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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첼로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악기 첼로가 선사하는 건 클래식의 울림과 감동뿐만이 아니다. 활이 휘고 끊어지도록 로킹한 연주와 퍼포먼스로 전 세계를 단숨에 휘어잡은 투첼로스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과 첼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UpdatedOn July 10, 2014

투첼로스는 수세기 전부터 전해져온 클래식의 영감과 21세기 첨단 기술의 축복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 2011년,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을 커버 연주한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두 명의 젊은 첼리스트 크로스오버계의 스타가 되었다. 클래식의 우아한 이미지와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는 물론, 준수한 외모도 이들의 인기에 한몫했다. 이후 2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한 투첼로스는 유럽 투어는 물론 미국 진출에까지 성공했다. 사람들의 귀에 익은 팝 음악이나 록 뮤지션들의 히트곡을 연주하는 클래식 연주자라고 해서 깊이가 얕을 거라 짐작했다면 오산이다.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아 첼로의 전설적인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에게서 사사하고 2006년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열린 로스트로포비치 공연의 갈라 콘서트를 위해 선택된 첼리스트 스테판 하우저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루토스와브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슬로베니아 출신의 첼리스트 루카 술릭, 클래식 음악계의 전도유망한 두 청년이 그토록 록 스피릿 충만한 퍼포먼스의 주인공이라니. 누구보다 놀란 건 바로 클래식 관계자들이었을 거다. AC/DC의 ‘Thunderstruck’을 연주하는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라. 투첼로스가 바로크 시대의 연주자로 변신해 무대에서 선보이는 연주를 그 시대의 관객들은 우아하게 감상한다.

그러다 갑자기 이들이 록 밴드에 버금가는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관객들은 적잖이 당황하고 또 언짢은 모양새다. 아랑곳하지 않고 투첼로스는 연주를 이어 나간다. 바닥에 드러눕고 활의 현이 끊어지도록 첼로를 켠다. 이 모든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은 객석에 앉아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꼬마 아이와 무대 위의 투첼로스뿐이다. 스테판은 이 뮤직비디오가 공개될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BaRock!!!!!”

이 멋진 두 첼리스트가, 이 멋진 두 남자가 지난 5월 말, 드디어 한국을 찾았다. 공연 리허설 틈틈이 <아레나>와 나눈 대화에서 이들은 첼로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우아함은 물론 터프함과 로킹함까지 갖춘, 어떤 경계와 한계도 없는 악기로 첼로를 꼽았다. 그리고 투첼로스는 말한다. 음악 안에서 모든 것은 서로 다를 것이 없다고. 블랙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서 첼로를 켜는 연주자나 가죽 재킷을 걸치고 무대에 올라 소리치는 로커들이나 모두 같은 ‘클래식’이라고.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 연주 영상이 유튜브에서 대히트하면서 유명해졌다. 처음 이 영상을 찍어 올리게 된 계기가 있었나?
루카 첼로는 굉장히 다양한 음색을 가진 악기다. 무엇보다 첼로가 클래식 음악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젊은 대중에게 어필하고 싶었고, 좀 더 큰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환호하는 관객 앞에서 연주해보고 싶었다. 클래식 특유의 섬세하고 프라이빗한 연주와 더불어 로큰롤 음악의 강한 아드레날린도 느끼고 싶었거든. 결국 우린 지금 양쪽을 모두 경험하고 공유하며 만족스러운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행복하다.

어릴 때부터 첼로를 했다고 들었다.
루카 아버지가 첼리스트였다. 5세에 처음 악기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시작한 것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가족과 친척들도 모두 음악가였기에 내가 악기를 연주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스테판 나는 8세에 첼로를 시작했다. 어! 5년 전 일이네.(웃음) 내가 처음 첼로라는 악기를 알게 된 건 라디오를 통해서였는데, 그때 아주 어렸지만 첼로 특유의 사람 목소리 같은 부드러운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무척 성숙한 아이였거든.(웃음) 어머니에게 첼로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무척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다. 첼로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였다.

첼로는 무겁고, 비싸고, 이동도 불편하다!(웃음)
루카
스테판과 나의 부모님은 모두 학교 선생님이셨다. 중산층이었지. 동유럽에서 음악을, 특히 클래식 음악을 배우는 건 사치가 아니라 종교를 갖는 것과도 같다. 세계 최정상의 체스 플레이어들이 러시아 사람들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러시아인에게 체스는 종교와도 같은 거니까. 예전 소비에트 정권하의 러시아인은 어릴 때부터 체스를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 공산주의 현실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러면서 체스 문화가 공고해진 거지. 내가 자란 유고슬라비아도 한때 공산주의 국가였고, 그런 기반 위에서 클래식 악기 연주자를 양성하는 일은 견고하게 이어졌다. 클래식 음악은 문화이자 종교처럼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거였다.

어린 나이부터 클래식 음악을 해왔으니 그만두고 싶단 생각이 들 때도 있었을 텐데.
루카
스테판은 그런 거 같다. 한 3년쯤 전부터 그만두려고 했다.(웃음)
스테판 아니다, 한 번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콩쿠르에서 수상도 많이 하고, 늘 잘했거든. 첼로는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거였다. 첼로가 아니면 난 아무것도 아니었지. 그런 걸 내가 왜 그만두겠나!(웃음)

학창 시절 또래 친구들은 록 밴드나 팝 스타에 열광하지 않았나?
스테판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좋은 록 밴드의 음악이라 해도 2~3곡만 마음에 들고 나머지는 별로지 않나. 콕 집어 어떤 밴드만 골라 좋아하지 않았다. 여러 밴드를 각기 다른 이유로 좋아했지.
루카 우린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에 익숙했다. 나중에 록 음악을 발견하게 된 거지. 또래 대부분과는 반대의 방향이었다. 클래식이 먼저였고 록 음악이 나중이었다. 그래서 우리에겐 그런 음악들이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때가 언제쯤이었나?
스테판
3년 전?(웃음)
루카 다른 아이들보다 좀 늦었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모든 대중음악이 우리에겐 새로웠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으니까.

클래식 음악계에서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나서야 대중의 인지도와 인기를 얻었다. 3년 전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
루카
관객층의 변화가 가장 크다. 클래식 음악을 할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도 객석은 반쯤 빈 상태에서. 지금은 큰 공연장을 꽉 채울 만큼 관객이 늘어났고, 7세 어린아이부터 70세 노인들까지 관객의 연령층도 성별도 다양해졌다. 물론 여성 팬도 많아졌고.(웃음) 전반적으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정신없는 생활이다.
물론 굉장히 좋은 의미의 변화다.

앨범에 수록되는 커버곡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
루카
물론 우리가 좋아하는 곡을 택한다. 그리고 첼로로 연주할 때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는가를 고려한다. 어떤 곡은 첼로로 연주하면 원곡보다 더 나아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U2의 ‘With Or Without You’는 클래식 음악 편곡을 통해 첼로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주법을 결합하면 감정적으로 더욱 풍부한 곡이 된다. 록 음악은 첼로로 훨씬 더 파워풀하게 연주할 수도 있다. 편곡의 힘이다. AC/DC의 ‘Thunderstruck’을 처음 들었을 땐 바흐나 비발디 같은 바로크 음악이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만의 색깔로 편곡을 했지. 뮤직비디오에도 그런 느낌을 반영했고. 새로운 시도를 한 거다!

풀 밴드 악기 구성으로 이뤄진 록 음악을 단 2대의 첼로만으로 편곡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점은 무엇인가?
루카
원곡만큼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첼로는 2대뿐이니까. 언제나 아주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다. 클래식 첼로 연주의 화려한 기교를 볼 수 있으니까. 평생에 걸친 연습과 클래식의 음악적 기반이 없다면 이런 작업은 불가능하다. 어떤 편곡들은 매우 까다로운 연주 기교를 요하는데, 그런 건 그 어떤 클래식 음악 연주보다도 어려울 때가 대부분이거든. 엄청나게 어려운 연주를 하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해야 하는 건 무척 힘든 일이지.

클래식 음악계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테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법칙과 제약이 있지. 늘 정장을 차려입고 무대에 올라야 하고 관객은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칠 수도 없다. 헛기침조차 제대로 할 수 없지. 다른 관객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될 테니까. 사실 그런 제약들이 늘 불만이었다.

‘Thunderstruck’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런 불만을 표현하고 싶었나?
루카
그렇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도 느껴지나?
스테판
전혀. 오히려 응원과 격려를 많이 받고 있다. 우린 이미 클래식 음악계에서 인정받은 연주자들이고 어린 첼리스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주 저명한 클래식 연주자들까지 우리에게 응원을 보내줄 정도니까.
루카 오히려 이런 행보가 클래식 음악계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피아니스트 랑랑을 비롯해 유명 오케스트라와도 협연해왔는데 이런 시도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크게 환영받았다.

그럼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모두를 겪어보았으니…
루카
(‘크로스오버’라는 말에 끼어들며) 세상엔 두 가지 타입의 크로스오버가 있다. 양질의 크로스오버와 싸구려 크로스오버.
싸구려 크로스오버는 그저 기존의 클래식 음악에 테크노 비트를 얹어 연주한다.
스테판 그런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의 수준은 아주 낮다.
루카 우리는 그와는 전혀 반대되는 방식으로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있다. 대중음악을 첼로로 연주하는 동시에 수준 높은 테크닉과 음악성을 보여주니까.

둘 사이에 경쟁심도 있겠다.
스테판
언제나 그래 왔다. 경쟁심 때문에 서로 더 노력할 수 있었지.

여성 팬은 누가 더 많나?
루카
인터넷에 설문 결과가 있을 거다. (이들은 이후 한참 동안 서로 더 인기가 많다며 모국어로 입씨름을 했다.)

나에게 ‘클래식’은 비틀스요, 데이비드 보위다. 투첼로스에게 진정한 ‘클래식’이란 어떤 건가?
루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속적인 음악.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 내 생각에 정통 클래식 음악의 80% 정도는 아주 별로다. 한 20% 정도만 아름답다. 한 곡에서도 몇몇 악장을 제외하면 모두 훌륭한 것도 아니다.

투첼로스도 훗날 ‘클래식’으로 남고 싶나?
루카
우리가 지금 연주하는 ‘Smooth Criminal’ 자체가 불멸의 명곡이고 ‘Thunderstruck’도 마스터피스다. ‘With Or Without You’도 쇼팽 음악이 주는 감동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이 있다. 사실 우리가 나중에 클래식이 되든 아니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스테판 우린 모든 장르를 결합시킬 뿐이다.

첼로를 통해 앞으로 또 어떤 걸 보여줄 건가?
루카
첼로는 단순히 악기라기보다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도구 같은 거지. 앞으로는 곡을 더 많이 쓰고 싶다. 더욱 더 새로운걸 하고 싶다. 가령 이미 2백여 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녹음한 헨델 첼로 협주곡이 있다면 그걸 누가 또 듣고 싶어 하겠나.
아무 의미도 없다.
스테판 더 이상 기존의 음악을 재연하고 답습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루카 일평생 2곡만 쓰고 죽은 3백 년 전의 작곡가 ‘슈트롬펜의 첼로 협주곡 D장조’(루카가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으로 지어낸 곡 이름) 같은 곡을 현대의 연주가가 다시 녹음한들 무슨 음악적 의미가 있겠나. 그건 아마 쓰레기(Shit)나 다름없을걸.(웃음)

photography: 김참
editor: 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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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김창
Editor 조하나

2014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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