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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트랜스젠더 바에 잠입하다

On April 25, 2008

트랜스젠더 바에 드나든다고 해서 모두 `변태`라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지는 물론, 멀쩡한 `그곳`을 보유한 대한민국 남성에게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그 무엇이다. 도대체 그곳에는 누가 드나드는가? <br><br>[2008년 5월호]

Photography 우리 Editor 박지호

편집장은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에게도 영국판 <아레나>와 같은 생생한 리포트 기사가 필요해. 남들은 내전으로 얼룩진 아프리카 오지까지 찾아가는 판에 그깟 트랜스젠더 바쯤이야 얼마나 어렵겠어?”
사실상 강권에 가까운 취재 지시였다. 물론 데스크의 지상 명령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게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텐프로 룸살롱? 좋다. 비키니 바? 훌륭하지. 하다못해 후터스를 취재하라는 지시만 떨어졌어도 <아레나> 편집국의 모든 남자 에디터들은 마치 먹이를 물어다주는 어미 새에게 눈도장을 찍겠다는 듯 맹렬하게 편집장의 품속으로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트랜스젠더 바라니.
굳이 프로이트의 ‘거세 콤플렉스’와 같은 거창한 이론까지 들먹이진 않겠다. 사지 멀쩡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성이라면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를 떠올리기만 해도 난감한 기분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거다. 당연하지 않은가. 여장도 모자라 그곳을 잘라버린 남성들이라니.
후배들은 말없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지금 당장 펭귄이 눈앞에서 휙휙 돌아다니더라도 결코 어색하지 않을 냉랭함이 사무실을 휘감아 돌았다. 어쩔 수 없다. 선배란, 쥐뿔 가진 것 없어도 폭탄을 지고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마음가짐으로 무모한 일을 떠안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홀로 이태원으로 나섰다. 목적지는 두 곳. 이태원 최초의 트랜스젠더 바로 꼽히는 ‘여보여보’와 요즘 가장 핫한 장소라는 ‘트랜스’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못했다. 하릴없이 이태원 소방서 어귀를 빙빙 돌다가 일단 목부터 축이기로 했다. 무언가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다는 뜻이다. 이태원에 나올 때마다 가끔 들르곤 했던 클럽을 겸한 작은 모던 바에는 언제나 그렇듯 ‘미쿡’에서 온 건지, 나이지리아에서 온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 외국인 남성 몇 명이 앉아 있었다. 혀 짧은 영어 발음을 자랑하며 그 주위에 넓게 포진한 젊은 한국 여성들의 풍경 또한 여전했다.
그러고 보니 태국 방콕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스쳐 지나간 기억이 있다. 살짝 들춘 커튼 사이로 보일락 말락 우뚝 선 봉을 온몸으로 훑어내던 무희들의 잔영. 호피 무늬 두건을 두른 록밴드의 반주에 맞춰 정신없이 몸을 흔들어 대던 사람들. “오, 뷰티풀 아시안 걸!”이라는 느끼한 감탄사를 연방 내뱉던 유럽의 50대 중년 남성들.
그렇다고 이태원의 이런 다종다양한 풍경을 ‘미국 제국주의에 지배당한 뼈아픈 역사’라는 둥 복잡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서울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독특한 활기가 유독 이태원에만 넘쳐나는 이유는 국적도, 성도, 섹스 성향도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자유정신이 자리 잡힌 탓이니까. 대한민국의 마지막 금기 공간이라 해도 좋을 트랜스젠더 바가 꽤 오래전부터 이태원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늘어서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이태원 스피릿’이니까.
뭐, 그냥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솔직히 여전히 트랜스젠더 바를 방문하는 일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한참 고심하다 밤 문화에 관심이 많은 지인을 몇 명 불러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걸 테니까.
드디어 여럿이 함께 이태원 소방서 뒤쪽 언덕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 영어, 러시아어, 키릴어 등 다양한 문자가 박혀 있는 간판들 사이로 ‘후커 힐’이 시야에 잡혔다. 한때 ‘히빠리’ 또는 ‘양공주’라 불리던 여성들이 미군을 상대하느라 불야성을 이뤘던 곳이다. 이제는 완연히 쇠락한 ‘후커 힐’ 위쪽으로 트랜스젠더 클럽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이른바 ‘게이 해방구’라 불리는 골목이다. 비음 섞인 저음으로 길 가는 “오빠!”를 불러대는, 공주풍 드레스를 입은 채 서슴없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가는 스트레이트 남성들을 향해 장난스럽게 양다리를 쩍 벌려 보이는 ‘트랜스 언니’들이 점령한 거리인 것이다.
왠지 이 모습들이 낯설지 않다. 아하, 돌이켜보니 2년 전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한 아르헨티나를 여행할 당시의 기억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여전히 성인 남녀의 혼숙을 금지할 정도로 도덕률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나라,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밤만 되면 ‘데카당스 시티’로 변모한다.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팔레르모 공원에 차를 끌고 들어서자마자 화려하게 치장한 트라베스티(Travesti; 복장 도착자라는 뜻의 스페인어) 수백 명이 한꺼번에 뛰쳐나와 즉석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풍경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이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태원의 풍경 또한 마찬가지다.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바는 크게 소프트한 곳과 하드한 곳,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한때 하리수가 몸담기도 했다는 원조 중의 원조 ‘여보여보’처럼 클럽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들은 ‘바’라기보다는 차라리 ‘단란주점’에 가깝다. 그 어디에서건 여자를 옆에 끼고 술을 마셔야만 직성이 풀리는 한국식 술 문화는 심지어 트랜스젠더 바에까지 긴 잔상을 남긴 것이다.
여자들도 손쉽게 드나드는 트렌디한 댄스 클럽에 가까운 ‘트랜스’에 먼저 들어가보기로 했다. 자, 일단 가볍게 몸부터 풀어보는 거다. 홍대 앞 클럽을 연상시키는 간판과 입구가 왠지 정겹다. 하지만 비좁은 지하 공간에 발을 들이밀자마자 생경한 풍경이 눈앞에 밀려 들어왔다. 훤칠한 키, 뚜렷한 턱선의 호남형 얼굴에 억지로 화장을 입힌 듯한 어색한 외모의 ‘사나이’가 저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온다. 간드러진 목소리로 자신을 ‘미미’라고 소개한다. “어머, 진짜 트랜스젠더 언니들은 이런 작은 바까지는 잘 오지 않아요. 희귀성 때문에 몸값이 꽤 비싸거든. 나는 게이야. 여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고요. 그냥 일을 잠깐 쉬는 동안 아르바이트 나왔을 뿐이에요.”
그의 자상한 설명 덕분에 여성이 되고 싶어하는 트랜스젠더와 게이는 180도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미미가 슬쩍 눈짓을 한다. 드디어 완벽히 여자로 변모한 트랜스젠더를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성주’라는 이름의 그녀는 몸매가 지나치게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180cm에 가까운 키, 만화에서나 보았던 D컵 사이즈의 풍만한 가슴, 반면에 군살 하나 붙어 있지 않은 허리와 허벅지 라인은 그야말로 아찔할 정도였다. 하긴 최첨단 수술 기법과 호르몬 요법이 동원되는 탓에 진짜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미녀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얼핏 읽은 듯도 하다.
그녀는 “왜 여자가 되고 싶었느냐”는 시시껄렁한 질문을 무척이나 귀찮아했다. “도대체 그 따위 것들은 왜 물어보나 몰라. 왔으면 그냥 즐기고나 가지. 뭐, 그렇게 재미가 없으면 가슴이나 한 번 만져보든가.”
호기심 많은 지인 하나가 꿀꺽 침을 삼키더니 서서히 손을 가져가본다. 하지만 난 도저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바로 코앞에서 지켜보니 완벽한 외모를 갖춘 듯한 트랜스젠더도 태생적 한계를 감출 수 없는 부위가 있었다. 바로 발이다. 마치 산도적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발을 바라보고 있자니 도저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순간 입구 쪽이 소란해지기 시작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대머리 남자 하나가 반쯤 옷을 벗어던진 채 바 안으로 뛰쳐 들어온 것이다. “어머, 저 변태 오빠 또 왔네!” 깔깔거리는 트랜스젠더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홀 안에 하나 가득 울려 퍼진다.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 이 생경한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오늘은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좋겠다.
다음날, 이태원의 밤 문화에 정통한 지인 하나를 어렵사리 끌고 나왔다. 한층 더 하드한 장소로 가기 위해서는 미리 체험을 해본 선배의 도움이 절실했다. “예전에 한 영화 평론가가 한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영화 <마스카라>를 만든 고 이훈 감독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어. 불운하게도 신촌 롤링스톤스 화재 당시 목숨을 잃은 그 젊은 감독 말이야. 그가 트랜스젠더 여주인공 하지나를 발탁한 곳이 바로 그 유명한 ‘여보여보’지. 듣자하니 이훈 감독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그 평론가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하지나를 찾아가 밤새 붙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고 하대. ‘이 나쁜 년, 넌 나와 오늘 꼭 같이 자야 한다’면서 말이야. 이태원이라 가능한 풍경이지.”
그러고 보니 영화계에서는 트랜스젠더 바 드나드는 것이 오래전부터 특별한 이벤트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얼핏 들은 것도 같다. 한때 영화계에 몸담은 바 있던 이 지인은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인다. “트랜스젠더 바에 누가 주로 가느냐고? 의외로 게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 게이는 남자를 더 좋아하거든. 오히려 새로운 유흥 문화를 즐기려는 스트레이트 남성들이 호기심 때문에 드나드는 경우가 많지.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한 유명 여배우의 매니저는 이곳에 올 때면 꼭 2차까지 나가더라고. 룸 안에 앉아 있는 여자애들,
다 남자친구가 하나씩 있어. 보면 다 멀쩡한 남자들이더라고. 오럴 섹스를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해준다며 실실거리는 녀석들도 많아. 물론 호기심 때문에 잠깐 만났다가 금세 차버리는 남자들이 대다수인 탓에 늘 상처를 안고 살지.”

지인의 청산유수와도 같은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덧 바의 한가운데까지 왔다. 곳곳에 반쯤 폐쇄된 조그마한 룸이 널려 있었다. 좁디좁은 통로로 트랜스젠더 수십 명이 쉼 없이 왔다 갔다 했다. 혹여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방긋 웃으며 바짝 다가서는 탓에 저절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지인은 익숙한 포즈로 손짓을 해 보였다. “얘, 진아야. 이리 가까이 와봐. 옳지. 착하다. 저기 멀뚱하게 앉아 있는 저 오빠, 무릎 위에 한 번 앉아봐. 하하. 너, 잔뜩 졸았구나? 괜찮아. 가슴 한 번 만져봐. 진짜 여자들보다 촉감이 훨씬 더 부드럽다고.”
여유롭게 스킨십을 즐기는 지인과는 달리 난 바짝 얼어 있었다. 혹시라도 손끝 하나 닿을까 뒤로 물러서기에 바빴다. 비음 섞인 목소리로 깔깔거리며 웃던 진아는 곧바로 훌렁훌렁 옷을 벗어던진 채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모두 다 이리 모여봐! 간만에 겁쟁이 오빠가 하나 찾아왔네. 깔깔깔.” 유감스럽게도 그녀들을 바라보면서도 내 몸은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참기 힘든 거북스러운 느낌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결국 지인을 홀로 남겨둔 채 급하게 출입문을 찾아 밖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날, 혀를 끌끌 차던 지인은 또 다른 장소로 나를 인도했다. 이번만큼은 마음 놓고 트랜스젠더 바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거라는 멘트와 함께. 무엇보다 폐쇄된 공간의 음침한 분위기를 견뎌내지 못하는 내게 꼭 맞는 장소일 거라고 했다. 그곳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레나> 사무실에서 불과 500m 남짓 떨어진 도산사거리 한가운데에 떡하니 트랜스젠더 바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평소 ‘오퍼스(THE OPUS)’라는 휘황찬란한 간판을 보며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 궁금했던 기억이 설핏 났다.
입구에서부터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밝은 조명 아래 활짝 열린 드넓은 내부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태국에서 온 스물셋 처녀, 헤라는 열일곱 살에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한다. 지금 당장 미인대회에 나가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외모가 인상적이다. 더군다나 이 밝디밝은 아가씨는 사진 찍히는 걸 전혀 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는 경쾌한 자태에 경계심이 조금씩 수그러드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어서 등장한 스물다섯 동갑내기 한국인 트랜스젠더 나나와 스테파니.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함박웃음을 멈출 줄 모르는 그녀들은 ‘얼짱 각도’로 찍어달라며 카메라 앞에서 화장을 고치기에 여념이 없다. 중저음의 비음 섞인 목소리만 아니라면 곱게 화장한 이웃집 여동생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수술은 왜 했냐고요? 전 태어날 때부터 천상 여자였는걸요. 제가 얼마나 예쁜지 사람들 앞에 자랑하고 싶었어요. 물론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도 그 고통스러운 수술 과정을 참아내게 했죠.” 나나는 지금 두 살 연하 남자친구와 뜨겁게 열애 중이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자. 그동안 개인적으로 청담동 문화라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한국 자본주의의 중심지 서울, 그 핵심부에 위치한 청담동은 1990년대 이래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최선두에 선 지 오래다. 영화를 보려면 종로로 나가야 한다는 말은 어느덧 ‘깨끗하고 깔끔한 멀티플렉스를 갖춘 삼성동이나 압구정동으로 나가야 한다’는 언명으로 바뀌었고, 가수 브라운 아이즈를 시발점으로 ‘강남에서 뜨는 음악이 곧 대한민국의 대표 음악’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지 오래다. 홍대 앞 인디 문화를 상징하는 클럽 신도 어느덧 클럽 서클과 디 앤서를 필두로 한 청담동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다 좋다. 더 세련되고 규모까지 커진 트렌드와 문화를 즐기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 섭섭하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다. 왠지 모르게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달까. 영화든, 음악이든, 클럽이든 강남으로 넘어오면서 더욱 멋들어지게 변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같이 규격화된 공산품으로 변하고 있다는 혐의까지 지울 수는 없다. 내가 굳이 청담동 문화 시스템에 시비를 거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강남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트랜스젠더 바를 바라보며 내 오랜 편견을 수정해야 할 시기가 온 건 아닌지, 은근히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오랫동안 음침한 공간 속에 갇혀 있던 트랜스젠더들은 오픈된 공간으로 나오자마자 특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더 이상 역겹거나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아닌, 세련되고 화려한 모양새로.
오퍼스에서는 매일 밤 네 차례에 걸쳐 화려한 트랜스젠더 쇼가 펼쳐진다. 막을 올린 지 이제 겨우 넉 달째지만 어느덧 무수한 입소문을 타고 ‘피가 끓는’ 대한민국의 젊은 남성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고 있다. 트랜스젠더 수십 명이 화려한 의상으로 갈아입은 채 오픈된 무대 위에 섰다. 마릴린 먼로 퍼포먼스, 봉쇼 등 평소 남자들이 꿈꿔온 꿈의 무대가 하나 가득 펼쳐지고 있다.
무대 아래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던 수십 명에 달하는 남성 관객들은 쇼가 절정에 오를수록 조금씩 거친 숨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자태’에 흠뻑 빠진 그들의 눈동자가 몽롱하다. 부담감을 완전히 떨쳐버린 남성의 본능이 무리를 지어 무대 위를 배회하고 있다. 맞다. ‘쇼 머스트 고 온’이라는 문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틀림없다.

트랜스젠더 바에 드나든다고 해서 모두 `변태`라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지는 물론, 멀쩡한 `그곳`을 보유한 대한민국 남성에게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그 무엇이다. 도대체 그곳에는 누가 드나드는가? &lt;br&gt;&lt;br&gt;[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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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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