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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를 어떻게 사귀어?

보아하니, 한국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난 것 같긴 하다. 한국 여자들이여! 사귈 때는 온갖 간섭에, 결혼해서는 깐깐한 시댁 식구들에 괴로워하느니 시야를 넓혀 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잘 키운 외국 놈 하나 열 한국 남자 전혀 안 부럽다. 스위스인 남친과 결혼을 앞둔 여자 에디터의 통렬한 변.<br><br>[2006년 11월호]

UpdatedOn October 20, 2006

Photography 우정훈 hair&make-up 김은주 Editor 박인영

고교 시절 내내 사귀었던 남자친구랑 여행을 가겠다고 하니 데이비드가 보였던 반응. 나보다 더 신이 나서 ‘어디로 가는데?’라고 묻는 것도 모자라 더 좋은 곳을 추천해준단다. 쿨한 것도 정도가 있지, 정말 날 사랑하는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 괜히 짜증을 냈더니 ‘그럼 질투하는지 테스트해본 거였어?’라고 묻는다. 할 말이 없다.
딸 부잣집인 우리 집의 기가 세기로 소문난 세 딸의 남자친구 국적은 모두 다르다. 언니의 남자친구는 전라도 출신의 100% 순도를 자랑하는 토종 한국인이다. 둘째인 내 남자친구는 스위스 출신이고, 동생의 남자친구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교포로 국적은 홍콩이다. 그래서 가족모임은 본의 아니게 굉장히 인터내셔널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니는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 때문에 인간관계를 상당부분 망친 듯 보인다. 굉장히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만나서 소주 한잔 하는 남자 동기들이 꽤 많았다. 동네 포장마차에서 밤늦게까지 언니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수많은 ‘오빠’들은 이젠 모두 기억의 저편으로 잊혀갔다. 다 언니의 무시무시한 남자친구 때문이다. 언니의 성질이 더 나빠진 감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건강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담배도 끊고, 술도 별로 마시지 않으니까. 연애 초기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듯 보였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다 그냥 포기하고 사는 거야”라고 말하긴 했지만, 어쨌든. 거의 6년 동안을 데이비드만 사귀다 보니, 한때는 분명 익숙했겠지만 지금은 결코 보아 넘기기 힘든 한국 남자들의 연애 태도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른이 넘은 여자친구가 사회생활 하다 보면 늦게까지 술자리를 갖게 될 수도 있지 그런 걸로 짜증을 낸다든지, 자기는 뻑뻑 잘도 피워대면서 무조건 담배 끊으라고 엄포를 놓는달지, 무서운 목소리로 ‘그래서, 어딘데?’라며 위치 추적을 일삼는 행동들 말이다. 물론 가끔은 쉽사리 질투도 해주지 않고, 내 생활을 너무 존중해주는 태도가 지지고 볶아야 정이 드는 한국사람 연애 정서에 잘 맞지 않아 심심한 부분도 있지만, 언니를 보면서 난 100%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여전히 죽고 못 사는 중·고교 시절의 친구 중에서 엑스 보이프렌드가 끼어 있다고 해서 인연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강압조이거나 설득조의 차이일 뿐 그의 압력 앞에서 서서히 이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것은 거의 확실하다. 또 친구들과 한창 재미있게 술 마시며 놀고 있는데 남자친구의 전화 1백만 통이 무서워 일찍 자리를 떠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을 생각해보란 말이다. 한국 남자랑 사귀면서 개인 생활이 변하지 않는 여자는 거의 드물다.
난 독신주의자였다. 겉멋이 들어서가 아니라 꽤 진지했다.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남자친구도 꽤 있었지만 ‘결혼’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와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4학년. 2년 반을 사귄 남자친구가 갑자기 결혼 얘기를 꺼내기에 난 비겁하게 ‘어학연수’를 택했다. 물론 취업을 위해 영어를 배워야 하긴 했지만 방학 기간에 3개월만 있다가 오겠다고 한 뒤, 연락을 끊고 거의 1년을 눌러앉은 것은 역시 비겁했다. 뉴질랜드에서 데이비드를 만났을 때 우리는 매일 밤 바와 클럽에 다니기 바빴고 주말엔 여행 다니기에 바빴다. 단둘이 어울린 것이 아니라 늘 그룹 속에 있었으므로 서로 진지한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그러다 부활절 휴가를 맞아 함께 열흘 간 여행을 떠나면서 그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과장이 섞였을지 모르지만 당시 나는 처음으로 말이 ‘통하는’ 남자를 만났다는 기쁨에 완전히 들떠 있었다. 한창 대우자동차 파업이 멀리 뉴질랜드의 뉴스까지도 장악하고 있던 시절이다. 우린 서로의 나라 정치 상황과 문제점 등의 주제를 가지고 꽤 오랜 시간 토론을 벌였다. 당시 주위의 한국 남자들은 그런 주제로 얘기를 할라치면, ‘훗’ 하는 썩소를 날리거나 ‘잘난 척하지 마라’는 타박을 줄 뿐이었다. 언어 문제로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면 나중에 찾아본다며 메모까지 하는 그는 나에게 확실히 신선한 존재였다. 또 재미로 우르르 스트립 바에 갔던 적도 있는데, 데이비드는 동향인 스트립 걸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스트립 바에 놀러온 한국 남자들이 나를 발견하고 ‘외국인들과 어울리더니 문란해졌다’는 소문을 내고 있는 동안에 말이다. 단 열 명 정도라도, 이 글을 쓰기 위해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는 여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린 적은 없다. 100% 주관적인 견해를 담고자 하니, 특히 온라인에서만큼은 엄청나게 감정적인 캐릭터로 변하는 당신은 이 페이지를 무시해준다면 고맙겠다. 작년 초, 이른바 ‘잉글리시 스펙트럼’ 사건에 대한 한국 남자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섹스파티’란 단어가 그렇게 놀라 자빠질 정도로 생소한 단어였나? 게다가 강제로 이뤄진 섹스도 아니고 쌍방이 즐겼다는데. 한국 여자를 비하했다는 글보다 한국 남자들의 악플이 더 무섭더라.
어쨌든 그렇게 만난 그와 나는 6년이 다되도록 사귀고 있으며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좋은 것보다는 그 자체로서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솔직히 그가 한국 남자였다면 결코 가지지 못할 좋은 점이 많다. 우선 난 그 무시무시한 ‘시댁’으로부터 해방이다. 결혼한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좋은 어른과 자연스럽게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단지 남편의 부모님이라고 해서 갑자기 부모 대접, 자식 노릇을 하라는 것은 억지스러우니까. 데이비드는 2~3년 후 근무지를 홍콩으로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외동아들이지만 부모님에 얽매이지 않고 있으며, 그들이 중요한 존재이긴 하나 그들 때문에 자신의 계획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뭐랄까, 속이 다 시원하다. 결혼식을 두어 달 앞두고 있는 언니는 추석을 맞아 벌써부터 예비 시댁인 여수까지 머나먼 장정을 떠났다. 편안하게 집에서 휴일을 즐긴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언니도 추석에, 설날은 당연하고 온갖 제사까지 챙길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고 했다.
외국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달콤한 얘기만 하고 속마음은 숨기니 조심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마구 하는 한국 남자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외국 남자들은 오히려 자기 감정에 직접적이고 솔직하다. 연애 초기 그는 나와의 감정싸움에 굉장히 힘들어했다. 삐친 내 마음을 그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오랫동안 연락을 끊은 적도 있고, 쿨한 척하기 위해 짜증 난 마음을 숨기고 쌀쌀맞게 대하기도 했다.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감정표현을 하는 것에 서서히 익숙해진 지금은 그런 방식이 얼마나 편한지 깨닫게 되었다. 질투심 유발을 위해 굳이 존재하지 않는 스토커를 만들어낸다든지, 하고 싶어 죽겠는데 등 돌리고 자버리는 그를 1시간 내내 째려본다든지 하는 에너지 소모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나의 섹스 히스토리 넘버가 평균을 내기에 굉장히 부족하긴 하지만, ‘밤일’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면. 그들의 평균 사이즈가 크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어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의 여자가 남자 페니스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니, 크기와 섹스 만족도의 상관관계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기를.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면, 침대에서 여자를 배려해주는 자세는 확실히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여자의 ‘NO’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며, 새로운 포지션 시도에 있어서도 그리 쑥스러워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그러니 여자도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확실히 말하건대, 임하는 자세 하나 바꾸었을 뿐이라도 섹스라이프는 많이 달라지니 믿어주길 바란다.
모두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보석 같은 한국 여자들에게 무뚝뚝한 한국 남자만 사귀라면 약간 불공평할 것 같다. 세계는 넓고 남자는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한국 여자들이 늘어가고 있으니 남자들도 바싹 긴장해야 할 듯. 외국 남자를 사귀는 여자들에게 삐딱한 시선만 보낼 것이 아니라 내실을 기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으니 말이다. 참고로 남자들도 능력만 있다면 언제든 외국 여자친구를 사귀어도 우린 매우 괜찮다. 바야흐로 글로벌 경쟁력이 있어야 그 가치가 더 우량한 시대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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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우정훈
hair&make-up 김은주
Editor 박인영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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