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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조정구 + Intelligence

On December 12, 2014

조정구는 우연히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옥이 살아 있다고 믿는 건축가가 되었다. 그의 한옥들은 주장을 강조하지 않는다. 계절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Profile
구가도시건축의 건축가 조정구는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으로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옥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는 사실 현대 건축을 공부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옥을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하려 들지만, 그는 여전히 한옥이 살아 있고, 현재 우리 삶에 맞춰 진화할 수 있는 건축 양식이라고 믿는다. 그는 마당이 있는 한옥을 통해 사람들이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건축가 조정구는 자신의 소명으로 여긴다.

◀ 벨벳 소재 재킷·회색 터틀넥 니트·팬츠·감색 머플러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브랜드 몽블랑이 지닌 절제미를 잘 표현한 시계는 스타 클래식 스틸 몽블랑 제품.

한옥 건축가라고 불러야 할까?
현대 건축가로서 한옥도 열심히 짓고 있을 뿐이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집을 만드는 게 큰 목표다.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생활과 가까운 집을 짓는 것이 회사의 모토다.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2001년에 북촌에서 한옥을 고친 사례가 있었다. 그때 설계를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계속 한옥 일이 들어왔다. 우연한 기회를 잘 잡았다. 이후에 궁중 음식 연구원, 한옥 호텔 라궁 등을 작업하게 됐다. 한옥은 내게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 현대 건축가들은 한옥에 대해 자꾸 규정하려 든다. 예를 들면 한옥이 죽었다, 살았다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한옥을 정의 내리고 있다는 건가?
한옥이 살아 있다고 믿고, 한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믿는다. 라궁을 작업한 이후 부여의 원형 회랑, 구로에 만든 최초의 한옥 도서관, 2010년 대구의 한옥과 일식 가옥을 조합한 병원 등 최초의 작업들을 했다.

한옥을 건축의 한 장르로 활용하는 것 같다.
한옥은 건축의 중요한 주제다. 한옥은 지금도 잘 살아 있기 때문에 더 진화시켜서 우리 생활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 개념의 대표적인 예로 구로의 어린이도서관이 떠오른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한옥이라는 공간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마루에 앉아 엄마와 책을 읽고, 아트리움을 설치한 마당에서 엄마들은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2층에서 영화를 보고, 다락의 쿠션에서 책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한옥을 통해 사람들의 삶과 공간을 결합하는 것에 대해 주로 생각했다.

삶에 녹아드는 건축을 지향하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삶의 어떤 모습이 중요할까?
한 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지는 꾸며진 삶이 아니라 마음을 편하게 둘 수 있고, 뒹굴거릴 수 있는 공간이 집이어야 한다. 마당을 중시하는 이유는 자연과 맞닿은 삶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당은 자연의 조각이다. 마당을 통해 자연과 밀접한 삶을 살 수 있다. 자연의 변화와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삶을 많은 사람들이 누리길 바란다.

도시에 살면 마당 있는 집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설계가 중요하다. 우리가 역촌동에 설계한 다세대 주택은 1층이 카페다. 그 카페에 마당이 있다. 위층의 임대 세대들에도 전부 마당이 있다. 작지만 모두 마당을 갖췄다. 조금만 공간을 양보해 설계하면, 마당과 같은 커다란 발코니 등을 누릴 수 있다.
그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당신의 집 마당 사진을 봤다. 감나무가 인상적이었다.
하하. 올해는 별로 작황이 좋지 않다. 30개는 땄나? 나무 이름이 민주다.

민주주의의 그 민주인가?
맞다. 국회의원 선거 때 들어왔거든. 마당에 심어놓은 감나무에서 계절을 본다. 우리 집에 어떤 사정이 생겨도, 그 나무는 사계를 버티며 엄정하게 자기 열매를 맺는다. 자연은 건실하다는 것을 느낀다.

한옥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현대 건축처럼 멋진 공간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따스하고, 품격 있다. 인간으로 치면 굉장한 인간이다. 한옥은 굉장히 좋은 공간을 사람에게 준다.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말이다. 부를 과시하는 방향으로 한옥 작업을 하게 되면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한옥들이 17세기나 18세기 서민들이 살던 집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한옥의 지붕에는 위계가 있다. 기와지붕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런데 초가지붕은 두루뭉술 흐른다. 형태가 주는 부드러움이 매력이다. 자연스러운 것보다 더 자연스럽다고 할까?

자연스럽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서 부담스럽다.
마당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현대 건축을 시도하고 있다. 판교의 함영재 같은 경우는 한옥 세 칸이 있고, 서양 거실이 있는 2층집이다. 그런 형태로 많이 만들려고 한다.

자연에 밀접한 집일까?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집을 짓고 싶다. 사람들은 고층화나 다층화에 묶여 있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세입자가 사는 삶이라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 세입자의 삶에도 변화가 있다.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집 하나하나를 잘 지어야 한다. 나는 고층화를 믿지 않는다.

40대 중반만 되어도 퇴직해야 하는 시대다. 지금 30대가 중년이 되면 서울의 고층 건물을 떠나 교외로 몰릴 거라는 전망이 있다.
현재 체계가 삶을 더 좋게 해준다는 느낌이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도시에 살 것이다. 도시에는 임대료가 싼 집도 많다. 옥상에서 텃밭을 가꾼다든지, 도시에서 서식하는 방법이 다양해질 것이다. 서울시가 방향을 잘 잡아 고층화보다 오래된 동네들의 층수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본다.

오래된 연립주택들을 보존했으면 한다. 오래된 집에는 시간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건물이 변하면 그 건물에 쌓인 시간이 망가질까 아쉽다. 변화하는 동네를 보면 고향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우리가 옛날 노래를 좋아하는 것과 같다. 삶을 돌이켜보면 오래된 연립이 간직한 정서가 있다. 굉장히 편안한 정서다. 그 정서를 지켜가며 삶을 끌어가는 법이 중요하다. 환경이나 개발 등 한 가지로 재단하는 건 좋지 않다. 에너지나 녹지율만 보고, 건물을 다 바꿔놓는 사업들에 저항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장수마을 작업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 작업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장수마을은 회사 설립하고 나서 일주일에 한 번씩 6백70회 답사했다. 장수마을을 처음 봤을 때 마을 활동가나 시민운동가들이 대안 개발 연구 모임이란 걸 하고 있었다. 발표장에 가서 보니 전면적 개발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들이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건축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뭔지 고민했다. 워낙 가난한 동네라 집을 새로 짓는 게 아니라 고치는 게 가장 비용이 적게 들었다. 2009년부터 지속하다 보니 서울시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발품 파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 혼자 다 못한다. 직원들과 함께했다. 작업하면서 느낀 건 일방적 선의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주민들이 그 마음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지는 않는다.

주민들의 삶, 생활을 이해하고 나서 건축을 이야기하는 건가?
맞다. 15년째 답사를 하고 깨달은 것은 저마다 형편이 있다는 거다. 그 형편에 맞춰 배려해야 한다. 돈이 없는데, 좋은 집 사진만 보여줘봤자 소용없다. 도시에는 중산층과 상류층만 사는 게 아니라 소외 계층도 많다. 누구든 원해서 반지하에 사는 건 아니다.

2014년을 결산하자면, 어떤 수확을 했을까?
작년부터 진관사 프로젝트를 작업했다. 작년에는 템플스테이를 했고, 올해는 나머지 부분을 작업 중이다. 새롭지만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절이 될 것 같다. 또 교남동을 실측한 9백 페이지에 이르는 기록을 책으로 묶어내는 일을 내년까지 할 것 같다. 한옥을 계승하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마당집 등 할 일이 많다.

전부 즐거운 작업들인 것 같다.
볼 때는 편하지만, 고생도 많다. 하하.

ARENA Says
조정구의 건축은 우리가 잃어버린 부분에서 출발한다. 오래된 음악을 다시 듣는 우리에게 한옥과 마당이라는 개념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을 상기시켜준다. 그가 만든 마당에서는 계절의 변화와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느낄 수 있다. 그것들은 강력한 이미지나 대단한 설명이 아닌 몸을 눕히고, 뒹굴거리며 편안함을 느끼는 와중에 깨닫게 된다. 그와 그의 구가도시건축은 한옥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한옥을 짓는 것만이 아니라 오래된 달동네도 기웃거린다. 그는 회사를 설립하고 매주 장수마을을 가며 6백70회가 넘는 답사를 거쳤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형편과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들의 삶을 유지하며 생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계획에 맞춰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더 큰 집, 더 큰 건물이 아닌 그 건물에 사는 삶이다.

Feature Editor: 조진혁
Fashion Editor: 성범수, 이광훈
photography: 김태선
HAIR & MAKE-UP: 채현석

조정구는 우연히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옥이 살아 있다고 믿는 건축가가 되었다. 그의 한옥들은 주장을 강조하지 않는다. 계절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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