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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꿀뜨르의 매뉴팩처에서 만난 네 명의 워치메이커. 작은 우주와도 같은 손목시계를 만드는 그들은 마스터라는 칭호가 어울릴 만큼 솜씨가 뛰어났다.<br><br>[2006년 12월호]

UpdatedOn November 20, 2006

cooperation 예거 르꿀뜨르 Editor 민병준

시계 담당 기자라는 타이틀을 단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솔직히 아직도 시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시계 외관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와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고 숙지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시계 내부에 있는 복잡 미묘한 무브먼트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하이엔드 시계가 이해의 대상이 아닌 경외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최첨단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에도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기계식 시계의 정교한 무브먼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작은 우주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정밀한 무브먼트가 몇 십 년, 길게는 몇 백 년 전에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전자현미경도 있고, 최첨단 장비도 있다지만 그 오래전엔 그런 장비도 없이 어떻게 정교하게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신기할 따름이다. 언젠가는 이런 경외의 대상인 시계를 제대로 알아봐야겠다고 다짐하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겼다.
1백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하이엔드 시계의 대명사 ‘예거 르꿀뜨르’가 홍콩으로 생산공장을 옮겨오고, 그곳에 기자를 초대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예거 르꿀뜨르는 무브먼트의 모든 부품 제작은 물론 외부의 디자인까지 모두 직접하는 ‘매뉴팩처(Manufacture)’ 시계 브랜드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곳의 공장을 볼 수 있다면 시계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 듯했다.


지난 10월 19일 홍콩의 퍼시픽 플레이스를 찾았다. ‘MCTY(Manufacture Comes To You)’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스위스 발레드주 르 상티에에 있는 예거 르꿀뜨르의 공장을 옮겨놓은 콘셉트로 구성되었다. 현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워치메이커들이 직접 와서 실제 시계 제작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깨알보다 작은 나사와 톱니바퀴를 조립해 무브먼트를 만드는 모습과 시계 케이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다양한 기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큰 체구와 큼지막한 손을 가진 워치메이커들이었지만, 작은 손목시계의 면면을 다듬고 깎고 칠하는 손길은 매우 예리했다.

전자현미경으로 시계 다이얼을 보며 이니셜을 새기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사람의 얼굴은 물론 멋진 풍경을 조각해내는 놀라운 워치메이커가 있어 말을 걸어보았다.
“이렇게 시계 다이얼에 이니셜이나 그림을 조각하는 것을 인그래이빙(Engraving)이라고 합니다. 시계를 더욱 멋지게 만드는 조각가라고 할 수 있지요. 시계의 재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는 2시간에서 길게는 10일이 걸리기도 합니다. 다이얼에 그냥 조각을 하기도 하지만, 주얼리 세팅을 함께해 더욱 화려한 느낌을 연출합니다. 이런 인그래이빙 과정을 통하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계가 탄생하지요. 물론 자신이 원하는 조각이나 그림을 넣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는 1천 가지에 달하는 서로 다른 조각을 시계에 새길 수 있다는 마스터 인그래이버(Master Engraver) 도미닉 뵈즈(Dominique Vuez)였다.
옆 테이블에선 마스터 에나멜러(Master Enameller) 미클로스 메르젤(Miklos Merczel)이 아주 작은 붓으로 시계 다이얼에 점을 찍듯이 색을 입히고 있었다.
“에나멜 페인팅은 단순히 물감을 다이얼에 칠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각칼로 밑그림을 그린 다음 컬러를 입힌 크리스털 가루를 한 점 한 점 찍어서 페인팅하고 다시 850℃의 오븐에서 여러 차례 열을 가해서 색을 입히는 거지요. 현재 예거 르꿀뜨르에서는 단 2명만이 에나멜 페인팅을 할 수 있습니다. 고난도 작업이라 에나멜러 한 명이 1년에 20개 내외의 작업을 완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작업 중인 그의 그림을 전자현미경을 통해 본 순간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작던 시계 다이얼이 A4 정도의 크기로 보였고, 그 섬세함은 마치 바늘로 색을 찍어서 그림을 그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만나본 마스터는 시계에 화려함을 더하는 마스터 젬세터(Master Gemsetter) 칼로스 카발리로(Carlos Carvalheiro)였다.
“우리가 자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젬세팅 기술은 스노 세팅(Snow Setting)과 록 세팅(Rock Setting)입니다. 스노 세팅은 작업이 완성되면 마치 다이얼에 다양한 크기의 눈송이를 빼곡하게 뿌려놓은 것 같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습니다. 최소 0.4mm 크기의 다이아몬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하나의 케이스를 완성하는 데 90시간 이상 걸리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스노 세팅으로 만들어진 케이스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석 세팅이 하나하나 다 다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계가 되는 거지요. 세팅된 다이아몬드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록 세팅은 보석을 지지해주는 여타의 금속이나 재료 없이 보석의 광채만을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땐 ‘저렇게 덩치 큰 아저씨들이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라며 의아해했지만, 그들의 손놀림과 그 결과물을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후에는 ‘역시 장인은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마스터라는 칭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장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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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operation 예거 르꿀뜨르
Editor 민병준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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