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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K TOP 10 Editor-in-chief Edition

잡지 한 권을 만드는 공정은 자동차 한 대를 조립하는 것처럼 치열하고, 오트 쿠튀르 드레스 한 벌을 짜는 것처럼 비장하다. 정직한 길 위에서 다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는 바로미터를 세우고 전문성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 잡지 10권. 그 진두에 선 편집장들과의 인터뷰(혹은 그들을 위한 헌사)를 여기에 옮긴다. 병 들고 지친 신문과 범람하는 포털 사이트 속에서 제 소임을 잊은 적이 없는 이들 잡지의 힘에 다시 기대어보며.<br><br>[2006년 11월호]

UpdatedOn October 19, 2006

Photography 한규종 Editor 정석헌, 성범수, 김민정

월간미술(통권 262호)
이건수

A1 1997년, <월간미술>이 재창간되던 해에 수석기자 제의를 받았다. 당시 나는 몇 개의 강의와 호암미술관에서 하던 아르바이트 식 학예 인턴 일 말고는 확실한 경력도 없었고, 직장생활에 대한 바람이나 자신도 없었다. 그때 국장님이 ‘사람은 혼자도 클 수 있지만 함께 크면 더 크게 될 수 있다’고 말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일이 오늘에 이르렀다.
A2 책임감이다. 기사의 질, 정보의 정확성, 이미지 한 컷의 퀄리티는 물론 편집부의 팀워크, 사기, 모든 것을 이끄는 리더가 되어야 하는 책임감이 크다. 내가 있는 이 자리는 미술의 영토를 넓히는 전쟁의 야전사령관 자리와 같다. 항상 깨어 있어 모든 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작전을 짜는 민감함이 필요한 것도 그런 책임감 때문이다.
A3 1997년에 기획했던 ‘The Unforgettable Image’가 기억에 남는다.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말하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강렬했던 시각 이미지’들을 소개했었다. 미술계 인사뿐만 아니라 당시 영화감독이었던 이창동을 비롯, 다양한 문화인들이 참여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월간미술>의 문이 ‘미술’에 국한되지 않고 시각 예술 전반을 향해 열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A4 독자들과 눈을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잡지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입맛이란 언제나 금세 변하기 마련이고 그것에 맞추다 보면 잡지는 흔들리기 쉽다. 소통의 의미에서 독자들과 항상 눈을 맞추되, 한발 앞선 위치에서 독자들을 흡인하고 바른 길을 제시하는 잡지가 되고 싶다. 독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예술을 향유하고, 능동적으로 <월간미술>과 소통,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A5 미술 현장에서 몸을 던져가며 일하고 있는 미술인들. 열악한 환경임에도 꿈과 신념을 지키면서 열심히 미술의 영토를 지키고 있는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A6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글쓰기는 분명 다르다. 앞으로 온라인 매체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 하더라도 인쇄 매체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체취, 따뜻함, 손에 쥐어지는 실체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A7 잡지의 가장 큰 힘은 ‘잡스러움’이다. 잡지를 학술지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잡지의 잡스러움은 폭넓은 보는 눈을 제공하고, 예술 전반의 장르에 관한 많은 것을 취합하고 통합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있다. 우리는 이 ‘다양성’이라는 무기로 문화의 획일화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A8 아직은 미비한 점이 많은 대한민국 미술계지만, 분명 미술은 여러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고리를 쥐고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월간미술>은 이런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월간미술>은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30년 간 <월간미술>의 행보, 역사, 배출한 인물 등 모든 것이 <월간미술>을 미술계의 클래식으로 만들어왔다.
A9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월간미술>은 독자들에게 시각 예술을 바라보는 바른 눈이 되는 것을 가장 큰 소임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표지 선정, 기사 작성 등에 있어서 금전, 학연, 지연, 화연 등에 결코 휘둘리지 않는다.
A10 다른 잡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월간미술>은 항상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대중성과 전문성, 지역 미술과 중앙의 미술, 젊은 작가와 원로 작가, 고미술과 현대미술, 확실한 목소리를 내는 견해지와 소식을 전달하는 정보지 사이에서 항상 그 위치를 조율하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전문성 획득이란 참 어려운 일이다. 많은 갈등을 극복하고 전문성을 획득하려면 독자들의 애정, 즉 능동적인 참여와 지지가 가장 필요할 것이다.
A11 외로운 자리다. 미술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는 항상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동료 기자들과는 늘 의견 충돌과 관철의 문제가 있다. 짧은 시간, 부족한 환경에서 최상의 잡지를 만들기 위해 편집장은 독재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편집팀이 나의 의도를 잘 이해해주고 따라와줄 때 가장 고맙고 기쁘다. 편집장 자리에서 종종 오해와 모함, 몰이해에 부닥칠 때가 있다. 나는 이 자리를 미술에 대한 열정과 자존심 하나로 지켜가고 있다. 이 자존심이 짓밟힐 때 회의를 느낀다.
A12 수채화는 몇 겹의 베이스를 겹치는, 아래의 것에 점점 색을 더해가는 작업이다. 하늘을 생각하고 코발트색을 묻히고 그 위에 그레이와 화이트 등을 겹치는 과정에서 처음의 코발트색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깔리며 그림의 중심을 잡게 되는 것이다. 잡지를 만드는 과정 또한 그렇다. 처음 기획을 세우고 그 기획 위에 범람하는 정보를 골라 하나씩 덧입히고 마지막에 기자의 의견을 뿌리기까지 어느 것 하나 사라지거나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고 그 많은 색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그림이 하늘과 닮는 것처럼 제대로 된 잡지가 만들어진다.
A13 미술 시장, 전시 공간, 미술 교육 등 미술을 소비, 소통할 수 있는 수용 환경을 형성하고 살찌우는 것이 결국 미술을 살리는 길이다. 이것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미술 서적의 출판과 세계에 우리 미술을 홍보하는 것, 그리고 젊은이·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다. 나는 예술의 대중화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대중이 예술화되어 예술을 삶의 한 형태, 부분으로 인식하게 이끌고 싶다.

보그 코리아(통권 120호)
이명희

A1 당시 근무하던 로컬 잡지 마감 때였는데, 두산잡지에서 <보그>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며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 같아서 회사 근처로 오면 만나겠다고 매우 소극적으로 대답했다. 그를 만난 일주일 뒤 좀 더 높은 분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해 들었고, 역시 별 부담 없이 나간 그 자리가 바로 발행인과 <보그> 아시아 퍼시픽 프레지던트 면접 자리였다. ‘엉망진창’인 듯해서 그날 온종일 우울했는데, 한 달쯤 지나 정식으로 편집장 제의가 들어왔다.
A2 모든 게 다르다. 100% 전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장 큰 차이는 내 일만 해내던 것에서 전체를 생각하며 일해야 하고, 매니지먼트와 담을 쌓았던 사람이라면 그 담장부터 재빨리 허물어야 하며, 무엇보다 스페셜리스트에서 제너럴리스트 쪽으로 돌아서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
A3 창간호였다. 당시 최고의 슈퍼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를 표지 모델로 섭외해 한국 디자이너들의 쿠튀르 드레스를 입혀 촬영한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한편 <보그>는 국내 패션 사진가, 패션 모델,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배출시키고 성장시켰다. 말하자면, 한국 패션 인더스트리 그 자체를 키우고 업그레이드시킨 원동력이었다.
A4 오래된 독자들은 이미 <보그>의 차별성과 파워를 잘 안다. 그들은 처음 일주일 동안은 선택해서 읽고, 그 다음 2주일 동안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독하며, 마지막 일주일은 여운 속에서 다시 한 번 즐기며 다음 호를 기다린다고 한다. 아직 그 방법을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보그>는 대충 만든 페이지가 없다. 모든 페이지에 귀한 정성을 들였으니 꼼꼼히, 천천히, 오랫동안 감상해달라!”
A5 매달 함께 일하는, 재능 있는 비주얼 메이커들!
A6 단행본 이상의 소장 가치를 갖도록 탄탄한 구성과 기발한 아이디어, 뛰어난 기획력, 크리에이티브한 비주얼, 감탄할 만한 텍스트로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A7 독자들은 잡지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인생을 설계한다. 나이 어린 독자들에겐 더 더욱. 그래서 그들에게 이메일이 오면 난 반드시 답을 한다. 그들이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때론 고무되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는 것! 그게 바로 잡지의 힘이다.
A8 <보그 코리아>를 무대로 일하는 사람들을 통해 국내 패션 인더스트리를 성장시킬 수 있으며, 세계적 브랜드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함께 매치시키고, 국내 디자이너들의 활동과 작품 세계를 지면에 소개함으로써 패션 코리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에도 이 정도 수준의 하이 패션지가 존재한다는 걸 우리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A9 기사를 위한 기사, 기획을 위한 기획은 절대 사절. 광고 유치를 위한 브랜드 홍보용 기사, 촌스럽거나 감도가 떨어지는 비주얼, 관점이 모호하거나 정보가 불충분한 기사, 세련되지 못하고 콤팩트하지 못한 레이아웃도 사절. 또 있다. 기자들이 쓴 기사 한 줄, 거기에 선택된 단어 하나, 사용된 작은 사진 한 컷이 결국 잡지의 크레딧을 좌우하는 법. 캡션 한 줄까지 반드시 내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A10 기존의 기획과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언제나 놀라움이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 다음은 그 놀라움에 대한 독자들의 인정과 재발견의 과정이다. 놀라움이 놀라움 그 자체로 끝나선 안 되니 잡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매달려야 한다. 그 다음은 끝없는 업그레이드.
A11 현물 부록 없이 경쟁지보다 판매에서 훨씬 우위를 달릴 때, 특별히 공들인 기획이나 특집에 독자들의 칭찬과 격려가 쏟아질 때, 해외 컬렉션 장에서 세계적 명성의 프레스들과 나란히 프런트 로에 앉았을 때 기쁘다. 하지만 너무 파워풀해진 연예 매니지먼트사에 기획 자체가 질질 끌려 다녀야 할 때, 사람들이 <보그>의 차별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때, 계속되는 야근에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 때 풀이 죽는다.
A12 비즈와 스팽글, 자수와 깃털이 결코 과장되지 않게 제자리에 장식된, 장인들이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 한 달 동안 완성한 아름다운 오트 쿠튀르 드레스!
A13 <보그 코리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보그 코리아> 커버를 직접 제작하는 일, 연말 바자회를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 10년 된 <보그 코리아>의 업그레이드 전략.
편집장: 전국을 돌며 먹을거리 즐기기, 체지방률을 줄이기 위한 쉽고 효과적인 헬스 아이디어, 강아지 눈물 냄새 없애기.

자동차생활(통권 266호)
최주식

A1 1992년 가을이었다. <자동차생활> 채용 공고를 보고, 서류를 우편으로 보냈는데 아마 마감이 지났던 모양이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공채 시험을 치른 뒤 서류를 접수했지만 따로 시험을 보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회사는 여의도다. 버스를 타고 원효대교를 건너가는데 한강 위로 반짝이는 햇살이며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왠지 여행가는 기분이랄까…. 그때 ‘직장이 섬에 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A2 모든 꼭지에 책임을 느낀다는 점. 그리고 배열표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배열이란 잡지 편집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텐데, 그야말로 절망과 희망의 변주곡이다.
A3 자동차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국내에서 ‘모터리제이션(자동차 대중화)’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 그것을 꾸준히, 체계적으로 풀어내고 실제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들, 즉 오너 드라이버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더불어 ‘자동차는 편리하지만 위험한 물건’이란 편견을 깨고 ‘자동차는 즐겁고 재미있는 존재’라는 걸 강조했고, 또 그만한 성과도 분명 있었다.
A4 전문지로서 22년 간 존재할 수 있었던 힘은 순전히 독자들 덕분이다. 가끔 창간호부터 모든 <자동차생활>을 보관하고 있다는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어떤 이는 이사할 때마다 트럭 한 대가 더 필요해 식구들의 눈총을 사곤 한다고 말한다. 우리 책이 좀 무겁긴 하다. 최근 국산차보다 수입차 비중이 높다는 지적도 많은데, 사실 요즘 국산 새 모델 발표가 뜸한 반면 수입차는 신모델이 쏟아지다시피 한다. 어떻게든 국산차를 많이 다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독자들에게 고마운 만큼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
더욱 분발해야 한다.
A5 물론 자동차. 자동차가 없다면 자동차 잡지 존재의 이유가 없을 테니까. 자동차를 때로 애인이나 가족에 비유하는데, 정말 자동차에는 생명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해를 거듭할수록 함부로 다루기도, 또 함부로 쓰기도 어렵다는 걸 느끼곤 한다.
A6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활자는 어딘가 허상 같다.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인쇄 매체가 주는 신뢰감에는 미치지 못하니까. 정보의 과잉에 질려버릴 때도 있고. 여기에 답이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전문성과 깊이, 그리고 사람이나 대상에 대한 애정, 인쇄 매체만이 지닐 수 있는 감성이 곧 방어기제다.
A7 잡지의 힘이란 결국 독자들로부터 나온다. 독자들이 인정할 때 힘이 있는 것이고, 인정받지 못하면 미약한 거다. 그리고 때로는 독자를 앞지르는 것도 필요한데, ‘트렌드’를 앞서 이끄는 것도 잡지의 힘이라 할 수 있다.
A8 생활로서의 자동차 정보를 폭넓게 다룬다는 점. 올바른 운전 요령이나 점검, 자동차의 구조나 기능 등 자동차를 타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을 알려주는 것. 그동안 다양한 수입차의 신기술과 성능을 소개해 독자(오너 드라이버)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예의 국산차 개발 과정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
A9 일본식 용어나 한자투의 글을 우리말로 쉽게 풀어쓰는 정도. 글쓰기에서 이 원칙은 중요하다. 가령 차량, 장착 등의 단어는 잘못된 용어인데, ‘차량’에서 ‘량’은 열차의 한 량, 두 량을 말할 때에 쓰는 것이고 ‘장착’도 그냥 ‘얹는다’고 쓰면 그만이다. 자동차 관련 용어에 대해서는 <자동차생활>이 어떤 표준을 세웠다고 본다.
A10 한눈팔지 말고 성실하게 가는 것.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가는 건 우선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행위고, 이를 통해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 전문지다운 전문성의 획득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산차의 경우 <자동차생활> 시승기를 모니터링해 개발자들이 참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컨대 관록과 독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성이 올바로 발휘될 수 있다.
A11 기쁠 때는 책이 잘 나왔을 때고, 그 반대 역시 나온 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다. 결국 책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마감 때 밤샘하고 나서 눈부신 아침햇살 받으며 집으로 가는 도로 위에서, 가끔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A12 자동차는 2만여 개의 부품으로 만들지만 <자동차생활>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활자로 만든다.
A13 최근에는 자동차를 거의 다루지 않던 매체들조차 자동차 지면을 의욕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다만 자동차가 그 이미지로만 다루어지는 경향이 강해져 걱정이다. 전문지답게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자동차생활>의 분위기고 주 관심사다. 얼마 전(10월 2일) F1의 주관 단체인 FOM의 버니 에클레스톤 회장이 직접 와서 전라남도와 F1 조인식(2010년 예정)을 치렀는데, 과연 국내에서 F1이 열릴 수 있을까 하는 것. 그리고 10월 15일 삼성교통박물관에서 열린 제3회 올드카 페스티벌.

한겨레21(통권 631호)
고경태

A1 94년 1월 1일 아침, 한겨레신문 1면에서 ‘한겨레신문사가 뉴미디어 시대를 열 새로운 시사주간지를 창간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그날 눈 내린 북한산을 대학 선후배들과 오르며 이야기했다. “그거 잘될까?” 한 달 뒤 내가 그곳에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A2 짜증이 나도 누구에게 딱히 호소하기 어렵다는 것.
A3 최고의 칼럼 세 가지를 꼽으라면 쾌도난담,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김소희의 오마이 섹스다. 쾌도난담은 발랄하고 격의 없는 대담을 총칭하는 대명사가 되었고, 한홍구의 역사 이야기는 흥미로운 역사 칼럼의 신세계를 보여줬다. 김소희의 오마이 섹스는 여기자가 실명을 내걸고 섹스 이야기를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한겨레21>의 업적 두 가지만 이야기한다면 첫째,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을 재조명했다는 것. 이것 때문에 참전 군인 2천 명이 몰려와 신문사를 때려부순 일도 있다. 둘째, 양심적 병역 거부 논쟁을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불러일으켰다는 거다.
A4 <한겨레21>은 ‘상업 잡지’다. 비상업 운동권 잡지가 아니다. 나에겐 잡지를 한 권이라도 더 팔아보려는 얄팍한 계산과, 명품 잡지로 키우고 싶은 고상한 욕망이 공존한다. 진정성과 선정성은 친해질 수 있다. 두 가지가 교묘한 균형을 맞출 때 잡지의 매력은 배가된다.
A5 <한겨레21>이 비판하는 대상들. 그분들이 있기에 <한겨레21>의 각이 선다. 이런 걸 가리켜 ‘적대적 공존’이라고 한대나 어쩐대나.
A6 인터넷은 품에 안을 수 없다(컴퓨터는 안을 수 있겠지). 쓰다듬어줄 수도 없다. <한겨레21>은 뽀뽀할 수도 있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도 있다. 이걸 ‘소장 가치’라고도 한다. 그러려면 예뻐야 한다. 문장과 사진의 아름다운 조화로 독자들을 매혹시켜야 한다. 얼굴만 예쁘면 안 된다. 마음이 예쁘면서도 심지가 굳고 깊어야 할 거다.
A7 잡지의 힘이라기보다는 언론의 힘으로 말하자면, 한 인간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늘 약자에게 겸손하고 강자에게 오만해야 한다.
A8 ‘이 사회를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이라는 말은 너무 진부하다. 차라리 ‘소스’가 어떨까. 세상을 보는 맛을 더욱 풍요롭고 특별하게 해주는….
A9 12년 6개월 동안 잡지를 한 주도 빼먹지 않고 냈다는 것. 단 한 번도 누군가의 훼방으로 파행을 겪지 않았다는 것.
A10 취재력+글쓰기 능력+편집 포장 능력 + 사진 찍는 능력+판매영업 능력+광고영업 능력 = 맨파워.
A11 멋지고 의미 있는 표지를 만들 때가 가장 기쁘다. 소름 끼치도록 글쓰기가 싫을 때에는 그 정반대.
A12 시장에서 장을 봐와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장맛이 중요하다. 장맛은 전통이다. 손맛은 더욱 중요하다. 손맛이 있는 기자들의 글을 읽을 때 비로소 독자들은 행복하고 감동 먹는다.
A13 <한겨레21>이 2006년에 몰입한 것은 국가주의에 대한 도전이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의심하고 비판하는 기획을 일 년 내내 하고 있다. 또한 국가의 목표를 위해 개인의 행복을 반납해도 좋은지, 대추리 캠페인 기획을 통해 일 년 내내 묻고 있다. 공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관심은 <한겨레21>을 멀티미디어 매체로 만드는 것이다. 더 중요한 현안은 나와 기자 개개인들이 재미있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이고….

SPORTS 2.0(통권 21호)
김정식

A1 은 사내 신규 사업이었다. 책임을 맡게 됐을 때 난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벤치마킹할 대상도 마땅치 않았고, 힘든 길을 함께 갈 기자들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A2 데스크가 아니었을 때, 난 기자가 아니라 회사의 경영관리팀장이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A3 스포츠 분야에도 새로운 글쓰기, 새로운 접근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일부 독자로부터 인정받았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잡지 맨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메모리얼’이란 칼럼을 많은 사람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원로 스포츠 기자인 조동표 선생의 칼럼인데, ‘아주 옛날엔 이런 일들도 있었군’ 하고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A4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스포츠 주간지를 창간한다고 했을 때, 무모한 도전이라고 우려하던 의견들은 많이 잦아들었다. 이제 스무 번을 냈다(10월 9일 기준). 히딩크 감독의 표현대로 ‘한 번에 1%’씩 더 나아질 것이다. 상업적 성공에 대해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선 절대적 만족의 기준에 도달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A5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선수들, 머리털이 빠져라 고민하는 감독들, 그리고 그들을 음양으로 돕고 있는 스태프들. 은 이들의 얘기를 다루는 잡지다.
A6 정보를 획득하는 데 있어 마우스를 스크롤하면서 스크린상의 텍스트를 읽는 것과,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면서 편집자의 의도에 공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방법이다. 인쇄 매체가 가진 장점(무엇인지 대개 알고 있다)을 더욱 잘 살리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A7 잡지에는 여유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보고 또 보게 된다고 할까? 단지 정보 전달만이 목적이라면 더 나은 매체가 얼마든지 있다.
A8 온라인, 방송, 신문, 잡지의 역할은 다르다. 저마다 역할이 다 있다. 이 스포츠 분야의 소식을 전달하는 데 최선, 최고의 매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잡지는 ‘메이저’라기보다는 ‘마이너’에 가깝다. 하지만 스포츠를 찬찬히 되짚어보고, 세밀히 분석해보고, 플레이어의 속 깊은 얘기를 듣기에 잡지만 한 매체는 없다. 국내 유일의 스포츠 주간지 , 이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A9 악의적인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지 않는다. 과장·축소·왜곡해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착오나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
A10 전문성을 획득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일은 신뢰를 쌓는 것이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옳은 것은 ‘옳다’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A11 기자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참신한 기획안을 내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취재원과 접촉해서 예상보다 더 좋은 기사를 써왔을 때 ‘편집장 정말 할 만하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 반대의 일이 마감 5분 전에 벌어지면 수습도 안 되고 혼자서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A12 예전 교과서에 실려 있던 ‘방망이 깎던 노인’을 기억하는지? 묵묵히 최고의 방망이를 다듬던 노인. 잡지를 만드는 이의 심정은 그 노인과 같지 않을까? 잡지는 획일화된 정보의 대량·고속 생산에 적합한 매체가 아니다. 애독자를 위한 맞춤 정보를 생산하되, 완성도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고집을 갖고 묵묵히 만들어내야 한다.
A13 한국프로야구에 어떤 미래가 있을까(자꾸만 늙어가는 야구)? 사람들은 스포츠를 통해 대체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 진실이 있을까?

과학동아(통권 251호)
장경애

A1 Aut Caesar, Aut Nihil! 난 97년 동아일보 입사 당시에 과학 교사였다. 학생 4백 명가량을 가르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길 원했다. 동아일보에서 과학전문기자를 공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련 없이 교실 문을 나섰다. 지금은 족히 10만 명 이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난 ‘시저’가 아니다.
A2 숫자에 대한 책임감! 매월 판매 부수, 정기독자 수, 매달 손익 현황 등 잘 만든 책이 잘 팔리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단어에 대한 책임감! 예를 들어 9월호 뉴스 포커스 제목을 ‘태양계 행성 세레스, 카론, 제나 추가돼 12개로 느나?’에서 ‘세레스, 카론, 제나 추가돼 12개로 늘까?’로 고쳤다. 그것도 필름 상태에서 고쳤는데 나중에 명왕성이 퇴출되어 태양계 행성이 오히려 8개로 줄었으니 나도 면피했다(마감 전 국제천문연맹의 투표 결과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 남편에 대한 책임감! 남편이 얼굴 좀 보며 살자고 할 때, 묵직한 책임감이 가슴 한켠에 내려앉는다.
A3 밀리언셀러 과학자의 등용문-KAIST 정재승 교수나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처럼 과학출판계의 드문 밀리언셀러 작가들은 <과학동아>의 필자로 출발했다. 밀리언셀러 기획의 산실-1백만 부 넘게 팔린 <노빈손> 시리즈(뜨인돌 출판사)의 오리지널 기획이 <과학동아> 1998년 8월호 ‘무인도 생존법’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A4 1986년 창간이래 10년 가까이 적자 매체이던 <과학동아>가 흑자로 돌아서고 동아일보에서 분사해 동아사이언스란 독립법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독자의 힘이다. 자녀의 학급에 <과학동아>를 기증해준 아버지, 수업 시간에 <과학동아> 사진을 펼쳐놓고 설명하는 교사들, 매달 기사를 꼼꼼히 읽고 오자 하나도 그냥 넘어갈 줄 모르는 독자들, <과학동아> 때문에 이공계 갔다며 편지를 날려주는 학생들.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다.
A5 과학자. 주방장이 손님이 원하는 한식, 일식, 중식, 이탈리아식 요리를 만들 듯 다양한 독자의 취향에 맞춰 딱딱하고 질긴 재료(과학 지식)를 맛좋고, 보기 좋게, 거기다 몸에도 좋게 만들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바로 과학자다.
A6 “나는 무대에 선 마술사와 정반대야. 그는 마치 진실처럼 보이는 환상을 주지. 나는 그럴듯한 환상처럼 보이는 진실을 준다고.”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독백이다. <과학동아>는 환상처럼 보이는 과학을 진실하게 이야기한다. 그 밑바탕에는 기획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과학동아>의 기획력은 방어기제라기보다 잡지 시장의 블루오션 전략인 셈이다.
A7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1986년 동아일보 출판국에서 규모가 제일 작은 매체로 출발한 <과학동아>가 이젠 21세기 과학문화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과학’이란 세상을 부팅하면 ‘과학동아’란 OS가 돌아가야 모든 세계로 문이 열릴 것이다.
A8 우리는 흔히 좋은 목재 같은 훌륭한 인재를 강조한다. 좋은 목재는 좋은 숲에서 만들어지는 법. 유전자가 훌륭한 묘목을 최고의 토양에 홀로 심는다면 훌륭하게 자라기 어렵다. 나무는 적당히 자연의 시련이 있어야 훌륭한 목재로 자란다. 즉 좋은 숲을 가꾸는 길이 좋은 목재를 얻는 방법이란 얘기. <과학동아>는 과학 문화의 숲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 과학 문화의 숲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합리적인 정치인, 과학 마인드를 갖춘 CEO가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더욱 값진 것은 모든 국민의 과학적 소양이 높아져 과학 문화의 숲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A9 <과학동아>는 창간 이래 20년 동안 정기구독료를 한 번도 깎아준 적이 없다. 잘난 척하려고 그런 것은 아닌데 이젠 어느 정도 매체의 프라이드가 됐다. 깎을 수 없는 가격, 꺾을 수 없는 자존심이라고 할까?
A10 과학전문기자, 과학자, 디자이너의 삼박자가 <과학동아>의 전문성을 만들었다. “일반 기자들은 이야기해도 잘 모르는데 <과학동아> 기자는 잘 이해하네요.” “내 글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고쳐줘서 고마워요.”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인데 어떻게 알고 왔죠?” 과학전문기자 시스템으로 전환한 1995년 이후 <과학동아>는 과학자들과 소통하면서 전문지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또 기자와 디자이너가 머리를 쥐어짜며 만든 이미지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과학동아> 디자이너는 반 과학기자로 봐도 좋다. 기사를 읽으면서 궁금한 것을 질문할 뿐 아니라 추가 취재까지 요구할 정도니까.
A11 가장 기쁠 때는 낙양지귀(洛陽紙貴). 반대는 낙양지천(洛陽紙賤). 하지만 편집장을 반납하고 싶은 적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물론 다른 부서에서 나를 너무 원한다면 고려해보겠지만.
A12 사람들은 아이 만드는 과정만 좋아한다. 열 달 동안 아이와 같이 숨쉬고 산고 속에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엄마의 인내, 고통, 사랑은 뒤로하고…. <과학동아>를 만들 땐 정말 힘들고 지친다. 특히 마감엔. 하지만 방금 인쇄돼 나온 따끈따끈한 책장을 넘기면 모든 고통의 기억은 사라진다. 그러면서 다시 30일 간의 사랑이 시작된다.
A13 내용은 쉽게, 디자인은 멋있게, 기초 과학과 첨단 과학이 조화롭게. 판매부수를 6자리수로 끌어올릴 야심찬 2007년 기획을 준비 중이다.

블링(통권 20호)
이동미

A1 2004년 주간지 <프라이데이> 기자 생활을 할 때 ‘전필호’라는 후배 기자를 알게 되었다. 덩치가 산만 한 그 녀석이 어느 날 잡지 한 권을 가져왔다. 아는 형이 돈을 대고 둘이서 거의 다 만들었다는데, 무엇보다 디자인이 세련되게 잘 잡혀 한눈에 들어왔다. 내용도 클럽 문화에 관한 것으로 집중돼 있었고, 간혹 충격적인 비주얼(후배 녀석이 강호동 배 같은 자신의 배를 내밀고 찍은 표지 등)도 흥미로웠다. 내가 <프라이데이>를 그만두면서 그 후배 녀석을 <프라이데이>에 들였는데, 그 후부터 계속 내게 <블링>을 맡아달라고 권유했다. 1990년대 말부터 <런치박스>를 비롯해 몇몇 스트리트 컬처 매거진에서 일한 전력 때문. 처음엔 ‘장난하냐’고 웃어넘기다 몇 달 뒤 <블링> 사장을 만나게 되었고, 함께 일하게 되었다. 결국 후배와 나는 스위치됐다. 하하하.
A2 모든 기자들의 기사를 내가 받아서 보고 확인해야 한다.
A3 매달 메인 테마를 진행하고 있는데, 테마 중에 고르라면, vol. 11 타투이스트, vol. 14 Republic of T-shrits, vol. 17 Bubble Star Champagne 등을 꼽겠다.
A4 <블링>은 단지 독자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잡지가 아니다. “어느 클럽이 좋아요?”라고 묻는 순진한 독자보다는 클럽 문화를 중심으로 함께 묶일 수 있고, 작업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클럽 컬처 피플’을 위한 잡지다.
A5 재미있고 충실한 원고를 써주는 프리랜서 외부 필자들, 그리고 창간호부터 함께 동고동락하며 최고의 디자인을 책임져준 디자인팀 elephant, 그리고 하우스 사진팀 bbal studio 등등. 이들이 없었다면 단언컨대 지금의 <블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파트너는 <블링>을 놀이터 혹은 작업실 삼아 함께 참여하고 에너지를 발산해온 전방위의 클럽 컬처 피플들이다.
A6 정확한 사실과 전문 지식으로 승부해야 한다. 더 깊이 있는 내용, 더 전문적인 시각으로 독자를 리드해야 한다. 요즘 독자의 수준 역시 상당히 높아져 있다. 대중이 아닌 보다 세분화되고 특정화된 독자 군을 형성해야 하며, 그들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A7 내가 아는 잡지계의 한 대선배는 “잡지는 자고로 잡스러워야 한다”고 늘 말했다.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고,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잡스러운 것’이 잡지 속에서는 특별한 정보로, 이야기로, 트렌드로 탈바꿈한다. 그것이 잡지의 힘이다. ‘범상치 않은 잡스러움’으로 탈바꿈시키는 일! 그리고 그 잡스러움 속에는 시대불문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
A8 <블링>의 업적은 매달 호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컬처 피플과 트렌드 세터, 광고주들이 주목한다는 것이다. 클럽 문화를 단지 노는 문화, 소비하고 나면 없어지는 싸구려 문화가 아닌 감각적이고 열정적인 고급 문화로 끌어올렸다.
A9 “유가로 바꿀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런 질문 많이 받는다. 그러나 <블링>은 무가 배포의 룰을 고수할 것이다.
A10 <블링>은 처음부터 타 잡지와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전문성을 가지고 시작했다. ‘클럽 컬처 매거진’이라는 정확한 콘셉트와 특정 분야를 고수했다. 우리는 앞으로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될 수 있는 클럽 문화를 다루고 나아갈 것이다. 그 과정엔 클럽 문화 각 방면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 아티스트들이 함께할 것이다.
A11 잡지의 내용에 대해 여기저기서 칭찬해줄 때, <블링>은 다른 패션지나 월간지와는 느낌이 전혀 다른 새로운 잡지라고 말해줄 때, 홍대 클럽과 숍에 쫙 깔린 <블링>을 보았을 때, <블링> 팀임을 알아보고 클럽과 파티장에서 알아서 입장시켜줄 때 기쁘다. 업계 최저(에 버금가는) 적은 원고료로 외부 필자들을 꼬셔야 할 때 가장 힘들다.
A12 춤으로 말해볼까. 처음 춤(잡지 일)을 출 때는 듣는 음악(트렌드)을 알아야 하고, 리듬(기획)을 익혀야 한다. 리듬과 멜로디에 익숙해지면 자유롭게 몸(기사)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취재). 정해진 룰은 없으나(창의적이어야 한다), 옆에서 추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춤은 추다 보면 자꾸 빠져든다.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새벽까지 춤을 추기 일쑤다(마감 때도 날을 자주 샌다). 춤(잡지)을 잘 추면(만들면) 사람들(독자)이 많이 쳐다본다. 사람들(독자)이 많이 몰리면 유행이 된다.
A13 창간 2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파티, 블링 해외판, 그리고 사무실 이사. 대부분의 사람이 <블링> 사무실은 홍대앞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예상 외로 강남역 부근에 있다. 현재 <블링> 사무실은 작은 인큐베이터 같은 곳. 커다란 통 유리창이 있고,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넓은 곳으로 이사할참이다.

Bar&Dining(통권 34호)
조은영

A1 순전히 여행에 미쳐 맺어진 인연이다. 대학 졸업 후 발리의 클럽메드 홍보 마케팅팀에서 7년 간 근무했다. 그 후 30대에 들어서자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나는 잠시 쉼표를 찍기로 했다. 뉴욕에서 2개월, 쿠바, 멕시코, 카리브해안의 휴가를 거쳐 프랑스의 안시라는 조그만 마을에 안착한 나는 그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6개월간 머무르며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스페인,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쳐 계획했던 1년이 지나 귀국한 나는 ‘여행’이야말로 나의 천직이라는 생각을 더 확고히 굳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과 인연을 맺었는데 당시 은 1편 청담동, 2편 밀라노, 3편 시드니까지 마친 상태였다. 에 ‘AROUND THE WORLD’라는 콘셉트를 접목시킨 건 4편인 호치민 시티에 내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A2 처음에는 매달 다른 곳을 여행하면서 만드는 색다른 매거진이라는 콘셉트가 무작정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실컷 하고 돈도 받는다니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데스크가 된 지금은 이 환상적인 기쁨 못지않은 책임감도 생겼고 회사 전체 경제에 대한 의식도 한다. 후배들을 잘 키우는 것이 내가 일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것도 배우는 중이다.
A3 의 시그니처 칼럼은 역시 50쪽이 넘는 특집-여행 섹션이다. 매달 다른 도시를 정해 그곳에서 열흘가량 머물며 직접 취재하는 우리의 특집은 다른 잡지와는 확실히 구별된다.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고, 현지인들을 만남으로써 이루어지는 밀도 높은 소스들은 미리 계획하기가 불가능하다. 취재의 위력은 역시 현지에서 발휘된다. 과감한 일러스트 표지도 많이 사랑 받고 있다. 우리가 발굴해낸 일러스트 작가도 많다. 매달 연재하고 있는 김쾌민의 스케치도 최고의 칼럼 중 하나다.
A4 돈 있는 사람만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맛있게 즐기고, 멋지게 여행하는 즐거운 삶! 어라운드 더 월드와 함께하면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가 가능하답니다. Open your mind!
A5 발행인의 열정(포토그래퍼인 그의 비주얼에 관한 외골수 같은 열정이 없었다면 이 책은 태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을 사랑하는 아티스트, 작가들,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한 우리 스태프 모두.
A6 온라인이 발달할수록 오프라인에 대한 향수가 더해진다. 객관적인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지만 감성적인 만족감을 얻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미니멀리즘과 젠 스타일이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에 내추럴리즘, 웰빙, 슬로 라이프스타일이 자리하듯 오프라인 매체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온전한 인쇄 매체의 존재에 대해서 진가를 인정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 존재하고 싶은 자리 또한 그곳이다. 감성적인 만족감을 주는 매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는 단 한 컷의 사진, 씨익 미소를 짓게 하는 한 줄의 글이 이 추구하는 미학이다.
A7 잡지는 전문가들이 만드는 매체다. 전문가가 객관성을 가지고 주관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 인쇄 매체의 힘은 검증된 전문가들에 의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한 것이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 그건 인쇄 매체가 가질 수 있는 힘이며 잡지의 힘이기도 하다. 거기에 보태어 잡지는 시대성을 대변한다는 점. 우리 잡지가 추구하는 것은 시대성의 타파이기도 하며 시대성의 반영이기도 하다.
A8 여행자들의 눈과 귀를 열어준다. 을 읽은 이들은 여행갈 때 한국식당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A9 타협하지 않는 디자인과 사진의 질. 표지만 떼면 내용이 비슷한 명품 카탈로그 같은 잡지를 만들지 않겠노라고 했던 초심을 지키려는 노력과, 무슨 일이 있어도 매달 트렁크를 짊어지고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3명의 기자.
A10 시작부터 남달라야 한다. 마니아의 힘은 무섭다. 마니아와 전문가들이 만드는 잡지여야 한다. 여행이면 여행, 음식이면 음식, 사진이면 사진, 그림이면 그림…. 은 포토그래퍼인 발행인과 여행 마니아인 편집장이 만드는 잡지다. 매거진은 결국 에디팅의 미학이 있긴 하지만 근본은 만드는 이들이 마니아 근성이다. 마니아가 만드는 잡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A11 클라이언트, 지인, 독자들에게 칭찬을 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 서래마을에 위치한 잡지사(강아지가 두 마리 있는 복층 빌라)에 직접 독자가 찾아와 현재까지의 과월호 전 권을 구입하고 2년 정기구독을 할 때…. 아, 절대 망하지 말고 계속해야겠다. 기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볼 때도 그렇다. 반납하고 싶을 때는 상사와의 대립이 있을 때, 마감 때마다 괴로워하는 기자들을 보면서도 못 본 척하고 계속 푸시해야 할 때. 그리고 행복해 보이지 않는 후배에게 ‘너의 길을 찾아야겠구나’라고 말해야 할 때다.
A12 하나하나 수공으로 이루어진 앤티크한 느낌의 고급차, 스포츠카보다는 세련된 빈티지 느낌의 클래식 자동차라고나 할까. 창조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이너들이 차의 껍질을 잘 만들어놓고, 기술자들이 내부의 부품을 채워 넣고 나사를 하나하나 조여 완성해나가는 공정이 어찌 보면 거꾸로 된 차다.
A13 의 미래, 식문화와 여행의 교차점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멋지게 소화하는 방법. 그리고 ‘행복하십니까?’에 대한 고찰, 웰빙 라이프스타일의 추구!

FILM 2.0(통권 305호)
이지훈

A1 은 온라인으로 먼저 시작한 매체다. 2000년 12월 오프라인 이 창간하기 몇 달 전, 나는 영화평론가 자격으로 온라인 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영화 시장은 어떤 팽창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으며, 영화에 관해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글 역시 신매체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취재팀장 타이틀로 오프라인 창간에 합류했다.
A2 데스크가 아니던 시절, 내 눈엔 영화만 보였다. 내가 보는 영화, 내가 쓰는 영화, 그리고 우리 잡지가 생산한 글들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 하지만 데스크가 되고 나니 영화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가 서 있는 자리가 보인다. 저 영화가 무엇인가? 아니, 저 영화가 왜 지금 등장했는가.
A3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의 모토는 ‘새로운 시각의 영화주간지’였다. 참 신선하지만 누구나 다 쓰는 말이다. 대체 새롭다는 게 뭘까. 영화 잡지를 만드는 나의 개인적인 모토는 ‘더욱 즐겁기 위해서’다. 영화를 본 것도 즐거운데, 잡지까지 보니 더 즐겁네. 그 즐거운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나가는 것이 내게는 ‘새로운 시각’이다. 머리카락을 쥐어뜯어도 재미있고, 팝콘을 한 트럭이나 먹어도 재미있는 별의별 방법들. 그 노력에 성과가 있었다.
A4 그 무시무시하고 독기 어린 열정에 감사한다. 독자들이 온라인 게시판과 엽서 등을 통해 보여준 관심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편집장으로서도, 필자로서도 무자비한 욕과 칭찬을 넘나들며 6년을 보냈다. 수도 없이 자살을 생각하게 만든, 동시에 수도 없이 내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비이게 만든 독자들에 감사한다.
A5 우리에겐 두 명의 연인이 있다. 아주 아름다운 그녀와 악독하기 그지없는 그녀. 아주 아름다운 그녀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에게 세상을 들여다볼 영화를 생산해주는 창작자들이다. 감독이든 배우든 제작자든 소품팀장이든. 악독하기 그지없는 그녀란, 우리에게 홍보와 광고, 이 두 얼굴의 가면을 쓰고 다가오는 영화사 사람들이다. 영화 홍보를 위해 웃고, 광고는 안 주려고 인상 쓰는. 하지만 세상 모든 연애가 그렇듯, 악마 같은 그녀를 사랑한다.
A6 확실히 대세는 인터넷과 스피드다. 도무지 이놈의 느려터지고 우아한 종이라는 것은 더 이상 쓸 데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정확히 바로 그런 이유로 종이 매체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과 스피드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즉각적인 시선들이 머무르지 못하는 지역, 반드시 종이로 만났을 때 우리들의 사고를 더욱 튼튼하고 수려하게 연결시켜 줄 지역. 각자의 영역에서 그곳이 어딘가를 찾는 일이 현존하는 인쇄 매체들의 최우선 임무다.
A7 그것이 거짓이어도 환상을 품게 하는 것. 그리고 그 환상이 내 인생 최고의 성공이었다 자부하게 하는 것. 잡지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본질적인 임무를 잠깐 무시하고 보자면, 세상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네트워크 매체들은 무료한 삶을 건강한 도피로 극복시킬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환상의 영역을 담론화시켜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것, 그리고 그 마력에 취해 다같이 그 자리에 눕는 것, 그것이 잡지의 힘이다.
A8 데스크가 되니 영화보다 세상이 보였듯, 우린 우리 스스로가 세상을 보는 1천 개의 눈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아무런 설명 없이 형상화한 거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 그 콩알만하고도 거대한 전율이 우리가 바라는 바다.
A9 무슨 일이 있어도 타협하지 않는 룰, 그건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 밥은 굶어도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려 했다. 굳이 원치 않는 기사를 써야 했던 몇몇 순간에도 그 기사 어딘가엔 우리의 진심을 감춰놓았다.
A10 1. ‘얘들이 지들이 쓰는 걸 알고 쓴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 기자가 되기 전에 먼저 학자가 되어라. 술 마시며 수도 없이 한 말이다. 2. 정통과 파격을 동시에 증명시킬 것. 전문성, 이 얄미운 녀석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방법까지 알려달라 징징거린다. 너희들도 그래야 한다며 기자들에게 징징거렸다.
A11 가장 기쁠 때는 기자들의 글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통과시켰을 때. 별로 할 일이 없어 기쁘기도 하지만, 그 순간은 뭔가 기막힌 이해와 연대의 끈이 해당 기자와 영화와 세상을 짝짓기시켜준 듯한 희열을 안겨준다. 수정이 많이 필요한 글? 그건 이미 그저 기계적인 글자 조각들일 뿐이다. 당장이라도 반납하고 싶을 때는 기자들이 자기들끼리만 밥 먹으러 갈 때. 그럼 나는 데스크로서 느끼는 모든 고민을 오직 나 자신하고만 상담해야 하는 무서운 지경에 놓인다. 슬프다.
A12 초콜릿 공장. 만들면 달지만, 만들 땐 먹지도 못하면서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야 하는 이상한 아이러니.
A13 1. 내 인생은 즐거운가? 나 자신을 비롯해 기자들에게 말한다.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글은 쓰는 놈 자체가 먼저 즐거운 글이어야 한다고. 2. 이렇게밖에 책을 못 만들까? 세상과 예술과 잡지는 시대에 따라 어떤 패러다임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2006년은 모든 영화 잡지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3. 내 월급은 적당한가? 난 이 잡지에서 정년까지 일할까? 다 좋다. 하지만 관심사를 딱 3개로 정하는 건 좀 그렇다. 세 번째 관심사는 아직 생기지도 않은 것들을 포함한 무수한 관심사들.

객석(통권 273호)
류태형

A1 <객석>은 중학교 때부터 내 벗이었다. 음악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서 국문학을 전공한 내겐 <객석>은 도전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처음 객원 필자로 <객석>에 쓴 첫 원고가 ‘퓨전 국악에 대하여’였는데, IMF로 공채가 동결되고 <객석>으로 가는 길이 멀어졌을 때 좌절도 있었다. 지금의 윤석화 발행인으로 바뀌고 공채를 통해 들어오게 됐다. 지금은 2000년 당시 3명의 입사 동기 가운데 내가 유일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A2 나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잘되는 일이 아니란 점이다. 예전에는 취재를 맡은 대상을 ‘불태우리’란 열정으로 임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잘못 불사르면 책 전체가 다 타버리니까. 전체의 모습을 부감(俯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곳에 모가 나면 저쪽에서 집어넣고, 요상하게 맺힌 매듭을 풀 수도 있어야 한다. 어떤 때는 ‘나 때문에 맺힌 게 아닌데’ 하는 억울함도 있지만, 손해 보는 느낌도 있지만 익숙해졌다.
A3 너무 많은데…. 우선 작곡가 윤이상을 꾸준히 조명했다는 걸 꼽을 수 있겠다. 윤이상 선생 당대를 보면 정치적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분위기가 삼엄했을 때였다. <객석>은 그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윤이상 선생을 소개하고 조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 ‘상처입은 용’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개성 만점의 재즈 아티스트를 골라 그 생애를 두 페이지에 녹여낸 ‘재즈의 영웅’ 코너, 명가수들의 인생과 음악을 담은 ‘불멸의 목소리’ 시리즈를 꼽겠다.
A4 제가 독자였을 때를 생각하면서 언제나 독자들을 두려워할 줄 아는 <객석>이 되려 한다. 독자가 보내준 엽서는 마감 때 심기일전하는 십전대보탕이다.
A5 유니버설, EMI 등 음반사들, 크레디아, 빈체로, CMI 등 공연기획사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공연장들, 그리고 광고를 게재하는 각 기업체들.
A6 요즘 잡지 종이는 1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그러니 1백 년 후에도 썩지 않을 내용을 담아야 한다. 불멸의 거장들, 성악가들, 공연의 현장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과 분석을 담아야 한다.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공연예술의 역사책이 되어야 한다. 명반 한 장을 좋은 오디오에 틀어놓고 종이에 밴 잉크의 냄새를 맡으면서, 예술의 향기를 느끼는 것은 눈 아픈 디지털이 해줄 수 없는 ‘격조 높은’ 서비스니까.
A7 컨템포러리, 즉 동시대적인 성격. 이건 10년 전 잡지를 들춰보기만 해도 잘 알 수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의 패션과 당시 기사의 어투, 심지어 광고까지 한 시대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잡지를 본다는 것은 가장 동시대적인 문화를 소비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그 시대를 담지 못하는 잡지는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A8 객석에 앉아 무대를 보는 일이다. 그리고 무대 뒤와 연주홀의 로비를 살펴야 한다.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공연이 무대 위에 오를 수 있기까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나온 한 장의 음반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그대로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A9 매달 대한민국의 공연예술 애호가들에게 소개할 가장 중요한 공연들과 음반들을 선정한다는 것. 이것은 어느 한 해 한 달도 어긴 적이 없다.
A10 <객석>의 전문성은 전문 예술가들(인터뷰이), 전문가들(필자), 위 둘을 알아보고 때로는 그들보다 더 전문적이어야 할 기자들의 총체다. 이들 셋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렸을 때 ‘수질’이 유지될 수 있겠지.
A11 내가 쓴 기사가 잘 나온 것보다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기자들과 디자이너들이 잘 움직여줘서 ‘작품’을 만들어냈을 때 가장 기쁘다. 기자들 간, 기자들과 편집장과의 피 튀기는 논쟁은 대환영이다. 하지만 논쟁 없이 서로를 불신하거나 불협화음의 분위기가 조성될 때도 가끔 있다. 내 앞에 그런 상황이 있는 게 정말 싫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비밀번호 같은 것이 있다. A는 B의 비밀번호를 건드리지 않는데, B는 A의 비밀번호를 건드릴 때, 잘못 개입하면 누구 편을 들어주는 일이 되기 때문에 조심하는데, 은근히 괴롭다. 편집장이 되고 나서 빤히 보이지만 말 못할 일들이 더 많아졌다.
A12 미인에게 당신이 왜 미인인지를 미학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 미인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지를 분석한다. 그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움에 취할 줄 알고 얼굴을 붉힐 줄 알아야 한다. 미인이 아닌데도 미인인 척하는 여인에게 “당신은 미인이 아니다”라고 말해준다. 때로는 팔 없는 비너스상부터 ‘비너스의 탄생’ 같은 그림들을 가져다 아름다움의 계보를 제시하기도 한다. 여기서 미인은 물론 공연예술을 뜻한다.
A13 1. 문화예술의 격조는 높이고 문턱 낮추기(최고 수준의 공연 소개로 내한공연 유도, 그와 더불어 티켓값 현실화)
2. 기업들의 문화예술 활동 참여 유도(문화에 발 담그는 것보다 더 세련된 이미지 마케팅이 있을까) 3. 문화예술의 스타 만들기(스타가 있어야 문화예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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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한규종
Editor 정석헌, 성범수, 김민정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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