상 뛰어다닌다. 허들을 넘고, 뜀틀 위에 높이 서서 세상을 둘러보고, 날카로운 칼날로 불합리한 세상에 정곡을 찌른다. 하지만 그는 차갑지만은 않다. 그에겐 상대방을 응시하는 따뜻한 눈이 있다. 따뜻하고 솔직한 정준호를 <아레나>가 만났다. <br><br>[2007년 7월호]

UpdatedOn June 23, 2007

Photography 이준용(COMA) Editor 성범수 STYLIST 최태경 HAIR 한주희 MAKE-UP 박혜령 ASSISTANT 김창규

만나자마자 돈 얘기해서 미안하다. 경력에 비해 돈을 금방 모은 것 같다. 호텔도 운영하고, 영화사도 만들었지 않나. 충남 예산의 유지라는 소문이 있던데.
어렸을 때부터 사업에 관심이 좀 많았다. 당시엔 내가 배우의 길로 들어설 줄 정말 몰랐다. A형인데다 내성적이고, 남 앞에 나서는 걸 싫어했던 터라 할아버지나 집안 어른들이 노래라도 시키면 울기 까지 했으니까. 중·고등학교에 가면서 겉멋이 들고, 친구도 많이 사귀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방을 같이 쓰던 삼촌이 음악을 좋아하셨고 그 영향을 받아 중학교 때 처음 그룹 사운드를 만들고 드럼을 치면서, 이쪽 세계를 조금 알게 됐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까진 내가 연기자가 될 줄 몰랐다. 대학교 중퇴하고 군대 다녀와서 우연히 연극하는 선배를 만나면서, 이쪽 길을 걷게 됐다. 그전에는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나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충남 예산 유지라기보단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고향에 무슨 행사가 있다고 하면, 마다하지 않고, 학교에 장학금도 내고 그런 일을 하다보니 태생적으로 갑부인줄 아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진 않았다. 그냥 먹고 사는 정도일 뿐이었다.

이제부터 진정한 인터뷰를 하겠다. 배우 정준호와 외모는 유사하지만 내가 알기론 당신은 ‘정준호가 아니라 ‘김금자’다.
김금자가 누구냐. 난 정준호 맞다.

그렇다면 당신이 진짜 정준호라는 걸 증명해봐라.
사람들이 ‘정준호’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성격 좋다’는 거다. 어딜 가든 사람하고 쉽게 친해지고, 잘 어울린다. 나이 어린 사람부터 70, 80세의 어른들과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관계를 맺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다.

술로도 정준호라는 걸 증명할 수 있지 않겠나? 소주 30병까지 마셨다는 전설을 들었다.
그렇게 많이 마시는 스타일은 아니다. 30병은 아니고, ‘30-30’이라고 프로야구의 ‘30-30’클럽처럼 술 잘 마시는 연예인들끼리 ‘주당’을 호칭하는 의미로 불리는 ‘30-30’클럽에 가입했을 뿐이다. ‘20-20’클럽이나 ‘30-30’클럽에 가입하면,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 중에서 일단 왕이라고 불린다. 왕에겐 술값 면제라는 혜택이 있으니까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한다.

그럼 ‘30-30’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건 뭔가?
폭탄주로 30잔, 스트레이트로 30잔, 소주 30잔이 ‘30-30-30’클럽인데, 난 ‘30-30’에만 가입한 상태다.

그럼 ‘30-30-30’클럽에 가입한 사람은 누군가?
내가 알기로는 김민종은 가능할 거 같고, 손창민 형 정도, 또 윤다훈 형도 잘 마시는 사람 중 하나다.

정준호라는 걸 이제 믿어주겠다.
아아, 또 있다. 모든 여자들에게 잘해준다는 거다. 그래서 내 별명이 국화빵 열 개다. 국화빵 열 개 다 똑같지 않나? 내 동기 여자 탤런트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여자친구는 싫어하겠다.
그렇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그런 행동은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나.

의미를 두고 하는 행동은 아니지 않나?
아, 원래 성격이 그렇다. 이런 성격 때문에 사회생활하면서 손해도 많이 보는 거 같다. 어려서는 장손이다보니, 할아버지께서 어디 다녀오시면, 좋은 걸 내게만 주셨다. 그럴 때마다 동생들이 갖고 싶어 하면 난 미련 없이 동생들에게 줬다. 또 밥을 먹을 때도 동네 친구들을 다 불러 모아, 15명 정도 되는 인원이 항상 함께 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며 많이 혼날 정도였으니까. 크면서 사람을 사귀는 데 이런 게 장점이 되기도 했지만 맘이 약하고 때로는 거절도 못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살면서 손해를 좀 봤다. 누가 나한테 부탁하면 거절해야 하는 데 거절을 못하는 게 문제다. 나 같은 성격은 여자랑 헤어지고 싶어도 대놓고 헤어지자는 소리 못한다. 그냥 조용히 연락 없으면 헤어진 거다. 상대방한테 상처 주는 얘기를 못한다. 한 번 맘이 돌아서면, 무서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를 포함해 지금까지 영화 15편을 촬영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

영화에도 많이 출연한 당신이지만 데뷔는 1995년 드라마 <동기간>이다. 어떻게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되었나. 자료를 찾아보니 출신 성분이 불명확하더라.
1995년 MBC 공채 24기로 합격했다. 이성재, 박용우가 동기다.

1995년 공채면, 공채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바로 주인공이 된 게 아닌가?
난 조금 특별한 경우였다. 공채 시험을 통과하면, 보통 2년 동안의 연수 기간을 거쳐 정식 탤런트가 되는데 난 들어가자마자 연수 기간 중에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내가 MBC 사장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실력보다는 운이 많이 따른 연기자들 중 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럼 고통 없이 원만한 길을 걸어왔겠다.
기회가 빨리 온 만큼, 준비 없이 주인공을 맡다보니, 많이 실패했다. 실패를 경험한 내게 계속 기회를 준 감독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신인이 한두 번 드라마 주인공을 맡아 실패하면, 연기 생활을 그만둬야 할 정도로 타격이 심각한데 내겐 계속해서 기회가 생겼다. 그런 분들에게 보답을 좀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매번 하는데….
어느 분야든 시련과 고통은 통과의례다.
직업이 배우나 감독인 사람들은 사실 이런 시련과 고통을 겪어봐야 한다. 나도 지금 연기자로서 숙련되어가는 과정이지만, 언젠간 우리가 징표를 남길 수 있는 연기자가 될 때까지는 그런 시련을 많이 겪는 게 좋다. 배우는 눈과 마음으로 연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평탄한 삶을 사는 사람들보다는 고통과 시련을 겪어야 좋은 배우가 된다. 연기는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것도 아니고, 객관식처럼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시간을 겪었을 땐 아프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엔 만족한다. 포기할까도 많이 생각했지만, 그런 걸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원만한 성격 덕이 아닌가 한다. 내가 고립되고, 사람들과 친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 한두 편 흥행 못하면, 죄책감도 들고 인생이 끝난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고….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나를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이겨낼 수 있게 된다.

15편의 영화를 찍었다. 이번 영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당신에게 어떤 새로운 의미가 있나? 그리고 난 당신의 영화를 12편이나 봤지만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난 어느 순간부터 영화는 이익을 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짊어지고 외줄을 타는 영상 예술로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 내가 맡았던 <아나키스트>, <사이렌>, <흑수선> 같은 영화 속에서는 대부분 캐릭터가 강했고 지금 하는 로맨틱 코미디나 코미디물과는 전혀 달리 너무 딱딱하고 정적이었다. 그때는 그런 불만이 있었다. 그러던 중 코미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화를 찾게 되었다. 마침 윤제균 감독이 <두사부일체>라는 작품을 만든다고 했고 동갑내기 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윤제균 감독이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처럼 비장한 각오로 프러포즈를 했을 정도였다. 사실 주위에선 반대가 많았다. 나도 이거 안 되면 힘든 과정을 가야 하니까, 죽으나 사나 같이 해봅시다, 했다. 사실 이 영화를 통해서 정준호의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게 되었고 배우로서 인기도 얻었고 돈도 벌면서 배우에게 흥행이 인생을 바꿔놓기도 하는구나라는 걸 알게 해줬다. 그 덕에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한순간에 바꿔놓았고, 영화에 대한 생각도 바꾸게 되었다. 사실 <두사부일체>라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감히 캐릭터를 바꿔볼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7, 8년 전이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바꿀 수 있었고 안 되면 다시 원래의 캐릭터로 돌아가도 좋다고 생각한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15편의 영화를 해오면서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에 치우친 부분도 나의 낙천적인 성격이나 제작자의 마인드에 많이 좌우되었다. 코미디가 인정을 못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작품성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지만 결국 한국 영화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코미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시골에서 농사짓던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그랜저 타고 양복을 빼입고 다니지만 사실 근본은 농부인 것처럼 코미디 영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이제 좋은 작품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호주머니가 넉넉하고 여유 있을 때 창작력과 기획력이 좋아질 수 있는 것처럼, 좋은 작품만 고른다면 결국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계속해서 이런 작품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공공의 적>이나 다른 작품들을 선택해 또 다른 나를 시도해왔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들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나.
지금까지 영화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나키스트>였고, 나를 발견해준, 또한 ‘저 사람 영화는 재밌구나, 기다려지는구나’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 <두사부일체>가 있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지만 영화를 만들 때 윤 감독과 나는 사립학교의 비리를 가벼운 터치, 즉 당시 흥행 코드였던 ‘조폭’을 캐릭터로 해서, 희생양이고 약자인 학생들과 선생님을 위한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었다. 영화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전교조나 학생, 학부모에게 메일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상업적으로 시리즈물을 하다보니 처음의 의도가 퇴색됐지만 그때는 그런 사명감이 있었다. <아나키스트>와 <두사부일체> 사이에 <공공의 적>의 정준호가 있다면, 이제는 멜로성이 강한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끊임없이 정준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다.

당신에게선 ‘선수’라는 이미지가 은근히 느껴진다. 말도 잘하고, 외모도 잘생겼고, 재밌고, 친절하다. 여자들이 많이 따를 거 같다. 프로 선수인가 아니면 아마추어 선수인가?
선수 맞다. 어설픈 프로 선수 정도 된다. 완벽한 프로 선수는 사기꾼 아니겠나.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프로 선수는 어떤 사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든 나와 술 한 잔만 하면 내 사람이 된다,는 그런 생각이 들 때 프로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문제의 정답은 ‘진심’에 있다. 내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할 때,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과는 통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는 기자와 배우의 관계는 이렇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에 대해 나쁜 기사가 나간 적이 없다. 음주 운전이나 여자 배우와의 관계 등등 말이다. 나에 대해 쓰더라도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달라고 말한다. 이건 부부 사이처럼 영원한 동반자 관계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함께 잘 지낼 생각을 한다. 함께 즐기면서 사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이런 나의 성격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과 예전이나 지금이나 형 동생 하면서 편안하게 잘 지낼 수 있다.

정치가가 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정준호의 봉사 활동이나 정치 활동 여부에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가 정치를 하려고 했다면 포멀하게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음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듯이 가족, 친구, 사회, 직장을 잘 다스리면 작은 집단에서의 정치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회사 직원에게도 이런 점을 강조하는데 난 지각을 아주 싫어한다.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피곤하다, 뭐다 하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솔선수범하려 한다. 호텔을 운영하면서도 나 스스로 매일 청소하고 잘못을 지적한다. 외국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내가 이런 태도로 일관하니 시간이 지나면서 날 인정하더라. 결국 이렇게 시스템 속의 사람들도 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치를 한다고 해도 나는 사람을 얻을 자신이 있다.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치가 목적은 아니다.

영어는 잘하나?
의사소통 정도. 배우는 어떤 사람이든 흉내 낼 수 있어야 한다. 영어는 자신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영어를 할 때 중요한 것은 문법도 아니고 의사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거니까 말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눈이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작품을 선택하는 능력이 별로 없다. 난 냉정하지 못하다. 이 작품이 누가 준 대본인가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 그래서 작품을 고를 때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반대해도 결국은 하고 말지만.

신현준이 영화 <친구>에 출연하지 말라고 할 때는 그 말을 순순히 들었다.
그런 일은 드문 경우다. 그것도 사실은 신현준이 선배라는 게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내 그릇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 <친구>도 장동건이라는 멋진 배우가 했기 때문에 잘된 것이지, 내가 했다고 해서 같은 성적이 나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내 것이 아니었다. 사실 나도 영화가 그렇게까지 잘될 거라곤 생각 못했던 것도 있다.

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본인의 연기력을 이용해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든 경험이 있나?
모든 상황에서 진심이진 못했다. 그렇게 산다면 피곤할 거다. 가볍게 대하는 관계인 사람은 그 정도 수준에서 대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러지는 못한다. 상황과 관계가 그렇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되는 면은 있다. 그러나 마음은 늘 진심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내 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대인 관계가 넓다고 얘기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이 내 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의 영화는 밥상의 김치 정도이다. 밥이 내 인생이라면, 매일 먹는 김치는 내 인생에서 영화다. 영화 때문에 사람을 잃어버릴 정도라면 안 할 수도 있다. 영화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가족, 내 친구, 사람들이다. 그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하면서 사람을 잃는다면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영화배우로서 나를 관리하고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독단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나 스스로 관리하면서 사람을 잃지 않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위대한 사람이기보다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나는 나의 그릇이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길을 간다. 다른 사람은 저 길로 가는데 너는 왜 그 길로 가냐고 말할 수는 없다.

작가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읽어봤는가?
예전에 읽어보았다.

그렇다면 거기에서 음란성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나? 한 소설가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라는 소설을 썼다. 과장이 있지만, 나름대로는 설득력이 있었다. 거기에선 달걀이 남자의 고환을 뜻한다. 옥희가 달걀 좋아하지 않나. 그리고 사랑방 손님과 옥희 엄마가 아닌 옥희가 사랑의 대상이라는 설을 펼쳐놓는다.
이 작품은 원작을 토대로 캐릭터와 시대에 변화를 주고 있다. 결국은 사랑방에 대한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이는 사랑방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사랑방에서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관객들이 이 작품에 거는 기대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물론 성적인 코드는 있다. 두 여자를 여자로 보기 시작하면서 탐닉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성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의 환심을 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고은아가 좋나, 김원희가 좋나?
누굴 하나 고르라면 힘들지만, 유부녀와 때 묻지 않은 아이를 어떻게 비교하겠나?

뻔한 답이지만, 그냥 궁금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은 미국처럼 친하지 않은 거 같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연예인들이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거창한 질문이긴 하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정치 하는 분들이 워낙 임기응변식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 연기까지 해왔는데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배우들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국민들은 정치인을 불신임하고 그래서 정치적인 색깔을 띤 배우들까지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잘못된 정치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우리나라 배우들은 정치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존중받지 못했던 거다.

결혼설이 있더라. 결혼은 그렇다치고, 당신의 소문난 인맥을 고려할 때 그 많은 인원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공간은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남다른 계획이 있나?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진정 원하는 결혼식은 절제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결혼식이다. 그러나 배우는 알려진 사람들이다보니 팬들에게 보여줄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비밀 결혼식은 반대다. 축복받는 결혼식을 비밀로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국민들과 팬들에게 인기를 받으며 사는 사람이라면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정도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이벤트 행사 같은 결혼식보다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결혼식이 좋긴 하지만.

백상 예술 대상에서 유재석이 이영애 옆에 앉아 떨렸다,는 말이 널리 알려졌다. 당신을 떨리게 만든 여자 연예인이 있나? 아니면 그냥 여자라도 아니면 남자도 좋다. 참고로 난 지난달 이효리 인터뷰할 때 가장 떨렸다.
내가 미국에 갔을 때, 캐머론 디아즈, 드류 베리모어와 같은 레스토랑 옆옆 테이블에서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화장실에서 나오다 캐머론 디아즈와 마주쳤는데, 그들은 내가 배우인 줄 몰랐겠지만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다.

최근 제일 많이 쓴 돈의 액수는? 용도는 무엇이었나?
요즘 ‘사랑의 밥차’를 하다보니 그쪽으로 지출이 좀 있다. 작년에 주식을 해서 돈을 벌었는데 그 돈을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에 1억원 정도 기부했고, 올해 사랑의 밥차를 위해 4천~5천만원 정도 썼다. 어차피 일을 하다보면 돈은 들어가게 되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싶다.

휠체어 타느라 고생했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착한 척한다느니 어쨌다느니 그런 말하는 건 신경 쓰지 말았으면 한다.
솔직히 후회가 많았다. ‘따사모’ 회원 중 젊은 회원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들이 내게 미뤘다. 결국은 내가 총대를 메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진심으로 시작했지만 후회를 한 5백 번은 한 것 같다.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였지만 실제로 기금은 목표에 미달됐다. 또 무척 고생스러웠다. 그러나 느낀 점은 많았다. 휠체어로 다니기에 힘든 길이나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힘든 화장실 등 장애인의 현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야 24시간이 지나면 끝나는 일이었지만 장애인들은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내 인생에 너무나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얼마전 한화 김승연 회장이 폭력배를 동원해 아들을 때린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폭력배를 동원해 때려주고 싶은 사람은 없나? 혹 인터뷰하는 난 아니겠지?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사람이 한둘쯤 있지 않겠나. 이 세상에는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구속률은 턱없이 낮다. 그러다보니 변호사들만 이득을 얻고 학연, 지연, 로비가 판을 친다. 결국은 영화판에도 그런 사기꾼들이 많다. 그러나 당하기 전에는 모른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라면, 나는 사실 아버지의 마음으로는 김승연 회장을 이해한다. 아버지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아닌가. 그러나 방법에서 현명한 아버지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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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이준용(COMA)
Editor 성범수
STYLIST 최태경
HAIR 한주희
MAKE-UP 박혜령
ASSISTANT 김창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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