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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어리잖아요

스테로이드를 투여했던 벤 존슨의 기록보다 빨랐던 사정은 어린 시절 누구나 갖고 있는 경험일 거다. 스프레이라도 뿌리고 싶었던 그날의 기억들 그리고 못다 이룬 사정과 무모함의 아픔을 6명의 남자들이 추억했다. <br><br>[2007년 2월호]

UpdatedOn January 19, 2007

Editor 성범수 Photography 기성율 Assistnat 김창규

정신이 든 건 어느 모텔 방 침대 위에 그녀와 어쭙잖게 앉아 있던 때부터다. 아는 형이 압구정에 있는 그럴듯한 바의 사장이었다. 돈 없던 시절, 좋은 술을 시주하듯 퍼주었기에 난 그곳을 자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은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가 맘에 든다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합석을 제의했다. 그 결과, 침대 위에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함께 앉아 있게 된 거다. 형을 따라온 것뿐인데, 원하는 걸 모두 해줄 것 같은 그녀와 함께 모텔 방을 점령하게 됐다. 난 하고 싶었다. 소문만 들어온 모텔 물침대의 쿠션을 느끼며 첫 섹스를 제대로 하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내 몸은 새것이었다. 그녀가 먼저 옷을 벗고 누웠다. 그녀는 발가벗겨진 배에 식스팩이 선명하게 보일 만큼 웃으며, “처음이야? 취한 거야?”를 두 번 반복해 물었다. 발가벗겨진 자존심 때문에 “처음…”이라는 대답을 입 안에서 뱅뱅 돌리고 있을 때 그녀가 내 몸 위로 올라와 내 것을 잡더니 손쉽게 넣어버렸다. 그리고 1분도 되지 않아 난 사정을 해버렸다. 그것도 잔여물을 남겨둔 채 그녀의 몸속에서 벗어났다. 빠른 사정에 창피한 것보다 그녀가 체내 사정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 겁났다. 게다가 그녀는 한 번으론 끝내고 싶지 않아 보였다. 겁먹은 내 성기엔 피가 몰리지 않았다. 성능 나쁜 중국제 바이브레이터처럼 난 그 순간 망가진 사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매정하게 쓰레기통에 날 쳐넣진 않았다. 꼭 안아주며 “수고했어요” 하고 달래줬으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다정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내 총각딱지를 떼주기 위해 형이 고용한 전문가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때는 몰랐지만 속도의 묘미를 아는 완벽한 승마 자세와 아무렇지 않게 다리 벌리는 당당함이 업소에서 느꼈던 전형적인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고 말할 전화번호도, 어떤 여지도 없이 그녀는 그렇게 날 위로하고 떠났다. 마치 꿈속에서 날 항상 유혹하고 떠나버리는 서큐버스처럼.

금찬우(가명, 일러스트레이터)

콘돔을 맘 편하게 살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지하철역 화장실에 있는 5백원짜리 콘돔을 살 때도 주위를 살펴야 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난 참 귀여웠던 것 같다. 귀여웠던 그때도 지금처럼 성욕은 충만했다. 단지 여자친구가 결혼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다며 순결 선언을 했다는 게 문제였지만. 지금 같으면 ‘그래, 너 잘났다’라는 세 어절만 남기고 떠났을 텐데. 그녀에게 떼도 써보고, 화도 내봤지만 아프리카 원주민처럼 내 말을 통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뭘 해도 못할 거라면 멋진 남자로 그녀의 기억 속에 남고 싶었다. 그녀를 꼭 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끝까지 순결을 지켜주겠다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정말 유치하지 않은가? 그런데 웃긴 건, 이게 통했다는 거다. 삼류 영화 속 주인공 멘트에 순결 서약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어쨌든 그렇게 그녀와 합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가 맘놓고 섹스를 할 공간이 없었다. 이미 밤이 됐고, 각자의 집에는 부모님이 계셨다. 그녀의 집에 가서 인사드린 후, “저희 첫경험이니까, 시끄러워도 좀 참아주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도대체 방법이 없었다. 결국 우린 비디오방으로 향했다. 그때는 DVD방 같은 건 고사하고, 비디오방의 시설도 좋지 않았다. 가벽만 세운 공간에서 헤드폰을 끼고 영화를 봐야 했을 정도니까. 구석진 방이라 특별히 눈치 볼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맘은 편하지 않았다. 키스를 하고, 그녀의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거기까진 순조로웠다. 난 내 물건을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것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의 손을 끌어다 내 물건을 잡게 했다. 그리고 위아래로 흔들어달라고 했다. 익숙지 않아 흥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디오방이라는 공간과 내 물건을 여자가 만져주고 있다는 생각에 난 조금씩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두 손으로 완강히 날 저지했다. 그녀는 젖어 있었던 거다. 그걸 보여주기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달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국 무릎 바로 위까지 팬티를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삽입이었다. 젖어 있는 건 좋은데, 옆방에 있는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경험 부족은 이럴 때 여실히 드러났다. 그녀를 눕히고 무조건 시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잘 들어가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봤지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신경 쓰여 편하게 일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난 포기했다. 우린 그냥 합의봤다. 오럴섹스로 끝을 보기로 한 거다. 난 그녀의 입에 사정했다. 집에 돌아갈 때까지 그녀의 낯빛은 좋지 않았다. 정액의 맛이 좀 역했나 보다. 성인물을 보면 여자들이 잘만 먹던데, 현실의 내 여자친구는 달랐다. 미안한 맘이 오럴섹스로 생긴 충만함을 단박에 일소해버렸던 걸로 기억한다.

최승민(가명, 회계사)

도대체 왜 기차 화장실에 같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부산에서 평택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그녀의 배웅은 부산역에서 끝나지 않고 부대로 복귀하는 기차까지 이어졌다. 사실 후임병이 복귀하지 않았으면 부대에서도 할 수 있었다. 난 후임병과 2인 1실을 쓰는 카투사였으니까. 여자친구와는 몇 번 섹스를 했었다. 나와의 섹스가 첫경험이었지만, 내가 요구하는 건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 난 무모하고 힘 좋은 어린 남자였고, 정상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섹스하는 걸 좋아했다. 지금이라면 절대로 여자친구를 이끌고 기차 화장실에 들어가진 않았을 거다. 우리가 탄 기차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그녀의 가슴을 장난스럽게 만지고, 키스를 했다.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우리는 계속 진도를 고차원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그녀는 내 바지 속으로 손을 넣고, 난 그녀의 치마 밑으로 손을 넣었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고, 느낌이 굉장히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난 그 자리에서 사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들이 우리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그렇게 일을 치를 순 없었다. 그녀의 손을 이끌고 화장실로 갔다. 한 명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가 화장실에 들어가 나올 때까진 우리 뒤에 누구도 줄을 서지 않았다. 우리는 같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좁았지만, 흥분한 내겐 훌륭한 공간이었다. 치마를 올리고 팬티를 내렸다. 그녀의 허리를 앞으로 굽히고 뒤에서 부드럽게 집어넣었다. 충분할 정도로 그녀는 젖어 있었다. 몇 번의 피스톤 운동을 하는데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짜증스럽게 사람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면서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손을 멀리 뻗어 그녀의 입을 살짝 막았다. 피스톤 운동은 계속됐고, 그녀의 입에선 신음소리보다 빨리 끝내고 나가자는 속삭임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방해꾼이 많아서인지 일이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노크 소리는 두 번 울렸고, 주먹으로 때리는 소리도 한 번 느껴졌다. 난 여기 아픈 사람이 있다며 그만 좀 두드리라고 소리쳤다. 화가 섞인 목소리 때문인지 더 이상 노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내 기분은 밑바닥으로 치달았고 결국 사정을 하지 못했다. 난 그녀를 부축하는 척하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사람들이 우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자친구의 등을 두드리며, 이젠 좀 괜찮냐며 큰 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난 마무리를 해야 했기에 결국 여자친구를 부대로 데리고 들어왔다. 후임병은 저녁이나 돼야 복귀하므로 우리에겐 3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벗고 애무를 했다. 때가 됐을 때를 감지하고 난 강하게 삽입을 시작했다. 앞뒤로 한두 번 허리를 움직이는데 갑자기 잠긴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문 쪽으로 달려가 살짝 열린 문을 막아섰다. 만날 늦게 오던 후임병이 문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는 물음에, 후임병은 내가 일찍 복귀하지 않아 얼차려를 줬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갑자기 그때 그 순간이 기억났다. 이건 다 내 잘못이다. 난 그에게 한 시간 후에 돌아오라며 문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우린 결국 섹스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문지형(가명, 프라이빗 뱅커)

내 성기는 별로 크지 않다. 친구들과 목욕탕에 가도 내 것이 제일 작아 보인다. 그게 사실이다. 내가 싸움을 조금 잘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친구들은 내 물건이 작다고 놀렸을 거다. 지금은 성기가 작은 것에 대한 고민은 없다. 평균 이하라는 건 아직도 변함없지만, 섹스가 불가능하고,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걱정은 없기 때문이다. 1995년으로 기억하는 그해에 난 영어학원에서 캐나다인 강사를 만났다. 그녀와 난 단둘이 술을 마실 정도로 가까워졌다. 내 경험은 미숙했지만 그녀가 절대 어려운 여자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용기를 내 ‘기브 미 섬(Give me Some)’이라는, 어디서 들어본 표현을 조용하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 내 말을 듣고 그녀는 정말 크게 웃었다. 당시엔 잘 몰랐지만, 그 요상망측한 표현 덕에 그녀는 날 귀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녀는 내 손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우린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같이 샤워를 하자고 했다. 그녀는 샤워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익숙한 일처럼 옷을 모두 벗어버렸다. 나도 따라 벗었지만 팬티는 끝까지 사수했다. 그런 내게 물을 뿌린 그녀는 내 팬티를 억지로 끌어내렸다. 내 그곳을 본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내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샤워를 하면서 계속 무슨 말을 하긴 했으니까. 물론 난 다 이해할 순 없었다. 답답했는지 그녀가 먼저 나섰다. 어차피 자신이 말하는 걸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입은 다른 일에 쓰겠다는 듯 내 성기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내 성기 크기에 대해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성기 크기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난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여자가 만족하고 있는 게 어떤 상태인지 모르기에 난 그냥 오래 버티기로 했다. 그녀의 입에서 조금씩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당시 내게 키스를 하며 그녀가 했던 말은 지금 내가 가진 용기의 원천이 됐다. “판타스틱!” 그 얘기를 들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창이 길다고 좋은 건 아니다. 단검으로 안쪽을 요리조리 파고들면, 롱기누스의 창을 들고 있는 적장이라도 이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10년 전에 캐나다로 돌아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그녀에게 이제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김종운(가명, 회사원)

도대체 구멍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건 첫 섹스가 허벅지 위 사정으로 마무리된 것으로부터 시작된 궁금증이었다. 경험이 많은 친구에게 물어보고 배워도 실전에 들어가면 잘 찾지 못했다. 갈라진 구멍 위쪽이 아닌 아래쪽에 또 다른 구멍이 존재한다는 확실한 정보에도 난 이미 두 번이나 실패를 맛봤다. 몇 번의 시도와 실패로 여자친구도 조금씩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어쨌든 개인교습을 통해 구멍의 위치는 정확히 찾았는데 삽입이 잘 되지 않았다. 집어넣으려 하면, 그녀는 아프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난 도대체 왜 안 되는 걸까? 나한테는 경험 많은 여자 선생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여자친구를 두고 딴 여자를 만날 순 없었다. 내 도덕성이 결코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프로들이 있는 거리에 가면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친구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버렸다. 이건 배움에 대한 열망 때문이지 결코 여자친구를 배반하는 일이 아니었다는 걸 말해두고 싶다. 물론 사회 윤리에는 위배되지만 그 방법 말고는 나의 미숙함을 해소할 길이 없었다. 난 거기서 좋은 걸 배웠다. 그녀들은 이상한 크림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크림 같은 걸 바른 그곳에 내 성기를 잡고 삽입을 했다. 신기한 건 미끄러지듯 몸속으로 그냥 잘 들어갔다는 거다. 사정을 빨리해 돈이 아깝긴 했지만, 내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 반가웠다. 내가 미숙했던 건, 여자친구를 배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옷을 벗고 무작정 삽입을 시도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녀의 몸이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 내가 구멍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메마른 그녀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부터 섹스는 어렵지 않았다. 그녀에게 오럴섹스를 해주느라 내 짧은 혀에 쥐가 나는 것만 빼면 어떤 문제도 없었다.

윤성훈(가명, 대학원생)

완공은 됐지만 입주하지 않은 건물은 공짜로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다. 지금은 새집증후군이 문제라지만 당시 난 새집에서 나는 페인트 냄새를 굉장히 좋아했다. 난 페인트 냄새가 만족스러운 입주를 앞둔 건물 지하로 여자친구를 데려갔다. 그때까지 서로의 몸을 보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우리는 좀 더 어두운 곳을 찾아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계단에서 전등불이 켜졌다. 잠깐 놀랐지만, 입주도 안 한 건물의 등이 벌써 고장났다며 우리는 비웃어댔다. 그리고 계단 밑 구석에 자리를 잡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집도 아닌 외부에서는 원래 바지만 내리고 섹스를 하는 게 무언의 규정이지만 우리는 옷을 다 벗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옷을 벗어놓고 거사를 진행했다. 처음엔 천천히 운동을 했다. 차츰 거세지다 보니 우리는 조금 더 용기를 냈다. 그리고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둠 속에 있던 우리의 허연 살이 눈에 들어왔다. 고장난 불이 또 켜진 건지, 아니면 누군가 우리 소리를 듣고 지하로 내려오고 있는지. 우리의 몸은 갑자기 굳어버렸고, 깜짝 놀라 굽히고 있던 허리를 곧추세운 그녀 덕분에 뒤에서 삽입했던 내 물건은 빠져버렸다. 조심스럽게 있던 우리의 걱정과 달리 잠시 후 불은 꺼졌다. 우리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려 했다. 내가 그녀의 뒤에서 운동을 시작하자 다시 등이 켜졌다. 우리는 몇 번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그때가 1994년의 일이니 움직임을 감지하는 전등이 거의 처음 도입된 시기다. 그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관계로 반복 학습을 통해 겨우 조명에 자동 센서가 달려 있다는 걸 희미하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이미 서로의 몸을 본 터라 부끄러울 게 없었다. 명암에 신경 쓰지 않고 섹스를 계속했다. 그 조명은 꺼짐과 켜짐을 반복하며 우리의 몸을 감췄다 드러냈다 했다. 조명 때문에 그 두 번째 섹스는 내 최고의 섹스로 기억된다. 사라졌다 갑자기 드러나는 그녀의 몸이 은근히 나를 자극했으니 말이다.

박재현(가명, 자동차 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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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성범수
Photography 기성율
Assistnat 김창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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